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배경은 1920년대의 경성. 인력거꾼 김 첨지의 아내는 며칠 굶은 후
김 첨지가 오랜만에 돈을 벌어 구해온 조로 조밥을 지었지만 설익은 조밥을 급하게 먹다가 체했다.
약 살 돈도 벌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라 한 달이 넘도록 아내는 약을 먹지 못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며칠 후, 김 첨지는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아내를 두고 나온다.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아 2원 90전을 버는데 당시 1원을 오늘날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만 원 정도가 된다고.
인력거꾼의 일당으로는 제법 큰 돈.
이 돈으로 앓고 있는 마누라가 먹고 싶어 하는 설렁탕 국물을 사 줄 수 있으리라 좋아하며 돌아간다.
이렇게 운수 대통한 날이지만 마음 한편에선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라던 마누라 간절함이 마음을 압박한다.
그렇게 기분 좋게 귀가하던 그는 선술집에 들러 친구 치삼이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설렁탕 국물을 사들고 집안으로 들어온 김 첨지. 그의 눈에 이미 숨져 있는 마누라와
죽은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어린아이 개똥이의 모습이 들어오면서 통렬한 좌절감에 부르짖는다.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셨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감상⚫
현진건(玄鎭健)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내용이다.
일본 강점기 한 가난한 인력거꾼의 비참한 가정 상에 대한 사실적 묘사다.
하지만 이것은 특별히 한 가정의 모습이라기보다 당시 한국 사람들 대부분의 빈곤한 생활상일 것이다.
그 중 조그만 행운과 커다란 불행이라는 역설이 발생한 한 가정을 무대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인 내게는 두 가지 소회가 생긴다.
첫째 아무리 애를 써도 비참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모습.
당시 국가적 현실은 보편적 가난이었다.
나라를 잃고 나라의 기본 구조가 무너진 상태에서의 일반 백성의 살림살이가 오죽했겠는가.
그러니 이 이야기는 한 개인의 가정적 비극을 넘어서 국가적 비애를 대변한다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둘째는 이 소설과 관계가 먼 해석일지 모르지만 나는 여기서 인생의 슬픈 아이러니를 연상해 본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 했던 그에게 아내가 죽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즉 한 사람이 자기 존재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게로 고군분투하여 도달해보니 거기에 목적이 없었던 것이다.
평생 행복을 찾아 거친 산을 올라왔건만 행복이라고 믿던 것은 무의미요 공허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는 인생의 목적도 방향도 잘못된 사람이 도달하게 될 귀결인 것이다.
성경에 의하면 인간의 생명 목적 의미 영광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 하나님 안에 있는 것이다.
2024. 7. 26
이 호 혁
첫댓글 현실 반영과 먹먹한 슬픔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귀한 감상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