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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뷔페홀(낮)
돌잡이중이다.
사회자가 돌잡이를 진행한다.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제복을 입은 경찰서장이 호쾌하게 만원짜리를 꺼낸다.
박수소리.
양복을 입은 장택수와 한복을 입은 그의 처도 보인다.
장택수의 딸이 등장한다.
아이가 울든, 뭐를 잡든, 엉뚱한데 관심을 갖든...어떤것도 가능한 자연스러운 돌날 풍경이다.
모두들 박수치고, 먹고 떠드느라 왁자한데 한 테이블만 이질적이다.
섬처럼 고요한 백민철의 테이블이다.
백민철 : (돌잡이 테이블에서 시선을 돌리며) 그래서 강실장은 어디있습니까?
은재 : (겁먹지 않은, 평소와 똑같은 태도다) 그전에 지도를 확인하고 싶은데요.
백민철이 눈짓하자 아식스가 품안에서 작은 통을 건넨다.
무열이 받아 옆 테이블의 용수에게 건네고, 용수가 통에서 지도를 꺼내 이산에게 건넨다.
'이것좀 봐주세요'
'뭐어? 밥먹을땐 개도 안 건드려...'
'잠깐이면 되잖아요'
'먹다 끊기면 얼마 못 먹는데...'
이산 투덜대면서 돋보기를 꺼내 지도를 확인한다.
백민철이 창밖을 본다. 빗줄기가 거세다.
S#2. 산장거실(낮)
창밖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희경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역시 창밖을 보며 강승호도 커피를 마신다. 금방 끓인 듯 하얀 김이 오른다.
-----타이틀(의뢰 NO10. 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을 본다)
S#3. 산장거실(낮)
창밖을 보던 희경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1시20분이 넘고 있다.
희경 : 한시 20분. 대충 30분이면 끝나지 않겠어요.
강승호 : ....
희경 : (샌들을 벗고 의자에 두다리를 올려 무릎을 감싸안은채로) 연락오면 곧 풀어 줄게요. 대신 뒤끝 없는거예요?
남자답게 대범하게!! 우연히 만나두 모르는 척 지나가는거? 오케이? 쪼잔하게 굴기 없기?
강승호 : (벗어놓은 희경의 샌들을 본다. 왼쪽샌들에 꽃장식이 떨어졌다)...
희경 : 그것도 뭐...백민철 그 인간이 약속을 지켜야겠지만... 어쩌다가 그런 인간하고 엮인 거예요?
강승호 : (외면하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희경 : 제대로 알아도 사기꾼은 사기꾼인거잖아. 인생 솔직해집시다. 비도 오는데...
강승호 : (꽃장식이 떨어진 샌들을 응시하면서) 당신같은 여자는 백년을 지나도 우리 형님을 모를 겁니다.
희경 : 네, 네... 알고잡지도 않습니다. 비열하고 못되고 쓰레기같이 더럽고 사악한 제비같은 놈.
강승호 : (울컥한다) 그만하지.
희경 : (깔짝 깔짝 약올리듯) 싫어. 더할거야. 하고 싶은만큼 할거야. 나쁜놈 맞잖아? 여자 이용한것도 맞잖아?
조폭이면 조폭답게 주먹으로 말을 하든가.
강승호가 희경을 노려본다.
강승호의 분노를 대변하듯 천둥 번개가 친다.
S#4. 뷔페홀(낮)
이산이 돋보기를 들고 지도를 감정중이다.
용수가 그 옆에서 초조하게 지켜본다.
옆테이블.
백민철, 아식스, 아디다스 VS. 은재. 무열.
은재 : 아주 오래전에 이일을 하셨나봐요?
백민철 : 왜 그렇게 생각하죠?
은재 : 조만기가 실종사망한게 1989년... 그때부터, 아니면 그 이전부터 시작된 일일테니까요
백민철 : 우리가 조만기와 연관이 있다는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은재 : 우연히 들었어요.
백민철 : (피식 웃는다) 고종이 숨겨놓았다는 황금에 대한 소문은 늘 있어왔고,
나 이전에도 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은재 : (이산이 감정하는 지도를 흘깃 보며) 저 지도외에 다른 지도를 한 장 더 갖고 계신다구요?
백민철 : 그것도 우연히 들었습니까?
S#5. 산장거실(낮)
희경 : (여전히 놀리는) 어쩌다가 그런 사기꾼이랑 엮이셨을까? 그 풍채에 그 목소리에....
독립해요. 아저씨는 목소리랑 몽타쥬가 좋아서 독립하면 더 훌륭한 사기꾼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청출어람! 좋잖아
강승호 : (발끈하려다가 생각을 바꾼다. 픽 웃는다)...
희경 : 왜 웃으세요?
강승호 : (여유를 찾았다) 불쌍해서... 아직도 우리 형님한테 미련이 많으신가봐.
희경 : (여유를 잃는다) 웃기고 있네. 내가 총맞았어요?
강승호 : 하긴 무리도 아니지. 당신같이 수다스럽고, 싸구려에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여자가
잠시나마 우리 형님같은 남자한테 사랑받았다고 믿었으니 그 환상에서 깨어나기가 어렵겠지. 이해해.
희경 : (강승호를 노려본다)
강승호 : 그래도 어쩌겠어. 인연이 아닌걸...
희경이 잡히는대로 집어던진다. 빵봉지다.
강승호가 고개만 비틀어 여유있게 피한다.
상황은 역전됐다.
다시한번 천둥번개가 친다.
S#6. 뷔페홀(낮)
가라오케가 등장했다.
장택수의 후배경관인 듯 세명의 정복경찰이 소방차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은재 : 세장의 지도중에 그쪽에서 갖고 있는 것은 어떤거죠?
백민철 : 1904년 덕수궁 대화재를 이용해 황금을 숨긴 고종은 세장의 지도를 만들었소. 한 장은 현장 책임자에게 맡겼고,
또 한 장은 85만냥의 황금을 조달한 이용익에게 맡겼고, 또 한 장은 고종 자신이 갖고 있었을거요.
(이산이 보고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저것이 이용익에게 맡겼던 청색 시리즈.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적색 시리즈.
고종은 백색시리즈를 갖고 있겠지.
은재 : 고종이 갖고 있던 지도에 대한 단서는요?
백민철 : (웃는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당신들이 그만 포기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이일을 해왔고, 많은 희생도 치뤘습니다. 솔직히 집착이 아닌가 싶을때고 있지만,
그렇대도 끝까지 가는 수밖엔 없습니다. 바다수영으로 따지면 너무 멀리 헤엄친겁니다.
돌아갈수 없어 진거죠. 앞으로 나아갈수밖에는...
백민철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협박이다.
S#6. 산장거실(낮)
강승호, 좀전에 희경이 던진 빵을 떼어 먹는다.
강승호 : 우리 형님 그만 잊어요. 그게 댁한테 좋아. 우리 형님은 왠만한 여자가 감당할만한 남자가 아니거든.
지금은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될겁니다. 예?
반문하면서 강승호가 희경을 쳐다본다.
희경은 충격받은 눈으로 강승호의 뒤쪽을 보고 있다.
강승호가 뭔가 싶어 자기 뒤를 돌아본다.
희경...겁먹은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강승호 : (아무것도 없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왜 그래?
희경 : (추위를 느끼듯 팔뚝을 손으로 쓸면서) 별거 아니예요.
