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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문제부터 정리하고 지문을 읽는 습관도 함께 기르게 하자. 지문 전체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 시간을 쓰지 않고 출제자가 요구하는 질문 속에 담긴 조건을 먼저 파악하고 나서 문제를 접하는 것이 논리적인 문제 풀이법이다. 문제와 답지를 정리하여 질문을 파악하고 나서 빠른 속도로 지문을 읽으며 답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문장들을 찾아내는 순서로 문제를 푸는 것이 고득점의 지름길이다.
현재 수능언어의 성적이 저조한 학생이라면 아래 지문과 문제를 여러 번 반복하여 풀어보기 바란다. 수능 언어가 무엇을 요구하는 시험인지 아는 것에서부터 공부는 시작된다. 또한 학부모님들도 한 번 풀어보시기 바란다. 부모님들이 생각하고 계신 '국어'시험과 수능 언어 시험의 확연한 차이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서울시 교육청 모의고사 [47~50번]
열전반도체는 ㉠전자(음전하)가 많은 N형 반도체와 정공(양전하)이 많은 P형 반도체를 붙여 만든 것이다. 열전반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N형 반도체에 있는 전자는 전원의 양극(+)으로,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은 음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전자나 정공이 이동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가 접합된 부분에서 열을 흡수한 다음에, 다른 접합 부분에서 열을 방출하게 된다. 그러면 한쪽 접합부는 차갑고, 다른 한쪽 접합부는 뜨겁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한 냉동을 열전 냉동이라 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을 연결한 후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두 금속의 접합부에서 열이 발생하거나 흡수되는 '펠티에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한편 온도차를 이용하면 열전반도체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열전반도체의 한쪽에 열을 가해 다른 쪽과 온도 차를 만들면 고온부에 있는 전자 및 정공은 저온부에 있는 것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전자와 정공은 온도가 낮은 저온부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면 ㉣전자의 이동과 반대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처럼 열전반도체를 이용하여 전류를 얻는 발전을 열전 발전이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전류는 온도차와 비례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금속을 연결한 후 접합부에 가열하면 전류가 발생하는 '제벡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48. 위 글을 바탕으로 〈보기〉의 '열전 발전'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원리 파악+추론형 문제)
① ⓒ와 ⓓ에 열을 가하면 전류는 'ⓒ→ⓐ→ⓑ→ⓓ'로 흐른다.
② ⓑ에 열을 가하면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이 ⓓ의 방향으로 이동한다.
③ ⓐㆍⓑ의 온도와 ⓒㆍⓓ의 온도의 차가 클수록 발생하는 전류도 커진다.
④ ⓐ에 열을 가하면 그 부근에 있는 N형 반도체의 전자가 ⓒ 부근에 있는 전자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⑤ ⓓ에 열을 가하면 그 부근에 있는 P형 반도체의 정공이 ⓑ 부근에 있는 정공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위의 글은 삼성 반도체 연구소에서 나온 열전반도체의 개념과 작동 원리가 간단하게 요약되어 지문으로 출제됐다. 그리고 함께 낸 문제는 현재의 수능시험에서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사고력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48번 문제는 특히 많은 수험생이 어려워하고 실제 오답률도 60%에 육박했던 비문학 표상 전환 유형이다. 표상전환이란 글자로 되어 있는 글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여 그림, 도표 또는 그래프 등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묻는 문제이다. 대부분 과학/기술 지문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글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단순하게 읽어나가기 때문에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표상전환을 위한 문단을 이루는 문장들은 여러 개의 구성요소를 층위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 문장씩 읽고 그림에 적용하여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의 밑줄 친 ㉠,㉡,㉢에 담긴 내용이 바로 열전 발전의 원리이다. 원리를 파악후 추론하여 답지를 찾아내는 형태의 이런 문제에서는, 반드시 한 문장씩 끊어 읽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시각을 횡적으로 처리하여 한 줄 읽고 그림을 확인하여 이해하고, 다시 한 줄 읽고 그림에 적용시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 이제 풀이해보자. 열전반도체의 한쪽에 열을 가하면 뜨거운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자가 이동(㉢)하기 때문에 N형 반도체에 많이 분포된 전자(㉠)들은 ⓒ→ⓐ→ⓑ→ⓓ로 이동할 것이다. 전자와 전류의 이동방향은 반대(㉣)이므로 전류의 이동방향은 ⓓ→ⓑ→ⓐ→ⓒ가 된다. 따라서 답은 ①번임을 쉽게 추론해 낼 수 있다.
6월 평가원 시험은 그동안 공부해온 자신의 실력의 빈틈을 확인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표상전환 문제는 지속적인 연습과 훈련을 거치면 아주 쉬운 문제라고 느낄 수 있다.
고등학생들의 언어 공부가 성적으로 굳어지는 시기는 9월에서 10월쯤이니 그전의 모의고사 성적만으로 좋아하거나 기뻐하지 말고 앞으로 성적은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위와 같은 3점 문제들을 모아 정리한 동영상을 이투스(www.etoos.com)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참고할 수 있다.
조선일보 20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