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창 예비역 대장은 육사18기 출신으로 전후방 각지에서 32년동안 보병 28연대장, 9사단장, 6군단장, 합참정책실장, 합참전략기획국장, 합참 제1차장을 거쳐 1992년~1994년까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겸 지상구성군 사령관을 역임한후 예편하였다.
소령시절 미해군대학에 유학한바 있는 김장군은 예편후 미국으로 건너가 학업에 전념,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후 귀국, 1999~2001년까지 국방개혁추진위원장으로 국방개혁을 주도하는등 문무, 지덕을 겸비한 군사전략가로 정평이 나있다. 지금도 한미안보포럼 회장을 맡아 국가안보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선후배는 물론 군내외로 부터 신망이 높은 군원로이다.
업코리아는 지난 4일 김재창 장군을 만나 최근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와 관련해 전문가 견해를 듣기위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에는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이 참여했다.<편집주>
문)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반대하고 있는데,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이 시기가 아니다. 한미동맹이 결성된 것이 53년 휴전 직후이다. 혹독한 전쟁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언제 분단을 풀어갈지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휴전을 하자고 하니 그 분단상황 자체가 엄청난 위협이다. 앞으로 제2의 6.25를 예상할 때 어떻게 그 위협을 그대로 두고 휴전할 수 있느냐. 사실 당시로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 한미동맹을 얻어냈다고 생각한다. 동맹의 목적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막는것이다. 그 후 60년이 지났지만 지금 상황이 그 때의 군사적 위협과 비교할 때 오히려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황이다.
문) 지금의 군사적 위협을 군인들은 최고조에 달해있다고 하는 이유는 뭔가?
북한의 군사위협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탑클래스에 와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이 탑레벨이라는 것이 아니고, 군사적 위협이 탑레벨에 올라가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외부 지원세력은 많이 약화되었다. 왜냐하면 소련이라는 국가가 동맹의 형태는 남아있지만 과거 냉전시대와는 국가적 이해관계가 달라졌다. 중국이 자세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북한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단지 방어동맹이며, 북한이 전쟁을 도발했을 경우에 도와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대외적 여건은 줄어들었지만 군사능력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군사력 증강에 국가적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지만 북한은 줄곧 군사능력 배양에 국가경영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50년간 국가를 끌어왔다. 다시 말해 군사력 중심의 국가운영을 50년 동안 한번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북한이 만들어놓은 재래식 무기가 엄청난 물량이며 질도 상당히 높다. 우리와 비교하여 어떤 것은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어떤 것은 북한이 압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특전능력은 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북한의 포병능력은 소련 전술을 답습하다보니 양으로 엄청나다.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러한 결점을 물량공세로 상쇄시키고 있다. 즉, 정밀 타격 능력은 떨어지지만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능력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전차로 대표되는 기동력 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있다. 소련이 독일에 대항하던 당시의 전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더욱 확대시킨 형태이다. 북한의 재래식 전투력은 정말 엄청난 규모다. 이중 상당수를 휴전선에 전진 배치해놓은 상태다. 이것은 매우 큰 위협이다.
두번째로 북한이 거짓말하는 것이 위협이다. 6.25 일으키고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고, 간첩 보내놓고 아니라고 발빼고. 잠수함 집어넣고 아니라고 우기는 것 등이 그러한 예다. 동양권 군사독트린의 많은 부분이 ´손자병법´에서 나온다. 손자병법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전략은 적을 기만시키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적에 대해서는 어떠한 거짓말을 하더라도 정당화된다.
북한은 지금 우리에게 ´민족끼리´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거짓말로 일관해왔다. 이것은 적으로 우리를 다루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거짓말 하는 것 자체가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정말 우리를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6.25와 공비 침투에 대해 사과하고 남측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와 같은 태도는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공비를 30명이나 보내놓고 그렇게 거짓말하면 된다. 그래서 핵이 위협이고, 미사일도 위협이다.
이것을 위협이 아니라고 하는 논리가 무엇인가? 만일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라면 남측 최고 국군통수권자가 요청하는 내용을 들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어야 한다.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하면 이를 따라야 하고,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우리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의 요청을 북한이 수용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거듭된 핵개발 중단과 미사일 발사 포기 요청을 묵살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이 우리 안보에 위협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런 위협을 그대로 두고 한미연합사 해체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면 우리가 사태를 주도하고 장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노대통령이 한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한 논리는 매우 잘못되었다. 한미연합사 규정 자체에 외부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에 작동되는 것이 한미동맹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분명하게 방어동맹이며, 히틀러-무쏠리니의 군사동맹과는 전혀 다르다. 연합사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전쟁을 억지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전쟁을 억지하다 하다 도저히 안되면 침략자를 격퇴하도록 되어있다. 그 침략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다.
첫번째로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그것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가급적 전쟁을 막는 것이 바로 전쟁 억지력의 문제다.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되도록 군사력을 안 쓰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연합사에게 주어진 두 가지 임무다.
만약에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기회에 우리 군대를 이끌고 평양을 점령하고 통일을 이룩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연합사 체제는 매우 불리한 구조다. 과연 그러한 경우에 미국이 우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냐? 현재의 연합사 체제로는 불가능하다. 연합사는 그런 임무를 갖고 있지 않다. 방어가 주업무라는 것이다.
문) 현재의 연합사 체제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가능한가?
