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미니시리즈 허준"보다더 흥미롭고,,
궁금해지는 연작 시리즈..
우리의 주인공은 이난관을 어케 극복할 것인가..?
궁금.
..
미금님..
바쁜일 있더라도..
만사제쳐두고서라도..
부탁해요~ㅇ
..
: 제가 동문회에 회원이였을때가 9명이였는데 지금은 34명이나 되었습니다,
: 차암 기분이 좋습니다. 거기에 제 글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 기잎은 감사를 드리고요...
: 빼먹지 않고 고때고때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8탄 시작할까요?????
:
: 난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약간 치켜들어 내 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지켜봤다. 나를 머리 쪽에서 밟던 놈이 내 머
: 리에서 세 시 방향 있는 쪽으로 그대로 뻗어 있었고, 아까 안 보이던 곤색 양복을 입은 발이 하나 보였다. 새로 나타난 남자는 그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다른 한명에게로 또다시 발을 날렸다. 퍽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후 쿵 하는 사람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가 안 보이는 내 등 뒤쪽에서 잠깐동안 휙 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퍽하는 소리와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누굴까.. 난 그제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어디선가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한명을 발을 들어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찍어버리더니, 고개를 약간 숙여 대각선 아래를 바라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난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워,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그에게 말했다. '저..저기. 누..누구시죠?'
: '............'
: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다문 채 계속 시선을 아래쪽으로 두고 있다가, 아까 나를 여기까지 데려 온 녀석들
: 이 다시 덤빌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까 우리가 올라왔던 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나에게 비록 아무말도
: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따라가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게 뻔했으므로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주춤주춤 그를 따라 걷
: 기 시작했다. 비록 온 몸이 아프기는 했지만, 죽을뻔 하다가 살아난 게 어딘가..
: 우리가 넓은 공간지대에서 벗어나려 할 때쯤, 뒤쪽에 쓰러져 있던 한 녀석이 나지막이 말했다.
: '준..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 '...........'
: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산을 따라 걸어 내려갔고, 나도 그가 내가 따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아서 그를 따라 내려갔다. 아까 그놈들의 차가 있던 곳에 다다르자, 그곳에는 새로운 검정색 새단 한 대가 그 뒤에 주차되어 있었다. 저 차.. 저 차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차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은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 나질 않았다. 그는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도로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오더니, 이내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 이 차에 내가 올라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탔다가 또 맞고 쫓겨나는 거 아닌가.. 난 갈등이 되었다.. 그런데 혼자라면 시동을 걸고 출발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출발하지 않는걸 보니, 아마도 그는 나를 데리고 가려는 모양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차문을 열어,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앉자마자 악셀을 밟으며 차를 몰아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는 내가 경기도 문산 근처에 있는 야산에까지 끌려왔다는 것을, 스쳐 지나가는 고속도로 표지판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사람.. 도대체 누구지.. 난 직접 쳐다보지는 못하고 곁눈질로 힐끔 힐끔 그를 쳐다보았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짧게 자른 스포츠 머리.. 짙은 눈썹.. 강렬한 눈빛.. 어디선가 본 얼굴이기는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볼 때, 물어봐도 대답해 줄 사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난 그냥 계속 궁금해하기로 했다. 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는 마음에 그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고개와 눈을 움직이며 차 속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차 바닥 쪽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였다. '앗...' 난 몸을 구부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핀을 집어들었다. 이건.. 이건.. 내가 예전 그녀가 2학년때 500일 기념으로 악세사리점 열 몇 군대를 돌아다니며 예쁘면서도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골라 사준 머리핀과 똑같이 생겼다... 아 그러고 보니.. 난 약간 숙인 포즈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이제 생각났다.. 지금 나를 태우고 가는 사람은.. 그녀를 차에 태우고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하던 그 경호원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왜 나를... 비록 이 사람이 누군인지는 알게 되어서 마음 한 켠이 후련했지만, 난 또다른 궁금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혹시.. 그녀가 나를 구해주라고 부탁했나...
