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합니다...^^
드디어 두바이 입성했습니다.
입성하자마자 두포유로 달려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으나
입성 이틀째 시차적응과 짐들이 마구마구 들어오는 바람에 엄두를 못냈습니다.
입성 6일째 아직까지 짐정리가 덜 끝났지만 시차적응은 어느정도 된 관계로다가 요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갓 백일 지난 딸내미와 천방지축 다섯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100킬로에 육박하는 짐을 갖고 시어머니(-_-;)와 두바이행에 올랐습니다. 당일 기상악천후로 비행기가 50분 정도 지연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들냄과 딸냄은 민폐를 끼치지 않고 비행을 무사히 마쳐주었습니다.
두바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신랑이 준비해둔 가이드서비스(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신속하게 입국수속을 마치고, 신랑과 상봉했습니다. (가이드서비스를 받으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포터서비스가 있는 줄 알았는데 짐 찾는 곳까지는 저희가 짐을 계속 들고 다녀야 되더라구요. 85킬로는 짐칸으로 보냈지만 나머지 거의 30킬로 정도는 저희 시어머니께서 다 짊어지고 오셨습니다.)
저희가 살 집에 잠깐 들러 갖고 온 김치보따리 얼른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룻밤 묵을 아시아나 호텔로 갔습니다. 최근 신랑 회사에서 온 출장자들이 거의 이 호텔에 묵었는데 그 어레인지를 저희 신랑이 다 한 관계로 호텔지배인께서 저희 방을 업글해주셨답니다. 킹사이즈 침대 하나에 싱글 하나 더 있는 방이었습니다. 킹사이즈 침대 정말 크더군요. 원래 신랑은 집으로 돌아가서 잘 예정이었지만 침대가 큰 관계로 1년만에 합방했습니다. 시엄니는 싱글사이즈 침대에 저희 아들 데리고 주무셔서인지 킹사이즈침대에 자면서도 참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다음날 두바이에서 그 유명하다는 레스토랑 소나무에서 조식 부페를 우아하게 먹은 후 짐 온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집으로 고고~
서비스는 만만디라고 하는 두바이여서 맘 푸근히 먹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빨리(1시간 정도) 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총 246개, 아..그 중에 와인이 들어 있는 박스 하나는 검사하는 데서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최소 300딜함 벌금을 생각해야 한답니다...ㅠ.,ㅠ 그래도 신랑은 더덕주는 안 걸렸다고 신나하더군요..
이사짐센터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게 짐들을 풀어주시다가 제 책 700여권, 아이들 책 1000여권 정도를 풀다가는 짜증을 좀 내더군요. 그래서 이 책들 푸는 거는 내 일이니 신경쓰지말고 다른 일하라고 했더니 아주 좋아라 하더군요.
성격 급한 저희 어머님 이사짐 직원들과 함께 식칼 들고 짐 풀기 시작하셨습니다. 주방 짐 다 푸시고 칸칸이 넣어두시더니 이방저방 다니면서 박스포장된 짐들을 풀기 시작하시더군요. 아마 이사짐 직원보다 더 많은 박스를 푸신 거 같았습니다.
저요? 저는 갓난쟁이 업고 이방저방 다니면서 감독만 했습니다..
저희는 한국에 살 때부터 시계 없이 산 관계로(저희 친정 내력이 시계 소리 들으면 잠을 못 자서 친정은 물론 저희 집에도 소리나는 시계는 달아놓지 않았답니다) 몇시인지 모르겠지만 어둑해지고나서야 짐 다 풀고(책 박스 제외) 팁 받고 환한 웃음을 뒤로하고 이사짐직원들이 가더라구요. 두바이 와서 처음 받아보는 서비스인데 나름 만족했습니다.