강승호 : 뭔데 그래?
희경 : (차마 보지 못하고) 당신뒤에...,남자가...너무 끔찍한 얼굴로....
강승호 : (움찔한다. 그러면서도) 웃기지마.
희경 : (정말 겁에 질린것처럼 강승호의 왼쪽어깨를 흘깃 보며) 안믿어도 상관없지만 왼쪽 어깨 안아파요?
강승호 : 안아퍼. 하나도 안아퍼...멀쩡해. (왼쪽 팔을 보란 듯이 휘둘러본다)
희경, 다시한번 슬쩍 강승호 뒤를 보며 차마 볼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돌아선다.
강승호는 하얗게 질려 왼쪽 어깨쪽을 흘깃 흘깃 쳐다본다.
강승호에게 등을 돌리고 선 희경이 혀를 쏙 내민다.
등뒤의 강승호는 완전히 희경의 페이스에 말렸다. 왼쪽 어깨를 자꾸만 털어낸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천둥번개...
강승호 소리도 못지르고 허허허헉 놀란다.
S#7. 뷔페홀(낮)
창밖에 천둥번개가 치자 우우워...하객들의 작은 탄성.
일제히 창밖을 향했던 고개가 서로를 향한다.
은재 : 우리한테도 나름대로 사정이라는게 있어서요.
백민철 : 포기할 수 없다면 서로 손을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은재 : ....
백민철이 물잔을 집어든다.
은재가 백민철 손등의 흉터를 발견한다.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무열의 옷자락을 움켜쥔다.
은재는 백민철의 손등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S#8. 산장 거실(낮)
강승호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
희경 : (완전 재미 들렸다. 강승호 뒤를 보면서) 느낌이....너무 안좋아요... 아주 아주 깊은 원한...
저렇게까지 검은 빛깔의 원혼은 본적이 없는데... 왼쪽 어깨부터 목덜미까지...
당신 도대체 저 남자한테 무슨 짓을 한거예요?
강승호 :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어...어떤...어떤 남잔데?
희경 : 너무 검어서 형체가 잘....남자라는거 밖에는...
강승호 : 젊어? 고등학생 같해?
희경 : (강승호를 읽기 시작한다).....그런 것 같아요. 열일곱, 열여덟. 머리는... (자세히 보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뜬다)
강승호 : 짧어?....안경은?
희경 : (끄덕인다) 머리가 짧고, 안경 끼고...슬프고 괴롭고...
(자기가 울것처럼 신음을 토해내며 가슴을 움켜쥔다) 너무 아파요.
강승호 : (기절 직전이다. 숨도 못 쉰다)....
희경 : (돌변한다) 당신이 죽였나요?
강승호 : (즉각적으로)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난 아니야. 난 죽이진 않았어.
S#9. 뷔페홀(낮)
무열의 옷자락을 잡은 은재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여전히 시선은 백민철의 손등을 향해있다.
백민철은 아식스와 아디다스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한다.
무열이 걱정스럽게 은재를 본다.
무열 : (작은 소리로 은재 귀에 가까이대고) 왜 그래요?
은재 : (백민철에게 시선을 고정시킨채로 작은소리로) 저 사람.....사람을 죽였어요.
백민철이 아식스에게 무슨 말인가를 전해들으며 의미없이 웃는다.
은재의 시선은 백민철 손등의 흉터에 꽂혀있다.
S#10. 옥상-계단(밤)
(*이씬은 고속촬영이었으면 좋겠다. 몽환적이고 슬프도록)
상자안에 숨어있던 일곱 살 은재가 나온다.
멀리 덕수궁을 흘깃 보고 다시 계단 아래를 본다.
널브러진 젊은 남자...머리가 짧고, 안경이 계단 중간에 떨어져있다. 눈동자에 빛이 꺼져간다.
그의 목에 손이 들어온다. 쓰러진 남자의 목으로 향하는 손...손등의 흉터.
S#11. 뷔페홀(낮)
테이블위에 놓여진 백민철의 손등.
백민철이 은재의 시선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자기손의 흉터를 본다. 그러나 손을 숨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상하다는 듯 은재를 본다.
무열의 옷자락을 잡은 은재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무열이 은재의 손을 잡아준다.
무열 : (작은 소리로) 걱정 말아요. 박무열이랑 있는데 뭐가 걱정이예요?
그때, 이산이 감정을 끝낸다. 안경을 벗고, 지도를 용수에게 건넨다음 접시를 끌어당긴다.
이산 : 그때 그 지도 맞고, 새로 덧칠된 데도 없고 지워진 흔적도 없고...됐지? (먹기 시작한다)
백민철 : 그래서 강실장은 어딨습니까?
용수가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S#12. 산장거실(낮)
강승호 : 난 그냥 차에 있었어. 불러서 갔을 땐 이미 죽어있었고.... 어쩔 수가 없었어... 내가 죽인게 아니야.
희경이 강승호의 간증같은 고백을 듣고 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깜짝 놀라는 희경.
강승호도 흥분상태에서 문득 깨어난다.
희경, 두개의 핸드폰중 자신의 것이 아닌 걸 받으며 밖으로 나간다.
희경 : 여보세요.
S#13. 산장현관앞-뷔페홀(낮)
안에서 나오는 희경, 빗줄기를 보며 통화한다.
뷔페홀과 화면 분할된다.
희경 : 용수씨
용수 : 끝났어. 지난번에 얘기한대로 하면 돼. 풀어줄때 조심하는거 잊지 말고.
희경 : 잠깐만...지금 백민철이랑 같이 있어.
용수 : (백민철을 보며) 어.
희경 : 잠깐만 밖으로 나와봐.
용수 : 왜?
희경 : 잠깐만.
용수 : (핸드폰을 가린채) 잠깐만...
은재와 무열, 긴장해서 용수를 본다.
S#14. 산장현관앞-뷔페홀 입구(낮)
용수가 자리를 옮기는 동안 희경, 창으로 안의 강승호를 본다.
강승호는 여전히 부들 부들 떨고 있다.
용수 : 왜? 무슨 일 있어?
희경 : 저기..........
용수 : (답답하다) 왜?
희경 : (결심한다) 이쪽에 일이 생겼거든. 일단 지도를 갖고 빠져나올수 있어?
용수 : 왜? 무슨일? 희경씨 괜찮어? 무사한거야?
희경 : 난 괜찮은데... 강승호가 이상한 말을 해서....
전화 통화하면서 희경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너머 강승호가 희경을 쳐다보고 있다.
좀전까지 공포에 떨던 강승호, 자신이 한 이야기가 뭔가를 촉발시켰다는 걸 눈치챈다.
-----용수의 브릿지-----
S#15. 뷔페홀 입구(낮)
핸드폰을 접는 용수, 어떻게 해야 하나 뾰족한 수가 생각 나질 않는다.
홀 쪽을 바라본다.
장택수가 노래를 하고 있다. '아빠의 청춘'같은 노래다.
사람들 너머 가장 안쪽의 백민철의 모습도 보인다.
생각없이 창밖을 보는데, 건물을 군데 군데 지키고 있는 검은 남자들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
자세히 보면 건물입구에도 수상한 남자들이 삼삼 오오 모여있다.
S#16. 뷔페홀(낮)
백민철의 테이블.
전화걸러 간 용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산은 두 번째 접시를 가져와 먹는 중이다.