: 하지만 이 사람 역시 그녀 삼촌의 부하일텐데, 그녀의 부탁이었다고 섣불리 자신과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을 패면서 까지 나를 구하려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난 그에게 웬만하면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그는 아까 산에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비록 말은 안 했지만, 나하고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표시라는 것을 직감으로 깨달을 수 있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쉽사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난 다시 내가 쥐고 있는 머리핀으로 눈을 옮겼다. 머리핀.. 머리핀을 바라보자, 머리속은 온통 다시 그녀 생각으로 가득해 졌다. 나의 사랑 그녀.. 난 또 그녀를 내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 병신..쪼다.. 바보.. 어떤 욕도 지금 나와 같이 무능력한 놈을 적절히 나타내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그녀.. 지금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과 몇시간 전 만해도 손을 꼭 잡고, 학교에서 탈출해서 어떻게 살아갈까 같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던 그녀.. 하지만 이제 그녀는 내곁에 없다. 단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라는 무기력감과 절망감만이 다시 나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실의에 빠져 있는동안, 차는 어느새 톨게이트를 지나 서울 외곽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남쪽에서 들어오는 입구인 교대 4거리에 차가 도착하자,
: 그는 차를 도로 옆으로 붙여 세웠다.
: '.........'
: 우리 사이에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난 그가 말하기만을 기다렸지만, 그는 아마도 내가 무언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 같았다. '고마워요..이렇게 구해주셔서...' '...........'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았나.. 난 머리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 '저.. 저 그럼 여기서 내릴까요??' '..........'
: 그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듯,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창밖을 바라보다,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아.. 아마도 그는
: 나를 끝까지 데려다 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저.. 그럼 저 저희 집 있는 곳까지만 태워다 주실 수 있을까요.. 저쪽 중구 있는 쪽으로 올라가 주시면 되는데.. ' 아마도 이 말을 기다렸을까. 그는 다시 차에 시동을 걸더니, 차를 몰아 나가기 시작했다. 난 집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서 그가 집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방향 설명을 해 주었다. 한 30분쯤 달렸을까, 차는 집 근처에 거의 도착하고 있었다. '저기.. 저쪽 3거리에서 좌회전 하셔서 앞으로 조금만 전진하시면 골목 하나 나오는데, 그쪽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저희집 나와요. ' 난 그에게 마지막 길 안내를 해 준 후, 이제 집에가서 뭘 해야 하나 하는 찹찹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아..이제 그녀는 내 삶에서 멀어져 버렸다.. 그리고 학교도 이제 끝났다.. 아.. 그리고 보니 친구들.. 나의 친구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나는 게 모두 절망적인 것뿐이었다. 좌회전 때문에 몸이 약간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끼며 난 절망석인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집.. 아직 내겐 쉴 집이있고.. 그런데 커브를 거의 다 틀었다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 '끽..'그는 커브를 틀다 말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난 반동으로 앞으로 약간 튕기며, 무슨 영문인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앗.........'
: 나의 자취방에 들어가는 골목길 앞에, 소방차와 경찰자 몇대가 받쳐져 있는 것이었다. 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며, 비록 도로 귀퉁이였지만 차 문을 박차고 나가 앞으로 휘청거리며 뛰어갔다. 설마..설마....설마.....설마.....심장 뛰는 소리가 온 세상을 진동한다... '털썩..........' 난 머리에 저격을 당한 사람처럼,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내집.. 내가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서 살아오던 내 집.. 비록 자그마한 방과 부엌이긴 했지만 나의 기쁨과 슬픔을 십년이 넘게 함께 했던 내 집이 창문 속으로 보이는 처참한 잔해와 함께 새까맣게 연기에 그을려 있었다. 난.. 난 너무나 가슴이 꽉 막혀와서 울지도 못하고 '후...후....' 하고 한숨만을 내쉬었다. 내 눈이 잠시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눈물이 비오듯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난... 난 이제 내 집도 잃어버렸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아까 차라리 죽어버렸어야 했어... 아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그냥 속편이 저 세상으로 떠날 수 있었을 텐데... 난 차마 남자이기 때문에 소리내어 울지는 못하고 계속 한숨만 '후..후..' 하고 내쉬었다. 곧이어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땅에 쓰러져 울고 있는 내 곁에 섰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잠시동안 내 곁에 서 있더니.. 얼마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감정을 좀 억제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되어서야 내 어깨에 손을 한번 잠시 얹고 나서, 다시 그의 차로 돌아갔다. 이제 난..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녀도 잃었고, 집도 잃었고, 일자리도 잃었고,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도 잃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난 이 자리에 그대로 계속 있으면 머리를 땅바닥에 부딪쳐 자살을 할 것 같았으므로, 다시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차로 돌아갔다. 다시 그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 저기.. 한강변으로 저를 좀 데리고 가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이럴때면 꼭 가는 곳이 있는데..'