짐들을 풀어헤쳐놓은 상태로 거의 한달만에 내 침대에서 내 신랑과 함께 내 집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두바이 입성 셋째날, 우선 주방부터 정리한 다음 각기 흩어진 짐들을 제자리로 갖다놓은 걸로 오늘 짐풀기는 끝. 두바이는 무슨 주방 수납장들이 이렇게 높답니까? 로컬들이나 메이드로 일하는 필리피노 등의 사람들은 다들 키가 그닥 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도 한국에서도 작은 축에 속하는지라 주방 수납장을 보니 깝깝하더라구요. 그래서 깨지기 쉬운 그릇류들은 아래 수납장으로, 한국에서 공수해온 음식물들은 윗쪽 수납장으로 자리 배치를 했답니다. 그리고 아들내미 디딤대로 쓰던 스텝2 이단 디딤대는 주방 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신랑 퇴근 후에 데이라시티 까르푸에 갔습니다. 두바이에서 신랑과 첫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로다가 싸운 관계로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못하겠네요. 참고로 저는 시부모님 앞에서도 저희 신랑과 잘 싸웁니다. 그래서 저희 시어른들은 그려려니 한답니다. 어째튼 맘에 안 드는 쇼핑을 마치고 씨랜드에 가서 저녁 먹고 다시 집으로.
두바이 입성 넷째날, 10시간 비행은 저희가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신랑이 병이 났습니다. 체기에 퇴근하자마자 침대로 직행. 아들한테 장난감 사준다고 약속했는지(아, 두바이 입성 당일 12일이 저희 아들 생일이었습니다. 전날 씨랜드 가서 밥 먹고 베스킨라빈스가서 아이스크림 케익 사고, 다시 씨랜드가서 초를 샀답니다. 왜 두바이 로빈스네는 초를 안 판답니까? 케익은 팔면서...ㅋㅋ)
아들은 아픈 아빠 앞에서 장난감 사러 가자고 조르고..신랑은 계속 자고..어머님이랑 저는 중간에서 저는 제 아들 달래고, 엄니는 본인 아들 병수발 들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아픈 신랑 누워 있으라 하고 저는 다시 짐정리. 어제부로 시엄니께서 해주실 일은 끝. 이제는 진짜 살림 살아야하는 제가 다 정리해야 할 부분이네요. 일하는 스탈이 원체 다르다보니 시엄니께서는 속 좀 답답하셨을테고, 저는 자꾸 시엄니 눈치를 보면서 정리하고 있고..(며느님들 이 심정 이해하시죠?)
다섯째날, 신랑도 원기 회복, 라운딩을 도는 동안 다시 짐정리 모드로 들어갔다가 오후에는 그제 산 까르푸 물건들 환불하고 장난감 사주러 다시 데이라시티로 갔습니다. 얼마전 오픈했다는 토이자러스. 음..한국보다는 규모적으로는 비슷했지만 구비물건들은 한국보다는 좀 많은 거 같더라구요. 베이비자러스와 함께 있어서 쇼핑을 내 스탈대로 하고 싶었지만 스코어는 2대 1(시엄니 신랑 한편 나 혼자 한편 ㅡ.,ㅡ). 어쩔 수 없이 신랑 페이스대로 쇼핑했습니다.
어서 빨리 제 차 몰고 제가 원하는 쇼핑몰에 가서 제가 원하는 대로 영어로 의사소통하면서 제가 원하는 물건을 사러 갈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오겠죠? 그 언젠가가 좀 빨라졌으면 좋겠네요..
여섯째날, 바로 어제..드디어 터졌습니다. 신랑은 오전 출근, 오후에 돌아와서 쇼핑하기로 했습니다. 책박스도 다 풀고 정리도 어느정도 되어가고 있는데 신발 박스들은 수납할 공간이 없는 관계로 풀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 귀중한 구두들도 마구 망가지고 있고, 박스가 덩그러니 있으니 무진장 심란해서 오늘의 쇼핑 목적은 무조건 신발장이다 하여 이케아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도 신발과 가방을 사고 싶다고 하셔서 쇼핑경로가 아울렛몰이 우선으로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해.
