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01년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서울 기준)는 <친구>가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에서 2001년 1월 1일 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국내에서 개봉된 한국영화와 외국 영화의 흥행을 집계 조사한 결과 <친구>가 2,579,900 명으로 1위 <엽기적인 그녀>가 1,761,100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외화의 경우는 드림웍스의 장편 애니메이션 <슈렉>이 1,123,200 명을 1위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한국 영화와 외화를 모두 합친 순위에선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계속 순항하고 있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경우 2001년 12월 31일 까지의 흥행 성적만으로도 1,115,400명으로 <슈렉>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해, 그 위력을 과시했다.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린 한국 영화계는 서울관객 100만을 돌파한 영화가 무려 5편이나 되었고(외국 영화의 경우 <슈렉>, <해리포터...>, <진주만> 단 3편) 전체 순위에서도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한국 영화가 차지해 한국 영화의 절대 강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2002년 시작되면서 몰아닥친 '해리'와 '반지'의 위세에 잠시 눌린 한국 영화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 영화의 흥행 돌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순위 한국영화 외국영화
영화명 관객수 영화명 관객수
1 친구 2,579,900 슈렉 1,123,200
2 엽기적인 그녀 1,761,100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115,400
3 신라의 달밤 1,605,200 진주만 1,081,627
4 조폭마누라 1,466,400 미이라 2 954,700
5 달마야 놀자 1,304,200 버티칼리미트 873,900
6 킬러들의 수다 896,500 캐스트 어웨이 738,350
7 무사 873,600 AI 527,500
8 두사부일체 756,800 쥬라기공원 3 522,600
9 화산고 593,200 물랑루즈 522,520
10 번지점프를 하다 507,400 툼레이더 474,900
계 12,344,300 계 7,934,697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친일 논란 2002/01/22 임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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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 처단하는데 실패하고 미·일합중국이 이차세계대전을 일으킨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친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같은 영화의 배경과 설정에 일부 네티즌들이 격분하고 나서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홈페이지는 영화 개봉도 전에 영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2009년 한반도의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 대신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이동국이 2002년 일본월드컵에서 일본 유니폼을 입고 일장기를 달고 띄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이같은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제작진은 친일파인가"라며 이 영화의 설정에 대한 성토에 나섰지만 제작사인 튜브 커뮤니케이션 측은 이 영화는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겪었던 상황을 현대 상황에 맞게 재현해 낼뿐 결코 친일 영화는 아니라면서 영화가 개봉되고 나면 잊혀지고 있는 일제시대의 울분과 한을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계 일본인 형사 사카모토가 테러 사건의 진상을 수사하던 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2월 1일 개봉된다.
박스오피스(서울) 1/19~1/20 2002/01/21 임종찬
1.19 - 1.20 (서울 관객 기준)
순위 제목 배급사 개봉 스크린수 좌석수 서울
주말 서울
누계 전국
누계
1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시네마 서비스 12/31 52 16,848
98,200
956,000
2,697,500
2 디 아더스 씨네월드/미로비전 1/11 29 5,371
77,000
306,000
592,000
3 더 원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1/18 29 6,642
51,570
67,800
184,100
5 나쁜 남자 CJ 엔터테인먼트 1/11 20 4,500
36,500
156,,400
378,800
6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워너 브라더스 12/14 25 6,070
35,000
1,600,000
3,800,000
7 두사부일체 CJ 엔터테인먼트 12/08 22 5,172
26,300
1,176,500
3,158,300
8 몬스터 주식회사 브에나비스타 12/21 7 1,502
12,200
513,000
955,500
9 호타루 브에나비스타 1/18 9 1,389
5,500
6,700
13,500
10 마리이야기 청어람 1/11 7 870
4,642
44,198
86,764
(제공 (사)영화인회의 한국영화배급개선위원회)
1) 배급위원회 회원사 및 자사 관객 수 공개에 동의한 영화배급사와 공개를 수락하지 않은 배급사의 관객 수를 구분하여 표시(적색제명은 자사 관객 수를 수락하지 않은 배급사, 즉 추정치)
2) 서울집계와 지방집계는 배급방식에 따른 집계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전국스코어 지표는 단순참고만 하고 흥행에 대한 의미부여는 서울집계로 하는 것이 타당
3) 금요일 개봉(전야제) 스코어는 타 영화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주말관객 집계에는 제외하고 서울누계에 포함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3주 연속 1위 차지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가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작 중에서는 이연걸 주연의 <더 원>이 3위로 새롭게 순위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해를 맞이해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가 순탄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3주차를 맞이한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는 주말 서울관객 수가 10만명 이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경쟁작들을 여유있게 제치고 3주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어느덧 서울 관객 100만명에 다가섰고, 전국관객도 250만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4주동안 지켜오던 미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블랙 호크 다운>에게 넘겨준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는 서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 이번 주말에 개봉하는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으로 인해 많은 스크린 수 감소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관객 수 하락폭도 커질 전망이다.
