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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띠 해,
인류 문명 속의 양과 양치기에 대한 소고
글/스텔라 박
2015년 양띠 해
올해는 양띠 해(未年)이다. 12간지에서 말하는 양의 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성격을 한 번 알아볼까. 양띠 사람들은 평화주의자가 많고 순수한 본성, 부드러운 성격, 친절한 마음씨, 풍부한 인정 때문에 행운이 따른다고 하니 주변에 양띠라는 사람이 있다면 늘 곁에 두고 싶어진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면도 있고 겁이 많아 비관론에 빠지기 쉽다고 하니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하겠다.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따라가는 경향의 소유자이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불평한다. 그러니 강한 추진력, 주저 없이 강한 자기 주장이 필요하단다.
양띠들은 나이 들어도 낭만을 지키고 산다. 부드러운 음악 달빛 그리고 정감에 빠지길 즐겨하며 생각도 깊다고 한다. 주변의 로맨스그레이 가운데 양띠 남자 없는지, 주민등록증 한 번 까봐야겠다.
또한 양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시간과 돈에 여유 있는 운세를 타고 태어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양띠들에게 나서서 금전적 혜택을 준다고 하며 부모로부터 뭔가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양띠들이여, 언젠가는 떵떵거리고 살 날 올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길.
이솝우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양치기 소년 하면 자동적으로 거짓말쟁이를 떠올린다. 이솝 우화 가운데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 때문이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그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소년이 두번 세번 반복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어느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어른들은 그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따라서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어 버린다. 이 우화의 교훈은 사람이 여러번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타인이 믿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의 저서 <커피의 역사>에서는 양치기가 거짓말쟁이라는 인식이 서양에서 무척 오래된 것이며 "언제나 동물들과 함께 있으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만들어냈다”고 적고 있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는 양을 지키느라 너무 심심해서이다. 늘 군자와 소인배를 비교하던 공자님은 “소인이 무료하면 아름답지 못한 일을 꾸미는 법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반면 군자는 무료할 때 아름다운 일을 꾸밀 터. 불사를 도모하는 것 역시 군자들이 무료할 때, 또는 바쁜 와중에도 마음을 내는 일이니 참 아름답다.
양치기, 만만한 직업 아니다
양치기 하면 우리는 흰 구름이 둥둥 떠 있는 하늘 아래 푸른 초원 위, 착하고 통통한 양들을 풀어놓고 한쪽 구석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오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런 평화적이고 목가적인 이미지를 우리가 그리는 데는 이솝우화에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는 한가한 양치기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가적인 분위기의 초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치안이 잘 잡힌 동네라면 모를까, 양을 훔치려는 이들도 있고 산적들과 맹수들이 호시탐탐 살찐 양들을 노리기 때문이다. 양은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소처럼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맹수로부터 수십 수백마리의 앙떼를 지킨다는 일이 어찌 평화로울 수 있을까. 거기다가 양치기들은 개인이 소유하는 몇 마리의 양을 데리고 나간 것이 아니라 한 마을 전체의 모든 양들을 함께 모아 데리고 나간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양을 친다는 것이 애들 장난 수준의 편한 일은 절대 아니었던 것 같다.
고대 시대에 양치기는 보통 양 주인이 소유한 노예였으며 아주 고되고 목숨이 오갈 만큼 위태로운 직업이었다고 한다. 양들을 데리고 산과 언덕을 돌아 다니니 운동량은 일반 농민보다 배는 많았다. 요즘으로 치면 소방관처럼 운동 깨나 했던 것 같으니 여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직업 아니었을까,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양치기 출신의 인물들
왕년에 양치기였던 신과 영웅,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은 상당수이다. 그리스의 반신반 영웅 헤라클레스, 그리스의 도시 테바이의 왕으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낳게 한 오이디푸스, 성경 시편의 저자로 야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다윗왕, 로마의 건국 신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트라키아의 양치기로 일개 대대장에서 황제로 등극해 군인 황제 시대를 연 막시미누스 트라쿠스 황제, 프랑스 외딴 마을의 양치기 소년으로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다른 소년들을 합류해 소년 십자군을 일으켰던 에티엔, 그리고 프랑스 오를레앙의 성처녀, 잔 다르크 등이 모두 양치기 출신이다. 나르키소스, 아도니스, 엔디미온, 다프니스, 파리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소년들도 한때 양치기였으니 양치기는 인류의 가장 오랜 직업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서구 문명에서의 양
인류는 신석기인 기원전 5천 년 경, 개를 사용하여 집단적인 양떼들을 가축으로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양은 염소와 함께 유대인들의 유목생활과 농경생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 양과 목자(양치기)의 비유가 그토록 많이 나오는 것이다.
