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미국 배우 해리 딘 스탠튼이 타계했다. 1926년에 태어났으니 향년 91세의 천수를 누렸다고 할 만하다. 그가 출연한 주요 작품에는 1979년 영화 <Alien(외계인)>과 1983년 영화 <Christine(여자 이름)> 등이 있다.
<외계인>은 그저 그런 외계인 영화가 아니다. 그 무렵만 해도 조잡한 특수효과의 유치찬란한 외계인 영화가 범람하던 시대였는데 <외계인>은 외계인 영화 장르의 무게감을 바꿔버렸다. 그런 평가는 <외계인>이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 수상, 미술상 후보작, 미국 의회도서관 영구 보존작, 엠파이어지 선정 위대한 영화 500선, 토탈필름 선정 위대한 영화 100선, 필름4 선정 역대 가장 위대한 영화 36위 등 화려한 이력을 증명해준다.
<외계인>에는 외계에서 수확한 귀중한 광석 2천 톤을 실은 거대 우주화물선 노스트로모가 등장한다. 승무원 7명은 지구로 귀환하고 있다. LV-426 혹성 옆을 항해할 때 지적 생명체로 보이는 발신파가 포착된다.
다가가 보니 정체불명의 오래된 난파 우주선이다.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모두 미라로 변해 있다. 노스트로모에서 옮겨온 조사원들은 사고 원인을 찾으려고 수색하던 중 달걀 모양 물체를 발견한다.
충격을 가하자 안에서 작은 생물이 튀어나온다. 그것은 부선장 케인의 우주복을 뚫고 들어가 얼굴에 철썩 달라붙는다. 케인이 기절한다. 다른 조사원들이 그를 구출하기 위해 외계 생명체를 공격한다. 생명체는 죽지만 케인의 몸에서 또 다른 생명체가 밖으로 나온다. 케인은 사망하고, 외계 생명체는 순식간에 괴물로 커진다.
말 그대로 사투가 벌어진다. 영화의 핵심 볼거리는 이 사투 장면이다. 물론 인간이 승리한다.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문득 일상에서 그와 같은 경우를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노스트로모 승무원이 외계인을 만난 것은 우연이다. 그 우연을 필연으로 믿으면 종교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인본주의가 된다. 칼뱅은 착하고 여유롭게 사는 삶도, 악하고 빈곤하게 사는 삶도 한결같이 신의 예정에 따른 결과라고 했다. 인간은 가만히 있어도 신이 그의 미래를 모두 결정한다는 논리로 오해하기 쉽지만, 신은 인간이 선택한 길을 인정한다 정도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해리 딘 스탠튼에게 19세나 연하의 여성이 프로포즈를 보내왔다. 그것도 당대 최고의 록 밴드 블론디의 보컬 데보라 앤 해리가 공개적으로 그랬다. 그녀는 노래 ‘I want that man'의 가사를 통해 스탠튼과 춤을 추고 싶다고 공언했다. 그 이후 둘은 런던에서 만났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