: 그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내 말을 듣더니, 다시 차에 시동을 걸어 차를 몰기 시작했다. 난 더 이상 아무말도
: 하지않고,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절망감에 눈이 감겼다.
: 너의 결혼식 #23
: '후우........'
: 흐린 시야 사이로 검은 강물을 헤치며 지나가는 유람선이 보인다. 이곳에 온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울밤이라
: 서 그런지 강바람이 상당히 새 찼지만, 추위 따위는 이미 내 안중에 없었다. 난 이제 모든 걸 잃었다. 내 집도, 내 친구들도, 내 아르바이트자리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나의 사랑하는 그녀도.. 이제 나에게 남은 건 하나도 없다. 난 다시 고개를 떨구어 바닥을 바라보았다. 나.. 그냥 이대로 한강물에 뛰어들어 죽어버리면 어떨까.. 죽어버리면 모든게 잊혀지지 않을까.. 하지만 내 손으로 내 목숨을 끊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역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인가 보다. 그럼 앞으로.. 앞으로 이제 난 뭘 해야 할까. 난 옆에 서 있는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를 이쪽 강변에 데려다 주고 나서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옆에 서서 강물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 그는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도 나를 도와주는 바람에 나랑 비슷한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왜 도와주었을까.. 하기야 그가 없었으면 이미 난 산 속에 파묻혀 버렸겠지.. 차라리 파묻혀 버렸으면 더 났지 않았을까..
: 이제 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난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눈물에 젖어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 사이로, 잠깐동안 반짝이는 빛이 스쳐지나갔다.
: ' 아.....'
: 난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반짝임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반지였다. 그녀가 나에게 1000일날 선물해 준 반지. 우리의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 반지. 그 반지가 내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어져 가로등 불에 반사되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난 반지를 좀 더 잘 보기 위해 새끼손가락에서 빼서 손바닥 위에 올렸다. 내가 손바닥을 조금씩 움직이자, 반지가 가로등불에 반사되어 반짝 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빛 사이로 내가 그녀와 함께 했던 즐겁던, 그리고 때론 슬펐던 기억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간다. 아.. 그리고 그 날밤.. 서로 반지를 선물하던 그 날 밤의 그녀의 모습이 빛 사이로 아련히 떠오른다. ' 오빠..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우리 사랑 변치 말구.. 이렇게 영원히..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기로 해요.. 알았죠??후훗... 오빠.. 우리 이 촛불에 우리 사랑을 맹세해요...약속..' '약속.......'
: 난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 그래.. 난 그녀와 약속을 했어.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영원히 서로를 사랑하기로.. 난 반지를 놓고 있던 손을 꽉 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 그녀는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또 나도 이렇게 그녀를 사랑하는데.. 왜 우린 함께할 수 없는 걸까.. 부.. 권력..명예.. 그런 게 다 뭐길래.. 왜 한 사람이 그런 기준으로 평가가 되야 하는가... 난 잠시동안 세상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장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 그녀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십시오.. '
: 그렇다. 난 결심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로 그녀를 내게서 뺏기지 않겠다고. 어떤일이 있어도 그녀를 내 곁에 두겠다고 결심한 것이였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잠시동안 강쪽을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 가 뒤로 돌아 차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강아.. 잘못하면 오늘이 너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될 수 있겠구나...
: 항상 않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이 곳.. 한강변.. 난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강을 한번 쳐다 본 후, 손에 들고있던 반지를 다시 왼손에 끼고 그를 따라갔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우리는 그녀의 집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집을 두 블록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차를 도로 곁으로 붙여 세웠다.
: '끼익..'
: '............'
