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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출신 김수현은 방송작가로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우리시대 '걸출한 이야기꾼'인 김수현은 흔치않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극적인 현실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명품 드라마'를 써온 최고의 작가다. 그 김수현작가의 기념관이 '드라마아트홀'이라는 이름으로 이제야 청주에 들어선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총사업비 72억원을 들여 수동 옛 청주시장 관사를 '김수현 드라마아트홀'로 꾸미기로 하고 최근 김수현 작가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옛 청주시장 관사는 지상 3층, 별관 1층(연면적 2천289㎡) 규모다. 청주시는 2017년까지 관사를 리모델링해 김 작가의 집필 공간을 마련하고, 작가 지망생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작아카데미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념품 판매를 겸한 카페와 분장 체험실, 드라마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영상체험관, 문학카페 등도 갖춘다. 또 드라마아트홀에는 지역 예술인들이 창작물을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소극장도 들어선다.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은 조성은 때늦은 감이 있다. 5년전인 지난 2010년 이시종 충북지사가 김 작가를 기리기 위해 '김수현문학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드라마작가도 문학인이냐"는 일부의 반발로 무산된바 있다. 무식의 소치다.
세익스피어의 주옥같은 희곡도 당대엔 통속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김 작가의 드라마아트홀이 오픈하면 청주에선 유일하게 예술가를 기념하는 공간이 될것이다. 교육문화도시 청주라는 자부심을 무색하게 한다. 요즘 뜨고 있는 경남 통영과 비교된다. 한국관광지 100선에 통영은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 동피랑마을, 장사도, 소매물도등 4곳이 포함됐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빼어난 곳이지만 통영의 진짜 자랑거리는 따로있다. 통영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예술가의 흔적이다. 최근 각광받는 토영 이야기길은 예술가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길이다.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등의 생가와 기념관, 공원등 이곳 출신 예술가들의 체취가 짙게 묻어있다. 이 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통영이 어떤 이미지로 남을지는 뻔하다.
청주는 김 작가 외에도 독일 루드비히미술관이 20세기를 대표하는 120명중 한명으로 꼽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을 비롯 시인 신동문과 도종환, 무용가 송범, 영화감독 정지영등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큰 획을 그은 예술가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면에서 김수현드라마아트홀 조성은 지역 예술인 기념관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다.
다만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이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하려면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리가 필요하다. 김 작가도 이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는 "(아트홀을)만들어놓고 관리나 운영이 제대로 안되서 이 자리가 쓸쓸해지는 것을 정말 원치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내가 죽어서 드러누워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나올 것 같다는 농담도 했다"고 걱정했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죽은공간이 아닌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