강원 양구는 미석(美石) 박수근 화백이 태어난 곳이다. 박 화백은 1950~1960년대 서민의 삶을 독창적이면서도 소박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 <빨래터>는 2007년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는 당시 한국 근현대미술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이었다.
현재 양구읍 정림리에 있는 박 화백의 생가터는 박수근미술관으로 조성됐다. 2002년에 개관한 미술관은 8만5950㎡(약 2만6000평)의 대지 위에 박수근기념전시관·파빌리온·현대미술관 등 총 3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졌다.
기념전시관은 박 화백의 작품과 더불어 그의 삶까지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 역시 박 화백의 그림에서 보이는 색감과 질감을 적절히 표현하고자 짙은 화강석을 켜켜이 쌓아 지었다. 기념전시관에는 각계각층에서 기증받은 박 화백의 작품 수십점이 전시돼 있다. 벽면 곳곳에는 박 화백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적어놨으며, 안경·지갑 등 다양한 전시 유품에서는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올 4월까지는 <귀로> 특별기획전이 이어진다. <귀로>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낙들의 뒷모습을 담은 것으로, 소장처인 미국 USC퍼시픽 아시아박물관과 협의해 국내에 공개됐다.
기념전시관을 나와 파빌리온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박 화백의 동상이 있다.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자리 잡은 파빌리온은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지어졌으며,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현대미술관에서도 박 화백이 자녀를 위해 그린 그림동화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는 가난 속에서도 예술혼을 버리지 않았던 박 화백의 뜻을 기리고자 젊은 작가를 위한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양구에는 박수근미술관 외에도 전시 시설이 많다. 양구읍에 있는 한국 최초의 선사시대 박물관인 양구선사박물관에서는 석기·청동기시대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방산면의 양구백자박물관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볼거리다. 방산면은 고려시대부터 도자기 생산지로 주목받던 곳이다. 점토 만드는 방법, 자기 성형, 가마에 굽기 등 자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전시해뒀다.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