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 색 다 바나나>,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의 ‘경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교보의 원서 서가에서 이 책을 처음 꺼내들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 개의 바나나에 네 가지 색이 동시에 들어있는 표지 디자인에서 ‘와~’ 탄성을 지르고 말았지요.
그리고 다양한 구름의 색, 불의 색, 심지어 얼어붙은 호수의 색까지 찬찬히 몸으로 느껴보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며, '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렇게 경이로운 세상이었는데, 난 그 동안 도대체 뭘 보며 살아온 거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너도 색깔이 있어. 저기 뚫린 네모 아래 부분에 손을 대 봐!’ 저는 텍스트가 시키는 대로 오른편 장면에 구멍 뜷린 네모 아래로 손등을 댔고, 그 순간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모 사이로 보이는 제 손의 색깔은 저의 기대와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진하고 어두웠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저의 색은 훨씬 밝고 환한 거였나 봅니다. 예측 오류ㅠㅠ 오류는 수정이 되어야, 다시 나로 경험이 됩니다. 충격은 한동안 이어졌고, 아직도 저는 저의 색을 다시 찾고 보고 수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무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발달심리학에 '외양'과 ‘실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1969년에 DeVries라는 학자는 3-6세 사이 유아들에게 고양이를 한 마리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양이를 쓰다듬게 해서 고양이 임을 확인시키지요. 그리고 나서 고양이의 머리와 어깨 부분을 유아가 보지 못하게 스크린으로 살짝 가린 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개얼굴 가면을 고양이에게 씌운 다음 가리개를 치우고 이렇게 묻습니다. ‘이제 이건 무슨 동물이지?’ ‘이건 야옹하고 울까? 아니면 멍멍하고 짖을까?’ 이 실험에서 대부분의 3세 유아는 ‘멍멍 짖는 개’라고 대답했습니다. 반면 6세 유아는 ‘개처럼 보이지만 고양이에요’라고 답함으로써 외양과 실재의 두 측면을 구분하고 고려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아, 6세 유아들도 가지고 있는 외양과 실재에 대한 구분 능력을 그 동안 나는 내가 만나는 세계에, 그리고 나에게 적용하지 않고 대충 살아 왔구나.. 하는 각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DeVries(1969) Appearance-Reality test
이 책을 보고 난 후, 최근에는 분홍색 당근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뭐? 당근이 분홍이라고? 주황 아니고?”라며 깜짝 놀라는 저를 발견했지요. 평생 당근은 주황!이라는 전형적 사고를 가져온 터라 빗나간 예측에서 또 한번 진동을 느꼈지요.
흰노분검주 당근, 이 사진에는 검정 당근이 없네요
20년 전, 미국 요세미티 공원으로 가는 길에 들판 가득 핀 노란 꽃이 토끼풀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반응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게 토끼풀 꽃이라고요? 음..토끼풀 꽃은 하얀데….” 당시 저는 가이드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플로리다에서 이상한 오리를 본 충격적인 날도 떠올랐습니다. 연못가를 걷다가 이상하게 생긴 조류를 보았는데, 외양은 오리 비슷하기는 한데 제가 알고 있고 보아온 오리와는 너~무 달랐고, 오히려 오리 공룡이라고 하면 믿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요. '저렇게 생긴 게 절대 오리 일리 없는데 . . ‘ 했던 그 때의 저는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에 가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을 만났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 . ’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즘 제가 폭 빠져있는 리사 펠드먼 배럿(신경과학자, 노스이스턴 석좌교수)이 한 말도 떠올랐습니다.
'다양성이 표준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외양과 실재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양과 실재에 대한 이해는 자신에 대한 깨달음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온 세상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공간을 한 번 둘러봅니다. 여러분도 계신 곳을 한번 둘러 보실까요? 제 눈에는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이 색 다 바나나' 책도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여전히 제가 모르는 것들이 거기에 함께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여러분이 거기서 무얼 보고 또 무얼 알아차리시든 그것은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의 ‘경계’로 여러분을 이끄는 경이로운 초대장이 될 것입니다. 거기서 우리 함께 만나요!
변화로의 초대자 신혜은
이 색 다 바나나
번역본 제목 고민 많이 했는데
괜찮죠?
저 오른쪽 네모 구멍 뒤에 손등을
꼭 대어보시기를요~~
첫댓글 퐁당_다양성이 표준이다!!! 마음에 콕!! 들어와요!
퐁당님?
예스24에 주문했는데, 5일 걸리네요..ㅠ
어서 손등 넣어보고 싶다는! 싸인은 나중에 선생님 만나서 받을께여 ㅋ
ㅎㅎ 넹, 7월 서울숲 같이 걸어요~~
이 색 다 도토리
도토리들 안.녕
어쩜 하나 하나 다 다르네여~~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