백민철 : (입구쪽을 바라보며) 문제가 생긴거 아닙니까?
은재 : (은재는 백민철과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좀전의 냉정함은 없다)....
백민철 : (손등의 흉터를 만지며) 아가씨한테도 문제가 생긴거 같군요.
용수가 들어와 앉는다.
백민철 : 어떻게 됐습니까?
용수 : (긴장을 풀 듯 짧은 한숨을 쉬더니) 무열이 너는 은재씨랑 할아버지 데리고 먼저 가있어.
은재 : (계획에 없던 일이라 용수를 본다)...
무열 : 형은?
용수 : (지도를 무열에게 건넨다) 뒤는 내가 맡을 테니까 먼저 가.
백민철 : (날카롭게 쳐다본다) 뭐하자는 겁니까?
용수 : 지도가 무사히 빠져나가는걸 확인하면 그때 007을 풀어주겠습니다.
백민철 : 계획에 없던 일입니다.
용수 : 이 건물 주변에 시커먼 사람들이 깔려있는 것도 우리 계획엔 없었던 일이라서요.
백민철 : (웃는다)...
용수 : 대신 내가 남을 거니까 상관없잖아요.
백민철 : ...
용수 : (무열에게) 얼른 가.
무열 : (주저한다)..
용수 : (사정하듯) 그냥 좀 가. 빨리...
무열 : (은재에게) 가요!! (이산을 재촉한다) 할아버지.
이산 : 아 왜? ...벌써 가? 아직 반도 못 돌았는데...
무열 : (이산을 잡아끌며) 너무 먹으면 짜귀나요.
이산 : (끌려가면서) 밥 사준다고 불러놓고 이게 무슨 만행이야. 저쪽에 회두 있더만.
은재와 무열이 아쉬워하는 이산을 데리고 나간다.
17. 주차장(낮)
은재와 이산, 무열이 들어온다.
차안에 있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그들이 보인다.
곳곳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남자 : (전화기에 대고) 어떻게 할까요?
S#18. 뷔페홀(낮)
백민철이 통화중이다.
백민철 : (씁쓸하게 웃는다) 가게 둬. (핸드폰을 접은후 용수에게) 됐습니까? 이제 남은 패는 없습니다. 강실장은 어딨습니까?
용수 : 잠깐만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큰소리로) 주목!!
모두의 시선이 용수에게 향한다.
백민철과 아식스, 아디다스가 용수의 뜻밖의 행동에 놀라 올려다본다.
용수가 실내를 둘러본다. 절반이 정복경찰이다.
'뭐야?''누구야?' 웅성거린다.
용수 : (배에서 끌어낸 목소리로) 대한민국 경찰은 다 엿먹어라아아아아아!!!!!!!
화기애애하던 분위기 급속냉각된다. 화면이 순간적으로 정지된듯.
동료 경찰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환하게 웃던 장택수도.
서장쯤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정복경찰들은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과 건배하다가
경찰 누군가는 고기를 막 집어먹다가,
누군가는 허리를 돌려 옆의 테이블과 이야기하다가
정지된 화면에서 들리는 마이크에서 들리는 삐이익 하는 기분 나쁜소리 점점 커지는데...
그 충격에 마지막 점을 찍듯, 용수 크게 크게...... 감자를 먹인다.
S#19. 주차장(낮)
양팔을 경찰에게 잡힌 용수가 끌려나온다. 등뒤로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들은 당연히 화가 났다. 용수의 머리를 거칠게 눌러 차에 태운다.
용수를 태운 경찰차가 출발한다.
모습을 나타내는 백민철, 아식스, 아디다스.
뒷통수를 맞은 백민철.... 그의 분노가 차갑게 타오른다.
S#20. 산장 거실(저녁)
강승호와 희경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눈싸움하듯.
희경 : 다시한번 묻겠어요. 당신이 파묻었다는 그 고등학생. 1989년의 일이죠?
강승호 : (희경을 노려볼뿐)..
희경 : 사고가 일어난 곳은 덕수궁 근처였구요?
강승호 : ...
희경 : 그날은 추석 전날이었어요. 연휴가 길어서 사상 최대의 귀경인파 어쩌구 했던 그날이죠.
서울이 텅비다 시피했다는...안그래요?
강승호 : ....
희경 : 맞잖아? 맞으면 맞다고 말을 해요?
강승호 : ...
희경 : (방향을 바꾼다) 당신에게 매달려있는 귀신, 쫓아버리고 싶지 않아? 당신 지금 귀신에게 먹히고 있어.
다 먹히는것도 시간문제야. 말해. 말해야 대책을 마련하지.
강승호 : 진짜 보인다면 물어볼 것도 없잖아.
희경 : (찔끔한다) 뜨문 뜨문 보여서 그래.
강승호 : (자책하듯) 바보같이...당신이 사이비라는걸 깜박했어.
희경 : 좋아. 견뎌보시지. 밤은 다가오고, 비는 오고...귀신이 왜 비를 좋아하는지 알아?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보면 '단순무열'이다.
희경 : (등불을 들고 구석쪽으로 가면서 강승호를 놀리듯) 물이 귀신을 끌어들이거든. 게다가 귀신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한밤중보다는 해가 질락말락하는 저녁무렵을 좋아한다구.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고
틈이 벌어지는 바로 그 시간이니까... (핸드폰에 대고) 여보세요.
어둠속에 혼자남은 강승호.
안믿는척, 센척해보지만 무섭다.
S#21. 은재의 차-산장거실(저녁)
은재가 운전중이고, 무열이 통화중이다.
뒷자리의 이산은 아직도 못먹고 온 음식에 대한 아쉬움으로 궁시렁대고 있다.
'광어회였는데... 초밥도 있었는데....'
무열 : (이산에게) 조용히좀 해요. (핸드폰에 대고) 용수형의 형?
-산장거실
희경, 강승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통화중이다.
희경 : 몽타쥬도 그렇고, 용수씨 형이 실종됐다는 시점하고 시체를 암매장했다는 시점하고 거의 비슷한데 자세한건 말 안해.
-차안
무열 : 1989년 추석때 덕수궁 근처? 맞어?
은재 : (무열을 본다)
(희경) : 대답을 안한다니까
무열 : 용수형한테 말했어?
-산장거실
희경 : 아직....확실해지면 말할라구. 같은 이름만 들어도 낮술을 제끼는데...
맞다고 해도 곤란하고 아니라고 해도 곤란하고 지금은 그렇잖어.
-차안
무열 : 그러게.
은재 : (뒷자리의 이산을 의식하면서) 자세한건 이따가 다시 통화하도록 해요
무열 : (핸드폰에 대고) 이따 다시 전화할게 (은재에게) 어...좌회전인데...
은재 : (자기 핸드폰에 대고) 경비업체죠. 경비의뢰를 하려고 하는데요 집하고, 사람하고 모두다요. 사람은 일단 네명입니다.
S#22. 2층복도(밤)
발소리.
십여명의 남자들이 몰려온다.
만화가게, 흥신소, 태권도장을 억지로 열고 들어간다.
S#23. 만화가게(밤)
불도 켜지 않은 만화가게.
백민철이 낡아빠진 소파에 앉아 창밖 불빛을 보고 있다.
어둠속의 그의 얼굴은 음영 때문에 표정을 알수가 없다.
어둠이 눈에 익으면 백민철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이 보인다.
백민철 : 강실장 핸드폰은?