강력한 반전으로 스포일러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디 아더스>가 2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지난 주말보다 오히려 관객이 늘어나는 강세를 보였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호평을 받고 있는 <디 아더스>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봉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연걸의 <더 원>이 지난 주말 개봉작들 중에서는 제일 높은 순위인 3위에 올랐다. 언론의 평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지만 콜럼비아가 배급을 맡아 어느 정도 스크린 수를 확보했고 여기에 이연걸 액션 팬들의 호응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내용은 새로울 것 없지만 액션 씬은 볼만하다는 평을 들었던 <에너미 라인스>는 <더 원>에 밀려 4위에 그치고 말았다. 같은 액션 영화인 <더 원>과 비슷한 스크린 수를 확보했으나 주연 배우의 인지도 차이가 이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TV 드라마 <피아노>로 인기몰이를 한 조재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나쁜 남자>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두사부일체>를 제치고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5위 자리를 지켰다. 서울관객 10만을 넘어섰고, 전국관객도 30만을 넘어선 <나쁜 남자>는 김기덕 찬반론을 불러 일으키며 계속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12월 서울 박스오피스를 주름잡았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역시 만만치 않은 흥행세를 과시했던 <두사부일체>는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서울 백만관객과 전국 3백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내심 <타이타닉>의 서울 2백만 관객 기록 경신을 염두에 뒀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뒷심 부족이 못내 아쉬울 법하다. 해마다 방학때면 아이들을 극장 앞으로 불러냈던 디즈니도 올 겨울에는 별다른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간신히 서울관객 50만을 넘어서는 걸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호타루>는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와 주연배우 다카쿠라 켄이 직접 한국을 찾아 홍보에 나섰으나 최근 일본 영화들이 별다른 재미를 못 보고 있는 흐름을 역전시키지는 못했다. 첫 주말에 서울관객이 만 명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결과를 보여주고 말았다. 이번 주를 끝으로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마리이야기>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이라는 평가만큼의 관객을 모으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이번 주말에는 역대 최고 스크린 수 개봉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컴백하는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이 얼마만큼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밖에 <존 말코비치 되기>의 재기넘치는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이 인간 본성 탐구에 나선 <휴먼 네이처>, 로버트 레드포드가 미국식 영웅을 연기하는 <라스트 캐슬>, 종교계의 반대로 몇 번의 개봉 연기 끝에 어렵게 개봉되는 <예수의 마지막 유혹>, 록 밴드 '크라잉 넛'이 주연을 맡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 <이소룡을 찾아랏!> 등 다양한 색깔의 영화 7편의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영화흥행의 도박사 - 왕 정(王 晶)
왕정, 홍콩영화 중흥기의 중심에서..
1980대 말 한국에서는 홍콩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함께 한국시장을 양분했다. 이것은 명백히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이라는 영화의 힘이었다. 홍콩 영화하면 성룡을 중심으로 한 코믹액션영화로 기억되던 때, 의리파 갱들의 피가 튀는 총격전으로 홍콩 느와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고, 진일보된 특수효과를 이용하여 무협과 귀신들의 세계를 부활시킨 이 두 편은 홍콩영화의 주류를 바꾸며 한국의 관객들마저 사로잡았다.
홍콩 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것은 오우삼과 서극이라는 두 탁월한 감독들이었다. 이후 아시아를 제패한 홍콩 영화의 힘으로 이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여러 감독들이 할리우드를 노크하는 동안,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하나의 히트한 장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기만 하던 홍콩 영화는 결국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자국에서조차 쇠퇴기에 접어들고 말았다. 요즈음의 한류 열풍에 뒤지지 않았던 홍콩 스타에 대한 아시아 팬들의 지지와 2001년도의 한국 영화의 자국시장 점유율 정도는 가볍게 넘어섰던 홍콩 영화가 말이다. 이러한 홍콩 영화의 흥망성쇠의 시기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왕정이다.
