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약 2015 새내기 약사교실
"죽겠다며 수면제 20알을 요구했죠. 초짜시절 당황해 움직이지도 못했어요. 약국장님이 조제실에서 나와 약을 건네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죠. 환자가 돌아가고 물으니 비타민 20알이었어요. 상상도 못한 일이 쉬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곳, 여러분이 일할 약국입니다. "
30여명의 초보 약사들이 선배 약사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귀울인다.
토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막 약사로서의 출발선에 선 새내기 약사들과 선배 약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약사로서의 삶, 국내 약업 시장 현황을 터 놓고 이야기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회장·이하 건약)는 28일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건약과 함께하는 2015 새내기 약사교실'을 개최했다.
약국과 공단, 병원, 제약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선배 약사들이 나서 후배들의 고민도 듣고 각자 직능에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보람을 털어놓았다. 후배들에게 들려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개국한지 17년이 다 됐다는 황해평 약사는 초보 근무약사 시절부터 약국장이 된 지금까지 어려움웠던 일은 물론 약사로서 보람을 느꼈던 일화도 소개했다.
황 약사는 의약분업 전 처음 근무약사로 취업했을 때 한 아주머니가 약국에서 수면제를 요구했던 사건을 이야기하며 그때 약국장의 대처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황 약사는 "약국장님이 수면제 대신 환자 몰래 비타민을 건넨 이유에 대해 약사가 거부하면 오히려 다른 것을 찾아 안좋은 선택을 했을 수 있단 판단에서 그랬단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약국에서 시민들을 만나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후배들이 그 부분을 미리 인식하고 현장에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약사는 또 약국에서 의료보호 대상자나 차상위계층 등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가끔 의료보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 중 처리가 안돼 돈 때문에 약 복용을 망설이는 환자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그럴때 시간은 걸리더라도 여러 과정을 걸쳐 처리를 해드리면 큰절이라도 할 듯 감사해하며 돌이가시는데 그럴때 약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의과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임주희 약사는 자신이 연구원으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약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개척해가라고 조언했다.
임 약사는 약사 출신으로 의약 관련 연구직에 종사하는 데 대한 장점도 소개했다. 관련 분야 전공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학 특성상 다른 분야들과 조화를 이루며 연구하기에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임 약사는 "현재 퇴행성 뇌질환, 파킨슨병에 대해 연구 중인데 의대, 생물학 전공 그 둘 사이에서 임상지식과 분자생물학적 지식을 조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후배들이 다양한 진로를 생각하며 준비했으면 한다"고 했다.
20여 년간 개국약사로 일하다 현재 약학정보원 약학정보팀장직을 맡고 있는 유경숙 약사도 약사로서 생소한 분야에서 일하며 겪는 보람과 장점을 설명했다.
유 약사는 "초보 약사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약학정보원에서 의약품정보 등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의약품 최신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약사로서 갖는 가장 큰 보람이자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정책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변진옥 약사도 공직약사로 일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새내기 약사들이 공직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변 약사는 약대를 졸업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약사 자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약사란 이름으로 어떤 직업을 갖던 가져야 할 책임의 무게는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약사는 "약사로서 어떤 곳에서 일하던 일반 전공자들과 약대 전공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그것이 부담일 수도 있지만 자존감과 자긍심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약대를 막 졸업하고 약국에 취업한 동기들보다 공직에 취업할 경우 초기 월급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조직에 들어와 그만큼 연차가 쌓이고 자신만의 경력이 축적돼 가는 것은 큰 메리트이자 뿌듯한 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194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