선제공격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그러한 기회나 권한은 없다. 흔히들 Pre-emptive Strike를 ´선제공격´으로 번역하는데 이는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여기에는 엄격한 전제조건이 따른다. 즉, 적의 전면적인 공격이 임박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리 방어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 ´선제공격´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먼저 주먹으로 때린다는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니다. 공격 징후가 객관적으로 명확히 임박해서 그와 같은 공격상황을 군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적용되는 것이 바로 ´선제공격´이다. 그것을 핑계 삼아 평양까지 쳐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선제공격´을 미국이 우리 몰래 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선제공격´에 대한 지시가 한미 연합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양국 합참의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양국 합참의장은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렇게 무능합니까? 이는 처음부터 매우 잘못된 이야기다. 연합사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공동으로 행사한다. 거의 매년 양국 정상 및 장관들이 모여서 정기적으로 전쟁 방침에 대해 협의한다. 그리고 그 밑에서 합참의장들이 모여서 전략지침에 대해 협의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쟁을 사전에 억지하거나 부득불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국가를 수호하는 것 이외의 임무가 주어져 이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연합사 해체의 명분이 제공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통령에게 그런 명분이 있는가? 그리고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군대를 끌고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그것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비정치적으로 상황을 안정시키고, 희망컨대 북한이 무력노선을 포기한 다음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 현정부는 왜 한미연합사를 해체해도 문제가 없다고 볼까요?
참여정부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연합사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지금은 휴전체제다. 휴전체제도 일종의 평화체제다. 전쟁체제가 결코 아니다. 새로 만들려고 하는 평화체제가 어떤 체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체제 하에 지금 120만 북한군과 60만 한국군이 그대로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 평화체제 속에 우리가 북한군의 움직임을 늘 볼 수 있는 체제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더욱 더 궁금한 것은 평화체제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체제고, 남북한 정상이 남북 분단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여러 차례 확인했고, 다짐했다.
즉, 무력에 의한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위협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어느 한쪽이 강요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강압적 설득도 안 된다. 서로가 계속 토의하면서 이제 군비증강 그만두고 선거를 통해 결정하자고 하던지, 상호간의 체제를 서로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평화적인 해결을 얻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시간과 과정 속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무력으로 공격을 했을 때에 한쪽이 자빠져버리면 안된다. 즉, 서로가 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적으로 가자. 이렇게 결의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전쟁 억제가 선결조건이 된다. 그런데 전쟁 억제 장치부터 없애야 그런 체제가 된다는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에 대해 120만 병력 없애라고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평화적으로 가겠다고 했으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서로가 자발적으로 각각 10만씩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경제건설 쪽으로 활용하자고 결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 평화체제다. 그런데 전쟁 억제 장치부터 없애자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문) 한국군으로만 전쟁 억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꼭 미군이 있어야만 전쟁을 억지하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축구는 4강까지 갔는데 너희 군인들은 그동안 도대체 뭘 한거냐? 그 동안 전쟁 억지할 힘도 못 키웠느냐고 이렇게 덮어씌우니까 참으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한반도처럼 짧은 종심(depth)을 가진 지형에서는 선제공격한 쪽이 항상 유리하다. 기습의 효과가 기존 전력의 3배를 넘는다는 것이 군사학자들의 정설이다. 다시 말해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지금의 전투능력 3배의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6.25 전쟁 당시를 상기시켜보라. 당시 한국군에 장갑차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결의에 차있었다. 대부분이 중대 혹은 대대급 훈련 밖에는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 전투력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기습을 당했던 곳은 당일 아침에 다 넘어가버렸다. 기습이라는 것이 이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태에서 미군이라는 요소를 빼내고 남한과 북한만 남으면 양쪽이 다 기습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모두가 현재의 군사력의 3배 수준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것은 군비확장 경쟁에 불을 지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서로가 매사를 다 그만두고 군비확장 경쟁에만 몰두하게 되어있다. 미국이 빠지면 북한도 불안해진다. 남한이 선제공격할까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남한도 불안해진다. 북한이 선제공격할까봐. 결국 미군이 빠지면 남북 모두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양측이 모두 군비를 증강할 수 밖에 없다.
상대보다 3배의 전투력을 가져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에 남북한간에는 피할 수 없게 군비경쟁을 해야만 한다. 6.25 당시 병력규모가 남북한 공히 40만 수준이었던 것에서 지금은 북한이 120만, 그리고 남한이 60만 규모로 증가되었다. 지난 50년간 병력규모가 많이 확대되었고, 무기도 상당히 현대화되었다. 이와같은 상황 속에서도 전쟁이 저지되었던 이유는 바로 미군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미군이 실제로 여기다 군대를 갖다놓은 것은 아니다. 빼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벌어지면 오겠다고 되어있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북한 입장에서 남한의 60만 병력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120만명으로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북한은 6.25를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에 남한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사실은 그만큼의 전투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거지로 강행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미군이 군대를 빼내고 남한 군대만 남겨두었다. 학자들은 이를 ´더블체크´라고 한다.
미군은 북한으로 하여금 공격을 못하도록 막았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감행하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어왔다. 거기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지휘기구를 갖고 있었다. 연합사 이전에는 미8군사령부, 그리고 한미연합사령부다. 이것은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장치다. 두 번째로, 미군은 가끔 한국군과의 합동 혹은 자신들만의 단독훈련을 한다. 이것이 바로 시위 효과다. 실제로 북한군이 공격해올 경우 즉각 이를 격퇴시킬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다. 세 번재로, 북한이 공격해올 경우에 대비한 실질적인 전력 증강을 해왔다. 즉, 실전 투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비 등은 미리 주한미군에 배치해놓고 있다. 그런 것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침을 못하도록 막았다.