도박 영화로 배팅에 성공하다.
1956년 홍콩에서 태어난 왕정은 19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12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 '왕천림'의 아들이다.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한 해에 12편씩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대단한 다작 감독이었음을 생각해 볼 때, 그의 영화에 대한 인식은 어렸을 때부터 받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왕정이 데뷔작을 찍은 해가 1981년인데 왕천림의 마지막 영화가 1980년에 제작되었다.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바통을 터치한 것 같다. 이 후 왕천림은 아들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아들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을 하기도 하였다. 왕정 또한 배우로서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1978년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한 그는 <천왕투천패 千王鬪千覇> 라는 영화로 1981년에 감독 데뷔한다. 이 영화는 그해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이후 그는 1987년까지 한해에 1-2편씩 영화를 연출하는데 드라마, 호러, 액션,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청와왕자 靑蛙王者>(1984)의 흥행 성공과 이 시기까지 그의 최고 흥행작인 주윤발, 증지위 주연의 <폭소구애작전 精裝追女仔>(1987)에 힘입어서 1988년도에 와서는 한 해 4편으로 연출 편수가 늘어난다. 이 영화는 당연히 다음 해에 유덕화 주연으로 속편이 만들어지고 역시 성공을 거둔다. 이렇게 이어지는 연속적인 성공은 마침내 1989년으로 완전히 입지를 다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이 해에 그의 최고작들이라 할만한 유덕화, 알란탐 주연의 <지존무상 至尊無上>과 주윤발, 유덕화, 왕조현 주연의 <정전자 賭神>가 한국에까지 도박영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해 홍콩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정전자>는 재탕 삼탕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우려먹는 그의 최고 밑천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자로서의 왕정이 시작된 해도 1989년이다. 그의 첫 제작영화는 히트작인 <폭소구애작전>의 3편. 자신이 감독을 맡지는 않았으나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로 출연까지 했다. 이를 판돈으로 그는 다시 몇 배나 부풀려내는 도박에 성공한다. 먼저 홍콩영화의 필모를 정리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골치 거리를 안겨준 그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도박영화들이 우후준순으로 쏟아지며, 더 나아가 주위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는 데 탁월한(?) 맥가이버같은 능력을 보여준다.
유진위감독의 <도성 賭聖>으로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알리며 마침내 주성치 등장. 이를 가만히 둘 왕정이 아니었다. 남의 영화의 캐릭터를 자신의 영화 <정전자>의 캐릭터와 조우시켜서 만든 것이 <지존무상3 至尊無上3賭俠>이다. 전편인 <정전자>에서 '도신' 주윤발에게 도박을 배운 유덕화가 '도협'이 되어 '도성'인 주성치를 만난다. 그리고 둘은 '도신' 주윤발의 제자가 된다. 따지고 보면 도신과 도성의 공동속편격인 이 영화를 황당하게도, <지존무상 3>라 명한 것부터가 혼란의 시작이었다. 내용상 이 영화의 영어제목을 <God of Gamblers II>라 많이 명기해서 도신의 속편으로 정리되어있지만 개봉당시 필름상의 제목은 <지존무상3도협>이라 되어 있다.
<도신>과 <도협>, <도성> 세편의 영화가 모두 히트작이다 보니 여기서 또 다른 형태의 속편이 난무한다. <도성>의 원래 감독인 유진위가 그 속편격인 <도성2 도패賭覇>라는 영화를 찍었고. 왕정은 <도협>의 또 다른 속편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도신>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또 다른 줄기의 속편을 만들었고, 이는 3편까지 이어진다. <도성2 街頭賭聖>은 유진위의 영화 <도패>가 <도성 2>라는 소제목을 달지 않았음에 착안했는지 버젓이 <도성 2>라는 제목을 달았고, <도협>은 다시 '도협'대로 <도협,라스베가스>(1999)로 아직도 우려먹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세 명의 캐릭터는 때로는 합쳤다가 다시 세 방향으로 나뉘어져서 줄기를 형성하는 셈이다.
물량 공세와 절대승리의 히든카드로 지존의 자리에 오르다.
