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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와 정몽주 선생의 유적지를 찾아 포항 가는 길
포항하면 보경사, 오어사, 천곡사 등 알려진 전통사찰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오어사 찾아가는 길은 경주에서 신라의 옛 동해구로 가는 길에 선무도로 유명한 골굴사를 지나 기림사에서 재를 넘어 오천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주에서 오어사로 가는 대중 교통편은 없다. 물론 예전에는 포항에서도 교통편이 없었으나 이제는 드물게나마 버스 노선이 있다고 한다.
오어사 가기 전에 문충리라는 동네가 보인다. 이는 정몽주 선생의 사후에 문충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이와 관련된 동네가 아닐까 한다. 이 곳에는 현재 가 보니 파평윤씨 기념비가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장관을 이루는 저수지를 지나 이제 오어사에 도착하였다. 오어사는 운제산(雲悌山) 동쪽 기슭에 있는 사찰로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하여 처음에는 항사사(恒沙寺)라고 하였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유서 깊은 절로 혜공(惠空)ㆍ원효(元曉)ㆍ자장(慈藏)ㆍ의상(義湘) 등의 승려가 기거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방생으로 유명한 곳이다. 운제산은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자장암을 왕래하기가 힘들어 구름다리를 만들어 오고 갔다 하여 구름운(雲), 사다리제(梯)자를 써서 이름 붙인 산이다.
오어사라고 절 이름이 지어진 것은 원효와 혜공이 이 곳에 수도하면서 서로 법력을 다투다가 개천의 고기를 살려내는 내기를 했다 한다.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만 살아나자 서로 다투어 그 고기를 자기 고기라 고집했다는데서 지금의 이름이 (나 吾, 고기 魚) 생겼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싸며 오어지가 있고, 자장암(慈藏庵)ㆍ원효암(元曉庵) 등의 부속암자가 있다.
사찰 입구를 들어서면 일주문 양 옆에 금강역사상이 그려진 문이 있고 정면에 대웅전이 바라다 보인다. 오어사라는 편액은 해강 김규진의 글씨라 한다.
대웅전(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88호)은 조선 영조 17년(1741)에 고쳐 지은 것으로 정면 3칸ㆍ측면 2칸 규모로,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공포는 다포 양식이다. 건물 문짝에 창살무늬는 꽃창살 무늬로 채색이 아름다워 눈길을 끈다. 그 외에는 응진전, 삼성각, 설선당, 산령각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범종각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 불전사물이 있다. 이중 목어는 이색적이다. 바로 옆에 있는 유물전시관은 원효암에 있던 풀뿌리로 짜서 만든 원효대사 삿갓과 수저를 비롯해 법화경 4점, 오어사 사적지 2점, 대웅전 상량문 등 모두 20여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전시유물 가운데는 1995년 오어지 준설공사 중 발굴돼 보물 제1280호로 지정된 고려동종이 눈길을 끈다. 신라동종의 양식을 계승한 이 동종은 조성연대가 분명하고 보존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양각으로 새겨진 각종 장식문양이 우수하다.
이 종의 전체 모양은 우리나라 범종의 겉모양 특징 중 하나인 위로 좁아지는 원추형을 하고 있다. 무게는 명문(銘文)에 있는 300근(斤)이다. 윗 부분에 신라종의 특징인 음통을 등지고 있는 용두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매우 사실성이 있는 용으로 용체의 각부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입에 여의주를 문 이빨 하나 하나를 모두 표현하고 용의 수염, 머리부분의 뿔ㆍ예리한 눈ㆍ몸체의 비늘ㆍ날카로운 네 개의 발톱과 발바닥 등의 사실성이 뛰어나다. 명문을 음독해 보면 다음과 같다.