: 언제나 처럼, 그는 시선을 약간 아래로 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으며 생각에 잠긴듯한 눈빛을 보였다. 난 잠시동안
: 그런 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마웠어요.. 오늘.. ' '..........'
: 그는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나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평소의 생활 때문인지 인상 자체에서는 약간 험악한 기운
: 이 풍겼지만, 난 그의 눈을 통해서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잠시동안 나를 바라본
: 후, 다시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난 잠시동안 그를 더 바라보다가, 고개를 약간 끄덕여 가볍게 인사를 한
: 후,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가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나?'
: 그가 처음으로, 아주 조용한 어조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난 나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다시 그의 얼굴을
: 바라보았다. 그는 아까와 같이 생각에 찬 눈을 하며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가씨.... 아가씨라면 그녀를 말하는 건가...난 뜻밖의 질문에 당황스러워 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 '예...예.....' '...........'
: 그는 나의 대답에 다시 한번 나를 잠깐 쳐다보다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앞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
: 다시 입을 열었다. '너 혼자선 무리다. 내가 집 앞까지 태워다 줄 테니까, 내가 차를 멈추면 내려서 바로 문 있는 쪽
: 으로 뛰어라. ' '예...예......'
: 지금 이 사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기야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니, 내가 그의 도움을 받아서 그쪽에서 도
: 망을 친걸 그녀의 삼촌도 이미 알았을 테니까, 내가 그녀의 집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집 주변에 건달들을 배치해 놓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난 얼마 안 있으면 다가올 또 한번의 격전에 대한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그는 이미 결심을 굳혔는지, 재빠르게 기아를 바꾸더니 빠른 속도로 차를 앞으로 몰아나가기 시작했다.
: '부우우우웅......................'
: 두 골목.. 두 골목만 더 돌아가면 그녀의 집이 보이는 골목에 도달하게 된다. 심장 소리가 내 전신을 감싸며 귀를 울
: 려오기 시작했다. 첫 골목 꺾이는 지점에 도달했다.
: '끼이이이이익.............'
: 차바퀴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우리를 태운 차는 앞바퀴를 중심으로 하여 시계방향으로 뒷바퀴가 쫘악 밀리며 커브
: 를 틀었다. 이제 저 사거리..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기만 하면 막다른 골목에 있는 그녀의 집이 보이게 된다. 난
: 떨리는 두 손을 깍지를 끼며, 나도 싸움에 동참해서 조금이나마 그를 도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는 어둠이 깔린
: 도로를 가르며, 앞으로 빠른 속도로 질주해 나간다...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꺾이는 지점에 도착하면서 몸이 급격히
: 왼쪽으로 쏠린다.
: '끼이이이이익..........'
: 너의 결혼식 #24
: 차창너머로 보이는 시야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른 속도로 스쳐가면서, 눈 앞에 어렴풋이 어둠속에 앉아있는 사람
: 들 몇 명의 모습이 보였다. 차가 완전히 회전을 멈추자 그들의 모습이 또렷히 보이기 시작했는데, 대략 열명 가량이
: 그녀의 집과 길 꺽이는 부분 중간 정도의 지점에 앉아서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심장.. 심장이 터
: 질것만 같았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까 냈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땅을 박차고 주변에 놓아두었던 연장을 집어들며 뛰어오는 건달들에게 맹렬한 속도로 차를 몰아나갔다.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대략 10미터, 건달들은 거리가 별로 안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차가 달려 오는 방향에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순식간에 눈 앞 있는 곳까지
: 다가왔다. 난 공포에 질려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여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눈을 감았다.
: '끼이이익..........'