양과 염소는 고기와 젖 등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Kosher라 하여 입에 넣는 것에 좀 유난을 떠는 민족이다. 히브리인들 사이에서는 소, 염소와 같이 발굽이 갈라진 반추동물은 정결한 고기라 여겨져 좋은 음식 재료로 쓰였다. 가축화된 양으로 '털'을 생산할 수 있게 된 인류는 이를 따뜻한 직물로 짜 옷을 해입었다. 양은 내장과 뼈까지 하나도 버리는 것이 없는 유익한 동물이다.
양들은 아주 작은 물과 잔디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고, 건조한 시기에는 새로운 풀밭과 물을 찾아 이주할 수 있기 때문에 지중해 동부 메마른 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경제의 근간을 이룰 수 있었다.
양의 성격과 습성
초식동물인 양은 성질이 매우 온순하다. 양에게 소금 또는 먹이를 주거나 위험에서 구해 주면 양은 그것을 기억하고 몸으로 신뢰의 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양은 성질이 유순해 양털을 깎을때 온 몸을 내맡기고 혹시 상처가 나더라도 묵묵히 참는다고. 또한 양은 다른 양을 따라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가는 양이 구덩이에 빠지면 뒤따르는 양은 피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그 구덩이에 빠진다는 것이다.
양은 사자나 이리 등 맹수 공격을 방어할 뿔이나 날카로운 발톱, 이빨 등 아무런 무기도 없다. 맹수가 공격해올 때 양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양치기에게 보호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뿐이다. 양치기들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와 막대기는 바로 양들을 맹수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다.
양들을 밤에 우리에 넣고 돌봐주고 풀과 물이 있는 곳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은 양치기 목자의 임무이다. 목자들은 아침에 양에게 풀과 물을 먹인 후 한낮에는 보통 그늘지고 시원한 곳에 몇 시간 동안 누워서 쉰다. 저녁엔 우리로 돌아와 열병에 걸렸거나 상처를 입은 양들을 돌보곤 한다.
성경에서의 양과 양치기
양은 성경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동물이다. 구약시대 회막과 성전에서 하나님 앞에 바쳐진 많은 제물 중에 대표될 만한 것이 염소와 함께 흠 없고 순전한 1년생 숫양이었다.
성경에서 양은 예수 또는 예수의 성도 두 가지 은유로 사용된다. 첫번쨰, 천주가 목자이고 아기 예수가 ‘천주의 어린 양’라는 비유다. 수많은 미사곡에 보면 ‘천주의 어린양(Agnus Dei)’라는 노래가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양치기들은 양떼를 데리고 초장과 물을 찾아 지치도록 이동해 다녔고 또 대부분의 시간을 양떼와 함께 보냈다. 요한복음 10장에 보면 목자와 양의 관계가 잘 묘사되어 있는데 목자는 자기의 양을 하나 하나 알았고 또 양은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라왔다고 한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라는 시편 23편 구절은 양과 양치기의 아름다운 관계를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로 표현했다. 또한 예수는 요한 복음에서 자신을 '착한 목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한복음 10장의 양과 양치기에 대한 묘사는 나름 무척 아름다워서 공동번역성서 구절로 소개한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목자가 아닌 삯꾼은 양들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다. 그러면 이리는 양들을 물어가고, 양떼는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 이것은 마치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내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ㅋ’
연금술사의 양치기 산티아고
그런가하면 파울로 코엘료의 책,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도 양치기였다. 양치기 하면 웬지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일자무실일 것을 상상하기 십상인데 그는 열여섯살때까지 신학교를 다녔던 먹물 지식인이다. 그의 부모들은 그가 신부가 되기를 바랬지만 그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자 양치기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는 양떼를 몰고 넓은 세상을 양발로 타박타박 떠돌아다닌다.