그것 뿐 만이 아니다. 우리가 북쪽으로 쳐 올라가는 것도 막았다. 69년 1.21사태가 발생했을 때에 청와대가 실제로 북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군이 적절히 견제했다. 즉, 달랬다. 도끼 만행사건 때도 그러했다. 이것이 바로 더블체크 메커니즘이다. 즉, 북한이 남침하는 것을 견제하는 동시에 남한이 북한에 대해 보복공격하는 것도 견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이유가 있다. 6.25 당시에 미국과 영국이 각각 한국에 대해서 이해관계가 달랐다. 영국 학자들이 쓴 책에 의하면 ‘uncounterble alliance´라는 표현을 썼다. 즉 미국과 영국이 동맹은 동맹인데 목표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영국은 미국의 방침을 따라주어서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한 다음 그 덕분에 유럽에서 유사시 미국이 개입되도록 하기위한 안전장치 차원에서 한국전에 참전했다. 그래서 영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에스컬레이션을 가장 경계했다. 실제로 적절히 정보를 흘려가면서까지 이를 견제했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일본을 활용하여 소련의 팽창을 막으려고 했다. 러일전쟁 당시에도 미국이 은근히 일본을 지원하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나중에 일본이 팽창세력으로 등장하니까 전쟁에 개입된 것이다. 당시까지도 미국은 문호개방 정책을 부르짖고 있었다. 다시 말해 동북아 지역에서 특정세력이 절대지배자(dominant power)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미국의 목표였다. 이는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미국의 동북아정책의 기본 기조에 해당된다. 그런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여 미국이 개입되게 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버린다.
미국의 국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핵심이익(vital interest)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한반도를 표현할 때에 ’매우 중요하다‘(very important)로 한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감행하여 여기에서 제국주의 노선을 편다는 것은 바로 북한이 만들어낸 말이다. 조총련에서 번역해서 내놓은 것들을 보라. 국제정치학 기본서 몇 권만 읽어봐도 그것이 얼마나 허구에 찬 내용인지 금방 알 수 있는데 학생들이 편협적인 생각으로 그것을 그대로 믿어버린다.
아주 맹랑한 이야기도 있다. 한국군의 발전을 위해서도 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도 정부는 하고 있다. 즉, "이제는 그렇게 할 때가 되었다"는 표현을 쓴다. 조선왕조 500년의 군사정책이 명나라와의 ‘밴드웨곤(band-wagon, 대세편승)’ 정책을 해왔다. 지정학적 견지에서 볼 때 이웃은 모두 적이거나 잠재적인 적에 해당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국력에 있어서 비슷했지만 늘 경쟁관계였다. 오히려 영국이 독일을 지원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바로 지역정치다. 러시아와 독일이 가끔 협력을 하지만 대체로 대립관계일 때가 많았다. 시베리아 철도를 건설할 때에 자금을 프랑스로부터 조달했다. 지정학적 견지에서 볼 때 이웃은 협력의 대상이 아닌 견제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 이웃의 이웃은 항상 협력의 대상이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에 조선왕조의 가장 큰 위협은 명나라였다. 그런 명나라와 특수 관계(조공)를 맺고 나니까 조선왕조는 적이 소멸되었다. 그래서 조선왕조는 군대를 키울 이유가 없어졌다. 훗날 일본의 야쿠자들이 몰려와서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에 그것을 막을 군대조차 없었다. 그 때에 외부 위협이 살아있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그래서 미국 때문에 안보를 너무 편하게 가져간다. 그렇게 태평하게 있다가 진짜 위협이 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정도 위협이 있어야 국방태세가 갖추어진다는 논리가 일리가 있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허무맹랑하다.
문) 연합사를 해체해야 한국군이 스스로 강해진다는 논리는 일면 맞는것도 같은데,
그럴것 같지만 사살은 아니다.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와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조선과 명의 관계,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밴드웨곤(대세편승) 효과를 의미한다. 즉 강한 자에게 붙어서 실리를 취하자는 논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조선과 명의 관계는 지금의 한미관계와는 좀 다르다. 당시의 명은 조선왕조가 강성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대외관계는 항상 그러한 원칙을 견지해왔다. 다시 말해 중화(中華)의 변방으로 계속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동북아에서 파트너, 즉 동업자를 찾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을 동업자로 고려했으나, 배신을 당하자 장개석을 동업자로 생각했고, 장개석이 몰락하니까 허탈해서 일본을 다시 끌어들였고,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파트너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모범생으로 잘 자라왔다. 극동지역에 있어서의 미국의 최우선순위는 일본이다. 미국 사람들 일본에 대해 ‘존경’(respect) 수준의 호감을 갖고 있다. 비록 거기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에 한국은 정말로 잘 자란 파트너다. 미국은 한국이 동북아에서 강력한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갖기를 원해왔다. 자신이 통제하기가 버거워서 크는 것을 견제하는 그러한 관계가 아니다. 한미연합사가 있었기에 한국군이 이렇게 빨리 클 수 있었던 것이다.
문) 한미연합사가 한국군을 키웠다는 뜻인가요?
