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을 잘 꿰야 기업 성공한다 |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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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만든 사람은 기계를 만든 사람과 다르다. 업(業)의 본질을 꿰뚫고 사업화한다. 성공이라는 결과는 같을지 몰라도 그 궤적이 같을 수 없는 이유다. 전화를 발명한 사람은 벨이다. 그러나 벨의 전화 특허가 만료된 이후 미국 전화 시장에는 6000여개의 업체가 난립했다. 이때 시어도어 베일(Theodore Veil)이 AT&T의 CEO로 취임한다. 그는 전화 사업의 경쟁원천은 압도적인 통신망에 있다고 판단해 미국 전화 시장을 AT&T의 우산속으로 통합했다. 그리고 독과점에 거부감을 느끼는 정부와 여론을 이른바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 개념으로 설득했다. 산간벽지나 도서의 우편요금과 전기료가 도심과 같듯이 전화와 수도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같은 가격에 혜택을 누려야 할 공공재여서 이를 위해서는 자연독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벨이 전화를 발명했다면 베일은 전화 사업을 발명했다는 평판을 얻었다. 그리고 100년 기업 AT&T의 초석이 되는 벨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3·4분기 중 애플의 아이폰은 시장점유율이 4%에 불과했지만 세계 휴대폰 시장의 순익 가운데 무려 50%를 차지했다.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은 시장점유율이 애플과 같은 4%였으나 순익은 14%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피처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키아는 시장점유율이 32%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순익은 애플의 3분의 1도 채 안 되는 15%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은 시장점유율 21%, 순익은 13%를 기록했다. 작년 아이폰, 아이패드로 애플이 거둔 매출액 이익율은 45% 수준.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것을 만든 적은 없고 단지 재조합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1달러의 연봉으로 세상에 의미있는 일을 하겠노라고 했다. 창업 8개월 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의 27세 CEO 신현성 대표. 그는 맥킨지라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 그는 티켓몬스터의 업을 ‘사람’으로 분석했다. 시장이 뭘 원하는지 길게 이해하려고 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열정있는 사람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맥킨지에 인생을 바쳐도 1cm도 회사가 안 움직인다는 생각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회사를 떠난 이유라고 했다. 직원이 행복해지면 회사도 행복해진다는 업의 본질을 가진 회사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픈 회사로 소개된 이나(伊那)식품의 사례다. 이 회사의 CEO 츠카코시 히로시 회장은 “인건비는 비용이 아니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임직원의 노동대가”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인건비는 가능한 많이 지급하는 게 목적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종신고용, 연공서열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경영기법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1958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48년 연속 매출, 순익 증대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록은 2006년에 깨졌다. 그런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그 해 다이어트 붐이 일면서 전국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일회용 유행이다. 사원들에게 잔업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국 사원들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자며 증산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다음해 인기가 사라졌다. 회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직원들이 스스로 덜 행복해 한 결과였다. 물론 지금은 다시 매출, 순익 증가로 돌아섰다. 회사 성장은 수단일 뿐 그 궁극적 목적은 직원의 행복이라는 모토를 실현한 결과다. 하루에 49만 마리의 닭과 오리고기를 출하하고 1년 동안 1억8000만 마리의 병아리와 오리를 부화하는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매출 3조원의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계의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그는 돼지 값은 폭락하는데 소시지 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1차 산업을 2차 가공산업화해야 경영이 안정된다는 것을 업의 본질로 봤다. 이에 따라 농가와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고 소득 목표를 설정했다. 가격에서 외국 경쟁국에 모자라는 부분은 맛의 품질경쟁력으로 극복해 농기업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이루었다. 10여년의 직장생활 끝에 무역회사를 차렸고 8년 뒤에는 스포츠 브랜드 필라 한국지사의 최고 경영자가 된 윤윤수 회장. 그는 2007년 글로벌 필라를 인수해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회장이 됐다. 그는 욕래조 선수목(欲來鳥 先樹木)을 강조한다. 새가 날아오길 바라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는 뜻이다. 그는 글로벌 필라를 인수한 뒤 라이선스를 빌려주는 사람과 이를 받는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바꿨다. 과거의 개념은 라이선스를 가진 사람이 빌리는 이를 괴롭히는 관계였다. 사업이 잘 되면 돈을 더 빼가고 안 되면 끝내버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라이선스는 군림하는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 기관이라는 철학적 반전을 시도했다. 이게 먹혔다. 필라코리아는 라이선스 수입만 4000만 달러에 이른다. 현재 7위 정도인 필라를 2014년까지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4위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체험을 바탕으로 라이선스의 개념을 바꿔 ‘월급쟁이의 신화’를 창조했다. 없던 기업을 만드는 것이 창업이라면 죽은 기업을 살려내는 것은 구조조정이다. 이것도 기업을 만드는 작업이다. 오히려 창업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올해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는 미국 ‘빅3’가 세계를 상대로 부활을 선언했다. GM의 댄 애커슨 회장은 “우리가 이렇게 빨리 회복될 것이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 회장은 이젠 소비자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차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크라이슬러 회장은 변화를 위해 겸손(humility)과 속도를 중시하겠다고 했다. 경영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기존 조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를 추구했다. 재무통이지만 숫자에 매몰되지도 않았고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70시간을 넘을 정도다. 각각 100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하는 ‘빅3’가 자동차를 잘 모르는 외부인의 손에 운명을 맡겼다. 그게 되레 힘이 돼서 이들은 모터시티 디트로이트를 부활시켰다. 기업을 만든 사람들이 체득한 업의 본질은 체험에서 나온다. 그들이 겸손을 강조하는 이유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그런 게 목적이 아니라 겸손해지니 그렇게 됐다. 그들은 매사에 긍정적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둔다. 그리고 그들은 이들을 꿴다. 예나 지금이나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예전에는 이것을 속담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집단지성으로 규정한다. 기업의 본질은 결국 구슬꿰기에 있다. 이 본질을 알면 성공의 획을 긋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