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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선녀와 나무꾼 스크랩 덕유산에서 마지막 겨울을 보다
서산선녀 추천 0 조회 71 14.02.14 13:0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서산에 자리잡은 지도 벌써 3년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기점으로 내 생활을 꾸려나가야함에도 서울에 가서 합세하여 답사를 다녔다. 불편함보다는 익숙함에 따랐다고 할까.

동네 어귀에 내걸린 '천수만신협산악회'에 내심 마음을 두고 이번엔 꼭 가입해서 따라다녀야지 했다.

드디어 1월 모집기간에 가입했다. 옆집 명희씨와 윗집 수경언니도 함께라 든든했다.

2월 첫 행선지가 덕유산 향적봉이다. 며칠 전부터 감기로 기운이 없고 콜록콜록~~ 산행에 쫓아가려고 각별히 몸조심을 했다. 주말을 지나면서 감기증세가 나아진다. 오호!

 

2월 13일,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깜깜한 길에 주차하느라 힘들거라고 남편이 데려다 주었다. 부석면 신협앞, 너무 일찍 왔나 싶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버스가 다가오자 줄줄이 승차하고 6시 5분쯤 되자 바로 출발한다. 일년치 회비를 선납하는 제도라 출석점검도 없나보다. 시내를 벗어나자 떡과 물, 사과를 한 개씩 나누어준다. 잠시 일어나 신입회원 인사를 드렸다. 다행이도 면주민자치센터 요가반 아주머니들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낯설음이 덜했다.

 

7시 반쯤 공주휴게소에 들렀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식사하실 분들은 식사를 하고 다시 달린다. 9시 10분, 무주 리조트 도착. 서산에서 막히지 않고 오니 참 쉽게도 오는구나싶다. 일산에서 어딜 가자면 서울을 거쳐야하기에 늘상 교통체증에 시달렸는데...

 

무주리조트 스키장에선 젊음이 뿜어져 나온다. 어린아이부터 청년들까지 막바지 겨울스키를 즐기느라 땀을 흘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만히 살펴보니 젊은이들은 스키장, 우리같은 중년이상의 고령자들은 산행하느라 곤도라를 타고 있다. 주최측에서 곤도라 티켓을 나눠준다. 가격이 9천원이다. 산행비용으로 15,000원을 냈는데.... 완전 흑자날이네...^^.

 

 

 

곤도라를 타고 슉! 슉! 꼭대기로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눈세상이다. 나무들이 눈을 이고 서있다. 날씨가 따뜻해서 눈이 다 녹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웬 횡재냐싶다. 꼭대기에 도착하니 눈세상이다. 산악회 회원분들이 조용히, 분주하게 아이젠에 스패치를 장치하고 스틱을 꺼내 장비를 단단히 챙기신다. 작년에 구입한 아이젠이 부피가 커서 버스에 두고 올까 생각했는데 큰일날뻔 했다. 아이젠을 차니 훨씬 걷기가 안전하다. 스틱도 이번에 세트로 새로 구입했다. 두 개짜리는 처음 사용하는거라 다소 불편할거라 여겼는데 걷기가 수월하다. 일행을 따라 향적봉까지 걷는다. 약 이십 분 걸린다고. 아하! 정상까지 수월하게 올라가서 쭈욱 내려가는거구나...

 

향적봉 - 중봉 - 오수자동굴 - 백련사 - 구천동 계곡 .... 네 시간 코스가 오늘 걸어야 할 길이다.

 

 

 

 

 

향적봉 정상. 사방에 근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근처엔 구상나무와 주목이 많아 눈이 이고 선 모습이 장관이다.

여기서 걷거나 곤도라를 타고 내려가실 분은 내려가고 두 시간 코스는 백련사로 곧장 내려가고 네 시간 코스는 오수자동굴로 돌아서 내려간다고 한다. 일행들 얼굴을 아직 익히지 못해 무조건 회장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보라색 모자만 찾아라~~. 요가회원분들은 어디 계시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향적봉대피소가 눈속에 보인다.