그렇다. 한미연합사에 대해 좀 더 말해보겠다. 우리가 연합사를 시작할 때인 78년까지는 미 8군이 한국군을 지휘했다. 미 8군이 지휘할 때에 군사령부 수준의 작전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한국군 지휘관 중에 아무도 없었다. 미 8군이 수립한 계획에 따라 한국군은 움직일 뿐이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동맹관계를 맺어 지휘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미군사령부가 지휘하는 방식이다. 걸프전이 그러했다. 두 번째는 한국의 경우처럼 연합군사령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측 부사령관 위에 미국 측 사령관이 있지만 한국 측 부사령관 밑에 미국 측 참모장이 있다. 내가 미군 장성에게 지시를 받을 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지만 미국 측 3성장군인 참모장 역시 내게 지시를 받을 때에 똑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촘촘하게 지휘계통을 얽혀 구성해놓은 것이 바로 한미연합사다. 그렇게 모든 것을 녹여서 20년간 운영되어왔다. 세 번째는 앞선 두 가지 방식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연락장교단’(battle staff) 방식이다. 즉, 미국 사령부가 지휘를 하지만 지휘를 받는 영국군이 영국군 장교단을 구성하여 연락장교단을 운영한다. 즉, 미군의 명령을 영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작업하는 기구를 하나 갖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 중에서 미군사령부가 지휘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혹 거기서 좀 더 진일보했다고 하더라도 ‘연락장교단’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한미연합사는 세계 유일하게 통합사령부를 만들었다. NATO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한미연합사의 50% 수준이며, 전투를 수행할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에 반해 한미연합사는 전투를 수행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국방장관과 장성들이 일치단결하여 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과 출신 배경이 각각 다른 이들이 이렇게 ‘한 목소리’를 냈던 적이 헌정사상 단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팩트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노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한미연합사 같은 통합지휘부 만들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걸프전 당시에도 이와 같은 지휘부를 구성할 수 없었다. 2차대전도 마찬가지였고, 코소보 사태 때의 다국적군도 그러했다. 2차대전 당시의 연합군도 미국과 영국 지휘부간 신경전과 갈등이 매우 심했다. 오죽하면 미군 장교들이 “다시는 유럽 장군들과 전쟁을 논하지 않겠다”고 했겠는가.
한국군의 유능한 장교들은 모두 한미연합사를 통해 성장한다. 군사학적 견지에서 볼 때에 연합사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MBA 과정을 밟기 위해 하바드大 보내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갖는다. 2년 동안 미군과 함께 붙어 앉아서 미군장교가 기안한 것을 한국군 장교가 검토하고 이를 다시 미군장교에게 결재 올리고, 반대로 한국군 장교가 기안한 것을 미군 장교가 검토하고 다시 한국군 장교에게 결재 올리고. 이것을 2년 동안 해봐라. 현재의 군사기술과 군사교리는 그야말로 매일매일 진화하고 있다. ‘공포와 충격’으로 알려진 미군의 전법은 그야말로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것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렇게 해서 개발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한미연합사에 도입된다. 그야말로 즉각 오고, 한국군은 번개처럼 이를 습득한다.
그래서 지금의 한미관계는 조-명 관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정신상태의 문제는 다소 해이해질 수 있다. 골프 치면서 느슨해지기도 하고. 그러나 그것은 리더쉽 및 기강 확립 차원에서 풀어야지 연합사 해체라는 방식으로 풀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부분만 잘 해결된다면 지구상에서 연합사 이상으로 좋은 지휘기구는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명분을 주었을 뿐 아니라 실리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면 한국군에 어떤영향이 올까요?
연합사를 해체하면 무엇보다 전쟁을 억지하는 능력이 현격하게 저하된다. 미군이 강하다는 것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무기가 다 최첨단이기 때문이 아니다. 보통 장비도 많이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톱클래스의 장비가 조금 있다. J스타나 스텔스 같은 첨단 전자장비 등이 그렇다. 이러한 것들은 한정된 수량을 갖고 있다. 이것을 얼마나 갖고 가느냐에 따라 전력의 레벨이 결정된다. 이러한 장비를 걸프전에 갖고 가면 그곳의 전력이 극대화되고, 한국으로 갖고 오면 주한미군의 전력이 극대화된다. 미군이 아무리 많이 나와 있어도 이러한 첨단 장비들이 빠져버리면 그냥 보통의 전력 밖에는 안 된다.
J스타는 표적을 잡는 첨단무기다. 목표물이 앞에 뜨면 작은 포인트까지 다 사정권에 잡히고, 그렇게 걸려들면 보이는 대로 다 때려버린다. 이를 놓고 "what can be seen can be hit, what can be hit can be destroyed"라고 한다. 표적을 정확히 포착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J스타가 어디로 배치되느냐에 따라 전력이 춤을 출 수 밖에 없다. 북한이 공격할 준비를 다 갖추었더라도 미군이 개입한다는 확실한 정황 증거가 있으면 절대로 공격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억지력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억지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가 있어야만 한다.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전쟁을 억지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적과 싸워서 반드시 이길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그것을 적이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으면 전쟁이 억지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오판을 하거나 오산을 하더라도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오산이나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끔 군사적 시위도 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전력으로는 안 되고 확실히 강한 전투력을 갖다놓아야 전쟁이 억지된다.
미군을 빼고 한국군만 남게 될 경우 북한 입장에서 “싸웠을 때 확실하게 패배한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기습을 감행하면 더더욱 “해볼만하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억지될 수 없다. 전쟁억지가 안 되는데 자꾸 된다고 우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참으로 답답하다. 전쟁을 억지하려면 반드시 상대에게 패배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깜짝 놀랄만한 말을 들었다. “연합사 해체한다고 내일 당장 망하는 것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축구 시합에 국가대표팀을 보낼 때에 물론,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패배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보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기면 좋고 져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큰일이다.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문제로 생사를 가르는 문제인데 그것을 스포츠와 똑같이 생각하면 곤란하다.