아식스 : 계속 꺼져있습니다.
백민철 : (아무데나 번호를 적어 쭉 찢어건넨다) 이번호 위치추적해봐.
백민철이 밖으로 나간다.
S#24. 은재의 집 전경(밤)
지나가는 차안의 사람들이 뭔일인가 싶어 속도를 줄이고 어딘가를 바라본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보란 듯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곳,
은재의 저택이다.
S#25. 은재의 집 거실(밤)
이산이 이것저것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본다.
골동품이나 벽에 걸린 그림등이 주 관심사가 된다.
도자기, 장, 수놓아진 가리개등을 감탄하며 바라본다.
무열은 이산을 쫓아다니며 이산이 뭔가를 건드리려고하면 자제시키기 바쁘다.
무열 : 할아버지 좀...
장식장안의 오래된 찻잔을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디밀다가 유리창에 부딪치기까지 한다.
무열이 이산을 억지로 잡아다가 소파에 앉힌다.
무열 : 노인네 기운도 좋아. 좀 가만히 계세요. 그러다가 하나라도 깨트리면 어떡할라 그래요?
이산 : 내가 평생을 고물상으로 산 사람이야. 자네나 조심해.
무열 : 그래도 체통을 지키세요 예?
이산 : (자랑스럽게) 내가 지킬 체통이 어딨는데?
무열 : (할말없다)...좋으시겠습니다.
은재 :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며) 무열씨...!
무열 : 예...(은재가 있는 방으로 가며 이산에게) 하나 깨트리면 전재산이 홀라당. 알죠?
이산 : (커다란 항아리를 툭 치며) 이건 괜찮아. 모조품이야.
S#26. 서재(밤)
무열이 들어온다.
은재 : 용수씨는 내일 나올 것 같해요.
무열 : 예....
은재 : 용수씨 형이 실종됐을때...그때도 지금 사는 건물에서 살았다고 했죠?
무열 : 예. 그 건물이 지어지자마자 입주했다고 하니까...
은재 : 강승호가 파묻었다는 사람이 용수씨 형이 맞는거 같해요. 백민철이 죽인건 확실하구요.
무열 : (비일상적인 이야기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S#27. 산장거실(밤)
희경이 통화중이다.
화면 뒤쪽, 강승호가 보인다.
희경 : 확실해? 그 남자가....그러니까 백민철 그 남자가 사람을 죽였다는게?
(은재) : 손등의 흉터가 확실해요.
희경 : (믿고 싶지 않다) 그치만.... (강승호를 본다)
강승호 : (일이 복잡해져간다는걸 느낀다)...
(은재) : 일단은 죽은 사람이 용수씨 형인지 아닌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어요
희경 : (목소리를 낮춰서) 용수씨 형이라면 죽일 이유가 없잖아. 용수씨형은 고등학생이었다며? 범생이라고 그랬어.
사는 세계가 다른데...황금이랑 아무 상관없는데... 죽일 이유가 없잖아. 살인마도 아니고.
희경의 핸드폰이 밧데리가 다돼 간다고 삑삑댄다.
희경 : 아무튼 알았어. 끊어.
희경, 전화를 끊고, 강승호를 돌아본다.
강승호, 희경이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강승호에게 다가간다.
희경 : 우리나라 살인공소시효가 얼만지는 알죠? 15년. 죄짓고 사는 사람이니까 빠삭하겠죠.
1989년에 당신이 사람을 죽였대도 이미 다 끝난 상황이예요
강승호 : 나는 죽이지 않았어
희경 : 백민철이 죽였나요?
강승호 : (움찔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희경 : (강승호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믿고 싶지 않은걸 믿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댁이 말했듯이 지금까지 나
숱한 거짓말을 하고 살았지만 지금부터 하는 말은 사실 그대로예요. 이게 만약 거짓말이면... 이게 만약 거짓말이면...
뭐 가진게 없어서 걸 것도 없지만... 어쨌든 지금부턴 사실만을 말할게요
강승호 : ...
희경 : 김용수라고 알거예요. 만화가게 하는...전에 봤죠.
S#28. 경찰서 유치장(밤)
용수가 쭈그리고 잠들어 있다.
경찰 두어명이 용수를 구경하러 왔다.
감히 경찰들 앞에서 경찰을 모욕한 그 남자를...이렇게 모욕했다는걸 설명하듯 감자를 먹인다.
철창을 두드려 용수를 깨운다.
용수, 한두번이 아닌 듯 눈도 못뜨고 손을 든다. '저예요. 제가 김용숩니다' 중얼거린다.
(희경) : 그 사람 형이 1989년 추석때 실종됐대요. 뭐 위인전기같지만, 중학교때부터 전교 1등만 하고,
서울대 의대는 맡아놨다고 그랬는데...그런 아들이 갑자기 사라진거죠.
그집 엄마는 미쳐버리고 아빠는 아들 찾아다닌다고 직장도 관두고... 한집안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경찰들 가버리자 용수 다시 쭈그리고 잠든다.
같이 갖혀있는 술취한 놈들, 양아치들이 경찰을 불러 모으는 저 대단한 남자가 누굴까 경외의 눈으로 쳐다본다.
(희경) : 누가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그런건 말 안해도 돼요. 그냥 그 사람인지 아닌지만 확인해줘요.
S#29. 산장거실(밤)
희경 : 당신도 가족이 있으니까 알거 아니예요. 딸이 있다면서요? 그 딸이 갑자기 사라져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봐요. 그 정돈 해줄 수 있지 않아요?
강승호는 시선을 돌린채 묵묵 부답이다.
희경, 포기하고 돌아선다.
강승호 : (혼잣말하듯) 이름이나 그런 건 몰라, 전혀.... 얼굴은... 얼굴은 기억해.
그후에 몇번이나 꿈속에서 봤으니까...사진이 있다면 알아볼수 있을거야.
희경이 서둘러 대포폰을 켠다.
밧데리가 없다는 표시가 들어온다.
서둘러 번호를 누르는데 전원이 꺼진다.
에이씨....
희경 어쩔까 하다가 자기 핸드폰을 꺼낸다.
S#30. 은재의 집 서재(밤)
은재가 뭔가 생각중이다. 핸드폰이 온다.
발신자 '정희경'을 보고 서둘러 전화를 받는다.
은재 : (전화를 받자 마자) 이 전화를 사용하지 말랬잖아요.
S#31. 산장거실(밤)
희경 : (자기가 더 신경질을 내며 서둘러 통화한다) 밧데리가 떨어진걸 어떡해?
사진이 필요하거든. 용수씨 형 사진이 필요해. 저인간 언제 마음 변할지 모르니까 되도록 빨리... 끊어!!
-----은재의 브릿지-----
S#32. 황금빌딩 근처 차안(밤)
완벽한 어둠에 쌓여있는 황금빌딩
차안의 시계가 세벽 세시를 넘어서고 있다.
무열과 은재가 차안에 앉아있다.
은재 : (어둠 속 황금빌딩을 보며) 안에 저들이 있다고 봐야만 해요.
무열 : 그래도 할 수 없죠.
은재 :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내일 용수씨가 나오면...
무열 : 내일 되면 또 내일대로 또 문제가 생길거예요.
은재 : 이건 너무 위험해요.
무열 : (은재를 지긋이 본다) 걱정돼요?
은재 : ....
무열 : 그렇게 걱정되면 파이팅하라고 뽀뽀나 한번 해주든가.