그는 양들을 잠자리에 들게 한 후, 책을 읽기도 하고 또 그 두꺼운 책을 베개 삼아 잠들기도 한다. 그의 꿈에는 자주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나타난다. 궁금한 마음에 마을의 점쟁이 노파를 찾아가 해몽을 요청한다. 그가 보물을 발견하리라는 해몽이었다.
며칠 후 산티아고는 살렘의 왕이라는 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는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왜 신부 되기를 포기하고 양치기가 되었는지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지만 언젠가부터 양들을 돌보느라 꿈을 잃어버리고 살았음을 크게 각성한다. 그는 이제 망설임 없이 자신의 꿈을 찾아 길을 떠난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들을 처분하고 아프리카를 향해 떠난다. 처음 발을 디딘 아프리카의 도시, 탕헤르에서 산티아고는 자신의 전재산을 도둑맞는다. 그는 고향으로 되돌아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그가 일하기 전, 파리나 날리던 가게는 산티아고의 터치가 더해지자 번창한다. 1년 여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한 산티아고는 드디어 여비를 마련했다.
그에게 또 다시 보물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을 깨닫게 한 이는 크리스탈 가게 주인이었다. 이슬람 교도였던 가게 주인은 메카로의 순례를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산티아고는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고 이집트로 향하는 대상 행렬에 참가한다.
이집트로 가기 위해 사하라 사막을 건너던 중 들렀던 오아시스에서 산티아고는 사막의 여인, 파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성과의 강렬한 사랑에 그는 이집트를 향해 가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파티마와 오아시스에서 살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지만 사막의 여인 파티마는, 산티아고를 잡지 않으며 그로 하여금 꿈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도록 부추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그는 오아시스에서 자신의 삶을 바꾸어놓을 또 다른 한 사람, 연금술사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 이후 그는 자아의 신화를 향해 이집트로 여행을 떠나고 그가 그리도 찾아헤매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자아의 신화를 이룬 것이다.
살렘의 왕이 양치기 산티아고에게 들려준 멋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어린왕자 속의 양
양은 쌩떽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도 등장한다. 그는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만났을 때 어린 왕자와 조우한다. 한 꼬마가 그에게 다가와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고 말을 건넨다. 그는 놀란다. 어린왕자와 그가 만난 장소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의 표현에 의하면 어린 왕자는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고, 피곤이나 굶주림이나 목마름에 시달려 녹초가 된 것 같지도 않았으며,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단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는 다른 외계의 별에서 온 보다 진화된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는 세 마리의 양을 그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당한다. 한 마리는 병들었다고, 또 한 마리는 숫야이라고,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너무 늙었다고.
그는 비행기 고치는 일이 급하던 터라 상자를 그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하는 양은 그 안에 들어 있어." 그랬더니 어린왕자의 얼굴이 환해지며 기뻐했다. "내가 말한 건 바로 이거야! 이 양을 먹이려면 풀이 좀 많이 있어야겠지? 내가 사는 곳은 너무 작아서....."라며.
신비하다. <어린 왕자>의 양 이야기는 문학작품에 묘사된 양에 관한 에피소드 중 가장 아름다운 상징 가운데 하나이다. 희망의 상자 속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을 안고 새 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사진 설명
1. 2. 3. 양떼들의 온순한 모습.
4. 5. 인류는 오랜 기간 동안 양의 털을 의복으로 사용해왔다.
6. 새끼 양의 귀여운 모습.
7. 양고기 요리. 양은 인류의 귀중한 식재료였다.
8. 스테인드글라스에 표현된 천주의 어린양
9. 양을 그려달라는 대목이 나오는 책, 어린 왕자
10. 어린 왕자는 세 마리의 양 모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11. 양치기 산티아고의 여정을 그린 책, 연금술사
12. 양과 양치기에 대한 비유가 가득한 성경.
13. 다윗왕은 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 양치기이다. Elizabeth Jane Gardner Bouguereau의 그림 The Shepherd David, ca. 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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