문) 미군만이 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될 것 같은데,,,
“미군이 있어야만 확실히 전쟁이 억지된다.” 이렇게 이야기하기가 지휘관으로서 매우 난감하다. “여러분과 내가 힘을 모아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이렇게 말해야 힘이 나는데. 한반도에서 미군이 떠나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이야기를 부하에게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부하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이것은 하급대대의 전술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내가 중대장이나 대대장이나 연대장 쯤 되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북한군이 쳐들어오면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우리가 이를 막아내고 이곳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렇게 이야기해야만 한다. 이것은 대대장이나 연대장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전략을 다루는 국방장관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장관은 그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략이라는 것은 적이 불리하게 싸우고 내 부하가 유리하게 싸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전략 단위의 지도자는 무모한 계산이나 주장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는 전략 단위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면 더더욱 안 된다. 대통령은 전쟁 억지력을 보강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에 비로소 일선 지휘관들이 나서야 한다.
전쟁을 할 때에 적이 워낙 강하면, 워낙 강한 적을 앞에서 정면으로 부딪히게 되면 적도 피해를 입지만 아군도 피해를 입는다. 내가 큰 피해를 입게 되면 이 전투에만 국한해서 보면 용감하게 싸워서 적에게 타격을 줬을지는 모르지만 전쟁에서는 질 수도 있다. 장수는 ‘작은 전투’에서는 패배하더라도 ´큰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 이것을 못하면 장수라고 할 수 없다. 강한 적이 오면 피실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격파해야 한다.
우리가 확실하게 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으면 적이 기습해오더라도 서울 북방에서 바로 막아버린다. 혹,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더라도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가 워낙 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을 빼버리고 나면 누가 전쟁 지침을 구상하던 간에 최전방 전투에 ‘올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올인’하다가 전선 자체가 붕괴될 경우에 전쟁 자체를 패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여건이 70년대와 다르다. 누가 앞으로 작전계획은 만들지 잘 모르지만 이러한 것들은 전략적 상식에 해당된다. 나의 전력이 우월할 때에 쓰는 전술과, 전력이 서로 고만고만할 때 쓰는 전술은 완전히 다르다.
문) 연합사를 해체하더라도 미군이 다 빠져나가는 것 아니다.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연합사를 해체하더라도 미군 지휘관들이 남아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기구가 연합 작전계획을 만드는 기구냐? 아니면 연락장교단이냐? 만일 그것이 연합사와 똑같이 작전계획을 만드는 기구라면 도대체 뭐하러 연합사를 없애냐? 이렇게 묻고 싶다. 그냥 연락장교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연합사 창설 이전인 20여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미군은 한국군 밑에서 싸우는 부대로는 절대로 운용되지는 않는다. 주력군의 지휘 하에서 싸우는 것이 연합군의 전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2차대전 당시 유럽의 경우 미국의 전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몽고메리 사령관도 미군의 지휘를 받았다. 앞으로 전쟁이 발발하여 미군이 강할 때 미군이 지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준비된 연합사가 있었는데 해체 이후 전쟁을 수행하려고 할 경우 그만큼 비효율성이 증가될 수 밖에 없다. 한국군이 절대 다수의 병력을 차지할 경우에는 미군이 와봐야 큰 의미가 없다. 그것 믿고 우리가 큰 소리 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방어 충분선의 규모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일반적으로는 상대의 3배 이상이여야 한다. 그것을 이룩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한다. 예전에 보병들만 싸우던 시절에 포병이 개입하고 전차가 투입되고 나니까 전투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대체 게임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차로 야단법석 하고 있는데 항공기가 개입하니까 제공권을 장악하여 상대가 안된다. 지금에 와서는 비록 제공권을 확보했다고 할지라도 우주공간을 장악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러시아가 왜 자존심이 없냐? 미국과 한번 붙어보자는 경쟁으로 처음 군비확장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중간에 항복해버린 것이다. 앞으로 가시적인 시점에 이와같은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스로 망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국제관계는 냉엄한 현실주의다.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조용히 타결되기 위해서는 좀 밉더라도 누구든 손을 잡아야 한다. 왜 젊은 애들 자존심 긁어서 문제를 거꾸로 푸는지 알 수 없다. 작통권 환수 문제는 자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다.
지금 네비게이션하는 기술은 모두 인공위성에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미국 시스템대로, 유럽은 유럽대로,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독자적으로 쏘아올려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쟁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우주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전격전이 초반에 성공을 거두다가 갈수록 패배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영국이 암호 해독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독일이 암호를 만들 때에 수백만분의 1 확률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는데 이것이 리얼타임으로 영국군에게 해독당했다. 따라서 독일 부대의 움직이는 길목에 대해 영국이 미리 알고 대응을 했다. 크레테섬에서 독일군이 대패를 기록한 것도 그래서다. 나중에 소련이 공격을 할 때도 영국이 암호를 다 해독하여 스탈린에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스탈린이 독일의 총공세를 견뎌내고 끝내 승리할 수 있었다. 이같이 2차대전 당시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노하우와 비교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주패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 평시에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군사 독트린에 따르면 누구든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게 되면 이미 미국이 총공세를 통해 초전에 박살내도록 되어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재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세력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안보는 결코 오기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은 한미연합사를 해체할 시기가 아니다.