아울렛몰에서 3시간 정도 돌아다녔으나 어머님 맘에 드는 물건이 없어서 다른 몰에서 가방과 신발은 구입하기로 하고
이제 이케아로...저는 머리속 리스트에 있는 필요한 물건을 산다고 샀는데 신랑은 제가 그저 둘러보다가 계획에도 없는 물건을 사면서 시간 보낸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겨우 한 시간, 필요한 파트에 가서 후다닥 물건만 들고 왔습니다. 물건들 비교? 절대 안했습니다. 이케아 그 많은 사람들 앞, 그리고 시엄니 앞에서 폭발했습니다.(생각하니 또 열받네요..)
제가 절대 잘못한 일은 없었기에 신랑의 화해 시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데 이 이쁜 사랑의 결실 아들내미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대로 중간역할을 제대로 하더군요..그래서 어쩔 수 없이 1시간만에 휴전했습니다.(실은 감정이 격해져서 저도 말실수 좀 했습니다. 신랑이 오버스피드 하지 말랍니다. 인정합니다) 이제 아들 보는 앞에서는 싸우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_-
그러나 저는 뒤끝많은 O형. 아직까지 분이 안 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이 세상 신랑님들, "본인 어머님 생각하는 반만큼이라도 마누라 생각 좀 해보세요. 그러면 부부싸움 반으로 줄어듭니다."
급휴전 후 필요한 물건을 사고 12시 넘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국보다 좋은 두바이 서비스 발견했습니다. 12시가 넘어도 물건 배달을 해준다는...와우~~정말 놀랐습니다.
거의 10시간 쇼핑으로 시어머니, 아들, 딸 다 뻗어버리고, 신랑도 고대로 누워잘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짐정리를 하고 있네요. 그래서 저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옆에서 조립해주는 물건들 제자리로 갖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못 버티고 침대행..
그리고 오늘 . 아침에 일어나보니 풀어놓은 쇼핑짐들이 싹 정리가 되어 있네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가 잘못한 건 알고 있나보네.'
밤새 일했나봅니다. 출근시간 30분 남겨놓고 일어나 후다닥 준비를 하더군요. 저도 후다닥 스프 끓였습니다. 먹고 가라고...
근데 먹을 시간 없다네요. 조용히 바나나 까서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오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이제 두바이 왔으니깐 신랑한테 잘하라고. 저 대꾸해주었습니다. 나만큼만 하라고.
요렇게 일주일이 후딱 지났습니다.
애들도 건강하게 시차적응 마쳐주었고, 저희 시어머니 지금 시차적응 중이고, 저는 아직 긴장하고 있는지 정신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번 들어눕겠죠?(한국에서 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아프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엄마가 아프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제 건강을 걱정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수만큼 아프지말고 잘 버텨주면 좋겠네요..^^)
이상 주저리주저리 두바이 입성 일주일 생활상이었습니다.
첫댓글 드뎌 입성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저도 간절히 그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범상치 않아요. 저의 미래를 보는 듯한....
어서 오시길 바랍니다...^^
입성후 완전 초고속 짐정리하셨네요. 그나 저나 박스가 240개가 넘으면 박스 안뜯고 있어도 어디선가 박스테이프 뜯는 환청 소리 들리던데 ㅋㅋㅋ 거의 저희수준으로 짐을 보내오셨군요^^ 가족이 한데 뭉치셨으니 더 즐겁게 두바이생활 하시길 바래요 ~
'즐겁게'라..ㅋㅋ 어제 또 3차전했습니다..아마 근 한달동안은 쌈박질하고 살 거 같네요..
ㅋㅋ 쌈박질 ㅋㅋㅋ 두분 미운정 제대로 박히시겠어요. 고운정보다 더 무섭다는 ^^ 적응과도기땐 그렇게들 쌈질 많이 합니다 ^^
어쩜 글을 이리 상세히 잘 쓰는지요? 읽는 되도 한참 걸리는 장문의 글입니다. 아직 젊어서 남편이랑 토닥 거리는 군요. 세월이 지나면 적당히 포기가 되는데... 아직 신혼인가 봅니다 애기 데리고 힘드시겠지만 적응 잘하길 바래요.
