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4월 6일( 저녁 7시 30분 백제음악 ‘수제천’을 들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올해 정기공연으로
가곡 ‘태평가’, ‘영산회상’, ‘해령(解令)’과 함께 <정악사색(正樂四色)>을 선보인 것입니다.
특이 이 가운데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수제천(壽齊天)’이었는데
이 음악은 서양 악기의 박자를 측정하는
메트로놈이란 기계로도 측정하기조차 힘들어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다는 음악이지요.
▲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수제천’ 연주(국립국악원 제공)
‘수제천(壽齊天)’은 ‘빗가락정읍’이라고도 부르는 백제 노래 ‘정읍사’인데
조선 중기 이후 노래는 없어지고 관악 합주 형태로 남아 있는 음악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수제천’을 듣는 내내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주선율 피리 소리였습니다.
그 작은 악기들에서 들려오는 ‘앵앵앵’하는 소리는 예악당을 꽉 메우고 남는 것은 물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잔향이 오래도록 남았지요.
모든 국악에 반주악기로 쓰이는 장구는 단 한 대로도
‘수제천’에서 전혀 위축됨이 없이 담백한 소리를 내 강력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느려터진 음악에도 아무도 긴장을 늦추는 청중은 없었지요.
다만, 음악의 끝을 알리는 집박 소리에 깜짝 놀랄 뿐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느린 음악이 있을까? 하지만,
이 ‘수제천’을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했을 때
이 음악을 처음 들은 프랑스 청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빠른 것에 익숙한 그리고 호흡이 짧은 이 시대 조급하게 사는 우리에게
‘수제천’이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