문) 미국이 북한의 군대 이동 등에 대해 세세히 관찰하고 있는데,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그러한 군사정보의 공유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지금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요 군사정보를 거의 여과없이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 현재는 영어 해독능력이 뛰어난 한국군 장교가 다수 연합사에 배치되어 있어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이들과 중요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연합사가 해체되면 우선 작전 파트에서 미국과 같이하던 그런 파트는 없어질 것이며, 정보 파트는 분리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도 손해고, 우리도 손해다. 미국은 한국어 하는 사람들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양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미간 핵심정보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협의해왔지만 이제는 그러기 어렵다.
문) 한미연합사 해체 여부가 미군의 전쟁 자동개입과 어떤 관련이 있나?
미국이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전쟁 발발시 자동 개입하겠다고 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다. NATO에 미군이 가있지만 ‘전쟁 발발시 자동개입’이라는 규정이 없다. 미국의 법체계가 그렇게 되어있지가 않다. 다만 대통령에게 주어진 제한된 권한내 전쟁 권한으로 대통령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이냐는 ‘준비된 내용’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한국의 경우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이 당장 피해를 입게 되어있다. 그 자체가 즉각적인 개입 구실을 증가시켜 준다. 그리고 군사력을 사용할 때에는 승산이 있을 때만 사용한다. 릴레이를 연상해보라. 바톤을 받을 놈도 줄 놈도 모두 뛰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준비된 연합사령부를 두고 있느냐, 아니면 이제서야 비로소 연합군을 구성할 것이냐를 비교할 때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개입 가능성이 더 높게 조직된 곳, 그리고 여건이 조성된 곳에서 전쟁에 개입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사실상의 자동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언론에서 작계 5027에 나와있듯이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하도록 작전이 운용되는 것 자체가 전쟁 억지력을 발휘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것과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
이것은 ‘사실상의 자동개입’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막는 방어계획 중 하나가 바로 연합사 작계 5027이다. 그것을 하기 위해 대장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연합사가 해체되면 이와같은 작전계획 자체가 백지화된다. 그런 상황에서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군의 독자적 사령부와 미군 사령부가 병존하는 체제가 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작전협력본부’가 구성되어 현재 한미연합사의 역할을 거의 대체하게 된다고 정부는 말 하고 있다.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인가?
아마도 이렇게 될 것이다. 해군과 공군 위주의 미군 작전과 한국군 위주의 지상작전을 협조하는 기구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지상군 안에 보병과 포병과 기갑이 하이라이트이고, 그 다음에 항공기와 근접지원기가 들어간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해군은 해군대로 싸우고 공군은 공군대로 싸우는 방식은 점차 사라져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포병이 하던 역할을 지금은 항공기가 수행하고 있다. 공군과 육군의 역할이 분리되던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 비행기는 미국 비행기가 오면 한국 비행기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해군도 미군 이지스함 몇대 와버리면 마찬가지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미 해군과 공군에게 한국 지상군의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면 무기는 21세기 방식을 사용하면서 전략운용은 20세기 방식을 사용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그와같은 작전협조팀 구성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바로 전쟁억지력의 문제이며 이것이 결정적인 것이다. 6.25 당시의 계획은 40일 계획이었다. 실질적으로는 20일 계획이었고 나머지 20일은 여유였다. 북한은 6.25 이후 여러차례 편제를 바꾸었으며, 지금 편제는 ‘속도전’을 위해 짜여져있다. 북측 의도는 미군이 개입하기 전에 지상군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실제로 승산이 있냐 없냐와는 별개로 북한측이 ‘승산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전쟁억지력을 손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북한은 장사정포를 때려서 우리 항공기 못 뜨게 하고, 주요 항만을 파괴하여 미군 지원부대의 상륙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계산으로 움직일 것이다. 미군항모를 통해 공급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미군 주력부대가 상륙하여 작전을 펼치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막겠다는 것이 그들의 의도일 것이다. 그런 상황 하에서 ‘속도전’을 펼치면 승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북한 지도부는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쟁 억지가 안된다. 더욱이 미군의 핵심 무기들이 이란 등 다른 지역에 투입되어 있을 때에 북한은 기회를 노리게 될 것이다.
남북한의 국가목표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 지난 50년간 북한은 가능하면 군사력 증강 중심의 국가운영 방식을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김일성이 죽기 전에 그와같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으며,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는 확실한 증거도 있다. 그런데 왜 다시 과거로 회귀했을까? 김일성의 마지막 5개년 전력증강 사업이 시작된 것이 91년도다. 김정일이 계속 이야기해온 ‘유훈 통치´ 중 중요한 요소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랬냐 하면 남한이 시그널을 잘못 보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너희에게 보복공격을 가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혹시라도 오판할 경우 완전한 패배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함께 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랬다면 북한도 노선을 바꿨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남쪽에서 돌아가는 모양새는 둘 다 명확하지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한편으로는 체제 위협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남한내 ‘주적개념’ 변경 및 좌경화로 상황이 점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오판의 여지를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북한이 군사 모험주의 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낮은 연방제’를 운운하니 김정일 입장에서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 사회는 결속력도 약하거니와 군사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질 것처럼 보여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보이는 순간 전쟁은 억지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오판 못하도록 계속 시그널을 보내야만 전쟁이 억지된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만들고 미사일 도입하고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한 노하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란이 괜히 북한까지 와서 기술 배워가겠느냐? 북한이 지금까지 그러한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연방제가 될 것 같지 않다. 북한 체제를 저 상태로 그대로 놓아두고 연방제를 한다는 것에 대해 도저히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말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첫째, 북측이 전쟁을 촉발시키면 전혀 승산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남측은 북측에 대한 무력공격을 감행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런 시그널이 계속 들어갔더라면 북한측 노선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문)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며, 북한은 이 경우 장사정포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경고를 여러차례 한 바 있다. 또 핵무기를 한국을 향해 사용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핵무기와 장사정포 역시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억지력 차원에서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은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이야기해왔다. 만약에 북한이 남쪽 혹은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그에 대한 억지수단으로 핵무기를 가져왔다면 핵무기와 막대한 지상군을 동시에 보유할 필요가 없다. 둘 중 하나만 가지면 된다. 혹, 많은 군사력을 보유하더라도 이들 상당수를 전방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보장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그렇게 선제공격한 예가 없다. 아마도 쿠바와 필리핀 정도가 유일한 예일 것이다.