무열은 자기 농담에 혼자 킬킬대고
은재는 이 상황에도 농담을 하는 무열이 어이없다.
S#33. 황금빌딩계단-복도(밤)
조심스런 그림자 하나.
발자국 소리를 죽여가며 계단을 올라와 복도를 지나 흥신소 앞에 선다.
흥신소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문이 열리며 남자들이 뛰쳐나온다.
복도 끝에서도 남자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림자 왔던 길을 따라 도망가기 시작한다.
S#34. 황금빌딩앞(밤)
계단에서 뛰어내린 그림자가 도망친다. 10여명의 남자들이 그 뒤를 쫓아간다.
황금빌딩은 다시 조용해진다.
차에서 내리는 무열.
무열 : (차안의 은재에게) 갖다올게요. (계단을 올라간다)
S#35. 황금빌딩복도(밤)
무열이 들어온다. 흥신소 문은 열려진 채 그대로다. 아무도 없다.
무열이 만화가게로 들어간다.
S#36. 만화가게(밤)
불꺼진 만화가게.
예전처럼 어질러놓지는 않았다. 다만, 분풀이를 한 듯 소파등이 뒤집어져있다.
무열이 서가를 밀면 안쪽에 용수의 방이 보인다.
S#37. 용수의 방(밤)
무열이 침대 밑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그 안에서 용수와 함께 찍은 액자를 꺼낸다.
돌아서려는데 앉은뱅이 책상위에 김준수가 보낸 박스가 놓여있다. 맨위에 있는 '기미일기'
무열이 박스채 들고 나가는 순간 붕 날라와 떨어진다.
S#38. 만화가게-용수의 방(밤)
어둠속에서 꾸역 꾸역 들어오는 남자들.
누군가 불을 켠다.
아식스, 아디다스를 필두로한 백민철 일당이다.
10여명의 남자들이 소리없이 용수의 방문 앞을 막아선다.
문을 사이에 두고 무열과 대치한다.
아식스 : (맨앞에 서며) 같은 방법에 두 번 당할 줄 알았나 봐?
아식스가 맨먼저 들어온다.
무열이 아식스와 싸운다.
아식스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서 뒤의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한다.
아식스가 나가떨어진다.
그제서야 입구가 확보되고 뒤이어 아디다스가 들어온다.
무열이 아디다스와 싸운다.
역시 1대 1이 될 수밖에 없다.
아디다스 역시 무열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가 떨어진다.
무열 : (신이나서 태권도 품새 몇 개를 보여준 다음 손바닥을 앞뒤로 까닥거린다) 다음!!
-만화가게
툭턱 털고 일어나는 아디다스.
어쩔까 고민하다가 서가를 바라본다.
-용수의 방
입구벽으로 쓰이는 서가가 흔들린다.
놈들이 입구를 늘리느라 서가를 쓰러트리려는 중이다.
이런...무열 긴장한다.
어쩔까? 어쩔까?하다가 등뒤 유리창을 본다.
2층... 밑에는 나무가 서있다.
창문을 열려는데 먼지가 쌓이고 빡빡한 유리창은 10센티쯤 열리다가 멈춘다.
-만화가게
한개의 고정서가에 남자들 서너명이 몰려들어 흔드는 상황.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무열이 상자를 집어든다.
서가가 무너지는 순간.
무열이 상자를 부둥켜안은채 유리창을 향해 몸을 던진다.
S#39. 황금빌딩 뒤쪽 차안(밤)
헤드라이트를 끈 차안.
은재가 와장창 소리에 고개를 든다.
2층에서 유리창이 깨지면서 몸을 잔뜩 웅크인 무열이 떨어진다.
나뭇가지에 한번 튕겼다가 바닥에 떨어진다.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멈춘다.
떨어진 무열이 발딱 일어나자 은재의 호흡도 다시 시작된다.
남자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무열이 상자를 들고 도망간다. 그 앞에 멈춰서는 은재의 차.
무열이 차에 탄다.
은재의 차가 출발한다. 계단으로 내려온 아식스와 아디다스 일행을 따돌린다.
S#40. 은재의 차안(밤)
운전하면서 은재가 조수석의 무열을 본다.
무열은 상자를 끌어안은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찰과상은 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무열 : 아...이럴땐 어디 한군데 뚝 뿌러져서 은재씨 무릎을 베고 눈을 감는것도 사나이 로망중 하나긴 한데...아깝다!!
내가 워낙 튼튼해서 말이죠. 멀쩡해요.
은재, 걱정할 것 없다는 생각에 속도를 낸다.
무열 몸이 뒤로 휙 꺽인다. 무열 표정이 잠깐 일그러진다.
은재 : 산장으로 갈게요.
S#41. 백민철의 사무실(밤)
백민철...희경의 신발에서 떨어진 플라스틱 꽃장식을 만지작거린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는지 꽃장식이 뚝 부러진다.
노크소리와 함께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 : 핸드폰 위치추적 됐습니다.
백민철이 일어난다.
S#42. 시골길(밤)
불빛없는 길.
은재의 차가 달린다.
S#43. 또다른 길(밤)
백민철의 차를 필두로 세대의 차가 달린다.
S#44. 시골읍내(밤)
은재의 차가 멈춰선다.
S#45. 은재의 차(밤)
은재가 핸드브레이크를 채우고 시동을 끈다.
무열 : 왜요?
은재가 무열이 앉은 자리를 본다.
하얀 가죽 시트 위로 피가 흐르고 있다.
은재가 무열의 팔을 잡아 앞으로 몸을 숙이게 만든다.
무열의 등이 피로 물들어 있다.
무열, 손으로 자기 등을 만져본다.
무열 : 어쩐지 따끔따끔하더라.
은재, 어이없다.
S#46. 약국옆 벤치(밤)
좀 떨어진 곳에 약국 간판이 보인다.
가로등 밑 벤치에 앉은 무열이 은재가 약을 사오기를 기다리를 중이다.
무열 앞으로 차 세대가 쌩쌩 달려간다.
무열 : (누군지는 모르지만) 한밤중에 미쳤나?
(인서트)
백민철 일당이 시골길을 달려간다.
-벤치
은재가 약국봉지를 들고 와 옆에 앉는다.
무열 : 그냥 대충 싸매면 되는데...
은재 : (옆에 앉으며) 옷 벗어요
무열 : (눈을 지긋이 감고) 한번만 더 말해줄래요.
은재 : 예?
무열 : 옷벗으라고. (등을 돌리고 옷을 벗으며) 언젠가는 은재씨가 나한테 그런말을 하는 날이 오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어요.
티셔츠를 벗는 무열을 도와주다가, 무열의 농담에 은재의 손이 거칠어진다.
'아!' 무열이 짧은 비명을 지른다.
무열의 등, 나뭇가지에 찢어진 듯 길게 찢긴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온다.
은재 : (소독하면서 감정 없는 말투로) 아무리 둔해도 그렇지 이렇게 다친 걸 몰라요.
무열 : (심각하게) 많이 다쳤나요?
은재 : (속상해서 화가 난다)...피투성이잖아요. 안 아파요?
무열 : (진지하게) 아픈것보다 등의 부상은 선수생명과 관련있다는데...
은재 : ...??
무열 : 다친후에도 한참은 움직였으니까 그리 큰 부상은 아닐거예요
은재 : (못알아듣는다)...예?
