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춘천 말아톤 후기
새벽 5시. 알람벨 소리에 눈을 부시시 뜨면서 6:30분까지 청량리 역까지 가야하기에 찹쌀떡 몇 개에 곰국을 먹고 조심해서 뛰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청량리로 향 하였다.
전철 안에서 4시간여를 나 자신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생각에 잠겨있자니 가슴 벅차게 떠오르는 회한의 삶들이 나의 마음을 추수리게 하고 마음 다짐을 새롭게 한다.
7시 15분에 기차 타고 부족한 잠을 조금이라도 채 울려고 모자를 눈에까지 덮고 잠을 청해본다.
춘천에 도착하여보니 길가에 늘어서 있는 무언가 홀린 듯 한 말아톤 메니아들의 얼굴 모습들이 하나같이 굳게 다문 입술과 눈빛에는 무언가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 듯 활기찬 모습들이다.
운동장에 도착해 보니 이만여 건각들과 그의 가족들의 생기 있는 모습들은 나의 다짐을 새롭게 정리하게 하고 내일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출발 전 갖은 영양제, 음료, 파스등을 먹고 바르고 난 후 스트레칭을 하여 몸을 달구어 놓은 상태에서 출발선에 서서 나와 다시 한번 약속을 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절대 항복 하지 말자, 절대 서지 말자, 꼭 이기는 오늘의 주인공이 되자고 굳게굳게 다짐을 하고 계속 몸을 움직이며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출발신호와 함께 엘리트들이 출발하고 10여분 후 4시간여의 대 장정에 올라 나와의 싸움이 시작 되였다.
5km 까지 경사 6도, 길이 3km의 긴 언덕을 맞이하며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고 같이 뛰는 동료와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시작 하자마자 나타나는 언덕을 거의 다 올라왔는데 오른 쪽 배가 약간 아픈 것이 기분이 안 좋다.
이러면 안 된다는 마음에 호홉을 깊이 쉬며 의암댐 위를 달려 나갔다.
도심을 빠져 나오니 느리고 길게 의암 댐에 갇힌 물을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고 아침 화장을 끝낸 여인네 같이 속살을 햇빛 아래 드러내고 산자락 덜든 단풍과 산새들과 같이 재잘대는 듯 하는게 나를 홀려서 말없이 한 방향으로만 달음박질 쳐 가게 한다.
10km를 지나 16km에서부터 약 400m 의 언덕이 11도의 가파른 언덕이 두 번째로 모든 마라토너들을 괴롭히지만 김은혜총무가 준 홍삼꿀물은 백만 대군을 얻은 기분이다.
20km를 달리며 큰 어려움 없이 나와 의암댐의 도도한 물과 그리고 나름대로 한 가지 사연이 있을 법한 많은 주자들과 같이 때로는 “영차“ ”영차“ 화이팅을 외치며 힘을 내 본다.
25km, 여기 까지는 몸이 그런대로 풀려야 되는데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게 기분이 안 좋 트니 30km에 가까워지자 뒤가 무거워 지는 것이 마치 탈장되는 것과 같은 괴로움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 마음이 찹찹하다.
마라톤은 지금부터 시작인데 여기에서 몸에 이상이 오면 완주 하는데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내 몸을 진단하며 앞을 보고 한발, 두발 힘차게 내 딛는다.
35km, 드디어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항문이 자꾸 밀려나와 손으로 밀어 넣으면서 달리니 몸은 끝없는 수렁 속으로 빠지듯 힘이 나른해 지는 것이 앞이 캄캄하다.
남은거리 7km, 이제까지 뛰어 온 거리보다 남은 거리가 가깝지만 지금부터가 마라톤의 시작이고 마의 구간이라는 37km 지점도 아직 통과하지 안했는데 몸은 이미 탈진 할대로 탈진 된 상태이다.
풀어진 다리도 문제이지만 항문이 자꾸 밀려나와 몇 백 미터에 한 번씩 밀어 넣으려니 보통 고통이 아니고 뛰고 싶었지만 걷기조차 힘들었다.
37km, 드디어 마의 37km 구간에 왔지만 이미 풀어진 다리도 문제였고 머리도 어지럽고 다시 아파오는 오른 쪽 배 때문에 도저히 뛸 수가 없어 같이 뛰던 동료를 먼저 보내고 km 마다 1분 씩 걷다가 뛰자고 마음먹으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결을 붙잡고 의지하며 다시 일어섰다.
40km, 이제 2km 남았다는 생각을 하며 팬티 주머니에 넣어둔 마지막 비타민 C를 입안에 털어 넣으며 마음을 추수렸다.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이 이렇게 힘 드는데 왜 이 자리에서 뛰고 있는지? 왜 포기 할 순 없는지 나 혼자 자문자답하며 마지막 있는 힘 다 해서 한발 한발 골인 지점을 향하여 내 달려 본다.
드디어 멀리 운동장 입구가 보이고 연도에 수많은 춘천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니 어데서 나오는지 아프던 것도 조금 가시고 나도 모르게 두 다리에 힘이 오르는 것이 갈 곳도 없고, 온 곳도 없으며, 쉴 곳도 없는 슬픈 길 잃은 철새같이 자신과 싸울 수밖에 없었던, 피나는 땀과 숨으로 달려온 백오리길을 마감할 시간이 된 것이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니 4시간 안에 통과 하려고 했지만 4시간 11분, 가쁜 숨을 고르며 아쉽지만 완주로 위안을 삼고 완주 메달을 받아들으니 내 가 달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제까지 달려온 거리가 마치 죽음의 행진같이 느껴지고 나를 그냥 놓아두지 않는데 이제 고통과 피로가 시작되고 싸늘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옷을 찾아 들고 우선 아내에게 전화해 완주 했다고 알리고 나니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옆에 사람들이 볼까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한 젊은이가 말 한다.
“완주 하셨으니 메달을 목에 거세요. 목에 걸으라고 주는 거예요, 잘 하셨습니다.”
2005. 10. 25.
첫댓글 고생 많이많이 했죠. 이변도 생각해야 하는구나. 저도 춘천 뛴 기분이네. 감동 그 자체로 중앙에서 느끼겠습니다. 대단해요
인간 승립니다. 진심으로 거듭 축하드립니다.
어떤 훈련 보다도 대선배님의 생생한 체험이 몇배의 도움이 됩니다. 숫자에 불과한건 나이 뿐만아니라 기록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고요. 완주 아니 '사투'를 축하드립니다.
힘든 과정을 이기고 완주하셔서 더욱더 값진것 같습니다. 몸조리 잘하십시요.
유고문님이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마라톤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건주하시길 바랍니다.
존온경! 유고문님, 저는 4시간 50분에 뛴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셨군요, 몸이 큰 탈을 일으켰군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러고도 좋은 기록을 남겼으니, 콘디숀만 좋았으면 20-30분은 당기셨을텐데---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감동의 도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