향적봉 오르면서 부터 내내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천년 고사목 주목이 눈을 이고 늠름히 서있다. 키가 작으면서 옹골찬 진달래가 그 아래 자리잡고 있다. 봄에도 아주 예쁘리라 여겨진다. 저멀리 산맥들은 산세를 날 것 그대로 내보이면서 굽이굽이 내달리고 있다.

바람도 없고 햇빛은 따뜻한 날이다. 첫 산행을 축복해주느라 날씨가 이리 좋은가... 머릿속이 맑아지고 가슴이 시원해진다. 이 맛에 사람들이 눈 쌓인 겨울에 산에 가는거겠지.

 

 

 

 

 

 

 

 

 

 

 

 

 

 

 

 

 

 

오수자동굴. 오수자라는 스님이 이 동굴에서 득도를 했다고 한다. 굴 안에 물이 떨어져 고드름이 생겼다. 역으로 땅에서 솟은 고드름.

이곳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었다. 뒤에 처질세라 부리나케 내려왔는데... 이제보니 완주코스 일행은 딱 9명이다. 신입이 아주 성적이 좋은 걸 ㅎㅎ.

 

 

 

짝쿵이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았다. 오를 때는 문제 없었는데 내리막에서는 아무래도 위험하기에 한 짝씩 나눠 신었다. 한 짝씩 신고 선두를 지켰으니 ... 체력이라기 보다 순전히 정신력이다. 꼴찌해서 민폐 끼치고 민망해질까봐...

             

 

백련사까지 약 2Km를 남기고 걷는 길. 오른쪽으로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일행중 한 분이 '봄이 오는 소리'라고 즐거워하신다. 아! 정말 봄이 오는구나. 도시에 살 때는 봄이 오는 감흥이 그리 깊지 못했다. 매일 일상이 바쁘니까 신경쓸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골에 오니 계절 변화에도 날씨 변화에도 민감해진다. 하긴 내 삶이 바로 자연과 직결되어 있으니 더 그렇겠지.

 

눈이 녹아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를 곁에 두고 걷는다. 낮은 조릿대는 흰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초록을 유지하고 있다. 무릎과 고관절이 아파온다. 눈길을 정신없이 내려왔으니...

 

 

 

 

 

 

 

 

 

 

 

 

 

 

 

백련사에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그냥 지나쳤다. 아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두 시까진 도착해야한다. 아쉽지만, 다음 번에 오기로. 백련사를 지나자 계곡이 본격적으로 넓어진다. 여기가 구천동 계곡이란다. 물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완주하시는 분들이 거의 가사리분들이다. 가사리 마을에서 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내려온다.

 

 

 

 

 

 

 

산을 벗어났다. 아직 두 시가 채 못되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아뿔싸! 일행 분들이 사라졌다. 식당가에서 두리번거리다가 곤돌라에 같이 탔던 분을 만났다. 벌써 식사를 마치셨나보다. 식당에 들어가니 버섯전골이 준비되어있다. 보름 전날이라 각종 나물들도 찬으로 나오고. 앞자리에 계신 분이 복분자를 준비해 오셨다. 집에서 기른 복분자로 담근 술이라 한다. 한 잔 부딪치며 인사하고 두 잔하니 얼굴이 붉어진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세 시 십 분. 집으로 출발!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하겠는걸...

 

이렇게 첫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오랫만에  겨울 산에 가는거라 은근히 걱정했는데 잘 해내어 내 자신이 기특하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우니 우선 좋고, 연세드신 분들이라 코스가 수월하여 더욱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금상첨화이다. 게다가 동네 분들을 사귈 수 있으니...

앞으로 매달 산에 가는 즐거움이 내 삶에 한 몫 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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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2.14 13:38

    첫댓글 멋진 설경에 맛있는 음식 드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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