: 몸이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가 싶더니, 난 오른쪽 창문쪽에 달라붙어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옆 창문
: 너머로 무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연속해서 계속 들리는 가 싶더니, 차가 끌
: 리는 소리가 멈추며 제자리에 멈춰섰다.. 난 고개를 들어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차는 아까 오던 방향에서 한바퀴를
: 더 돌아, 차 앞쪽이 아까 꺽어나온 사거리쪽을 기준으로 11시 방향 정도를 향하며 아까 깡패들이 처음에 앉아있던자리
: 부근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차의 앞쪽에는 , 아까 부치던 소리의 주인공인 듯한 건달들이 길바닥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뒹굴고 있었고, 차를 피한 것 같은 나머지 대여섯명도 황당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차로 밀어버릴 생각으로 직선도로에서 왼쪽 급커브를 틀었던 것이다. 역시 그 보스에 그 똘마니인가.. 난 그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빠르게 상황을 지켜보더니, 문을 박차고 차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 문 있는 곳에서 별로 안 떨이진 오른쪽 귀퉁이에 건달 한명이 서 있었기 때문에 덜덜 떨려 차마 나가지는 못하고 제자리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문에서 내려 차 엔진 있는 앞쪽으로 뛰어올라,차를 밟고 내 눈 앞을 달려가나 싶더니, 그대로 몸을 솟구쳐 나하고 가까이에 있던 건달의 턱을 오른발로 후려쳤다. 그 건달은 옆으로 몇 번 회전을 하다가 벽에 몸이 부딪치며 땅으로 고꾸라 졌다. 그는 땅에 발을 딪은 뒤, 내가 있는 쪽 차문을 발로 세게 걷어 차면서 소리쳤다.
: ' 뛰어 !!!'
: 난 그의 말에 정신을 번떡 차리고, 차 문을 열고 튀어나와 그녀의 집 있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마치자 마자, 운전석 앞쪽과 길 왼편에서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들고 뛰어오는 건달들을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쇠파이프 소리와 기합소리들을 뒤로 하고 뛰는 중간에 난 생각했다... 아까.. 나 그를 돕기로 작정하지 않았던가.. 난 뛰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얼굴을 뒤로 돌렸다. 그는 내가 잠시 뛰는 동안 한명을 더 쓰러뜨렸는지, 이제 남은 세명과 서서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가 가운데 서 있고, 나머지 세 명이 그들을 둘러싸고 일정 거리를 두고 빙빙 돌면서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대련 자세를 취하고 다리는 땅에 붙이고 있었지만, 연신 고개를 앞 뒤로 움직이며 초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난 이런 그를 그대로 두고 갈 수 없어, 주변에 뭔가 무기가 있나 없나를 살피며 그가 있는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갔다. 그런데 한 2미터나 다시 뒤로 걸어갔을까..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성낸 얼굴을 하며 소리쳤다.
: '빨리 뛰어 이 개새끼야!!!! '
: 그가 나에게 소리치는 순간, 헛점을 봤는지 그의 뒤에 있던 한 놈이 쇠파이프를 휘둘러 그의 등을 그대로 가격했다.
: 그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쪽으로 몸을 숙이며 구르자, 나머지 두 명의 파이프가 그의 머리위를 아찔한 차이로 스쳐
: 지나갔다. 그는 전방낙법을 써서 한바퀴 굴러 다시 일어나더니, 파이프를 크게 휘둘러 빈틈을 보이고 있는 그의 10시 방향에 서 있는 건달 한 명의 정수리에 주먹를 날렸다. 그러나 바로 직후 오른쪽에 서 있던 다른 한 놈에게 발로 옆구리를 가격당해 왼쪽으로 굴러 쓰러졌다.
: 이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난 그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의 말을 듣고 그녀의 집 쪽으로 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눈으로 스치면서, 그녀의 집 쪽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거리.. 불빛이라고는 그녀의 집 바로 앞쪽에 있는 가로등 불빛 하나밖에 없었다. 난 가로등을 향하여..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렸다. 뒤에서는 짧은 신음 소리와 휙휙 거리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가 부딛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헉........헉......'
: 난 그녀의 집앞에 도달해서 숨을 한번 고른 후 , 벨을 누르려 손을 벨 위로 가져갔다. 그런데 벨을 누르기 직전, 도대
: 체 벨을 누르고 나서 무슨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아 순간 손을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전 성미의 남자
: 친구 박진석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승으로 갈뻔 했지만 이렇게 용케 살아남아 이렇게 성미를 만나러 왔습니다.. 이래
: 야 하나.. 아니면 전 성미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성미와 제가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래야 하나.. 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면서, 다시 대문쪽에서 한걸음 물러나 그가 싸우고 있는 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한명은 아까 주먹 공격으로 물리쳤는지, 그는 두명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차 위로 뛰어오르자, 다른 건달이 파이를 휘둘러 그의 발목을 강타했다. 그가 몸에 중심을 잃으며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차 위에서 쓰러지는가 싶더니, 그는 재빨리 손을 차에 짚으며 다가오는 놈의 면상을 발로 후려쳤다. 난 다시 고개를 돌려 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벨을 눌렀다.