桐華寺都藍重大師淳誠與同寺
(동화사도람중대사순성여동사)
重大師睛蓮道人僧英之與同發
(중대사정련도인승영지여동발)
誠願洪標私貯兼集聚錫鑄成
(성원홍표사저겸집취석주성)
金鍾壹口三百斤懸掛于吾魚
(금종일구삼백근현괘우오어)
寺以此成善普願法界生主供
(사이차성선보원법계생주공)
道善從者貞祐四年丙子五月十九日
(도선종자정우사년병자오월십구일)
大匠 順光造
(대장 순광조)
이것을 훈독(訓讀) 하면 동화사 도람 중대사 순성. 동사(오어사) 중대사 정련과 도인승 영지가 지극 정성으로 발원하여 두루 시주를 받아 삼백근의 금종 일 구를 이루어 먼 오어사에 걸었으니, 일체 중생들이(넓은 법계의) 간절히 바라는 성불의 깨달음을 이루고져 이 공양(소리)을 바치며 부처님께 인도하는 곳으로 따르겠나이다. 정우 사년 병자 오월 십구일(서기 1216년 고종3년) 대장 순광이 주조하다.
자장암은 자장 율사가 수도한 처소로 높은 절벽 위에 있으며, 1998년 진신사리를 모신 세존진신보탑이 있다. 가기 전에는 고승들의 부도로 추정되는 부도와 탑비가 있다.
원효암은 오어지를 건너 한참을 가야 한다. 오어지를 건너서 보면 오어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있는데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주 좋다. 원효암은 겨울철에도 바람이 없고 따뜻하여 수도처의 최적지로 전국에 알려진 곳이라 한다.
이제 다시 오천 방향으로 나아가 오천읍 구정리에 있는 포은 정몽주 선생 유허비각을 찾았다. 이 곳 구정리는 본래 연일군 일월면 지역으로서 포은 정몽주 선생이 살았으므로 그 직함을 따서 구정이라 하였다고 한다.
원래 포은 정몽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588년에 세운 오천서원과 유허각이 나란히 있었으나, 서원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유허비각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오천서원도 조금 떨어진 주변에 있는데 정말이지 안내자 없이는 찾아가기 어렵다.
오천서원이 있는 곳은 원골, 원마, 원리 등으로 불리다가 행정구역 통합으로 원동이라 불리고 있다. 전국에 서원이 있는 마을은 어디를 막론하고 원동, 원리 등 원자가 다 들어가며 참고로 향교가 있는 마을은 교리, 교동, 교촌동 등 교자가 다 들어간다.
1612년 다시 세워진 이 서원은 아직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 두 곳 유적다 아직 지정 문화재도 아니며 또한 찾아가는 입간판이나 표지판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오천서원의 경우는 골목길 돌아가는 데 약간의 이정표는 있으나 그래도 전국 유적지 중에 정말이지 찾기 어려운 곳이며 포항의 안내지도에 조차도 잘 나와 있지 않는 곳이다.
근래 채색을 새로 다 했는지 최근 서원이라는 느낌이 들며 새 단장한 만큼 정리정돈은 잘 되어 있었다. 문이 잠겨 있으나 바로 옆 집에서 열쇠를 관리하니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포항에도 정몽주 선생의 관련 유적지가 있다는 사실을 뒤 늦게 나마 알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는 영천시 임고면 우항리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71호로 지정된 포은 정몽주유허비가 포은 선생의 출생지이며 주변에 임고서원만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오천서원은 사실 여기에 가려진 서원이 아닐까 한다.
포은 선생은 전국 11개 서원에 배향되어 있으며 경기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 산3에는 선생의 묘(경기도 기념물 제1호) 가 있으며 주변에는 충렬서원(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호)이 있다.
인공 호반을 낀 그윽히 조용한 호반사찰 오어사에서 원효대사와 혜공스님의 법력을 느끼며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포은 선생의 유적지를 찾아 답사하는 것도 알지 못했던 포항의 면모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답사길이 되었다.
<붓다뉴스> 김환대
첫댓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잘 보고 갑니다 여여님_()_
저도 잘 보고 갑니다..
오어사와 자장암^^자세하게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