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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가 만난 사람] 지휘봉 잡은 장한나의 변신 KBS 뉴스 중에서 | |
<앵커 멘트>
첼리스트 장한나 양 아시죠? 첼리스트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외에, 요즘 지휘자로 데뷔한 것도 아세요? 머리도 싹둑 자르고, 옷도 더 카리스마가 느껴지게 입었던데요, 그 열정이 어디 가겠습니까? 스물 다섯 살의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 양을 양영은 앵커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첼리스트가 아닌 지휘자로 경기도 성남에서 제주에 이어 서울 마지막 공연이 있던 날... 장한나 양은 대기실에서 어머니와 몇몇 스태프들과 무대 입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하면 집중이 잘 안 되는지 촬영은 해도 말은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데서 당찬 직업정신이 느껴집니다. "말씀만 안 시키면 돼요." 시간이 없어서 어머니가 집에서 잘랐다는 단발머리, 여성성을 나타내려고 일부러 골랐다는 빨간 티셔츠에 긴 재킷,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연주에 들어가기 앞서 해설을 직접했는데 청산유수 같죠? 거장 베토벤의 교향곡이 스물 다섯 살, 동양 여자의 감각으로 재해석되는 순간, 관객들은 눈을 감고 숨을 죽입니다.
<인터뷰> 어른 관객 : "아이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곁들어 더욱 좋았다." <인터뷰> 아이 관객 : "누나 이마에 땀이 비오듯이 흐르더라..."
지난 달 말 내한한 뒤 전국 순회 공연과 인터뷰, 화보 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에게 이번에 첼로 대신 지휘봉을 잡은 이유부터 물었는데요.
<인터뷰> 장한나(첼리스트,지휘자) :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정의 풍요로움 느낄 기회가 없으니 음악을 통해 느끼게 해주고 싶어 시작했다." 지휘자 데뷔를 위해 대학 입학 즈음인 4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는데요, 지휘관도 벌써 뚜렷했습니다.
<인터뷰> 장한나(첼리스트,지휘자) : "저는 지휘자는 리더보다 도우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죠. 첼로는 몸의 일부라면 지휘는 마음을 빌리는 거예요." 말 참 잘 하죠? 장한나는 매일 하루 네 시간 이상의 첼로 연습과 서너 시간의 지휘 연습 와중에도, 매달 다섯 권 이상의 책을 읽는데요. 말을 잘 하는데는 바로 꾸준한 독서의 힘이 있었습니다.
<인터뷰>장한나(첼리스트,지휘자) : "저는 일편단심 톨스토이 좋아해요. 책 읽으면서 참 많이 배워요. 특히 순수문학을 많이 읽어서 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베토벤 교향곡 지휘를 위해 읽은 책만 서른 권이 넘는다는데요, 한나 양은 현재 미국 명문 하버드대 철학과에 재학중입니다.
<인터뷰>장한나(첼리스트,지휘자) : "하버드대는 공부 안 하면 성적 안 나오니까 할 건 다해요. 연습, 강의, 연습, 저녁, 공부, 숙제 새벽 2시 자고 7시 기상..." 음악은 이해가 불가능하고 다만 느껴야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한나... 그래서 그런지 연주할 때 마치 고뇌하는 듯한 표정이 인상적인데요, 지휘할 때도 여전합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물었습니다.
<인터뷰>장한나(첼리스트,지휘자) : "글쎄요...음악적인 영감?" 한나 양 뒤에는 항상 어머니가 그림자처럼 함께 다니는데요, 외동딸이 외로울까봐 친구하라고 여섯 살 때 첼로를 사준 것도 어머니입니다. 딸이 잠 자리에 들기 전에 항상 음악을 들려주는 등 그녀의 뒤에는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녀에서 숙녀로 가는 길목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명 교향곡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고 있는 장한나 양... 그녀의 야무진 당당함이 초여름 바람처럼 기분좋게 느껴졌습니다. | |
[문화] 양영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