: '띵동...........'
: 12시가 넘은 시각.. 난 문틈을 통해서 그녀의 집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방은 2층에 있었는데 방 불이 꺼져있었고, 부모님이 계시는 1층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런데 벨을 누르고 시간이 지나도, 벨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난 초조한 마음에 문 위 아래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빨리 누군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문 위쪽을 올려다 보았을 때였다. 그곳에는 흔히 좀 잘사는 집에만 있는, 감시 카메라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다시 고개를 들고 긴장된 마음으로 벨을 한번 더 눌렀다.
: '띵동...........'
: '저.. 박..박진석이라고 합니다... 성미 남자친구구요..
: 성미..성미좀 만나러 왔는데.. 어떻게 좀 만나볼 수 없겠
: 습니까?'
: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겨우 끝마쳤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난 초조한 마음에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 왼쪽편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두 명과 싸우고 있었는데, 두 명도 많이 지친 듯 했고 그도 역시 지친 듯 했다. 그런데, 아득히 보이는 헤드라이트 불빛 사이로, 그의 이마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한줄기의 피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머리를 파이프로 한 대 맞은 모양이다. 그는 앞쪽에서 자신의 머리를 겨냥해 파이프를 휘두르는 건달을 몸을 숙여 피하더니, 오른발을 들어 건달의 복부를 올려쳤다. 그런데 앞쪽으로 그놈이 튕겨나감과 동시에, 나머지 한놈이 왼쪽에서 그의 얼굴을 옆차기로 올려쳐 그도 오른쪽으로 나가 떨어졌다. 난 긴장된 얼굴로 쓰러져 있는 그와 벨을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벨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나오지 않았다. 난 다시 벨 앞으로 나아가, 벨을 누르며 말했다.
: '띵동........'
: ' 성미 어머님..성미 아버님.. 전 성미를 좋아.. 좋아합니다. 성미도 저..저를 좋아하고요. 그러니 성미와 저를 갈라놓으려 하지 마시고 사귀..사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 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적만이 흐를뿐, 아무런 응답이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 나를 보시고 계실까.. 난 카메라가 있는 곳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서 저쪽이 보이는게 아니므로,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아까하고 뭔가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주위가 고요해 진 느낌이었다. 난 놀란 눈을 하고 걸음을 빼서 그가 싸우던 곳을 쳐다보았다.
: 너의 결혼식 #25
: '아..........'
: 그때... 그때 난 보았다. 사나이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것을. 그는 나와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모든 건달들을 그 혼자 손으로 물리친 채, 어두운 밤거리 아래서 헤드라이트 불빛을 뒤로하고 사거리 쪽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었다. 난 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뭉클거리는 것을 느꼈다. 목이 매여오는 것을 참고, 난 다시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지를 오른손으로 한번 꼭 쥔 뒤, 앞으로 나가 벨을 한번 누른 후, 카메라에서 보일만한 곳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 ' 성미 어머님 성미 아버님. 전 성미를 예전 만났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있습니다. 행복하게 해 줄 자신도 있구요. 성미가 없는 저의 삶은 불행 그 자체이고, 제가 없는 성미의 삶도 불행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의 현재의 모습만 가지고 저를 평가하지 마시고, 앞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백배, 천배 더 열심히 일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될 테니, 예쁘게 키운 딸 저에게 주시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전 이 자리에서,성미를 저에게 주실 때까지 , 그게 며칠, 몇 년이 되더라도 이대로 꿈쩍 않고 앉아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죽이실꺼면 차라리 여기서 죽이십시요.'
