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어제 하루 쉬었더니 몸이 날아갈 듯 하구나(헛둘 헛둘 손체조를 한다)
이때 윤석열이가 제주도에 다녀왔다는 뉴스 나온다.(그걸 듣고 김삿갓 시를 읊는다)
애절양 남편 둔 애처로운 젊은 아낙 애를 끊는 통곡 소리
절로 절로 산절로 수절로 만사 절로가 아니구나
양심에 털만 난 게 아니라, 건진법사 주술 건희술사 점괘란 게
피눈물 나는 백성 보면 실실 웃어 눙치고 생까고 억까라이니
낫을 묶은 죽창, 앉으면 백산이요 서면 죽산 잊었는가
백성은 바다이니 배를 띄우기도 하고 침몰도 시키느니라
성벽이 아무리 높아도, 길어도 초로인생 *메멘토 모리 잊지 말라
*메멘토 모리/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로마시절 원정에서 승전한 장군의 시가 행진 때, 노예를 시켜 행렬을 따라가며 외치게 했다.
김삿갓/ 내가 제주도에 갔던 때가 언제였는지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구나. ‘애절양’을 쓰신 정약용(1762~1836년) 선비가 29살 되던 해에 내(1807~1863)가 태어났으니, 한 번쯤 뵈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그래서 내가 유랑길에 제주도에서 그 분이 계셨던 강진으로 나왔지. 유배와 머물렀던 사의재 등을 둘러보고 강진에서 병영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금곡사에도 들렸지. 그곳 두 마리 닭이 싸우는 듯한 쟁계암을 보고 시 한 수 읊었지.(김삿갓 쟁계암 시를 읊는다)
‘쌍암병기 의분쟁(두 바위가 마주 서서 싸우는 것 같지만)/ 일수중류 해분심(한줄기 물 가운데로 흘러 분한 마음 풀어 주네)’
노인 1/ 아니, 삿갓 어르신 아니시오. 내 평생에 존경하는 김삿갓을 이렇게 뵙다니요.
김삿갓/ 늙어 소풍 떠났으면 거기서 살아야하는데, 세상사 하 수상하여 다시 인간세상 구경 나온거요. 못난 날 이리 반겨주니 고마우이다.
노인 2/ 삿갓 어르신! 저희도 늙었지만, 손자도 몇 대 아래뻘 손자인데, 말씀을 낮추시지요. 황송합니다.
김삿갓/ 말은 곧 인격이고 인품이오. 못된 자를 나무랄 땐 욕도 해야지만, 내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어찌 하대를 하겠소. 그냥 영어나 중국어처럼 편하게 평어로 하는 말이라 여기시오.
노인 3/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삿갓 어르신은 서정시며 풍자시도 잘 쓰셨지만, 과체시를 잘 쓰셨다지요?
노인 2/ 제가 알기로 무려 208수나 쓰셨더군요.
김삿갓/ 서당 학동들의 과거 공부를 위해 썼는데 방방곡곡 유랑하다보니 그리 많아졌나 보오.
노인 1/ 과체시를 학동들 공부하는 동시라고도 하지요. 7언 댓구가 18개, 모두 36행으로 반드시 고사를 예로 들기도 해야 하는 참으로 까다로운 시라고 들었습니다.
김삿갓/ 허허허! 그래서 학동들 교과서 겸 써주었던 거라오. 허허허!
노인 2/ 어쩜 오늘날 사법시험이 그 과거시험 비슷할 텐데, 이번 대선 토론을 보니까, 윤가놈이 어쩌면 그리도 무지무식하지요. 자원재생이나 기후문제는 우리는 물론 지구생존과 멸망을 좌우하는 문제인데, RE100과 EU 택소노미 같은 용어를 모를까요?
노인 2/ 무지무식이라기보다 아예 빈 깡통이라고 해야겠지요. 오죽하면 지들 같은 편에서 무능하고 무지한 ‘우리 후보’라고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써놨겠어요.
노인 3/ 맞아요. ‘함량 미달의 후보,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허접한 후보’라고 벽서를 썼더군요. 신라 48대 경문왕 때에 있었던 대숲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대숲에서 현대판 이야기지요. 후손들 부끄러운 실록으로 남겠군요.
노인 2/ 그 윤깡통이 과체시를 써서 사시에 붙었겠소. 9수만에 겨우 턱걸이 했다하지요. 그저 두엄통보고 뒷걸음치던 소가 쥐새끼 잡은 것이지요. 그러니 주택청약점수를 40점이라고 하지요. 84점 만점에 40점이면 낙짓국이요. 낙짓국!
노인 1/ 내가 학교에 있었는데, 4지 선다형에서 1,2,3,4, 중 무조건 숫자 하나만 쓰면 25점이오. 그런데 0점짜리가 나오는 것은 요리조리 피해가며 숫자를 썼기 때문이오. 그런데 주관식은 답이 틀리면 그냥 빵점이오. 그러니 이번 윤깡통은 40점이 아니라, 그냥 빵점이오. 빵!
노인 3/ 하긴 그날 보니 고개 위아래 꺼떡꺼떡, 준비한 원고 읽느라고 좌우 도리도리도 잊었더라구요. 대신 상하 도리도리가 새로 첨가 되었지만, 허참! 코로나에 걸린 것도 아닌데 기도 코도 막혀서….
노인 1/ 아, 뭐든지 불리하면 지가 한 일이 아니라 당에서 한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러니 이 책임은 그 깡통보다 암짐당에 있겠지요.
김삿갓/ 하이고! 그냥 머리가 빙빙 돕니다. 후손들 대선 구경하며 즐기려 했는데… 이거야, 원, 쯧쯔쯔!
노인 3/ 김삿갓 어르신! 우리도 복창이 터질락 합니다. 문 대통령 5년을 맘 편히 믿고 지냈는데, 그 윤깡통 땜시 또다시 맹박그네 때처럼 없는 병도 생기겠습니다. 그냥 시나 한 수 들려주시지요.
김삿갓/ 그럽시다(천천히 시 한 수 읊는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처럼
버르장머리 없는 무례자식 막캥이가 할아버지 수염 뽑는다더라
릇자 모양은 뜨거운 철판 위 미꾸라지 한 마리 꿈틀대는 꼴
개 입에 사과 물려주기도 아까운 그 미꾸라지 깡통 막캥이를
못난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아량심 부디 베풀어
준비한 가마솥 철판에 올려놓고 민심의 판결 *팽형
다 함께 잔 들어 40점 막캥이 안주에 84도 소주 한잔은 어떠시오? 건배!
*팽형/ 팽형은 한양 종로의 사람이 많이 다니는 다리 위에 커다란 아궁이를 만들고 그 위에 큰 가마솥을 걸고 불을 지필 나무를 놓았다. 아궁이 앞에 병풍을 치고 군막을 둘러 재판석을 만들어 재판장인 포도대장이 앉았다. 포도대장이 죄인을 불러 가마솥의 나무뚜껑 위에 묶은 채 앉혀 죄명을 선고하고 형을 집행했다. 하지만 근세에 들어 이 형은 삶는 시늉만 했으나,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고 공민권을 박탈했다. 이 형벌은 대한제국까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