어쨌든 한 건수 잡으면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고 남의 영화의 캐릭터를 가져와서 또 자기 영화에 써먹는 짓도 서슴지 않는 이 방식은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점점 거대해진 그의 힘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모든 히트작들을 왕정 식으로 가져다 쓰기가 시작된다. 이름하여 '왕정표' 영화들이 일년에 10여 편씩 쏟아진다. 왕정은 맥당걸이 히트시킨 에로 시대극 <옥보단>이 성공하자 그 2편과 3편을 제작했고, 서극의 히트작 <황비홍>의 주인공이 4편부터 조문탁으로 바뀌자, 이연걸을 데려와서는 <황비홍철계투오공>을 내놓는다. 이어서 서극의 <소오강호> <동방불패>의 히트로 시작된 무협열풍에 편승하여 이연걸과 <의천도룡기> <소림오조>를 찍었고, 현대액션극인 <이연걸의 탈출>까지 모두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다. 일본 만화와 오락을 영화화한 <시티헌터>와 <스트리트 파이팅>, 홍콩 느와르의 새로운 형태라 할 수 있는 암흑가의 실존 인물을 영화화한 <파호>가 히트하자 만든 <뇌락전구>, <영웅본색>의 향수를 자극하는<신영웅본색>까지. 물론 이 모든 영화들이 성공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흥행의 마술사'로서의 왕정이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주성치'라는 절대 카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가 소재와 감독을 불문하고 박스오피스의 탑에 올랐기 때문에 어떠한 흥행실패도 언제든 만회가 가능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 도박사 왕정
제작한 영화 80여 편, 감독한 영화 80여 편, 시나리오 집필 100여 편. 이것이 왕정이 20년 동안 쏟아낸 수치이다. 영화감독을 스포츠 스타들처럼 주로 기록에 의해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지만 대단한 수치임은 분명하다. 그와 동세대의 어떠한 홍콩 감독도 산업적으로 이와 같은 양적인 확장을 이루어내진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홍콩 영화는 이미 자국에서도 아시아에서도 그 위세가 꺾여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은 왕정의 근시안적으로 흥행에만 집착하는 스타일이 홍콩 영화 전체를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전체적인 영화 산업이야 어찌됐던 아직 그는 건재해 보인다. 그의 몰락이야말로 홍콩 영화 산업이 완전히 망할 때에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에야 홍콩 영화의 재건이 시작될 때일 수도 있다.
한 번 파둔 우물은 언젠가 마른다. 그래서 새로운 물길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우물에서 물 긷는 데만 열심인 왕정. 이젠 그의 우물도 슬슬 바닥이 보이지 않을까?
역사상 가장 거대한 무협영화, <영웅 Hero> 제작 중 2002/01/22 홍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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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타임(아시아판)은 21일자 최신호의 커버스토리에서 중국의 세계적 감독인 장 이모우(Zhang Yimou)가 아시아 영화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무협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영웅 Hero>으로 알려진 이번 영화에는 세계적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와호장룡>의 장지이를 비롯해 양조위와 장만옥, 이연걸 등이 출연한다.
<와호장룡>이 2001년 오스카에서 수상하고 미국내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기록을 달성한 이후에 제작되는 최대 규모의 영화인 <영웅>은 중국, 미국,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했으며 약 3천만 달러(약 36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BC. 220 년 중국의 진나라를 배경으로 황제를 암살하려는 3인의 무사(장만옥, 양조위, 장지이)와 그들을 막으려는 자객(이연걸)의 대결을 그릴 이번 영화에는 사랑, 질투, 대규모의 액션 등을 담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이미 장지이를 '제2의 공리'로 부각시키며 세계적으로 키워낸 장 이모우 감독은 홍콩배우들과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영웅>에는 감독과 배우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탭들도 같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동안 왕가위 영화를 주로 촬영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을 담담하고,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란 Ran>으로 이미 아카데미를 수상한 바 있는 미술감독 에미 와다,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작곡가 탄 둔 등 수많은 세계적 스탭들이 동원된다. 올 1월 말, 150일간의 고된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가는 <영웅>이 <와호장룡>이 받았던 세계적인 관심과 흥행성공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타임즈는 전했다. 첸 카이거와 더불어 대표적 중국 5세대 감독으로 장 이모우는 그동안 <국두>, <붉은 수수밭>, <홍등> 등을 만들며 각종 국제 영화제를 휩쓸었고 최근에는 <책상 서랍 속의 동화>, <집으로 가는 길>, <행복시광 Happy Time> 등의 근,현대 중국 서민들을 특유의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려내며 세계적 감독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최초로 시도되는 장 이모우 감독의 대규모 무협 영화인만큼 그가 그려내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