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성격이 대체로 소탈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며 한 번 받으면 반드시 신세를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솔직한 사람으로 운동은 아주 싫어하지만 먹는 것은 좋아하여 무엇이든지 별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편으로 음식에서 만큼은 아주 무난한 편이다. 집안에 간식이 끊이지 않으며 늘 먹을 것이 있어야 좋아하고 원래 살찌는 체질이라 키에 비하여 몸무게가 조금 많이 나가는 편이었고 평소에는 통통하게 살집이 있어서 보기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당 수치가 높다고 하여 먹는 것을 많이 조심하고 절제하며 특히 탄수화물을 주리느라고 애를 쓰게 되고 탄수화물도 그렇지만 양을 줄이다보니 체중이 많이 빠져서 주름이 늘고 체격이 왜소해 보여서 외관상으로는 살집이 있을 떼보다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본인은 몸이 가볍고 좋다며 건강을 생각하여 먹는 것을 많이 절제하며 지내는 데 지난 10월28일 나는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여행을 떠나고 아내는 고교학창시절 친구들과 월1회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는데 매월 가는 양재동 단골식당에서 쭈꾸미 볶음으로 식사를 하고서는 늘상 하는 이야기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마음껏 정을 나누고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며 모두가 서로 좋아한다고 자랑스럽게 애기하고 친구를 만나고 오면 마음의 묵은 찌꺼기가 다 빠지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며 항상 기분 좋아하였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편한 마음으로 나는 산행 팀들과 강원도 여행을 떠났고 즐거운 1박2일의 여행을 마치고 30일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 집에 오니 아내는 평소 같으면 깊은 잠에 빠졌을 시간인데 남편을 기다리느라 침대에 누웠다가 인기척에 일어나 나를 보고는 다시 잠자리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누워 자는 것을 보고는 조금 피곤한가보다고 생각하며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늦게 일어나더니 전날 친구들과 먹은 것이 잘 못 되었는지 소화가 안 되고 몸이 안 좋다며 밥도 못 먹을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린다며 다시 방에 들어가더니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고 꼼짝을 하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가서 숨소리를 들어보기도 하였다. 한참 후에 잠시 일어났다가는 속이 불편하고 울렁거려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다며 다시 침대에 꼬박 누워서 지내다가 다음 날 31일(목)에는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고 먹지를 못하니 기운이 없어서 견디기가 힘들다며 단지 내 상가에 있는 가정의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진찰을 하니 장염증세가 있는 것 같다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지어서 삼 일째 먹었는데도 그대로이고 계속 설사를 하며 링거 효과도 하루를 지나니 사라지고 기운이 없고 몸 상태는 전혀 좋아지지를 않는 것이다. 게다가 밤새 몇 번씩 화장실에 다니느라 잠까지 설치며 기운도 없고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많이 불편하고 그렇게 먹기를 좋아하고 뭐든지 잘 먹던 사람이 전혀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되니 벌써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잠도 못자다보니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아서 안쓰러운데 몸이 불편하고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마음도 약해진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아내를 보는 내 마음도 무겁기가 그지없다. 나이가 들면 언제 어떻게 될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인데 이제 아내도 우리 나이로 74세로 노년에 이르렀으니 건강 문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항상 신경이 쓰이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현실인 것을~~~
아내가 누워 있은 동안에 스스로 밥을 하고 반찬을 차려서 혼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 보니 남자가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처량하고 남들이 보기에 안쓰러울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새삼스럽게 아내의 자리가 귀하고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옛말에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말이 있듯이 돈이 많은 것보다, 잘 난 것보다 한 평생 부부가 건강하게 같이 늙어가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사람은 평생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하는 말로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노인들에게는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고 건강이 제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부부(夫婦)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촌수도 없는 남남으로 만나
마음 주고 몸도 주고
이웃보다도 자식보다도
멀지만 더 가까운 사이
오십 년 세월동안
울고 웃고 지낸 날들이
가슴에 쌓여
이제는 되돌아가지 못할
피할 수 없는 운명
미워도 좋아도
같은 방향을 봐야 하고
늙고 병들어 쓸모없이 된
황천길 길목에서도
버릴 수 없는 사람
힘들 때나 형통할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같이 울고 웃으며
거칠고 주름진 손을
꼭 잡은 채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같이 할 사이
나도 지난 1월12일에 산행 중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당한 발목 골절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수술 후 약 3개월 동안 휠체어를 타고 다음은 목발을 짚고 나중에는 지팡이를 짚으며 매우 불편하고 힘들게 생활을 하다가 약8개월 만인 8월 말에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둘레 길을 걷기 시작하여 지금도 꾸준히 걷고 있지만 아직도 걷는 것도 불편하고 조금 걷고 나면 다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가곤 하면서 나이 탓인지 모르지만 골절된 부분이 아직도 완전히 붙지를 않았고 아무래도 완전 정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젊은이들 같으면 벌써 완치되었을 것이고 한 번 부러졌다가 붙으면 오히려 더 강해진다는데 아무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누구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 같지 않게 어쩔 수 없이 수시로 아프고 고생을 하게 되니 이게 사람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한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까지는 잘 아프지도 않고 마음은 늘 긍정적으로 젊게 사는 사람이었는데 나이 탓인지 요즘은 자주 아프다. 10월 들어 벌써 두 번째요 감기가 걸리거나 배탈이 나거나 한 번 아프면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고 토하면서 몹시 심하게 아프고 유난스럽게 아픈 것이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정도라 신경이 쓰이곤 한다. 몇 달 전에는 잠이 안 온다며 수면제 반 알을 먹고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서부터 토하고 헛구역질을 하면서 식사도 못하고 고생을 했는데 며칠 전에도 역시 수면세 반 알을 먹고는 똑 같은 현상을 겪으며 고생을 하였지만 그렇게 심하게 아프다가도 하루만 지나면 거뜬히 나아서 정상을 회복하는 특이체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다. 꼬박 한 주간 내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며 입맛이 없어서 전혀 먹지를 못하고 고생을 하니 단순한 나이 탓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미심쩍고 은근히 걱정이 된다.
며칠 전에 큰 형수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형수는 27살에 남편을 보내고 청상과부로 갖은 고생도 마다않고 두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다가 만90세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조카로부터 소식을 들으니 전날 저녁밥을 떠먹이니 한 두 숟갈 받아먹다가 싫다고 하여 숟가락을 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자고 나서 보니 자던 모습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죽음 복을 타고 났다고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잠자다가 갔으니 그만한 복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 들면서 항상 기도하고 대비하는 것이 아파서 고생하지 않고 잠자다가 편하게 가는 것이 모든 이들의 소망이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로 구구팔팔 이삼사,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고 죽는다는 말인데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는 거의 열흘이 되도록 아프다가 서서히 회복이 되어 지금은 입맛도 되찾고 잠도 잘 자며 음식을 먹을 떼마다 맛있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옆에서 보는 내 마음이 더 편하고 좋다.
인간시장의 작자 김홍신 씨의 어법으로 말하자면 아파보면 건강이 제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잠을 못 자보면 잠이 보약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입맛을 잃어봐야 잘 먹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 실제로 겪으면서 평소에 잘 먹고 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를 너무나 마음 깊이 느끼게 되었고 평소에 잘 자고 뭐든지 맛있게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하며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면서 먹을 때마다 감사하고 행복을 누리려고 애쓰는 중이다. 물질도 중요하고 팔다리가 튼튼하여 힘 있게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맛 하나로도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종착역에 가까이 온 우리의 인생, 아직도 하나씩 새로운 것을 깨달으며 오늘을 살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열심히 남은 삶을 영위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