무열 : 몰라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하는 말인데...
은재 : (일부러 꾹꾹 눌러 상처를 소독한다)...
무열 : (촐싹맞게) 아야!!
은재가 거즈로 지혈을 하고 붕대를 감는다.
붕대를 돌릴때마다 은재가 무열을 안는 모양새가 된다.
은재의 머리카락이, 숨결이, 팔뚝이 무열의 몸을 스친다.
무열은 얼굴이 벌개지는데, 은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일을 한다.
그러나 붕대를 다 감고, 마무리를 하려는데 쉽게 되지 않는다.
은재가 작게 한숨을 쉬며 무열 몰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본다.
가로등 불빛아래 벤치.
윗도리를 벗은 무열의 등에 붕대를 감아주는 은재의 모습이 제법 멜로스럽다.
-----무열의 브릿지-----
S#47. 산장전경(밤)
불빛이라고는 산장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뿐.
어둠과 고요를 무참하게 깨트리는 노크소리.
S#48. 산장거실(밤)
노크소리 계속된다.
잠들었던 희경이 눈을 뜬다.
강승호도 부스스 일어난다.
희경, 자다깨서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시계를 본다. 5시가 넘은 시간.
희경 : (문을 열어주면서) 내일 올줄 알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희경이 밀려 쓰러진다.
남자들 십여명이 밀고 들어온다.
맨뒤에 백민철이 들어온다.
남자들 두어명이 강승호를 부축해 일으킨다.
백민철이 강승호가 무사한가를 눈으로 확인한 다음 실내를 둘러본다.
바닥에 쓰러진 희경이 백민철을 올려다본다.
그렇게 헤어진뒤 처음이다.
백민철 : 혼잔가?
희경 : ....
백민철 : (강승호 발에 묶인 쇠사슬을 보며) 열쇠는?
희경 : ....
들어올 때부터 가장 흥분해 있던 남자가 희경을 잡아 일으키더니 뺨을 갈긴다.
희경이 무참하게 쓰러진다.
강승호 : 그만둬!!
강승호가 문득 백민철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백민철은 잠깐 눈을 내리깔뿐...
백민철 : 열쇠는 어딨나?
희경 : (비참해서 눈물이 날것 같은걸 이를 악물며 참는다) 가방에...
희경을 때린 남자가 가방을 탈탈 털어 열쇠를 꺼낸다.
쇠사슬이 풀리는 동안 백민철은 묵묵히 서 있을뿐.
풀려난 강승호가 백민철에게 다가온다.
강승호 : 죄송합니다.
백민철 : (핸드폰을 건네주며) 제수씨한테 전화부터 해.
강승호 : ...(일행에게) 다들 따라와. (나간다)
희경을 때린 남자 : 이 여자는...
강승호 : (희경을 때린 남자를 끌고 가며) 따라와라 좀...
모두들 나가고,
백민철과 희경이 남았다.
S#49. 산장 앞(밤)
강승호를 비롯한 10여명의 남자들이 서성인다.
강승호가 아내와 통화중이다.
강승호 : 사람 말을 왜 안믿어? 지금 막 공황에 내렸다니까....나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진이는....알았어. 병원으로 곧장 갈게.....
S#50. 산장거실(밤)
백민철이 희경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희경이 백민철을 쳐다본다. 공포와 슬픔...!!
입안이 터졌는지 입꼬리에 피가 새 나온다.
백민철이 주머니를 뒤져본다. 손수건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손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주려는데,
희경이 손을 탁 쳐버리고, 손바닥으로 거칠게 쓱쓱 문지른다.
백민철이 슬쩍 웃는다.
백민철 : 거봐...우리 사이는 원래 이런거였어. 속고 속이고, 누구도 마음의 빚이나 죄책감같은걸 느낄 필요가 없는거지.
희경 : 그래서? 그래서 어쩔건데? 날 잡아갈려구. 가두고 고문할라구? 맘대로 해, 무서울거 없어.
내 인생도 온실속의 화초는 아니었거든. 왜 진즉에 그러지 그랬어? 한 두어놈 보내서 잡아다가 두들겨 팼으면
지도가 어딨는지 그 자리서 불었을텐데...왜 멜로연기를 하셨을까? 어울리지도 않게. 웃겨.
말은 신랄한데 희경의 눈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굴러나온다.
희경 : (손바닥으로 눈물을 쓱쓱 닦으면서) 아...젠장. 너무 무서우니까 눈물이 나오네.
백민철, 뭔가를 말하려는 듯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일어서 나간다.
희경 : 왜? 왜 안잡아가? 난 인질로서의 가치도 없어? 그냥 가면 후회할걸. 난 기회가 되면 가차없이 까버릴거야.
그때가서 이럴줄 몰랐네 그래도 소용없어.
백민철 : (문을 열려다가 돌아본다. 돌아설 때 그는 웃고 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약간 빚진 것 같거든
희경 : 뭘?
백민철 : 당신 입술이 예상외로 부드러웠거든
백민철이 나간다.
희경이 아이처럼 코를 훌쩍인다.
S#51. 산장앞(밤)
안에서 나온 백민철은 어쩐지 슬퍼보인다.
강승호가 슬쩍 백민철 눈치를 보며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도착할때쯤 전화할게'
희경을 때린 남자 : (백민철에게 다가오며)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저 망할년을 잡아다가...
백민철, 그놈을 무시하고 차에 탄다.
강승호가 말없이 그놈의 쪼인트를 걷어차고 백민철의 차에 탄다.
남은 사람들도 서둘러 차에 오르고, 세대의 차가 빠져나간다.
그들이 빠져나가고 얼마 안있어, 은재의 차가 도착한다.
멀리 사라지는 백민철의 차 후미등을 바라보다가 무열과 은재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S#52. 산장거실(밤)
무열과 은재가 들어온다.
방안을 둘러본다. 강승호가 없다. 발목을 채웠던 사슬만 남아있다.
흩어진 물건들을 가방안에 챙겨넣던 희경이 돌아선다.
은재 : 어떻게 된거예요? 강승호는... (희경의 볼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입을 다문다)
무열 : 누나?
희경 : (대범한척) 놈들이 왔었어.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들. 내 목을 비틀어도 열쇠만은 안 된다 그럴려고 그랬는데...
알잖어. 내가 참을성 없는 거.
무열 : 맞았어?
희경 : 응... 때리는데 맞아야지.
무열 : 개새끼.
희경 : 어떤 새끼?
무열 : 백민철 그 개새끼.
희경 : (혼잣말처럼) 그 새끼가 때린거 아닌데...
S#53. 백민철의 차(새벽)
차는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달려간다.
뒷자리의 백민철이 해가 뜨려는 시간의 그 어둠을 바라본다.
S#54. 은재의 차(새벽)
전씬의 백민철과 같은 곳을 바라보듯 뒷자리의 희경이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본다.
(f.o)
S#55. 경찰서 복도(새벽)
유치장에서 풀려나오는 용수, 경찰을 볼때마다 꾸벅 꾸벅 인사한다.
마주오는 장택수를 발견한다.
용수 : (반갑게) 장경사님.
장택수 : (홱 돌아서 오던 길을 되집어 걷는다)
용수 : (옆에와 팔을 잡으며) 장경사님!!
장택수 : (뿌리친다) 닥쳐. 아는 척 하지마. 난 널 몰라.
