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에나 그 집 고유한 김치맛이 있다. 한데 그 말이 우리 집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천하일미였다가 어떤 때는 전혀 다른 김치 맛이니까.... 문제는 우리 어머니의 담백한 서울김치맛이나 솜씨 좋은 장모님의 같은 풍의 김치맛을 전수받지 못한 집사람의 "줏대없는 김치맛" 때문이다.
평생 입맛을 결정짓는다는 초등학교 5-6 학년을 부산(정확히는 양산)에서 보낼 때 육이오의 피난 생활에 쉽게 얻어 먹을 수 있는 것이 경상도식 멸치젓의 짠 김치에 그만 너무 매료되어 경상도식 짠 김치맛에 세뇌되어버렸다
대학시절 4년간 부산에서 살았으니 역시 경상도식 짠 멸치젓갈 김치에 계속 맛들여져 결혼 후, 우리집 사람이 "김치제조권" 을 인수받은 뒤에는 내가 옆에서 "맛있는 경상도식 김치" 를 주문한 것이 우리집 사람 김치맛을 결과적으로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결과가 되었나보다.
나는 그 죄로 평생동안 "우리집사람의 맛있는 김치" 와는 인연이 멀게 살게 된 "팔자" 로 굳어진 것 같고 ..... 결국 내가 "경상도식 기술지도(?)" 를 얼치기로 해서 우리집 사람 솜씨를 망쳐버린 결과라는 생각을 최근 굳히고 나니 자업자득이라고 마음이 편하다
우리 집 김치 맛이 "별로" 라는 "비밀" 이 공공연히 유포되자 맨처음 우리 형수님이 기회있을 때마다 김치나 깍두기를 "땅에 묻은 김장김치"라는 이유로 퍼주면 한동안은 우리 집에서 쌀 소비량이 늘어난다. 김치를 좋아하는 우리집에서는 흰 쌀밥에 김장김치 한가지로도 밥을 두 그릇 쯤 비우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내 여동생도 "김치를 너무 많이 담아서 남으니까..." 내 처제는 "김장김치 담그는데 형부생각이 나서 더 담갔지..." 라며 홍대 앞에 나가 사는 우리 첫째와 세째 몫까지 한 통씩 담가준다.
실제 이유는 맛있는 김치 못 먹고 사는 우리집 식구들에게 김치맛을 보여주고 싶어서이겠지만 우리집 사람 자존심을 생각해서 나름대로 다른 이유를 찾는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이것이 비밀도 아닌 공인사항이 되어버리자 내 친구들 부인들이나 우리집사람의 친구들도 툭하면 터놓고 몇 포기씩 주는가 하면 김장김치를 사돈댁에서 공급받는 장풍길네 집에서는 사돈댁에서 김치를 받으면 우리 몫으로 처음부터 한 몫 떼어 마리나가 가져온다
그러니 우리집에서는 일찍부터 농협김치등으로 김장을 대신하게 되었고 우리집에서 밥을 먹게 되는 사람들은 맛있는 김장김치를 먹고 김치맛을 칭찬해봤자 그것은 집사람에게 가는 칭찬은 되지 못한다. 그게 어느집 김치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 주말에만 집에 오는 첫째와 셋째도 집에서 김치를 먹을 때는 이건 "어디 김치야 ?" 하고 자연스럽게 묻는다
이러한 우리집사람이 최근 김치메뉴를 개발했다 총각김치와 달랑무우로 만든 깍두기 두가지 이지만 결국은 달랑무우김치 한가지인 셈이다 김치맛이야 어떻던 시어져도 물렁거리지 않고 딱딱하게 아작거리는 씹는 맛 만큼은 인정해야 하는데 우리집 사람은 이점에 착안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것을 먹을 때면 천하일미라도 되는 듯 "엄마김치 맛은 최고" 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모이는 주말이면 가끔 우리집사람은 달랑무우 몇단을 사놓고 아이들과 함께 그것을 다듬으며 마치 명절 상차림하듯 김치담기 행사를 벌리는데 마지막으로 자기가 버므릴 때의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이란 병아리떼를 거느린 암닭과 같이 늠늠해 보인다.
그 정도 솜씨를 가지고도 아이들에게 찬사를 들어가며 자랑스럽게 뽐내는 우리집 사람이 가끔은 신기하게 생각되며 고객의 질이 좋은 건지 집사람의 상술이 좋은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우리집 사람은 김치솜씨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기색없이 솜씨없음을 숨기지 않으며 김치를 주면 아주 고마워하며 받아온다 이러니 가까운 사람은 김치를 쉽게, 잘 주고 .....
나는 이런 것을 보며 여자들이란 김치 몇포기로도 잔정을 표현하고, 나누며 사는 것이 남자들 보다는 윤기있는 인간관계를 맺으며 산다고 생각한다.
유영수님도 가까운 사람들과 김치거래를 잘하는 모양이지요 ? 김치 한 포기에 정을 나누며 인생의 풍성하게 .... 천규, 수탉의 역할도 아주 찬밥만은 아니야, 여러집의 김치맛을 변화있게 즐길 수 있는 맛도 있으니 .... 그런데 암탉의 기세가 늙으면서 너무 세질까 겁나기도 하다네 이건 일급비밀이지만 ....
첫댓글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친구나 친정엄마가 전해준김치를 받을때면 마음이 부자이거든요? 꼭 제이야기하는것같아 많이 웃었구요? 글 잘봤습니다.
"주말이면 가끔... 달랑무 몇단...아이들과 함께 다듬으며 마지막 버므릴 때... 병아리 떼 거느린 암탉같이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이라고? 결국은 그런 암닭(실례)을 거느린 수닭은 얼마나 자랑스러울고!
유영수님도 가까운 사람들과 김치거래를 잘하는 모양이지요 ? 김치 한 포기에 정을 나누며 인생의 풍성하게 .... 천규, 수탉의 역할도 아주 찬밥만은 아니야, 여러집의 김치맛을 변화있게 즐길 수 있는 맛도 있으니 .... 그런데 암탉의 기세가 늙으면서 너무 세질까 겁나기도 하다네 이건 일급비밀이지만 ....
김치이야기를 하니 말인데 우리집의 김치도 총천연색(?)이라네,어린시절에 얼음이 버걱버걱 하는 김치독에서 꺼내 먹던 약념을 하지않고 무우를 잎새 채 담근 진잎 김치라고 하는 김치에 대한 맛의 향수가 그리울때가 많다네.
김치솜씨 엉망인 앵두엄마는 무슨말로도 할 말을 잃어버렸읍니다. 그런데 다른요리는 어느정도는 수준선상에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립니다 윤영상씨도 인정하는 청국장찌게와 등등..그런데 김치는 너무 어려워서......그 오묘한 맛과 같이,
김치에 얽힌 에피소드 재미있게 읽었네. 김치 맛보다 호영이 가정의 화목한 단란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것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 젔어. 딸들이 "엄마 김치 맛 최고"라면 최고인줄 알도록 .....
달랑무김치...말만들어도 향토내음이 짙게 풍기는군.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토속음식인데 새로이 업그레이드하여 개발하였다니 존경스럽군. 함 시식하러 가야지. 그리고 외유기간이 좀 길어져서 이제야 귀국댓글 올리네.
박금환 드디어 귀국하였군 그동안 건강했나 ? 여행의 재미도 ? 여러가지로 궁금하이, 일간 한번 만나세
누시아 자매님의 청국장 끓이는 솜씨는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지요. 내가 먹어 본중 제일 맛이 있었던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