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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놈 살리기
애지중지하며 배양해 왔던 난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게 된다면
당황스럽고 회의감마저 들게 된다.
지난 5월 초순경 본가 화단에 심어져 있는 광엽의 무지를 우연히 보았는데,
좋았던 세력이 다 무너지고 잎 4 장만을 남겨져 있었다.
언젠가 좋은 난을 만나게 되는 날이면 멋지게 키우리라는 바램 때문에
좋은 원예적 가치가 있는 난 보다는 무지들 위주로 배양을 하고 있는 처지라
엉뚱한 욕심이 발동했다.
사실 그 난은 재작년 가을 우연히 함양에 계시는 이웃 사촌이셨던 분의
고향의 재실에 심어졌던 난 중에서 난에 대한 식견을 갖춘 모친 친구 분의 조언으로
자식에게 선물하고픈 마음에 챙겨왔던 난초였는데,
난실여건이 맞지 않아 본가 화단에서 키우는 것이 더 낳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화단에 심어 배양을 하다가 고사할 위기에 처했던 난 이었다.
난에게 지은 죄(?)가 있어서 집으로 가져와서 살리고 싶었다.
사람이 병이 나게 되면 병원에 가서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통한 처방을 거친 후에
요양을 하듯이 가져온 무지를 소독한 가위로 상한 뿌리는 자르고
무너져 버린 잎을 자르고 나니 좋았던 세력은 다 무너져 버려 잎 4장과
구경 한촉과 함께 뿌리 3센티미터의 뿌리하나만 남게 되었다.
잎과 뿌리에 묻은 흙과 찌꺼기들을 산소를 주입시킨 물로 깨끗하게 세척한 후
다이센 M45를 규정농도에 맞추어 물과 희석한 후 기부까지 깊게 약 1시간가량 담궈 두었다.
약 한 시간가량 뿌리를 건조시킨 후 다시 메네델을 1000대 1로 물과 희석해서 무지를
약 3시간 동안 넣어둔 후 꺼내어 화분에 심기 시작했다.
식재는 영풍골드 대석 약 70%와 예림난석 30%로 마감하였다.
너무 힘이 없고 병해에 시달렸던 난이어서 그대로 두면 기부가 양쪽으로 벌어질 상태여서
기부양쪽을 분재용 철사로 감은 뒤 화분 벽에 고정을 시켜 분에 옮겨 심었다.
분에 옮긴 뒤 관수를 하루 동안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자칫 관수를 하게 되면,
곰팡이나 세균의 유입으로 인해 고사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물을 주지 않고
그대로 둔 체 하루가 지난 뒤에 물주기를 했다.
분에 옮겨 심은 뒤 약 일주일 후에 이사를 하게 되어 난이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추기도 전에
다시 이사를 하게 되어 이런 나의 정성(?)을 비웃기라도 한 듯 난은
일주일 후에 잎 하나가 철 이른 노란 은행잎을 보이다가 갈색으로 퇴화하였고,
그 일을 겪은 뒤 며칠 뒤 또 하나의 잎이 노랗게 물을 들이더니 말라버렸다.
이사 한 뒤 3 주 후 완전히 잎이 말라버려 ‘정성이 모자랐던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 난초를 자식에게 선물할 마음으로 가져오신 어머님의 정성이 생각났고,
살아있는 생명을 한 순간의 잘못된 나의 판단으로 난을 죽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고정시킨 철사를 드는 순간 구경 밑에서 모촉을 닮은 광엽의 하얀 새 촉 두개가
탐스럽게 유령처럼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겨울철 생명을 연명하기 위해 자신의 잎을 뜯는 토끼나 노루의 먹이가 되는 풀이
하얀 새싹을 내밀어 내게 기쁨으로 다가올 줄이야....
약 40일 동안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의 길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무지의 난이 너무 고마웠다.
무지의 생존은 나의 죄(?)들을 씻겨주는 면죄부였던 것이다.
다 죽어갔던 무지 한촉을 살리기 위해 내가 했던 것은 메네델과 유비1호 그리고 미량원소비료인
세포분열촉진제를 물주기시 번갈아 시비를 했다.
