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 있어서 일상은 늘 피폐하다. 삶에 찌들고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꿈은 어쩌면 좌절과 욕구불만인 현대인들에게 마지막 비상구일지 모른다. 그것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게다. 약간의 댓가를 지불하고 약간의 정신적 마취를 얻는 것. 그리고 운만 따라준다면 대박! 일견 정당한 거래처럼 보인다.
이번에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로또가 당첨되고 난 후에 사람들은 '속았다'는 느낌을 인터넷에 피력했고 소송까지 내는 유례없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퍼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는 은행을 비롯한 재계가 서민들을 완전히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았다는 반증이다. 로또가 당첨되기 전 사람들은 어떠했는가, 저마다 대박의 꿈을 안고 환영하듯 로또복권을 사들고 좋아하던 사람들이 그때의 서민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후 서민들의 모습은 로또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의 서민들의 모습을 본다면 이런결과를 알고 산 서민들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무엇인가. 결국 로또는 서민들이 한번쯤은 꿈꾸고 있는 '대박심리'를 교묘하게 노린 착취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직 우리 국민의 사고수준은 '멀었다'라는 한탄심마저 불러오게 만들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미국을 욕하던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생겨나 미국인들이 가져온 제도에 혹 하고 넘어간 결과이다. 지금의 미국이 이라크전을 지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은 이러한 국민적 수준을 미국이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미국은 우릴 우습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조지 부시의 입장에 있더라도 부시와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공산국가인 북한을 미국은 더 경계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국가를 향한 국민의식은 무섭다. 그것을 미국은 알고 있다. 당연히 경계대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내가 한국인이지만, 이건 너무했고, 너무 무지했다.
그리고, 당첨금을 반반씩 나누기로 한 사람이 결과 발표후에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황당뉴스도 있었다. 일확천금은 당사자의 재산이 아니다. 국가의 재산을 잠시 맡겨두는 것일 뿐이다. 로또라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인간관계마저도 외면하는 부정적 대세를 가져왔다. 돈 때문에 10년이상 지켜온 인간관계가 깨진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도 한참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로또라는 것, 부정적인 측면 뿐이다. 매스컴에서도 오히려 부추기는 꼴을 보였다. 이는 언론이 재계에 완전 장악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서민들은 매스컴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 방송, 라디오 등으로 세상의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매스컴에서 로또를 떠들어대니, 누가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그게 노무현당선자의 새 정부구축 기사보다 더 일면화될 수 있는 이슈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매스컴은 재계의 압력을 당했다. 그게 수면위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한낮 로또에 대한 국민전 관심은 그것을 압증하는 단적인 예였다.
나는 로또복권을 광고했던 배우, 송강호의 머릿속에 과연 뭐가 들었는지 묻고 싶다.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로또가 이렇게 열풍이 일 줄은 몰랐다. 그것은 물질만능의 증거라기보다 (인생대역전을 노리는) 사회적 약자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라는 말을 남긴적이 있다. 과연 약자만이 복권을 살까? 절대 No다. 일반 서민들이 복권을 구입하겠지만, 돈에 미쳐서 환장하는 게걸스런 돼지인간들의 똥만 찬 머릿속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갖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더 모으려 복권을 사고, 좋아해할 것이다. 복권은 하층민들만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마음만 먹으면 정몽준씨도, 노무현씨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로또복권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송강호는 생각하지 못했는가? 영화예술만을 사랑했던 그의 마음속에 어떤 불순물들이 들어갔길래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공중파에다 대고 지껄인걸까?
한가지만 말하고 넘어가겠다. 로또의 가격 2000원에는 1000원의 배당금과 나머지 반인 1000원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결국, 로또의 이번 열풍으로 600억 이상의 세금이 걷어졌다는 이야기가 성립이 된다. 세금이란 게 뭔가?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 복권이라는 건 대부분 서민들이 구입한다. 그럼 그 600억 세금 누가 다 낸건가? 결국 일반인들의 호주머니에서 착취된 것들이다. 갑자기 생긴 600억의 세금이 다 옳은일에 쓰여질 거라 믿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세력있는 말종인간들의 호주머니 안으로 쓰윽 들어갈 것이다. 노태우가 5000억의 비자금을 형성했듯이, 그들도 그렇게 한다. 세상에는 노태우같은 인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결국, 그 600억은 세금이 아니다. 세금을 가장한 경제계의 '서민을 향한 금품착취 행위'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나는 로또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로또가 행해진 시점이라면, 로또로 모아진 돈을 국가를 위해 소비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주변에는, 아직도 못 입고 못 먹어 고생하고 죽어가는 고아들, 노숙자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위해 쓰여지는 나라의 돈은 매년 모자란다. 구세군 등이 연말에 모금운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이끄는 음악동호회에서 정기모임이나 음반구입, 공동구매 등으로 걷어지는 수익금은 모두 한 보육원의 생활고를이겨내기 위한 격려금으로 지원된다. 하지만, 그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개인이 모이고 단체가 모여도 안 되는 사회복지기금은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 도와줄 사람들이 많건만, 그것을 외면하고 서민들의 때묻은 돈을 긁어모으려는 재계나, 그걸 방치하고 있는 국가나, 그걸 뻥튀기시킨 매스컴이나 이번 로또열풍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나는 이런 것들을 고감히 청산하라고 주장하고 싶다. 아울러, 우리 국민의 수준 또한 높아져야 한다. 로또 추첨일을 기준으로 돌변하는 국민들의 태도, 이것도 잘못되었다. 국민들이 더 높은 수준에 이르기까지 로또와 그 비슷한 제도는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 아니, 영원히 그런제도는 생겨나지 말아야 한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자본주의가 정도가 아닌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못 입고 못 먹는 사람들에게 분배해주는 사회주의 제도가 정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대통령선거 때, 사회당의 김영규 후보가 '돈세상을 뒤집어라'라는 문구를 잡고 선거운동을 한 바 있었다. 물론 사회당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지만(그리고 그 내용에 약간 격한 면이 있었지만), 돈세상은 뒤집혀야 한다. 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세상이 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로또의 열풍 또한 국민의 높아진 수준 아래 제거될 터니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