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천주교 성직자인 김대건 신부 생가터. © News1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인 최초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에 대한 국가문화재 사적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1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충남 당진시 소재 '당진 김대건 신부 생가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신청 안건을 '시굴조사 후 재검토'라는 의견을 달아 조건부가결 처리했다.
생가터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만 제시된다면 사적 지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교황이 한국에 오는 8월 14일 전후로 사적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한 기간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김대건 신부 생가터 방문이 공식 일정으로 잡혀 있다.
1998년 충남 기념물 제146호로 지정된 '김대건 신부 생가지'는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116 일대 2000㎡로 '솔뫼성지'로 불린다. 지명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2004년 생가가 복원돼 천주교에서 관리 중이다.
'김대건 신부 생가지'는 1846년 서울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증조 할아버지인 김진후 비오(1814년 해미에서 순교), 작은 할아버지 김종한 안드레아(1816년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 아버지 성(聖) 김제준 이냐시오(1846년 서울 서소문 밖에서 순교)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이다.
중세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기에 한국의 천주교 전래와 박해과정 등을 집약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정치사적으로나 사상사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1821년 솔뫼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는 1836년 한국에서 선교하던 프랑스인 모방(Maubant) 신부가 부활절을 전후해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를 방문했을 때 신학생 후보로 선발돼 세례를 받고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후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로 서품돼 최초의 한국인 신부로 돌아온 김대건 신부는 1865년 5월부터 서해를 통한 선교사의 입국항로를 개척하는 사명을 수행하던 중 같은 해 6월 5일 체포됐다.
서울 포도청으로 압송된 김대건 신부는 40여 차례 문초를 받고 9월 16일 서울 새남터에서 군문 효수형에 처해져 26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당시 한강 백사장에 가매장됐던 시신은 안성 미리내로 옮겨져 안장됐으며 유해는 현재 서울 혜화동 카톨릭대학교성당(두개골), 솔뫼(모발), 익산 나비위성당(목뼈), 미리내성지(하악골), 절두산성당(치아) 등 여러 성당과 성지에 분산 보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학공부를 위해 마카오로 파견되기 직전 김대건 신부가 제출한 서약서에 '충청도 면천 솔뫼 태생'으로 기록돼 있고 1840년대 이래 김대건 신부에 대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자료에도 '충청도 내포' 출신으로 나와 있는 점 등을 들어 현재 솔뫼성지를 생가터로 보고 있다.
다만 문화재위원회는 "솔뫼가 조선후기 천주교 전래과정과 정치·사회적 격변을 반영하는 대표적 천주교 유적지임은 인정된다"면서도 "생가터 위치에 대해 1900년대에 구전을 통해 확인했고 발굴 등의 고고학적 조사 없이 전문가 자문을 통해 복원된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적 지정에 앞서 시굴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충남도나 당진시가 시굴조사 결과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국가문화재 사적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문화재심의위원회 검토와 30일 간의 지정예고, 본심의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김대건 신부 생가지'의 사적 지정은 빠르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간인 8월 14일부터 18일 사이에 맞춰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입국 다음날인 8월 15일 오후 5시 솔뫼성지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앞서 김대건 신부 생가터를 찾아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대건 신부 생가지'가 사적으로 지정되면 천주교 관련 사적은 9개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천주교 관련 사적으로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 8000여명이 처형됐던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 '서울 약현성당', '인천 답동성당', '대구 계산동성당', '익산 나바위성당',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서울 용산신학교', '서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등이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솔뫼성지는 연간 10만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중 외국인 방문자도 2000명을 넘는다"며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가 사적으로 지정되면 한국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문화와 사적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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