정말로 북한의 입장에서 미군 공격에 대한 억지가 군비증강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면 이는 주한미군 주둔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북한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미국이 초강대국인 단극체제다. 이는 과거 로마 시대의 단극체제와는 비교가 안된다. 단극체제의 특징이 몇가지 있다. 첫째, 현재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게는 직접적인 이익이 된다. 둘째, 이제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미국의 개입 없이 해결될 수 있는 분쟁은 단 하나도 없다. 셋째, 이렇게 하다보면 미국은 반드시 독주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맞서서 중소 강대국들은 미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따라서 미국 및 핵무기 보유가 허용된 5개국간의 국제질서를 둘러싼 타협이 향후 세계정세를 좌우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토대로 우리는 안보전략을 짜게 된다. 넷째, 싫든 좋든 미국의 가치관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내년이 다르고 후년이 다를 것이다. 이 속에서 미국은 스스로 독주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즉, 가급적 돈을 절약하면서도 유일 패권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끌고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맹이 필요하다. 즉,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가급적 미국의 개입 정도를 줄이려고 하게 된다. 6자회담이 아주 좋은 사례다. 즉, 각 지역별로 파트너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이 1차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며, 그러고도 정 안되면 미국이 개입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핵개발 현상이 가속화되는 쪽으로 불을 지피는 의미를 갖는다. 즉, 일본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패전국으로서 고개를 숙여왔지만 지금도 재무장의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다. 그런 일본이 핵무기를 갖겠다고 나서면 정말 큰 문제가 된다. 1930년도에 미국이 개입하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일본이 너무 강했다. 미국은 그것을 아주 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은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도 결코 용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와같은 상황 속에서도 북한이 계속해서 핵개발을 하면 아마도 미국과 중국이 힘을 합하여 북한을 손보게 될 것이다. 중국이 아직은 그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미국 역시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직접 응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 미국이 울고 싶은데 우리가 뺨 때렸다고들 하는 이야기도 있다. 왜 미국의 전략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는 것인가? 또한, 일각에서는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622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이것이 한미연합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지막으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과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국제질서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말을 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특정지역의 갈등이 전세계를 무대로 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고, 이것이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을 통한 집단안보체제를 태동시키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또한, 그와는 별도로 미국과 소련 중심의 양극체제가 수십년간 지속되면서 지역단위의 집단안보조약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한미동맹도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인 단극체제가 되고 난 이후부터 미국의 안보전략은 전면적인 수정을 겪게 된다. 즉,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보다 다양해졌음은 물론, 위협하는 방법 역시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이다. 즉, 보다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해 각 지역별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하여 그들과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잠재적인 위협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이를 동북아지역에 국한시켜서 이야기하면,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있어서는 한국군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미군이 보조적 역할을 하되, 동북아지역 국제질서에 있어서는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한국이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을 미국이 원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에 적지않은 병력규모가 묶여있다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한미연합사를 처음부터 해체하려고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동북아 지역에 있어서 ‘현상 유지’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 한국이 독자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기존 한미동맹 체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전략적 유연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이 울고 싶은데 한국이 뺨을 때려주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의 안보전략이 변화를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하나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정부가 미국의 변화된 안보전략에 대해 잘못 이해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안보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해서 풀어가기를 원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미국의 변화된 안보 전략에 대한 이해를 구하였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의 도입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이어졌다고 본다. 다시 말해 미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손을 내밀었는데 도리어 한국이 미국을 향해 역주행을 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변화된 안보 전략에 대해 확실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연합사 체제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했다. 미국 역시 분명 그러한 방향으로 한국이 나아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단계적으로 한국군의 역할을 확대해나가는 쪽을 선택했어야 마땅하며 한미간의 굳은 신뢰를 밑바탕에 깔고갔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한국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페이스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안보전략 위주로만 일을 진행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이끌어가는 국제질서가 자신들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펼치기에 대단히 불리한 구조로 짜여져있다는 것을 통감할 수 밖에 없다. 이와는 반대로 이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유리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구하는 지역질서 구축에 협조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한반도 유사시 방어 약속을 계속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겉으로 한미동맹을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한미간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아직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미국을 향해 역주행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한미관계는 상호간에 다소 감정이 개입된 상황이라고 본다.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 이외의 목적으로 한국 땅에 주둔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정부는 취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간 양안전쟁에 한국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과 불합리함을 느겼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협력 뿐아니라 ‘추구하는 가치´에 있어서도 그 방향성이 같아야 한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 속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운영된다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분명한 신뢰를 보냈어야 하며, 그러한 미국의 가치에 대해 확실한 존중을 했어야 했다.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과 한국군만으로 방어가 어려울 경우 주일미군과 미 본토 병력까지도 투입되어야 하는데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만큼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그러한 전개과정이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그러한 가치가 다른 지역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한국 역시 미국을 협력해야 마땅하다. 바로 그 점에서부터 한미동맹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본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우리에게 조금 손해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그것이 갖는 역사적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이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동맹관계의 기본이다. 오해하지 말라. 이는 미국이 취하는 행동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급적이면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해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해를 반영시키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궁극적인 결정은 우리가 내려야겠지만 동맹으로서의 신뢰를 깔고 판단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문)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우리의 국방예산이 엄청나게 증액된다고 하는데?
