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단군이래 모든 시대의 역사가 새겨진 국토박물관이다.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구한말 외세와 벌였던 항전의 흔적까지. 강화도 어디나 역사가
살아숨쉰다. 바닷가 언덕에 세워진 돈대에 오르면 서해바다를 향해 펼쳐진
넉넉한 개펄과도 맞닥뜨린다.
제주·거제·진도·남해에 이어 5번째로 큰 섬. 지금은 강화대교로 육지와
연결돼 「섬 아닌 섬」이 됐다. 강화도는 전등사와 함허동천, 동막해안,
마니산으로 이어지는 남부권과 고려궁터, 오층석탑이 있는 북부권으로
나눌 수 있다.
강화도를 한눈에 보려면 마니산에 올라야 한다.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에게
제를 지내던 제단인 참성단이 있다. 마니산의 본디 이름은「머리」라는 뜻의
마리산.
참성단으로 오르는 길은 돌계단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가쁜 숨을 서해 바람에 날리며 오르는 산길. 916개의 계단과 사이사이
돌밭길을 넘어서면 참성단이 나타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는 천부경의 사상대로 윗제단은 둥글게, 아래 제단은 네모로 돼 있다.
4,300여년전 단군이 제를 지낸 이래 고구려·백제·신라·고려의 왕들이
머나먼 이곳까지 행차해 태평성대를 빌었다고 한다. 요즘은 이곳에서
전국체전의 성화를 점화한다.
참성단에 서면 강화도의 사방팔면(四方八面)이 한눈에 들어온다. 점점이
떠있는 11개의 유인도와 17개의 무인도. 북쪽으로는 북한의 개풍땅이 멀지않다.
「20세기말의 대역사」로 꼽히는 영종대교 공사현장도 아득하게 보인다.
마니산이 있는 강화 남단에는 광성보·덕진진·초지진 등 호국유적지가 있다.
전등사·정수사 등 고찰, 동막리 개펄도 이 일대에 있다. 전략요충지인
강화도에는 12진·보(진은 대대병력, 보는 중대병력이 지키던 곳)와 소형
진지인 53돈대가 있었다. 지금은 28곳이 복원돼있다. 광성보와 덕진진,
초지진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격전지. 1871년 초지진과 덕진진을
무력으로 점령한 미군을 맞아 광성보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어재연 장군과 200여명의 병사가 모두 이곳에서 전사했다.
광성보 앞은 손돌목. 물이 빠지면 인천이 손에 잡힐 듯 강폭이 좁다.
고려때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던 고종은 이곳에서
뱃길이 막히자 뱃사공 손돌이 계략을 꾸민 줄 알고 그를 죽였으며
이때부터 손돌목으로 불렸다고 한다.
전등사와 정수사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전등사는 고구려 아도화상이 세웠다는 천년고찰. 삼랑성문을
지나 하늘을 가린 울울한 솔숲을 지나면 종루와 대웅전이 나타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때 충렬왕비가 송나라에서 대장경을
가져다가 전등사에 보관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전등사 대웅전
처마밑에는 나녀상이 조각돼 있다. 쪼그려 앉아 처마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절을 짓던 도목수의 아내가 바람이 나 도망가자 무거운 처마를
들고 벌을 서는 모습을 조각해 넣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정수사는 원래 섬에 있던 절. 제방을 쌓아 지금은 육지가 됐다.
마당에 서면 탁트인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강화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동막리 개펄. 강화 남단에 펼쳐진
개펄은 무려 1천8백만평. 세계 4대 개펄의 하나로 꼽힌다.
물이 빠지면 직선거리로 4㎞까지 개펄로 변한다. 검은 개흙을 뒤집어
쓰고 기어가는 칡게, 가무락조개, 쌀무늬고둥, 갯지렁이가 살고 있다.
5대째 강화도를 지켜온 토박이 이승희씨(49)는 『20년 전까지는 1시간만
맛을 잡으면 가마니에 가득 찰 정도였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며
『개펄이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이 빠지면
개펄은 아이들의 놀이터. 보드랍게 발가락 틈새로 빠져나오는 개펄을
온몸에 묻히며 뛰어다닌다. 물이 차면 망둥이를 낚으려는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동막에서 선수포구로 이어진 장화리는 낙조가 그림같다. 자그마한 섬을
뒤덮을 만큼 크게 떨어지는 일몰. 바다와 개펄을 가르고 가슴까지 다가와
얼굴과 마음을 물들인다.
강화도 북단에는 고려궁터와 고인돌 등이 있다. 고려궁터는 1232년부터
39년간 왕실이 옮겨와 대몽항쟁을 벌이던 곳. 규모는 작지만 개성의 궁궐과
비슷하게 지어졌다. 이밖에 조선 한옥구조로 지어진 성공회 강화성당,
철종이 살았다는 용흥궁,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북방식 고인돌….
한민족의 역사를 축소해놓은 강화도.
/교통/
신촌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강화도까지 직행버스가 다닌다. 강화터미널
에서 마니산까지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지난해 김포대교가
완공되고 도로 확,포장공사가 거의 끝나 강화로 들어가는 길이 편해졌다.
자유로에서 일산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김포대교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면
48번 국도. 강화대교까지 곧바로 이어진다.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읍에
도달하면 왼쪽으로 84번도로를 만난다. 전등사로 가는 길이다.
동막리는 전등사를 지나 갈림길 3거리에서 우회전해서 20분쯤 달리면 다시
수로가 있는 3거리와 마주친다. 오른쪽의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마지막에 1㎞ 정도 비포장길이 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면 동막리 해안이다.
동막리 개펄을 보기 가장 좋은 곳은 분오리 돈대. 길옆에 자그마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30m만 올라가면 돈대가 나온다. 돈대에서 보면 거대한 개펄을
볼 수 있다. 매일 밀물과 썰물이 40분씩 늦어져 현지에 연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숙박/
강화도는 서울에서 하루코스로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도로를 따라 여관이 많지만 주말에는 방을 잡을 수 없을 정도.
민박집은 동막리 해안가에 많다. 3만~8만원.
동막골민박·샤워장(032)937-8338
/맛집/
강화도 가는 길의 「봉구네 집」(0341-989-3116~7)이 유명하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내놓는 모듬이 1인당 1만5천원. 강화도 읍내의
「우리옥」(032-932-2427)은 옛날 백반집으로 유명하다.
할머니가 내놓는 깔끔한 찬과 찌개가 별미. 동막리에서 선수포구쪽으로
더 달리다보면 장화리가 나타난다. 장화리는 낙조 명소. 「조단」
(032-937-8294) 등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특산품/
강화순무와 쌀·화문석·인삼이 특산품. 순무는 강화읍 옥림리에서난다.
「동의보감」에 오장에 이롭다고 적혀있다. 강화인삼시장 앞 풍물시장
에서 판다. 출하기는 9~10월. 강화쌀은 저공해 쌀로 길상면과 선원면
등에서 나온다. 밥을 하면 차지고 고소하다. 화문석은 송해면 양오리에서
생산된다.
/레저/
마니산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상방리. 상방리에서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30분 정도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 끝머리에 있는 기도원 옆으로
등산로가 있다. 계단과 돌밭길을 따라 가는 등산로에는 내리막길 한 번
없다. 정상까지 1시간20분 소요. 동막해안가에서는 요즘 망둥어가 잘 낚인다.
미끼는 갯지렁이를 주로 쓰나 새우나 조갯살도 괜찮다. 밀물때 가장 잘 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