: 난 말을 마친 후 문 앞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래.. 차라리 나를 여기서 죽여라.. 나와 성미를 결혼시켜주지 않
: 을 거면.. 차라리 나를 여기서 죽여라.. 그녀가 보는 앞에서 죽는다면 차라리 더욱 기쁠 것이다.. 그의 영향 때문일까, 나에게도 내 마음 깊숙한 어느 곳엔가 감추어져 있던 오기와 배짱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사거리를 바라보며, 나는 대문을 바라보며, 주변에 정적이 깔린 채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난 만일 문만 열리기만 하면 그녀 어머니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서라도 그녀와의 결혼 승낙을 받아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리가 처음에 차를 타고 꺾어 나온 사거리 왼쪽 골목 방향에서 어렴풋이 '두두두두..' 하는 말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그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그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 주변에 떨어져 있는 파이프 하나를 집어들더니, 뒤쪽에 있는 차의 위로 뛰어 올라서며 사거리 쪽을 주시했다. 아.. 설마.. 응원군이 온 건가.. 난 긴장된 눈으로 사거리 쪽을 바라보았다. 발 소리는 점점 더 크게, 그리고 더 많이 들리는 것 같더니, 무수히 많은 검정 양복을 입은 건달들이 제각기 손에 각목을 쥐어들고 우리가 왔던 코너 쪽을 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난 그들의 많은 수효와, 그녀삼촌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등치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적게 잡아도 한 40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저승사자가 40명이라.. 난 아까의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몸이 부르르 떨려오는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 그들은 그렇게 코너를 돌아오다가, 차 위에 서서 한 손에 쇠파이프를 움켜지고 있는 그를 보자 더 이상 다가오지 않
: 고 경계의 자세를 취하며 그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그렇게 한 1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낮게 깔린 헤드라이
: 트 불빛 사이로, 그들이 양옆으로 쫙 갈라지면서 검정 양복을 입은 또 한 사람의 거구가 등장했다. 난.. 그가 누구인
: 지.. 비록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직감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녀의 삼촌이었다. 난 잠깐동안 그녀집 대문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그녀의 삼촌이 걸어오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병신같은 새끼....' 그녀 삼촌은 나지막하지만 주변에 있는 것을 모두 떨게 할 만한 살벌한 목소리로, 그와 조금 떨어진 앞까지 다가와 차 위에 올라서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뒤로 약간 물러나 윗 양복을 뒤에 있는 부하에게 벗어 주며 물러나라는 신호를 하더니, 그에게 다가가며 내려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마도 일대일로 맞장을 뜰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그도 삼촌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겠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오른쪽으로 던지고 자신도 윗 양복을 벗으며 차 밑으로 내려왔다. 키는 그가 약간 작았지만, 체격도 비슷하고 실력도 비슷할 것 같은 두 사람.. 두 사람은 가로 세로 5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서 낮게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으며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빙빙 돌기 시작했다. 주변은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을 제외하고는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듯 조용해 졌다. 그렇게 한 몇 바퀴 정도 돌았을까, 그가 먼저 왼발로 뒤를 박차며 앞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삼촌의 명치를 향해 옆차기를 질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삼촌은 미처 생각을 못했는지 그걸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 '퍽~'
: 짧은 순간 후 그의 발이 그녀 삼촌의 명치 부근에 꽂히며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난 속으로 쾌재를 울렸다. 역시 그.. 그가 한 수 위일꺼야..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녀 삼촌은 그걸 맞고 다른 사람처럼 뒤로 날아가기는커녕, 오른손으로 자신의 명치에 꽂혀있는 오른발을 감싸 잡았다. 아까 싸워서 힘이 떨어졌기 때문인가.. 난 불안해하는 눈으로 계속 그를 쳐다보았다.
: 그도 자신의 발이 잡힌 것에 대해 놀랐는지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주춤거리다가, 다시 이를 악물며 왼발을 튕겨 몸을 삼촌 있는 쪽으로 던지며 왼발로 삼촌의 정수리 있는 쪽을 돌려 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삼촌이 고개를 숙이며 그 공격을 피해 버렸고, 그는 공중을 한바퀴 발로 부웅 돌다가 그녀 삼촌에게 오른발이 잡힌 상태로 등을 보인 꼴이 되어버렸다.그리고 잠시 후, 그녀 삼촌은 육중해 보이는 왼발을 가슴 깨까지 치켜올리더니, 오른손으론 그의 오른발을 계속 잡은 채로 왼발로 그의 등을 그대로 내리 꽂았다.