향후 중장기 국방예산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다보니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한국군 전력증강 및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만큼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더니 이를 두고 야당과 언론이 ‘세금 폭탄’으로 몰고가자 슬그머니 말을 바꾸어 이는 한미연합사 해체와 무관하게 원래부터 하려고 하던 것이었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한미연합사 해체와 상관없이 한국군의 현대화는 너무도 당연한 과제라는 사실이다. 애시당초 이를 한미연합사 해체와 결부시킨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600조 넘는 돈이 들어가더라도 한미연합사가 갖고있던 전쟁억지력은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다. 전직 장성들이 ‘한 목소리’로 한미연합사 해체를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미연합사의 존재 자체로 전쟁억지력이 확보되고, 그 체제 속에서 한국군의 현대화도 보다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데 왜 이와같은 보배를 ‘개한테 뭐 던지듯이’ 내팽개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그 공백을 메울 의도였다면 전 국민을 향해 ‘특단의 조치´를 간곡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즉, 예전에 방위세를 신설했듯이 보다 명확하고 가시적인 조치가 나와야만 한다. 나는 처음에 600조가 그런 목적을 위한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혀 그런 것이 아닌 군 현대화를 위한 정상적인 예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작전통제권을 회수하려고 했다는 이야기인가? 이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지난번 국회에서 한미연합사 해체는 북한이 수십년간 소원해온 간절한 숙원사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역장병들의 복무기간이 지금 보다 대폭 연장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미연합사의 가치를 계량화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600조 남짓의 돈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은 전현직 장성들 모두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순서가 대단히 잘못되었다. 한국군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 기간 동안 더더욱 미국의 안보우산과 전쟁억지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이 도와주는 동안에 우리 한국군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GDP의 2% 수준인 국방예산을 3~4% 수준으로 올리는 기간이 한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미군을 먼저 내보내야 한국군의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논리인가?
미국은 얼마 전까지 한국의 자주국방이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바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까지 제시하였다. 그러던 그들이 갑자기 변화한 것에 대해 감정적인 부분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문)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국이 일본과 미일연합사를 창설할 것이란 말도 있다.
일본의 경우 자위대는 군이 아니다. 따라서 미군과 연합군을 형성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일본과의 연합사령부가 구성되려면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군사령부가 일본으로 온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가상의 적은 러시아이며, 러시아 역시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일본의 안보에 조심스럽게 도움을 주는 단계에서 이를 대폭 확대시켜 미일이 연합하여 일본의 방어에 임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작전 개념 속에 미군이라는 요소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연합방위로 가는데 한국은 독자방위로 가고 있다.
문) 어떻게하면 이와같은 흐름을 뒤집을 수 있겠는가?
북한이 위협이라고 하면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부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위협이 아니라고 하면 내 이야기는 전부 터무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북한이 위협이 아니다’는 현 정부의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대폭 양보해서 실제로 북한이 지금까지 위협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재 시점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재평가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 혼자서 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될 사안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생각을 바꾸겠다는 시그널을 미국에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논의 결과에 따라서 한미동맹의 로드맵을 새롭게 만들면 된다. 한미간의 신뢰가 깨진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미국은 “북한이 위협이다”라고 계속 말하고 있는데 한국은 “위협이 아니다”고 하고 있는데에 있다. 그러한 인식의 차이부터 먼저 해소해야 한다. 미국은 미국대로 국제정세에 대해 판단하고, 한국은 한국대로 국제정세에 대해 미국과 다른 판단을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있으며, 어떻게 연합방위를 하겠다는 것인가? 노대통령은 “도대체 북한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대통령 역시 북한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혼자서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놓고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문) 현정부가 작통권 조기환수를 결정하면차기 새정부에서 이를 다시 미국과 재협상할 수 있나?
현재 한미간에 논의되고 가까운 시일내에 결정될 한미동맹 로드맵을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미 상당한 예산과 자원이 투입된 상황에서 그것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 재협상 문제가 나올 것에 대해서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상당히 큰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미국측의 요구대로 2009년에 작전통제권이 이양된다고 하더라도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2008년에는 여전히 한미연합사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시점에서 더 이상 양국간에 합의된 로드맵을 진전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명분을 놓고 보더라도 매우 궁색하다. 미국 쪽에서 매우 혹독한 조건을 들고나오더라도 그것을 굴욕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고 있는 622조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돈으로 턱도 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새롭게 들어서는 차기 정부가 이를 지킨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는 전제하에서 국방예산의 가공할만한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622조는 한미연합사가 계속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확대시켜나간다는데에만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따라서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간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서도 한가지 지적하겠다. 일부에서 “高비용 구조로 운용되는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한국정부가 50%나 부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표현부터가 잘못되었다. ‘방위비’라고 하니까 오해가 생기는 것 같은데 이것은 ‘주한미군 주둔 부대비용’으로 그 표현이 고쳐져야 한다. 이는 미군이 보유한 최첨단 무기나 한국군 현대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그야말로 운영-관리-행정 등을 목적을 위해서만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국방비의 틀에서 볼 때 생각만큼 큰 돈이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대담진행 =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 정리 = 이진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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