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봉과 가은산 능선은 구담봉, 옥순봉과 옥순대교를 따라 펼쳐지는 청풍호반의 조망이 환상적이다.
청풍호반 조각품 전시장 가은산-둥지봉/20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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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이 동북쪽 금수산쪽으로 가지를 뻗으면서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청풍호반 일대에 비경을 떨군다.
호수로 변한 후 제비봉 너머 옥순봉과 구담봉이 허리를 물에 잠기게 되었고,
불편했던 교통은 2002년 옥순대교가 개통되면서 장회나루와 연결되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이곳의 절경인 옥순봉과 구담봉을 호수 반대편에서 조망하는 최고의 코스가 가은산-둥지봉 능선이다.
토박이 주민들은 가은산을 '가는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마고할미가 이 산에서 반지를 잃어버렸다가 겨우 아흔아홉 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았다.
졸지에 산 형세를 알게 된 마고할미는 이 산이 100개 골짜기만 되어도 한양이 들어설 자리였는데
하나가 부족하여 한양이 못 될 땅이니 그만 떠나야겠다며 가버렸다.
동네사람들이 가은산을 '가는산'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란다.
가은산과 둥지봉의 암릉 곳곳에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마치 전시해 놓은 것처럼 즐비하다.
통상 5~6시간 코스라고 알려져 있지만 막바지에 새바위봉 슬랩지대를 타면서 넉넉히 8시간을 소요했다.
*산행코스 : 옥순대교-287.9봉-안부네거리-안부삼거리-새바위-꼭지바위-충주호
수면-벼락맞은바위
-대슬랩-둥지봉-석문-566봉 삼거리-가은산-566봉
삼거리-곰바위-석문-기와집바위-바둑이바위-
안부 삼거리-계곡하산길-새바위봉 우측암릉-계곡하산길-옥순대교(8시간)
미약한 황사현상이 있지만 포근한 날씨 속에 옥순대교 주차장에서 산행을 즐겁게
시작한다.
이 산은 기암괴석과 최고급 소나무 분재의 작품
전시장이다.
30분을 올랐을 뿐인데 새 한 마리가 옥순대교쪽 호반을 망망히 바라보며 앉아 있다.
대나무 숲처럼 위로 곧게 뻗은 암석들로 절벽이 채워진 옥순봉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일하다가 쉬는 것처럼 올라탄 바위를 지나면 새바위가 있다.
부화를 위해 꼬리깃을 세우고 둥지에 앉아 있는 새와 흡사하다.
누군가 새바위가 무너질까봐 막대 몇 개로 지탱해 놓았다.
어미새 앞으로 와보니 병아리도 있다.
새는 호반을 바라보며 병풍처럼 생긴 암벽을 감상하고 있다.
새바위 능선 끝에 있는 꼭지바위도 새와 함께 호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지나가는 유람선에서 옥순봉을 소개하는 확성기 안내가 울려 퍼진다.
둥지봉을 오르는 길은 대슬랩을 거쳐야
한다.
호수 수면까지 내려와서 다시 둥지봉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벼락 맞은 것처럼 갈라진 바위가
있다.
가파른 경사를 돌뿌리와 나무, 로프에 의지해서 오른다.
이 코스는 곧 안전시설을 설치해서 탐방로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지할 곳이 없는 바위를 오르느라 미리 갖고 간 로프를 한 번 써먹어야 했다.
중턱에 다다르자 고래등뼈 화석처럼 생긴 무늬를 가진 마당바위가 널찍하게 놓여
있다.
마당바위는 둥지봉 만물상을 관찰하기 안성마춤이다.
사람들도 이야기를 하고 바위들도 이야기를 하는 듯 동화가 들려오는 풍경이다.
서로 다른 지층이 압착되면서 억겁의 스토리가 생겨난 것이다.
둥지봉은 건너편 구담봉을 마주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돌출된 구담봉을 둥지봉이 품어주듯 방어하는 형상이다.
둥지봉을 넘어서면 가은산 정상에서 내려온 능선을 따라 곰바위 암봉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절벽 위에 걸터 앉은 바위를 지나면 시원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아름드리 노송 밑에서 쉬며 다음에 가야할 또 하나의 산을 내려다 본다.
바로 말의 목처럼 생겼다는 말목산이다.
그 아래로 천진선원이 아득히 내려다 보인다.
가파른 가은산 주능선 삼거리에 오르면 정상까지는 평범한 육산이다.
하지만 정상에서 다시 내려와 능선을 가는 길은 역시 바둑이처럼 생긴 바위 등
기암괴석이다.
이런 산행코스에서는 감상하는 시간을 할애하느라 일반적인 산행시간을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
구담봉이 둥지봉으로 파고 들어온 모습이 오롯이 관찰된다.
쌍둥이처럼 차곡차곡 올려진 바위는 마치 계획을 하고 만든 것처럼 자연물로 보여지지 않는다.
우회로도 없는 암봉을 또 지난다.
서서히 하산할 지점이 가까워져 간다.
구담봉에서 옥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한 눈에 들어 온다.
기와집바위 위에는 또 하나의 석문이 있다.
많은 조각품들이 이 주변에 모여 있다.
기와집바위는 우회길도 있지만 바위 밑을 지나올 수도 있다.
이제 또 하나의 만물상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별별 모양의 기암이 위에서부터 장관으로 펼쳐진다.
아래를 향해 기묘한 조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서릿발처럼 솟은 바위의 좁은 꼭대기에는 소나무 분재가 장식되어 있다.
고릴라 같기도 하고 원시인 같기도 하다며 제각기 상상의 결과를 말해본다.
내 눈에는 주인 옆에서 엎드려 잠자는 리트리버 바둑이를 닮았다.
멋진 예술품 전시회를 감상하고 돌아온 따스한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