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경계선 형성하기
인간관계로부터 발생되는 갈등은 삶의 필수 존재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장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많은 갈등을 겪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낮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로서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나와 타인을 경계짓는
심리적 자아경계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심리적 자아경계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동물의 세계에 대한 다큐멘트 프로그램을 접할 때마다 동물과 인간과의 유사점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많은 동물들이 배변을 뿌리는 등의 행위로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행위이다. 이는 동물들이 광활한 자연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는 국가들간의 영토싸움,
적게는 집 한 칸을 마련하고자 하는 우리 서민들의 애절한 소망에서도 드러난다. 이렇게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공간은 외부
세계에서의 물리적 영역뿐만 아니라 내적 세계의 심리적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이러한 영역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나에 의해서 결정된다.
어느 만큼의 영역을 허용하느냐 하는 것은 내가 어디까지, 어떤 경계선을 긋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경계선이 제대로 형성되면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허용하고 싶은 만큼의
나의 영역과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상대방의 영역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타인
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을
결정짓는 경계선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아무도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의 영역에도 들어 가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를 타인으로부터 소외시킨다.
하지만 이 경계선이 너무 성글게 형성되면, 다른 사람이 나의 영역에 부적절하게 지나치게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서 혹은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얽혀있어서
혼돈에 빠져 고통스럽게 된다. 또는 두 상태를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부간에도
적절한 각자만의 영역과 함께 두 사람이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공유되는 부분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경계선이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경계선은 친밀감 형성에 문제가
되고, 지나치게 구멍이 많은 경계선은 너와 나의 구별이 되지 않아 숨이 막히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끼거나,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려 한다.
물론 이러한 경계선은 문화마다 차이가 있다. 어느 사회에서는 용납되는 경계선이 다른
문화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에 따르는 차이가 무엇이던 개인이 적절
하다고 느끼는 경계선을 형성하여야 한다는 과제는 누구에게나 요구된다. 특히 정으로
얽혀있는 우리의 관계성 지향의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경계선이 불분명하기 쉽기 때문에
심리적 자아경계선을 적절하게 형성하는 과제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계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와 타인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으로부터 상호작용 하면서 형성된다. 어린아이가 인정
받고 자신의 존재가 존중받을 때 자기의 영역을 형성하게 되며, 타인의 영역도 자기의
영역과 같이 존중하게 된다. 몇 년 전에 한 방송국에서 어느 농촌의 소에 대한 이야기를
방영한 적이 있다. 소의 태를 집의 강아지가 먹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태를 먹어야만 자기
새끼를 인식할 수 있는 어미 소는 송아지를 키우려하지 않아 외로운 주인아저씨가 송아지
새끼를 어린아이 키우듯이 키웠다. 그렇게 키워진 송아지는 송아지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행동을 하였다. 앉아있는 주인아저씨의 어깨에 두발을 올려놓고 어린
아이가 하듯이 머리를 기대고 있는 모습은 그대로 사람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미소로부터 키워지지 못한 송아지가 자기 새끼를 낳았을 때 새끼를 키우는 방법을
몰라 새끼를 양육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동물이나 인간이나 태어나면서 경험하기
시작하는 것을 바탕으로 자아경계선과 생존양식을 만들게 된다.
건강한 부모는 자녀들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자녀를 나의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로 하여금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개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들로 하여금 그들만의 관점과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고, 지나치게 부모의 것을 받아드리도록 요구하게 되면 자녀들은 자기의 생각,
느낌, 영역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즉,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의 것인지
불분명하게 된다. 결국 자녀들은 부모와 적절한 경계선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나와 세상을 구별할 수 있는 경계선도 형성하지 못한다.
심리적 자아경계선이 약하게 형성된 사람은 타인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의해 지배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는 스스로 자초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사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즉, 문제의 원인을 분명하게 나에게 있는 것인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무례한 행동을 나에게 했다고 느껴지면 명확한
경계선이 있다면 그 문제가 나로부터 인한 것인지, 상대방으로부터 인한 것인지를 파악
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우선 두 사람간의 관계설정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
만일에 관계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다면 분명 무례한 행동은 상대방으로부터 인한
것이다. 즉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
그러나 경계선이 약한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자기가 무시당하였
다고 자기중심대로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는 경계선이 약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또는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데 지나친 친절을 베푼다 거나,
걱정을 한다거나, 참견을 하는 것도 상대방의 경계선을 내가 지켜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 세상과의 적절한 경계선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경계선이 잘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 이러한 경계선을 지금이라도 고치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1. 우선 자기 자신의 경계선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경계선이 경직되었는지,
덜 형성되었는지, 아니면 왔다갔다하는 비일관적인 경계선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2. 어렸을 적의 경험 중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행동으로 나의 경계선을 침범하였는지를
찾아내고, 그 때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3. 지금 현재 관계들에서 자신의 경계선의 상태를 점검한 후에 잘못된 관계는 청산한다.
4. 사람들과 만날 때 다른 사람과 의견, 좋아하는 것, 가치관이 다를 때 자신의 것을
매번 적는 연습을 일주일간을 한 뒤에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친구나 혹은
전문가와 이야기를 한다.
5.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의견이 다른 경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면
아예 처음에 내 의견이 다른데 말하기가 너무 힘들다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도 좋다.
6.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그 욕구를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살펴본다.
만일에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7. 항상 말과 행동 전에 상황에서의 관계성에 대한 규명을 하는 버릇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