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4일 해날 오후 3시
제목 : 하동 가는 날
날씨 : 하동에 닿자마자 아이들은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고 놀이터로 나갔다. 그래도 그늘은 여전히 바람이 차다.
오늘은 하동 가는 날 ! 아이들도 줄곧 언제 하동으로 가냐고 물었었다. 나도 하동으로 얼른 가고 싶었다. 나는 아침 밥 모둠이어서 6시 30분에 아이들 깨우고 부엌으로 갔다. 시래기 된장국 끓이고 김치 자르고 두부부침하고 견과조림으로 아침을 먹고 하동 갈 채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잠짐을 떠나자마자 차에서 졸았더니 어느새 밥 먹을 곳인 운조루에 닿았다. 아침에 싸온 도시락을 먹고 운조루를 돌아봤다. 옛 한옥의 모습 그대로 였다. 동엽이는 비밀통로가 있다며 내 손을 잡고 뛰어간다. 곳곳에 있는 문이 신기한 모양이다. ^^ 다 돌아보고 차에 올라서 하동 잠집으로 가는 길. 섬진강도 보이고 녹차 밭도 보이고 감나무도 보이고 길이 참 예쁘다. 때마침 도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하동은 너른 들판도 있고 가는 길도 예뻐서 나중에 나혼자와서 꼭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매실따러 왔다가 이번에 또 오니 참 좋다. 아이들도 하동은 잠집도 좋고 밤이랑 감도 따서 좋다면서 하동으로 가고 싶다고 했었다. 오자마자 넓은 운동장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산도 보이고 마을도 보여서 경치도 참 좋다. 잔디에 앉아 햇볕 맞으며 글쓰니 더 좋다. 자현이는 축구장갑까지 챙겨 와서 줄곧 손호준선생님을 찾더니 강수랑 같이 축구를 열심히 한다. 아참 오늘 하루 이끔이는 왕강수, 김진엽 선생님! 어제 하루 이끔이 목표를 물어보니 강수는 생각해 본다고 하고 진엽이는 빨리 움직이자라고 말해서 한참 웃었다. 이번 자연속학교에서는 나도 하루 이끔이를 해야한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 할때면 떨리고 쑥스럽고 볼이 빨게진다. 언제쯤 울렁증이 사라질까? ^^ 어제 승범이는 다른 애들 앞에서 이끔이 하는게 쑥스럽다고 했다고 한다. 그 심정이 꼭 이해가 간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
누리샘은 잘 걷고 있으려나? 어제 양묘사업장이랑 오늘 운조루에 갔을 때 등산복에 배낭메고 걷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다. 누리샘 아이들 생각도 나고 잘 걷는지 걱정도 된다. 하루 선생 바꾸기 때에 누리샘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 때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오기 전부터 감기걸린 아이들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크게 아픈 아이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밥도 얼마나 잘 먹던지 꽉 차 있던 냉장고가 벌써 많이 비었고 쌀도 벌써 2번이나 샀다. 누리샘이 없어도 밥 양을 똑같이 했는데 그 밥이 모자랄 때도 있고 다 먹을 때도 있다. 그저 놀랄 따름이다. ^^ 자연속학교가 끝나면 아마 다들 살이 포동포동 올라서 집에 갈 것 같다.
오늘은 다 같이 빨래하고 몸을 씻기로 했다. 그 동안 밀린 빨래하고 몸씻고 나오니 다들 배가 고픈가 보다. 새참으로 귤먹고 방청소하고 상 놓고 앉으니 이상하게 해가 졌는데도 춥질 않았다. 남원에서는 해가지면 바로 추웠는데 여기는 안 그렇다. 거리상으론 얼마 차이 안 나는데 이상하네?! 오늘 하루도 다 갔다. 이제 저녁먹고 뜨끈뜨근 한 바닥에 배깔고 자고 싶다. 저녁밥 먹고 원서, 호연, 동엽이에게 수세미물을 먹였다. 다들 얼굴을 찌푸리고 먹기 싫어한다. 그 와중에 어제부터 다경이와 진서는 먹고 싶은지 약이라는데도 자기도 아프다며 달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마침회를 하는데 최희구 선생님께서 오셨다. 다들 반가운지 박수치며 좋아한다. 원서는 너무 좋은지 줄곧 옆에 서서 한주도 소개시켜주고 정성현 선생님도 소개시켜 줬다. 그렇게 최희구 선생님과 인사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도 참 잘 살았다!
<마주이야기>
유하가 자려고 누웠는데 무섭다며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말하길 ‘선생님 저는 생태화장실이 더 좋아요.’
‘왜?’
‘그냥요.’
‘그래도 이유가 있을꺼 아니야?’
‘음, 생태화장실이 더 아늑하고요, 그냥 화장실은 너무 넓고 그냥 쫌 그래요.’
어린이들이 생태 뒷간의 맛을 알았나보다. 우리 동엽이도 생태 뒷간을 참 좋아했는데 똥을 누다 잠깐 사이에 모기에게 엉덩이를 10방 물린 뒤로는 안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