용수 : (눙치려든다) 왜 그러세요?
장택수 : 대한민국 경찰 다 엿먹어라? 경찰이 뭘 잘못했는데? 박봉에 시달리며 시간외 근무, 초과근무,
근로기준법이란 기준법은 죄 다 어겨가면서 과로 로 쓰러질때까지 일하는 (말하다보니 슬퍼진다)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애들까지 짭새다 짜방새다 껌처럼 씹어가면서...
용수 : (정색하고) 날 그렇게 몰라요? 나 김용숩니다. 일생을 납작하게 김용수!!
내 좌우명이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단데... 설령 내가 정말 대한민국 경찰조직에 불만이 있더라도
내가 대놓고 그럴 사람이예요?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뒤에서 까면 깠지. 안그래요?
장택수 : 그럼 왜 그랬어?
용수 : 기억이 안난다니깐요. 뭔가 씌웠었나봐요.
(소리) : 장경사님!!
장택수 : (소리나는 쪽에 부드럽게 대답하는) 알았어. (용수에게) 암튼 니들을 만난 뒤로 되는게 하나도 없어.
길에서 만나도 제발 생까줘. 알았지? (간다)
용수 : (거수해보이면서) 가까운 날, 삼겹살에 소주한잔. 충성!!
S#56. 경찰서앞(아침)
용수가 나온다. 마중나온 사람 없나 살펴보는데 저쪽에서 젊은 남자 두명이 다가온다.
용수, 도망가야되나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는데...
남자1 : 김용수씨.
용수 : (대답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남자 : 유은재씨가 보내서 왔습니다.
용수 : 예?...예
남자1 : 이쪽으로...
남자1이 용수를 데리고 차 있는 곳으로 간다.
차 문을 연다.
S#57. 은재의 집 거실(아침)
문이 열리고 용수가 들어온다.
풀무원 두부가 불쑥 디밀어진다.
희경 : 먹어!
용수 : 생두부 못 먹어.
무열 : 맛으로 먹냐? 미풍양속이지
용수 : (희경에게) 근데 무슨 일이었어?
희경 : (미리 준비하고 있던 대답을 한다) 마지막 지도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붙잡아놓고 물어볼라 그랬는데,
뺐겼어.
용수 : (아쉬워한다) 에에이 잘 좀 하지.
희경 : 그러게 말이야.
용수가 소파의 이산을 보며 대충 눈인사하고 지나가다가 무열의 등을 슬쩍 건드린다.
'으윽' 무열이 비명을 지른다.
용수 : 왜?
무열 : 다쳤어.
용수 : 등짝을? (진지하게) 등짝 부상은 선수생명과 관련있는데
희경 : 다친 이후로 한동안은 움직였으니까 괜찮을거야
무열 : (은재를 향해) 봤죠? 이렇게 하는 거예요.
용수 : 어쩌다가 다쳤어?
무열 : (잠깐 당황한다) 어.... (테이블의 김준수 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훔쳐내다가... 지금 황금빌딩은 적들에게 넘어 갔거든.
용수 : 그래...? 뭣좀 먹을거 없나... (이산이 먹던 것을 뺏어먹는다)
S#58. 은재의 집 주변(밤)
차안.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집을 바라본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깔려있다.
멀리서 순찰중인 경찰차가 다가온다.
아식스가 차를 출발시킨다.
S#59. 은재의 집 목욕탕(밤)
용수가 거품목욕중이다.
마치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다리를 쭉뻗어 올리면서...
S#60. 손님방1(밤)
화장대...
고가의 화장품들
희경이 황홀한 얼굴로 화장품들을 쓸어본다.
그중 하나를 열어본다. 아직 뚜껑도 따지 않은 새것들이다.
방을 둘러본다. 아..이 우아한 세계의 향기여!!!
S#61. 거실(밤)
가운을 입은 무열이 tv를 보고 있다.
희경이 방에서 나온다.
무열 : 누나 잠깐만... (소파에 길게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꼬며 와인잔을 든채) 나 어때? 이제껏 거리의 인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귀족의 아들이었던 미남 청년이 이제야 자기집에 돌아와 쉬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지 않어.
희경 : 운전기사가 주인 아가씨 몰래 와인 훔쳐먹는 것 같은데... 용수씨는?
무열 : 거품 목욕중, 한시간째야.
희경 : 그 인간도 참 적응력 좋아.
무열 : 근데 어떡할거야? 계속 숨길거야.
희경 : ...그 수밖에 더 있어?
무열 : 경찰에 신고해버릴까?
희경 : 공소시효 지난 사건을 조사할 리가 없잖아. 복잡해지기만 하고
무열 : 만약 그때 죽은 사람이 용수형의 형이면 어떡하지?
희경 : ...
무열 : 아닌게 좋은 건가?
무열과 희경....복잡한 심정이다.
-----용수의 브릿지-----
S#62. 손님방2(낮)
이곳은 무열과 용수가 쓰는 방이다.
용수가 낮잠을 자고 있다. '기미일기'를 읽다가 잠든 듯.
끙...괴로운 신음소리와 함께 용수가 눈을 뜬다.
이곳이 어딜까? 잠시 생각해본다.
S#63. 거실(낮)
이산이 TV를 보면서 과자를 먹고 있다.
용수가 배를 벅벅 긁으며 나온다.
용수 : 다들 어디갔어요?
이산 : 몰라.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없어졌어.
용수 : (하품을 쩌억하더니) 부자여도 지루하긴 마찬가지구나. (하다가 문득) 참...편복이란 사람 아세요?
이산 : ...?
용수 : (기미일기를 들어보이며) 고종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다는데...인명사전을 다 뒤졌는데 없어요. 안나와요.
이산 : 편복은 아명이야.
용수 : 아명이요?
이산 : 어렸을때 부르는 이름. 그러니 인명사전에 안나올 수밖에...
용수 : 원래 이름은 뭔데요?
이산 : (용수를 똑바로 보다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저거 주면 알려주지
이산이 가리키는 것. 장식장에 들어있는 다기 셋트다.
용수 : 에?
(은재) : 드릴게요
은재가 서재에서 나온다.
은재 : 가져가세요.
이산 : (좋아라 다기셋트를 꺼내며) 편복의 원래 이름은 재승. 왕실 종친중의 한사람이야. 고종의 6촌동생이지.
관을 쓰기도 전, 젊은 나이에 고종의 총애를 받았다는데... 이왕직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면 더 정확한걸 알수 있을거야.
이산, 다기셋트를 호호 불어 소맷자락으로 닦는다.
아이처럼 좋아한다.
용수 : (자기것도 아닌데 아까워서) 안줘도 되는데...얼마짜리예요?
S#64. 복도(낮)
강승호가 나온다.
문틈으로 링거를 꽂고 코에도 관을 꽂은 두 살 정도 간난아기가 보인다.
아이를 향했을때 강승호는 웃고 있지만 돌아설 때 마음이 무겁다.
착잡한 마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간다.
S#65. 실외주차장(낮)
강승호가 차 리모콘을 누른다. 삑하고 문이 열리는 차.
그러나 강승호 차에 타지 않고 벤치에 앉는다. 암담하다.
50대쯤. 얼굴은 팽팽한데 머리가 하얀 여자 맹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와 강승호 옆에 앉는다.
강승호,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려는데.
여자맹인 : (혼잣말하듯) 부모죄를 자식이 받는구만.
