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람-작은 방주" 관람기
10월 22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 전시회를 보고왔다. 처음에는 "한성필 : 표면의 이면"을 보러 갔었으나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금호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최우람-작은 방주"가 보고싶다고 해서 급히 발길을 틀었다. 이 전시회는 지금 인류가 처한 현실을 재구성하여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기획된 전시라고 한다.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불안감과 양극화가 심화되어 방향상실의 시대가 된 현대를 보여준다고 하는 이번 전시는 방주라는 주제로 동시대를 구성하는 모순된 욕망을 병치시켜 관람객들에게 오늘의 우리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질문하는 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우선 전시회에 입장하여 처음으로 본 작품은 "샤크라 램프"라는 작품이다.
샤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바퀴'라고 한다. 이는 연꽃과 수레바퀴의 형태로 상징된다고 한다. 이 작품은 여러개의 금속 판이 작품 중심을 축으로 하여 천천히 회전하고있다. 그 회전에 따라 어떨 때에는 왼쪽처럼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어떨 때에는 오른쪽처럼 마치 꽃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모습을 한다. 가만히 서서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품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다가도 작품이 원형을 띄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샤크라 램프가 전시되어있는 공간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빨강"이 있다.
이 작품도 샤크라 램프와 비슷하게 하나로 뭉쳐지고 다시 펴지고를 반복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강렬한 붉은 색의 꽃이 봉우리에서 개화했다가 다시 봉우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해를 거듭해서 피고 지는것을 반복하는 꽃의 생명을 떠올리게 한다. 붉은색이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이 남으면서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올 때 머리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이 박힌 작품이었다. 작품의 색도 붉은색, 작품이 설치된 공간도 붉은색, 조명도 붉은색이어서 매우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URC-1", "URC-2"작품도 인상깊은 작품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최우람 작가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작품의 이름은 최우람 작가의 이름을 따서 U-Ram Catalog의 앞글자 URC, 작품을 제작한 순서에 따라 1, 2의 번호를 붙였다고 한다. 작품이 항성, 즉 별인 것을 생각하면 하늘의 별에도 그 별을 처음 관측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듯 직접 제작한 별에 제작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자동자의 전조등과 후미등을 원형으로 뭉쳐둔 것이라는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은 각각의 전조등과 후미등이 불규칙적으로 빛난다. 처음에는 번쩍거리는게 있어서 시선이 갔었으나 계속 보고 있으니 조금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별은 하나의 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의 온도에 따라 밝기가 다르고 특히 온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은 흑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작품이 불규칙적으로 빛나는 것은 어쩌면 이걸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원탁"과 "검은 새"이다.
이 작품은 뉴스에도 나온적이 있다고 하며 유튜브 쇼츠에도 나온걸 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은 원탁 아래에 있는 지푸라기 몸체들이 원탁 위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형상을 하고있으면서 실제로 지푸라기 몸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원탁 아래의 기계장치로 지푸라기 몸체들이 스스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로 경쟁하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마치 현대 사회의 구조 속에서 우리들이 우리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쟁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위의 사진은 원탁이 가만히 있을 때 찍은 사진이며 https://youtu.be/M818XBMYVi0 의 링크에 직접 찍은 동영상을 올려두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재미있으면서 작품이 시사하는 의미를 떠올리면 그저 유쾌하게 볼수만은 없었다.
이번 전시회는 원래 보려고 계획했던 전시회가 아니였다.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서 가게 된 전시회여서 어떤 전시인지도 잘 모르고 보고, 전시회를 다 보고 집에 돌아와서야 각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표현한건지 알게 되었다. 또한 전시회장 내부의 구조를 잘 모르고 관람하여 전시된 모든 작품을 보지도 못하였다. 특히 이번 전시회의 이름인 "작은 방주"라는 작품도 보지 못하고 그 존재조차 집으로 돌아온 후에 알게 되었다. 물론 작품을 볼 때 나만의 의미로 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어서 재미있는 전시회였으나 작가의 의도대로 감상하지 못한 작품이나 있는줄도 모르고 지나간 작품들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 전시회였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다시한번 방문해서 한번 더 관람하고 싶다.
----------추가----------
관람기를 올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인증샷을 올리지 않아서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