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집 제6권 / 발(跋)
활계집발(活溪集跋) - 송치규(宋穉圭)
활계(活溪) 선생 이대병(李大甹,1540~1609) 공의 시문 모두 약간 편에 공의 장(狀), 갈(碣), 만(挽), 뢰(誄) 등 여러 글 및 영천서원(寧川書院) 상량문(上樑文) 및 선액(宣額)할 때의 사제문(賜祭文 임금이 내린 제문)을 부록으로 넣어 한 책〔一冊〕으로 만든 것은 간인(刊印 숙종 43년(1717)에 간인하였다)한 지가 이미 여러 해 되었고 이화암(李華菴) 공이 서(序)를 썼다.
공의 후손 집형(集馨)이 공의 산일(散逸)되어 있던 글 몇 편을 얻어 다시 보태고 아울러 공의 아들 동림공(東林公) 이순(以恂)의 시 몇 수를 권말에 붙여 중간(重刊 1822년(순조22)에 중간하였다)하고자 하여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한 마디 말을 얻어 무게를 더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견식이 얕고 좁으니 알맞은 사람이 아니다. 하물며 옛 서문에는 ‘봉황의 깃털 하나’라는 말로 칭찬하고 아울러 그 시대를 논하여 연원(淵源)을 정암(靜菴)에까지 소급시키고 찬탄하기도 했는데, 내가 또 어떻게 사족을 달겠는가. 다만 그 행장을 읽고 아름다운 자취를 자세히 알고 나서는 고루한 내게 찾아온 행운을 더욱 이기기 못하겠다.
또 그의 아름다운 말은 마땅히 전할 만한 것이 많겠지만 지금은 이와 같이 적막한 것을 알고 나니 또 나도 모르게 깊이 슬퍼지고 안타깝다. 훗날에 이 책을 열람하는 사람 또한 반드시 나의 마음과 똑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동림공의 시편의 성병(聲病)이나 화실(華實)과 같은 것은 내가 감히 알 바가 아니지만 그가 가정교육에 깊이 젖어서 성정의 바름을 깊이 터득하였다는 것을 어찌 이것을 버리고 다른 데서 구할 수 있겠는가. 이군(李君)이 합편(合編)한 것은 그 마땅함을 잘 얻었고 정성스럽고 부지런한 뜻은 조상을 욕보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니 더욱 아름답게 여길 만하다.
[註解]
[주01] 이대병(李大甹) : 1540~1609. 본관은 경주, 자는 경인(景引)이고, 호는 활계(活溪)이다. 군수 수(洙)의 손자이자 익재 이제현의 후
손이다. 정암 조광조의 학통을 이어 당시 성리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저서로 《활계집》이 있다. 전북 임실에 있는 영천서원
(寧川書院)에 배향되어 있다.
[주02] 선액(宣額) : 왕이 직접 사원(祠院)의 이름을 지어 주는 일을 말한다.
[주03] 이화암(李華菴) : 이이근(李頤根, 1668~1730)으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자는 가구(可久), 호는 화암(華菴)이다. 1717년 스
승인 찬선(贊善) 권상하의 천거로 세자시강원자의(世子侍講院諮議)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그 뒤 산림으로서의 중망이
있어 누차 왕의 부름을 받았으나 끝내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과 제자 양성에 전념하였다. 한원진(韓元震) 등과 함께 강문팔학사
(江門八學士)라 칭하여졌다.
[주04] 고루한 …… 행운 : 내가 비록 고루한 사람이지만 이 행장을 얻어 읽고 나의 견문을 크게 넓히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주05] 성병(聲病) : 시를 지을 때 평(平), 상(上), 거(去), 입(入) 등 사성(四聲)을 조합하여 구성하는데, 그 구성이 일정한 규칙에 들어맞는
것을 성(聲)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병(病)이라 한다.
[주06] 화실(華實) : 수식의 화려함과 질박함을 말한다.
ⓒ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 | 노재준 박해당 권민균 (공역)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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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活溪集跋 - 宋穉圭
活溪先生李公大甹詩文摠若干篇。附以公狀碣挽誄諸文字及寧川書院上樑文及宣額時賜祭文。爲一冊者。刊印已有年所。而華菴李公爲之序矣。公後孫集馨。復得公之文散逸者數篇而添入。兼付公胤子東林公以恂詩幾首於卷末。將重刊之。來謂余曰。願得一言以重之。余之荒拙。顧非其人。况舊序稱之以鳳凰一毛。並論其世。溯淵源於靜菴而贊歎之。余又何以贅焉。但讀其狀而詳其徽蹟。則殊不勝固陋之幸。仍知其嘉言宜多可傳。而今寂寥如是。則又不覺慨惜之深。後之閱是卷者。亦必有同余懷者矣。若東林詩什聲病華實。非余所敢知。而其擩染於家庭。而深得乎性情之正者。其將舍是而他求哉。李君之合編。甚得其宜。而誠勤之意。可謂無忝。尤可嘉也。<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