강승호 : (멈칫한다)....
여자맹인의 선글라스는 강승호와는 상관없는 곳을 보고 있다.
팔목에 신비한 인도풍의 헤나문신이 그려져 있다.
여자맹인 : 누구를 원망해. 자기 발등을 찍어야지.
강승호 : 나보고 하는 소리요?
여자맹인 : 옛날 중국의 어떤 부자가 뱃놀이를 하는데 나무에서 원숭이 새끼가 떨어졌다지. 재미삼아 그 새끼 원숭이를
배에 싣고 가는데, 어머 원숭이가 배를 쫓아오며 울더란거야. 결국은 슬픔이 지나쳐 죽고 말았지.
그 어미의 배를 열어봤더니 창자가 아홉마디로 끊어졌다더군. 어느 부모 창자를 아홉마디로 끊어놨으니
자네 창자도 아홉마디는 끊어지겠지. 그것이 인과응보!!
강승호, 갑자기 여자맹인의 선글라스를 낚아챈다.
강승호 숨을 멈춘다.
여자의 눈은 화상을 입은것처럼 눈꺼풀이 짓이겨져있다.
여자맹인이 손을 내민다.
강승호 자기도 모르게 선글라스를 돌려준다.
여자맹인 지팡이를 펴더니 자기 갈길로 간다.
S#66. 화장실(낮)
여자맹인이 들어온다.
친절한 아주머니가 문을 잡아준다.
여자맹인 : 고맙습니다.
문이 닫히자마자 여자맹인 마치 보이는것처럼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닦는다.
여자맹인 뒤로 나타나는 그림자, 희경이다.
희경 : 어떻게 됐어요?
여자맹인 : (선글라스를 벗고 눈을 가린 인공피부를 벗겨낸다) 이거 안붙혔으면 큰일날뻔했다.
희경 : 나한테 한번 속아서 쉽게 안속을거라 그랬잖아요. 그래서요?
여자맹인 : (눈을 깜박이며) 내가 맘먹고 속여서 안 속는 사람 봤니? 너도 나한테 6개월 다 배웠으면...
희경 : (핸드폰 통화를 연결하면서) 내가 안배우고 싶어서 안배웠어요. 선생님이 도망다니느라 못배운거지...
(통화한다) 여보세요.
S#67. 차(낮)
무열이 운전하면서 통화한다.
무열 : (통화한다) 어...지금 고속도로 타고 있어.
앞유리창 너머로 강승호의 차가 달리고 있다.
강승호의 차. 마음이 급한 듯 계속 차들을 추월해간다.
무열도 뒤따라간다.
무열 : 일단 끊어. 이따가 전화할게. (핸즈프리를 빼고 운전에 열중한다)
S#68. 이왕직 사무실(낮)
은재와 용수가 50대의 사무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무원 : 이재승은 고종의 6촌동생으로 젊은시절 고종의 신임을 받은 왕실종친입니다.
용수와 은재, 제대로 찾았다 싶다.
사무원 : 벼슬은 중추원 참의원을 지냈고, 일왕으로부터 남작 직위까지 받은 대표적 친일 종친이군요.
용수 : 친일요?
사무원 : 친일행적이 너무 뚜렷해서 해방후에 종친명부에서 삭제되기까지 했는데요.
용수 : (은재에게) 이상하다. 친일파에게 황금에 대해 말할리는 없는데......
은재 : 고종이 죽고나서 변절한거 아닐까요? (사무원에게) 언제부터 친일했나요.
사무원 : 구체적인 사실은 나오지 않습니다.
용수 : 유족은요?
사무원 : (자료를 쭈욱 넘겨보고는) 없습니다.
용수 : 자식이 없다 얘긴가요
사무원 : 기록이 안됐을수도 있죠.
용수와 은재...막혔다.
S#69. 산길(저녁)
강승호가 서둘러 산을 오르고 있다.
장소에 대해 갈피를 잡듯 주위를 끊임없이 둘러본다.
강승호가 프레임아웃되면 한참후에 무열이 프레임 인되어 강승호를 쫓아간다.
S#70. 바위앞(저녁)
다른 곳과 구별되는 조금은 특별한 장소.
큰 바위밑쯤 되는 곳이다.
강승호가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본다.
가져온 소주를 꺼내 바위앞에 뿌린다.
강승호 :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제 딸이 무슨 죕니까?
그냥 용서해주십시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소주를 다뿌린 강승호. 절을 두 번한다음, 소주병과 비닐봉지를 챙겨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다.
잠시후, 그 자리에 무열이 들어온다.
S#71. 은재의 집 거실(저녁)
핸드폰 통화중인 용수. 상대가 말을 하는지 대꾸도 없이 그냥 핸드폰을 들고만 있다.
카메라를 용수를 향해 서서히 줌인해들어간다.
S#72. 바위앞(낮)
용수의 얼굴에서 서서히 줌아웃하면 우산을 들고 있는 용수.
가랑비가 내린다.
은재, 희경, 용수, 무열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여섯명의 인부들이 땅을 파고 있다.
용수가 문득 산 아래를 본다.
가랑비가 엷은 커텐을 친 듯 풍경을 가리고 있지만, 경치가 참 좋은 곳이다.
(소리) : 있다!!
그 소리에 용수가 눈을 감았다 뜬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인부들이 판 구덩이에 얇은 담요로 둘둘 만 것이 보인다.
인부들이 담요를 끌어올린다.
은재와 희경은 고개를 돌리고 무열은 용수의 팔을 잡는다.
인부들이 담요를 풀어헤친다.
(인부) : 자리가 좋은가? 깨끗하네.
용수가 그쪽으로 간다.
무열 : (용수의 뒤에 대고) 형. 아직 모르잖아
은재 : 그래요. 아직 모르는 일이예요.
용수가 담요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한참후에...
용수 : 우리 형...... 맞어.
세사람이 용수를 본다.
용수 :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형이 맞어. 그날 내 생일 케잌 사러 가서 안온거거든.
용수가 시체의 손가락에서 빼낸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들어 보인다.
그것은 케잌위에 장식으로 얹는 'happy birth day'라고 써있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가랑비가 엷은 베일을 치듯 카메라를 덮는다.
S#73. 번외편(제목: 만약에)
-제과점 앞(저녁)
딸랑 문소리...
고등학생 준수가 케잌을 들고 나온다.
아주 느리고 슬픈 'HAPPY BIRTHDAY TO YOU'가 흐른다.
거리가 한산하다.
-새로지은 황금빌딩(저녁)
준수가 바깥계단을 오른다. 2층으로 들어가려다가 소리가 난 듯 옥상쪽을 올려다본다.
움직이는 그림자도 언 듯 보인다.
무슨 소릴까?
계단을 두개정도 올라가다가 멈춘다.
신경쓰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돌아선다. 2층으로 사라진다.
공사중인 건물로부터 멀어진다.
-용수의 집
열 일곱 살의 생일.
용수가 촛불을 분다.
엄마, 아빠가 박수를 친다.
준수가 플라스틱 장식으로 크림을 걷어 용수의 얼굴에 바른다.
툭탁대는 용수와 준수. 연년생의 형제가 대부분 그렇듯 과격한 장난을 친다.
엄마가 용수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지나치게 행복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4인가족의 저녁식탁이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Happy birthday'장식품!!!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난다.
자막이 뜬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만약에' 위에 서 있는 걸까?'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