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도둑은 없다고 했다. 천상 부모를 닮게 마련이다. 좋은 점만 닮고 못난 점은 안 닮았으면 싶은데, 어디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던가. 특히, 자식 농사처럼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없다는 어른들 말씀이 꼭 맞는 것 같다.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부모도 필경 성장과정에서 부모 속을 어지간히 썩였을 테다.
*이처럼 일반적인 성격이나 기질적인 측면에서도 이런데, 선대(先代)의 것을 이어받아 제것을 만드는 전통 분야에서야 두말 할 것이 없다. 음악적인 재능은 타고난다. 그래서 가비 비가비란 말이 생겼지 않은가. 세습무가를 태반으로 해서 성장한 민속악 분야에서는 가문(家門)을 보고 척 알아본다. 옛 양반들의 족보 따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혈통, 내림이 바로 재능의 내력인 것이다.
*마을에서 '잡놈' 소리를 듣는 부자(父子)를 초청했다. 영암 군서면 모정리에서 나고자란 김용축 할아버지와 큰아들 김애중씨. 할아버지는 84세의 노령인데도 여전히 바이올린, 대금, 태평소를 넣고 다니며 소리며 시조를 하는 한량이고, 아들은 젊은 시절 개발한 '곱사춤'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재주꾼이다. 동네 콩쿨대회를 주름잡은 추억의 재주꾼 부자, 소가지 없다는 남들 말이야 귓등으로 흘리고 당신들 즐거우면서 남들 즐겁게 하는 게 재미있다는 부자. 넉넉하고 낙천적이어서 좋아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