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눈에 비친 공자』 김규종, 역락, 2011년.
옛사람들은 유장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과 호흡하면서 생에 부여된 본원적인 의미와 인간의 길을 치열하게 물었다. 하루에 고작 30km 정도를 걸어서 이동했지만, 그들은 자연의 풍광과 세상인심을 보고 들으면서 내면을 다스렸다. 생존경쟁을 위해 질주하는 차 안에서 초조해하는 현대인과는 달랐다. 옛사람들과 달리 현대인들은 왜 죽을 때까지 쫓기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인간과 인간의 격의 없는 유대에 있다!”라는 놀라운 사유를 새삼 되새겨 보려고 한다. 이는 상호 의존적이고 협동적인 인간성 본연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다.
군자와 소인에 대한 기세춘의 견해
고대 중국의 봉건제 사회에서는 민 계급 가운데 선비 내지 유사(儒士)계급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는데, 『논어』에서는 그들을 군자와 소인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선비나 유사계급은 ‘인’계급을 도와서 국가의 여러 정무와 사무를 관장하였고, 이데올로기나 대의명분 같은 지적인 담론의 생산자 구실을 하였다.
우리는 군자를 높이 평가하고, 소인을 업신여긴다. 하지만 묵점 기세춘 선생에 따르면, 군자와 소인의 차이점은 인간 됨됨이나 지식의 과다 여부가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군자는 정치적 보수주의에 속하고, 왕도(王道)를 주장하는 왕당파이며, 소인은 진보주의에 속하면서 패도(覇道)를 주장하는 ‘부국강경파’라고 그는 설명한다. 군자는 천자나 임금의 명을 받드는 인 계급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면 되었기에 걱정 근심이 없지만, 소인은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성하게 하려고 온갖 지혜와 전략을 짜내야 했으므로 언제나 걱정 근심을 끼고 살았다는 얘기로 해석 가능하다. (14~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