이미 권태기도 겪은 결혼생활이지만 두바이에 오니 다시 신혼때로 되돌아간듯해요..여기서의 '신혼'이란 달콤한 허니문이 아닌 서로 기싸움하는 시기..-_-
입성 날짜와 이삿짐 도착 날짜를 절묘하게 잘 조절하셨군요.
보통 1-2달 정도 소꿉 장난하면서 지낸다고 하던데...
Deira 쪽에 사시나봐요?
이삿짐 도착 날짜 맞춰서 한국에서 출발했어요..아마 짐이 먼저 도착해서 2-3일 기다렸을 거예요..덕분에 5주동안 본의아니게 시집살이를 했다죠? ㅋㅋ
사는 곳은 다운타운쪽인데...신랑이 혼자 살 때 알구레아쪽에 살아서 데이라시티 까르푸를 자주 갔어요..그래서 지금도 까르푸를 주로 데리고 가네요..
저도 한달넘게 난민생활하다가 목요일에 짐들어 온다고 전화왔어요. 근데 일하는분들께 팁줘야나요? 얼마나? 짐은 두바이에 10일날 내렸는데 거기서 아부다비까지 왜 일주일이 넘게 걸리는지 한번 또 뚜껑 열렸습니다. 남편말대로 아부다비랑 저랑 궁합이 안맞는지 ㅜㅜ
저희는 6명 정도 왔는데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게 일 잘 해주어서 마지막에 갈 때 팁 좀 줬어요..
입성 추카추카해요. 저도 엠몰에 아이용품 사러 들어서자마자 1초도 안되서 울신랑 "애기도 있으니까 대충 보고 딱 필요한것만 사자" 라는 말에 맘상하고, 한국서 남 공짜로 주고온거 더비싼 가격으로 살려니 또 맘상하고 지난주말엔 그랬네요. 둘째아이가 아직 적응중이라 계속 내몸도 힘들고,,,,,, 그럭저럭 살아지겠죠. 힘냅시두아~~!!
신랑들 버리고 우리끼리 쇼핑가서 우리 스탈대로 구경도 하고 쇼핑도 사고 그래요..어서어서~~
저역시 두바이 온지 이틀째...영어가 안되니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닙니다...우찌 말만 되어도 버틸만 하겠건만 ...ㅋㅋ
저희 신랑은 영어 안 되는 저보고 집안 집기 고장난 거 다 고치랍니다...-_- 오늘은 온수기 해결했습니다..인도아저씨 저보다 영어 더 못하던데요...
영어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우리에게는 바디랭귀지가 있는데요..머..ㅋㅋ
보나사기님~ 말이 안 되어도 우찌우찌 지내게 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와용~~나름 재밌습니다.ㅋㅋ
와~ 두바이 입성 일주일 있었던 일을 하나도 안잊고 다 적어내시다니 기억력과 문장력에 감탄했어요. 나름 빠르게 잘 적응하기 시작하신 것 같은데요? 시어머님도 계시고 피곤하기도 하고 큰 변화의 시기라 더더욱 남편과 부딪힐 일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떨어져 살면서 그리워했던 생각하고 조금씩만 한 템포 늦춰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결혼한지 15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자주 싸운답니다.^^; 암튼 어여 혼자 자유로이 두바이생활의 매력을 만끽하실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요.^^
안 그래도 두바이 오니깐 맘에 여유가 생겼나봐요..한국에서는 제가 잘못해놓고서도 절대 미안하다는 말 안 하는데..
어제는 3차전 붙었다가 12시 넘어서까지 신발장 조립한다고 망치질 하는 모습보고 짠해져서 아침에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었답니다. 결혼 5년만에 첨 있는 일입니다...ㅋㅋ
ㅋㅋ 저는 시엄니로부터 탈출해요~
애데리고 짐푸는일 한달 남았는데 벌써부터 갑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