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며 수세에 몰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전면 해산하고 후보 중심의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의 선대위 해체는 1석 2조의 효과를 노린 카드로 해석된다. 당내 내홍 해결을 위한 특단의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별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박근혜사면후 강성보수층 ‘윤석열 비토’ 들끓어, 일각 ‘단일화’ 압박
- ‘박심’ 절실한 윤석열, 선대위 해산으로 ‘탄핵파+윤핵관’ 시야에서 삭제
각종 리스크로 지지율 하락 국면에 접어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비장의 카드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윤 후보는 산토끼는 물론이고 집토끼에까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한때 두자릿수 격차로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족 리스크와 당 내홍, 자신의 ‘1일 1망언’ 논란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박심’(朴心,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까지 선거 판세를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되면서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이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 후보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조금이라도 표출한다면 집토끼가 일거에 공중분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궁지에 몰린 윤석열 후보가 지난 5일 꺼내든 카드는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이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겠다”며 “국회의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것이 아닌 철저한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최근 이준석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에서 사퇴한 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문제 등을 지적하며 선대위 전면 개편을 요구했지만 “악의적인 공세”라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하고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하자 선대위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려버렸다.
윤석열, ‘선대위 해산’ 노림수는?
이를 통해 윤 후보가 선대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대선전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선대위 해체는 또다른 효과를 염두에 둔 노림수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초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 이후 강성 보수 지지층의 분위기는 험악 일로를 걷고 있다.
강성 친박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최근 tbs 라디오에서 “대통령에 대한 병명이 밝혀지면 윤 후보는 책임이 있는 것이, 첫째 45년 구형을 때렸고 둘째는 형 집행 정지를 2번 거부했다. 그때도 대통령 몸 상태는 굉장히 안 좋았다”며 “대구에선 선수교체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근 공개된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면서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더이상 그런 재판부가 진행하는 재판에 참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구차하다고 생각해서 변호인들에게 저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윤석열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2017년 10월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후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대구·경북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건강이 회복되면 찾아뵙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 작업 없이 섣불리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다가는 박 전 대통령의 신경만 자극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윤 후보는 ‘박심’을 의식해서인지 선대위를 전면적으로 해산하면서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측근 3인방과 탄핵파들을 모두 일선에서 후퇴시켰다.
윤 선대위 전면 해산...윤핵관.탄핵파 2선 후퇴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세력 등 강경 보수층이 이른바 ‘탄핵 7적’으로 규정한 전현직 의원은 김무성·유승민·정진석·김성태·권성동·이혜훈·하태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이 있었던 2016년 12월 9일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탄핵안 표결에 앞서 최종 회동을 가졌다. 당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회동 결과 브리핑을 통해 “참석하신 33명의 의원들은 전부 다 찬성표를 던지실 분들로 보시면 된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무성, 유승민, 권성동, 윤한홍, 심재철, 정병국, 하태경, 오신환, 김영우, 박인숙, 김재경, 박성중, 정용기, 정양석, 유의동, 김학용, 장제원, 여상규, 황영철, 정운천, 김성태(지역구 의원), 김세연, 이학재, 김현아, 강길부, 주호영, 나경원, 이군현, 강석호, 이종구, 송석준, 홍문표, 홍일표 등이다.
이들 가운데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은 윤 후보의 ‘최측근 3인방’, 이른바 ‘윤핵관’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이다. 권성동 의원의 경우는 ‘탄핵 정국’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었다. 권 의원은 선대위 해산 이전 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을 맡았었고, 윤 의원은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으로 활동했었다. 두 사람은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전면 해체를 공식화하기 이전 미리 자진 사퇴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새로 태어날 윤 후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일련의 상황으로 실망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도 “후보가 쇄신의 방안을 추구하는데 어떤 장애도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 아래 당직과 선대위 직책을 내려 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 경선 직후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당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2선 퇴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끊임없이 ‘윤핵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주호영 의원은 선대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유의동 의원은 후보전략자문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탄핵파 다수가 윤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탄핵 주동 세력들이 지금 윤석열 캠프의 중심에 있다. 권성동이나 이런 사람들이”라며 “그런 부분을 보면 가장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곤혹스러운 것은 윤석열 후보다”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으로 탄핵 찬성파와 윤핵관을 동시에 일선에서 후퇴시키면서 당내 갈등 혼란 정리와 ‘박심’ 잡기,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 ‘배신의 아이콘’으로 강성 친박에게 미운털이 박힌 유승민 전 의원도 선거전에는 뛰어들지 않고 있다.
기존 선대위는 과거 MB계(이명박계)와 탄핵파 다수가 활동하면서 기존 친박계 인사들은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윤 후보가 선대위를 해산하고 새롭게 띄운 선대본부에 합리적 친박을 중용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윤 후보가 당장 선거대책본부장에 임명한 권영세 의원은 친박 핵심 인사다. 권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었다.
강성친박 “윤캠프 탄핵 주동세력”, 윤 ‘박심’ 잡기
윤 후보가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시도하기 이전에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홍문종, 서청원, 김정현 전 의원 등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후보의 이 같은 사전 준비 작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내달 초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직접 육성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지난 6일 한 방송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육성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서 윤 후보에게 긍정 또는 부정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만일 부정적 메시지가 나오면 TK(대구경북)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같은 방송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든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저해되거나 방해되거나, 그것(정권교체)을 원치 않는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고 밝혔다.
[기사 원문 보기]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