: '뚜둑......'
: 비록 먼 거리였지만, 나는 뼈가 문드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 귀로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승부는 너무 쉽게 결판이 나 버렸다. 그녀 삼촌이 그렇게 한방을 때린 후 손을 놓자 그는 그대로 앞으로 힘없이 무너졌다. 그녀 삼촌은 아까 그의 발 때문에 먼지가 묻은 듯 와이셔츠 어깨 부위를 손으로 탈탈 털면서, 부하들이 보고있는 뒤쪽으로 말없이 걸어갔다.
: 난 그가 아마도 그대로 기절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 삼촌이 부하들에게 도착해서 웃옷을 다시 입고 있을
: 때, 차창 너머로 아래에서부터 부들부들 떨며 위로 일어서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몸을 떨면서 차에 기대어 몸을 일으켜 세우는 가 싶더니, 차에서 손을 때고 뒤로 돌아 휘청거리며 대련 자세를 잡고 그녀의 삼촌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발걸음을 때어 놓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삼촌은 옷을 다 입고 나서 뒤를 돌아보다가 그를 발견하더니, 그에게 다가와 이번에는 왼발 돌려차기로 턱을 걷어 차 버렸다. 그는 앞쪽으로 한바퀴를 구르는가 싶더니, 헤드라이트 있는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난 이번에는 정말로 그가 기절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시간이 흐르자, 불빛에 비치는 그림자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차 위로 그의 손이 올라왔다. '...........'
: 그가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그녀의 삼촌은 무표정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뒤쪽으로 걸어갔다.
: 그는.. 그는..가까스로 왼쪽 팔목을 차 앞쪽에 얹은 뒤, 잠시 후 몸을 떨면서 오른쪽 팔목도 차 위에 올리고 나서, 밑을 보던 고개를 들어 내가있는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눈의 초점을 잃었는지, 그의 눈은 내가 아닌 담 너머의 그녀 집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왜...왜 웃고 있는걸까...
: 그런데 그때, 그녀의 삼촌이 그런 그의 뒤로 각목을 하나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뒤에 도달해서 ,각목을
: 머리위로 높게 치켜올렸다. 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 '퍽.....'
: 차 있는 쪽에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를 들으며, 난 내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 나를 구해주
: 고.. 나에게 사나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줬던 그... 집이 불탔다고 실의에 빠져있던 나를 말없이 위로해 주던 그.. 그 역시도 지금 그녀 삼촌에 의해서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 정말로.. 정말로 내곁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 자리에 앉아서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릴 뿐.. 저벅....저벅... 한 사람의 발걸음이 차 있는 곳에서 내 쪽을 향해서 천천히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난 그때가 되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행동... 그 행동들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왜 난 그렇게도 항상 소극적으로, 우유부단하게 행동했었던 걸까. 그녀에게 처음 반지 선물할 때도, 그녀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아니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항상 내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올까봐 두려워하는 소극적이고도, 비겁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의 희생과, 이제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절망감이, 나에게 저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진정한 용기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난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삼촌이 걸어오고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비열한 깡패새끼.. 비록 내가 이승에서는 너에게 졌지만, 저승에 가서는 내가 귀신이 되어 너의 몸을 짓밟아 주겠다.. 난 세상에 대한 조소를 한껏 실어 골목이 울려퍼질 만큼 크게 경멸의 웃음을 웃었다. '하하하~!
: '드디어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이번엔 피하지 않고, 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내가 지난번에 꿈속에서 봤던 이글거리는 빨간 눈빛, 그건 단지 꿈에 불과했고 그는 그저 조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난 그의 눈을 계속해서 맹렬히 노려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오른팔은 구부려 어깨높이로 올
: 리고 왼팔은 발 있는 쪽으로 내리면서, 아까 그가 취했던 대련 자세를 잡았다. 그래 이 더러운 깡패새끼야, 덤벼라..
: 내가 비록 널 죽이지는 못 하더라도.. 너에게 주먹 한방은 선사하고 이 세상을 떠나리라.. 이제 앞으로 다섯 발자국..
: 다섯 발자국만 앞으로 다가와라.. 내 몸은 분노로 부르르 떨려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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