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0일 연중 32주간 목요일 (루카 17,20-25)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오늘 말씀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하느님 나라는 언제 오는가-
이런 것들이 몹시 궁금했던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질문했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겠느냐?”고.....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하느님 나라와 예수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이 물었던 하느님 나라는 외적이고, 현세적으로 세상이 확 뒤집히는 “현세적이고 혁명적인 나라”, 지금의 상황이 확 뒤바뀌어서, 자기들의 주도권을 잡게 되는 새로운 왕국으로 생각한 데 비해서
예수님이 얘기한 하느님 나라란 현세적으로 좋은 환경으로 뒤바뀌는, 즉 ‘현실’이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인한 ‘내 마음’이 뒤바뀌는 것이, 내 마음속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당할 때, 이 힘든 현실이 하느님의 힘으로 확 뒤바뀌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내가 이렇게 공을 들이니, 기적 같은 게 일어나서 이 어려운 현실이 한꺼번에 뒤바뀌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죠.
(ex:초등학교 시험.... 미국의 수도는? 뉴욕... 잘못된 답을 쓴 걸 알고 그 학생은 그 날부터 기도를 했답니다... 하느님 미국의 수도를 뉴욕으로 바꾸어 주세요.... 이런 기도는 고양이를 갖다 놓고 호랑이가 되게 해주세요... 라고 조르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주변에서 기도의 위력, 기도의 힘을 체험한 분들의 고백을 들어보면, 처음엔 아주 절박한 마음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9일 기도니, 청원 기도니 54일 묵주기도니 백일기도 같은 것에 돌입을 하지만, 54일 혹은 백일기도가 끝난 다음 놀라운 변화를 깨닫게 됩니다.
즉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는 반드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박한 마음이었는데,
기도가 끝난 다음의 내 마음이, 설사 현실을 그대로일지라도, 지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해진 내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현실은 그대로이지만,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나로 변화될 때 여기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우산 장수 큰아들과 소금 장수 작은아들을 둔 늙은 어머니 이야기가 있죠.
처음에 이 어머니는 비가 오면 소금 장수 아들 때문에 울고, 날이 맑으면 큰 아들 걱정으로 울었답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먹은 다음 날부터는 비가 와도 웃고 날이 맑아도 웃더라 하는 이야기...
이와 같이 현실은 그대로이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좋고 나쁨, 천당과 지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 나라란 것은 이 나쁜 현실이 확 뒤바뀌는 외적인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어떤 눈으로 받아들이느냐...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