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에 5번 도전했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한 스피드 스케이팅의 노장 국가대표 이규혁이 어제 20일, 밴쿠버 현지에서 언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의 토로가 안타깝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난다...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게 너무 슬펐다.” 우선 인지상정으로 그의 솔직한 눈물에 공감한다. 올림픽에 나간 선수라면 누구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삼세 번에도 실패한 노장 선수로서는 당연히 통한의 눈물이 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는 도전 자체로 이미 훌륭한 선수가 되었다. 운동선수로서 올림픽에 5번씩이나 출전할 수 있었던 걸 기쁨으로 간직하면 안될까? 다른 나라 선수들보면 흔히 메달을 못 따도 웃으면서 출전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멘트를 날리지 않던가. 왜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게 잘 안돼서 메달을 따도 울고, 못따도 우는 울보선수들이 되었는가? * 출처 : 연합뉴스 혹시 우리 사회가 개그콘서트의 박성광이 유행시킨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어서 그런건 아닐까. 이정수, 모태범, 이상화가 모두 한국체대 동기생들이라는 게 화제가 되었다시피,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에 범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나라이다. 한국처럼 체육중-체육고-체육대를 국공립으로 운영하면서 엘리트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나라가 구 공산권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키운 선수들이 메달을 싹쓸이해서 과거 동독이 올림픽에서 2~3등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우리가 동독을 우러러 멋진 나라라고 경탄했던가? 놀라기는 했지만 별로 부러워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물론 동독 주민들은 열광했을 것이다. 메달리스트들에 대해 연금 혜택 등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나라들도 많지 않다고 들었다. 요컨대 올림픽게임은 참여 자체에 의미를 두고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것이 그 정신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런 올림픽정신, 스포츠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제 올림픽 금메달 숫자로 국가 순위를 매기고 거기에 일희일비하는 일에서 벗어날 만큼의 나라 수준은 되었다 싶다. 이정수처럼 금메달 2개를 딴 선수만큼이나, 이규혁처럼 3번 도전에도 분루를 삼킨 노장선수가 잠깐의 눈물 후에 떠나는 자의 미소로 박수를 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등수에 못들어도 기억해주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규혁 선수의 메달획득 실패 이후에 격려하는 네티즌들의 방명록 글> * 출처 : 이규혁 미니홈피 |
출처: 김영춘 BLOG 원문보기 글쓴이: 아차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