물론 수돗물을 반나절 정도 장독에 담아 둔 뒤 시비 전에 공기를 1시간가량 주입한 뒤
그 물로 물주기를 한 뒤 30분 후 비료도 그 물로 희석한 뒤 시비를 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경과를 살피는 것 뿐 이었다.
내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기회로 뿌리에 대해 다시 한번 더 공부하게 되었고 뿌리의 중요성과
함께 죽어가는 난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동진님의 일생일난의 소중한 난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같은 애란인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다수의 고수의 회원님들께서 다양한 처방전을 주셨고 그 처방전을 보면서
‘어떤 공통점이 없을까? ’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수태, 왕겨숯, 활력제 등 정동진님께서 선택하신 병원 ,우연이겠지만 나의 처방 등....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일 행복님께서 처방해 주신 방법은 수태로 생존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뿌리가 약한 난에 대해서는 수태로 뿌리와 벌브를 감싸서 식재로 심거나 수태로만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수태에 대한 화학적 성분의 분석은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서 인지 아니면 아직 수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서 인지 자료를 찾아볼 수 없어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수태는 습기가 많은 지역의 나무 밑둥에서 자라는 이끼류로 그 성분은 식물의 뿌리털에서
흡수된 물과 무기물이 물관을 통해 빨아들인 영양분의 성분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짐작만 갈 뿐이다.
뿌리털에서 흡수된 물과 무기물의 성분은 토양의 화학적 성분과 그리고 수질의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며 미량원소라는 정도로 추정된다.
素心님께서 추천해 주신 비방 중 하나가 왕겨이다.
왕겨는 일반 벼의 껍질로 화학적 성분을 살펴보면 지역과 그리고 사용하는 비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탄소, 수소, 질소, 산소, 황과 함께 미량의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량원소들은 SiO₂, CaO, MgO, K₂O, Na₂O, Fe₂O₃, P₂O₅, AL₂O₃, MnO₂,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원소들중 SiO₂의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원소들은 극미량이며
이들 원소는 대부분 이온화 상태가 된다면 미량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SiO₂는 쉽게 말해 유리로 생각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왕겨 재는 왕겨의 성분 중 태우게 되면 무기질의 미량원소들만 남게 된다.
또한 식재방법으로는 왕겨숯과 소석을 50/50의 비율로 심게 되어 효과를 보았다고
그 비법을 전하였다.
나의 경우 예림난석으로 식재한 경우이며 식재방법은 상기에 표기했다.
또한 애란인들이 말하는 병원(?)의 경우 난의 자생에 아주 좋은 환경적인 여건을
갖춘 것 이외에도 부엽토 내부 속에는 균류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네 가지의 방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뿌리의 활착을 위해 수분의 함유량이 높은 식재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태는 흔히 유묘나 풍란 등을 재배에 이용되는 식재로 특히 보습력이 좋아
어린 유묘의 성장에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왕겨의 경우 수분 함유량이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12% 정도여서 보습력이 좋은 식재이다.
그리고 예림난석 역시 보습력에서 시중에 시판되는 식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습력이 좋은 식재이다.
흔히 활착한다는 것은 난의 뿌리에 뿌리털이 건강하게 올라와 식재에 밀착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뿌리털의 식재에 밀착한다는 것은 난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난에 무슨 뿌리털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분갈이시 난석을 털어내다 보면 뿌리에 고착된 난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난석과 뿌리가 고착되게 했던 원인이 뿌리털 때문이다.
흔히 분갈이를 할 때 난을 소중하게 다루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뿌리털이 활착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면 물과 비료 속에 포함된 무기염류들을 흡수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면 난의 생육이나 때로는 고사할 수 있다.
그만큼 난의 뿌리털이 중요하다.
사람에 비유하면 난의 뿌리털이 바로 사람의 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입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입이 큰 상처가 나게 되면
영양의 흡수가 어렵게 되고 경우에 영양분의 섭취가 불가능하면 생존도 위협받기에
그 만큼 뿌리털의 성장은 중요하다.
둘째, 미량원소의 역할이 주효했다.
미량원소는 뷔페식시비법에 대한 글에서 언급했듯이 식물이 자람과 성장상태에 따라
비료를 달리써야 한다.
