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1.7.일)
* 오늘 주님공현대축일을 맞아, 동방박사들처럼 우리의 온 생애를 다해 주님을 충실히 따르며 살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오늘 우리는 2024년 새해 첫 주일을 맞았습니다. 1년 365일 52, 53주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한 해를 공짜로 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 올 한 해도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야겠습니다.
1/5(금) 18:30, 범어대성당에 준비된 2대리구 주교대리 정성해(베드로) 신부님 퇴임미사에 다녀왔습니다. 1983년 1월 26일 사제가 된 후, 여러 본당과 특수사목을 거치며 41년간의 현역에서 퇴임하는 자리였습니다.
정성해 신부님은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서도 사랑 실천에 부족했다고 고백하면서, 3가지 아주 중요한 만남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첫 만남은, 태어난지 3, 4일째 되던 날 유아세례 받고 감기에 걸렸는데, 그것이 하느님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1972년에 만난 수녀님의 권유 덕분에 사제성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고, 세 번째 만남은 1988년 포콜라레 영성 수련 덕분에 환골탈태한 후 흔들림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1/6(토) 아침 10시에는, 영천 영락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미사를 드렸습니다. 1/5(금) 새벽 잠결에 임종한 1938년생 이영희 세실리아 자매님을 위한 미사였는데, 우리 본당에서 약 50분 거리에도 불구하고, 교우 40명이 참석해주셔서 참 반가웠습니다.
고인의 시댁은 146년 전, 6대 조상 때부터 영천 화산공소에서 신앙생활을 해왔고, 400년 된 고상을 모신 천주교 가정입니다. 고인은 매일 5시에 일어나 묵주기도 30단을 바치셨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시며, 당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우선시하는 천사 같은 분이셨습니다. 생전에 레지오장을 원하셨지만, 본당에서 장례미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했듯이, 앞으로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시든 유가족이 원하면 본당에서든, 병원에서든 장례미사를 드리겠습니다.
2. 오늘은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베들레헴 외양간에서 탄생한 예수님은 세 명의 동방박사들을 통해 “인류의 구세주”로 오셨다는 사실이 알려지셨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발타살, 가스발, 멜키올이었습니다. 그들의 피부색이 달랐는데, 황색은 황인종, 백색은 백인종, 흑색은 흑인종을 가리킵니다.
동방의 왕이면서 천문학자였던 그들은 아주 큰 별을 보며 구세주 탄생을 알았고, 찾아가 경배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명의 위협을 주는 위험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예수님께 가서 황금(금은 ‘왕’을 상징)과 유향(‘사제’)과 몰약(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한다는 의미)을 드린 후 자기 나라로 돌아가, 그들이 만난 구세주에 대해 널리 전했습니다.
그들 세 명 외에 다른 동방박사도 있었는데,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이었습니다. 그는 아기 예수님께 드릴 예물을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다 써버렸습니다.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33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분이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만났습니다. 그런데 불쌍한 이웃 도와준다고 당신께 드릴 예물이 없다면서 죄송해하자, 예수님은 “아니다. 나는 벌써 너에게 예물을 받았다. 네가 만났던 가장 불쌍한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내게 해준 것이다. 고마웠다.”라고 말씀하셔서 알타반은 큰 위로를 받고 기뻤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C에도 곳곳에 동방박사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듯이, 가장 불쌍한 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동방박사들이라 생각합니다. 주님께 받은 사랑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며, 다 함께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3. 제가 본당신부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교우들과 소통하고 친교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의 사목 구호를 “소통하고 친교를 나누자!”로 정했습니다. 다 함께 외쳐볼까요? 성사, 미사, 행사, 면담, 식사 등 여러 경우를 통해 교우들을 만나지만, 찾아가는 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가정방문”일 겁니다.
저는 미사 후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병자봉성체, 병자성사, 초상집 연도, 장례미사, 환자 방문, 반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현실적이고도 사목적인 배려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실감각이 없으면 사목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감각을 갖기 위해 남녀노소 골고루 만나면서 소통하려고 합니다.
백천동 부임 후, 건강한 분들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이 찾아옵니다. 누구든지 저를 찾아오면 그분들 얘기를 잘 들어주고, 저를 통해 병들이 하루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심령기도를 하며 안수해줍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를 찾아온 분들이 벌써 치유 받았거나, 회복되고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주 심하게 아프거나 임종을 앞둔 분들이 있다면 본당 사무실에 빨리 연락해주십시오. 최대한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연락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혼자 괴로워하며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4. 새해를 맞아, 우리 본당의 모든 가정을 최대한 많이 방문해서 가정 축복기도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정방문 축복기도 후, 신앙생활의 기쁨과 행복, 가족에 대해서 얘기 나누려고 합니다. 가정축복을 바라는 가정이 있으면 구역장, 반장과 함께 찾아가겠습니다.
이제 성탄시기는 내일 1/8(월) 주님 세례 축일로 끝나고, 1/9(화)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연중시기는 “예수님의 공생활에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연중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아,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