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호롱불에 구운 사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외적인 형태미를 통하여 그 자태를 뽐내지만 그러한 것들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쉽게 다가왔다가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또 쉽게 기억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속 깊숙이 새겨진 생활 속의 단면들은 한번 뇌리에 각인되면 좀처럼 지워지지 않으며, 오히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뀔수록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기억 속에 되살아난다.
부천의 향토사진가 고 김수군 선생의 사진은 이러한 생활 속에서 체험한 기억들을 영상화 시킨 것으로, 평생을 사진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오면서 부천이란 울타리를 넘어 단 한 번도 외유 한 적이 없는 부천사랑 사진가이다. 이러한 그가 10번째의 사진전을 열면서 모처럼 서울 나들이 전시를 준비하였다. 그의 사진인생 50년을 넘기며, 80평생의 삶의 흔적들을 정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하였다. 어린 시절 호롱불 밑에서 사진이 현상되어 나오는 과정이 신기하여 사진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는 그는, 1968년도에 경기도 부천에 렌즈클럽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사진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이미 작고한, 그의 사촌형이자 사진선배인 고 김수열과 몇몇 뜻이 맞는 동료들을 규합하여 당시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사지부’를 결성하고 부천에 한국사단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후에도 그는 새벽녘이 되면 자동차에 카메라를 싣고 어두컴컴한 집을 나서곤 하였다. 사진가 김수군 은 강산이 5번씩이나 변화되는 과정의 사진인생을 살아오면서, 호롱불 밑에서 사진을 굽던 과거의 정감어린 사진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하고, 그의 10번째의 사진전을 통하여 초창기의 사진들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김수군 사진의 전신은, 우리니라가 전형적인 농경사회를 벗어나 산업사회로 발돋움 하려는 시대의 생활상을 기록한 것으로써, 그는 이 사진전을 통하여 자신의 과거의 삶을 반추하고, 회고 하고자 하는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었다. 당시 산업사회의 등장은 짚신을 신고 다니던 시대의 단발성 생활문화의 불편함과 단명함을, 다양성과 영속성이 보장되는 고무신을 등장시켜, 사랑방에서 틈만 나면 짚신을 삼아야 했던 농부들의 일손을 덜어주고, 젊은 사람들을 산업 역군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던 때였다.
(다음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