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7. 쇠날.
[6학년 하루 선생으로 살기]
6학년 하루 선생으로 사는 날이다. 한주엽 선생님이 하루 쉬는 날이라 교장이 대신 6학년 모둠 선생을 한다. 선생들이 달마다 하루 쉬는 날이 있을 때는 교장이 대신 모둠선생이 된다. 모둠마다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 학년의 분위기와 기운, 공부들을 살펴볼 기회가 되어 좋다. 본디 쇠날(금요일) 9시가 영어 공부하는 날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기는 한데, 10시 마음챙김 놀이인 춤 수업이 있어 과목 수업이 두 개나 있는 요일이다. 오전 그림그리기와 오후 스스로 공부인 시간표를 조금 바꾸어 오전 11시에 스스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영어 공부를 조금 더 하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영어의 날이라고 했더니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다.
첫 시간, 영어 수업은 영어노래, 영어 단어책, 영어 회화, 영어 동화 차례로 집에서 날마다 해야 하는 스스로 영어단어장 만들기와 영어 동화 듣고 따라 말하기, 영어단어책을 확인하니 저마다 해온 정도가 다르다. 선생 바람처럼 모두 다 열심히 해오면 좋겠지만 다 다르다.
2교시로 하는 올해 마음챙김놀이는 6학년 춤 수업이다. 오랜만에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한동안 6학년 춤을 박수진 선생님이 맡아주었는데 한 4년 넘어 오랜만에 함께 다시 하니 옛날 기억이 소환된다.
3교시 스스로 공부는 저마다 하고 싶은 공부 꼭지를 정해 공부하는 수업인데 저마다 할 거리가 다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간은 앞뒤 채비로 스스로 공부 계획과 실행을 하나하나 살피는 선생의 눈길과 애씀이 뒷받침되어야 하기도 하지만, 학생 스스로 뚜렷하게 계획과 실천을 하며 스스로 하는 힘을 길러가야 하는 시간이다. 잘못하면 그저 시간만 흐를 수 있다. 우리 6학년 청소년들의 자율와 자치의 힘이 부쩍 자라고 있으니 걱정없다.
낮에는 영어로 감정 표현하는 형용사를 익혀보고, 그림을 그렸다. 손을 그리는데 살아있는 그림 그리기를 5년 넘게 해온 학생들답게 쓱쓱 잘 그린다. 그림그리기를 가장 싫어하는 친구는 이번에도 역시 자신 그림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자신 있는 영역이 저마다 다른 것이니 그 마음이 충분히 공감 간다. 그런데도 싫어하는 것도 자꾸 도전하는 걸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또 함께 하는 공부다. 물론 적당한 긴장은 도움 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와 압박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한 주에 두 번을 과목 수업으로 만나지만 하루 종일 깊은샘 6학년 청소년들을 만나니 또 재미있다. 지난해 함께 자람여행으로 해파랑길을 걸으며 느낀 성장의 기운이 6학년 되니 비슷하지만 또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5년 동안 맑은샘에서 여문 손끝과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 자율과 자치로 초등과정을 마무리 지으리라 믿는다. 긴 시간에도 많이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 늘 그렇듯 선생의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청소년들의 자율과 자치의 힘을 믿으며 날마다 신나고 재미난 학교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