뷔페식 시비법에 대한 효과는 올해 봄 물론 난의 새촉을 보았는데
작년 4월에 산채했던 3촉의 무지가 아주 건강하게 올라와 올해 새촉을 합쳐 8촉으로 성장해서
그 효과에 대해 나의 경우는 신뢰하고 있는 편이다.
물론 잘은 모르지만 난의 유전적 특이성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식물의 뿌리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형태는 대부분 이온화 상태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공생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충북대 백기엽교수가 발표한 공생균을 이용한 원예용 난속 식물의 재배방법이라는 논문을 통해
공생균류의 역할이 난의 영양흡수와 함께 난의 성장에도 아주 좋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난균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유기물 비료(?) 오-키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과거 식재들이 새로 출시되면 귀한 난들을 죽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원인에는 공생균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며, 화학비료와
유기질 비료의 제조과정의 불완전 발효로 인해 난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식재와 수질의 조건에 대한 내용은 제외시켰다.
그만큼 뿌리털의 성장은 중요하다.
뿌리의 안정에는 철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데델이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애용하고 있는 화학비료이다.
내가 사용한 식재는 식재자체의 철분함유량이 높은 것과 그리고 뿌리의 활착을 돕는 것과 함께
공생균이 병의 성장을 억제시켰고, 유비1호와 그리고 세포분열촉진제와 함께
메네델을 시비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난의 배양에 대한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하며 중요한 것은
어떤 식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은 애란인 개인의 몫이며,
배양에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노력도 같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생각이 들며,
지금은 덜 숙성된 유기질 비료와 같은 나의 배양경험과 지식들이 언젠가는 완성되겠지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 얼마나 노력하느냐 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것이니까...
첫댓글 난에 뿌리털이 있다는거 초보님들도 새로히 아셨지요? 죽어가는 넘 살리기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주신 오감도님..감사합니다..
초보분들 가운데 산채한 난을 소독하거나 세척할 시 난 뿌리털을 없애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난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오감도님의 글의 내용은 난의 기초 생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정곡을 찌르는 글입니다. 난배양이 어려운 듯 하지만 난의 기본적인 생리를 인식하시고 배양하신다면
난배양은 결코 어렵지만은 않은 것입니다. 난은 굉장히 강한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물의 기초적인 생리와 난의 생리에 대해 꼭! 철저히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그 후 난의 생리와 계절에 맞춰 햇빛, 온도, 물, 식재, 농약, 시비관리를 하신다면 누구나 난배양의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저의 란에대해 걱정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감도님 글 잘보고 잘배웠습니다 무작정 란이좋아 산으로 헤메이다 좋은 란이있음 케다가 죽이기일쑤였지요 그러나 중투몇촉 죽일때보다 더 가슴아픈걸 우째합니까 그래서 산(병원)에 모셔두고 자주 찾아가보는게 유일한 처방이랍니다
오감도님의 말씀데로 다시 처방을 해보고 글올리도록하겠습니다 산채다니고 케다가 죽이는데에는 거의 도사급이랍니다 앞으론 절대 그런일 없도록하겠습니다 회원님들 죄송합니다
오감도님의 그은 벌브튀우기부터 해서 시비관리 관수 모든것이 총 망라되었네요..이정도만 알고도 난초를 키우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꺼 같네요 ...오감돈미 정말 고수중에 고수 이십니다...자주 좋은글 올려 주세요~~많은 참고 하겠습니다.....
좋은정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전 완전 초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앞으로 시작될 저의 애란생활에 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참 그리고 선배님들. 난의 기본의 실린 초보가 볼수 있는 좋은 책이 있으면 한두권 정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글을 보노라면 오감도님의 난에 대한 정성과 열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아 게으른 저로서는 참 부끄럽기만 합니다. 난의 뿌리털... 산채시 난을 심을 때 뿌리를 깨끗이 닦아야 한다. 깨끗이 닦으면서 뿌리털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잘읽었습니다. ^^*
이런건 어떤지요 저희 고모네집에 난을 캐다놓았는데 이게 자꾸시들해지더랍니다 그래서 채취한자리에있던흙을 퍼와서 심었더니 무척잘자라더라는군요 저도시도해볼랍니다
요새 저희난이 아픈것이 남의일같지않았는데 좋은정보감사합니다. 그리고 라비님!답변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