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십의 부록
정숙자 시인
편지는 내 징검다리 첫 돌이었다
어릴 적엔 동네 할머니들 대필로 편지를 썼고
고향 떠난 뒤로는 아버님께 용돈 부쳐드리며 "제 걱정은 마세요" 편지를 썼다
매일 밤 내 동생 인자에게 편지를 썼고
두례에게도 편지를 썼다
시인이 되고부터는 책 보내온 문인들에게 편지를 썼고
마음 한구석 다쳤을 때는 구름에게 바람에게 편지를 썼다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울 때는 저승으로 편지를 썼고
조용한 산책로에선 풀잎에게 벌레에게 공기에게도 편지를 썼다
셀 수 없이 많은 편지를 쓰며 나는 오늘까지 건너왔노라
희망이 꺾일 때마다 하느님께 편지를 썼고
춥고 외로울 때는 언젠가 묻어준 고양이 무덤 앞에서 우울을 누르며 편지를 썼다
어찌어찌 발표된 몇 줄 시조차도 한 눈금만 들여다보면 모습을 바꾼 편지에 다름 아니다
편지는 내 초라한 삶을 세상으로 이어 준 외나무다리, 혹은
맑고 따뜻한 돌다리였다.
편지가 있어 내 하루하루는 식지 않았다
한 가닥 화려함 잃지 않았다
편지봉투 만들고, 편지지 접고, 우표를 붙일 때마다
시간과 나는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또 믿었다
그리고 그 조그만 빛이 다음 번 징검돌이 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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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시인(1952. 9. 16~)
전북 김제 출생
학력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철학
데뷔
1988년 문학정신
수상
1987년 제1회 황진이문학상
경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첫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