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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를 주제로 한 소설
[1] 『수난 이대』- 하근찬
[2] 『눈길』- 이청준
[3] 『화수분』 - 전영택
[4] 『별』- 황순원
[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 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야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가 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쉬면 머할끼고.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찍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
(나)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왼쪽 팔은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 독자가 죽다니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 말고. 그런데 ㉤병원에서 나온다 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이렇게사 되지는 않았겠지. 만도는 왼쪽 조끼 주머니에 꽂힌 소맷자락만이 어깨 밑으로 덜렁 처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상 그쪽은 조끼 주머니 속에 꽂혀 있는 것이다. 볼기짝이나 장딴지 같은 데를 총알이 약간 스쳐갔을 따름이겠지. 나처럼 팔뚝 하나가 몽땅 달아날 지경이었다면, 그 엄살스런 놈이 견뎌냈을 턱이 없고말고.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듯 그는 속으로 이런 소리를 주워 섬겼다.
(다) ㉥내리막길은 빨랐다. 벌써 고갯마루가 저만큼 높이 쳐다보이는 것이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이제 들판이다. 내리막길을 쏘아 내려온 기운 그대로, 만도는 들길을 잰걸음쳐 나가다가 개천 둑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조그마한 시냇물이었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들어 설라치면 배꼽이 묻히는 수도 있었지마는, 요즈막엔 무릎이 잠길 듯 말 듯한 물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부터 물은 밑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아져 갔다.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절로 이뿌리가 시려 온다. 여기저기서 물고기 떼가 모여든다. 제법 엄지손가락만씩한 피리도 여러 마리다. 한 바가지 잡아서 회쳐 놓고 한 잔 쭈욱 들이켰으면……. 군침이 목구멍에서 꿀꺽했다. 고기 떼를 향해서 ⓔ마른 코를 팽팽 풀어 던지고, 그는 외나무다리를 조심히 디뎠다. 길이가 얼마 되지 않는 다리였으나, 아래로 물을 내려다보면 제법 아찔했다. 그는 이 외나무다리를 퍽 조심한다.
(라) 개천 둑에 이르렀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그 Ⓑ시냇물이다. 진수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물은 그렇게 깊은 것 같지 않지만, 밑바닥이 Ⓒ모래흙이어서 Ⓓ지팡이를 짚고 건너가기가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외나무 다리는 도저히 건너갈 재주가 없고……. ㉮진수는 하는 수 없이 둑에 퍼지고 앉아서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만도는 잠시 멀뚱히 서서 아들의 하는 양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진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
하는 것이었다.
“업고 건느면 일이 다 되는 거 아닌가. 자아, 이거 받아라.”
Ⓔ고등어 묶음을 진수 앞으로 민다.
“…….”
진수는 퍽 난처해하면서, 못 이기는 듯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만도는 등어리를 아들 앞에 갖다 대고, 하나밖에 없는 팔을 뒤로 버쩍 내밀며,
“자아, 어서!”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어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만도는 팔뚝을 뒤로 돌리면서, 아들의 하나뿐인 다리를 꼭 안았다. 그리고,
“팔로 내 목을 감아야 될 끼다.”
했다. 진수는 무척 황송한 듯 한쪽 눈을 찍 감으면서, ㉱고등어와 지팡이를 든 두 팔로 아버지의 굵은 목줄기를 부등켜 안았다. 만도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끙!’ 하고 일어났다. 아랫도리가 약간 후들거렸으나 걸어갈 만은 했다. 외나무 다리 위로 조심조심 발을 내디디며 만도는 속으로, 이제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을 잘못 만나서 진수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또. 이런 소리를 주워 섬겼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 진수는 곧장 미안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꺼정 이렇게 되다니, 아버지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죽어 버렸더라면 나았을 낀데…….’하고 중얼거렸다.
(마) 만도는 아직 술기가 약간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는 것이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 『수난이대』, 하근찬
1. ⓐ~ⓔ중 만도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닌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2. ㉠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관찰자적 시점 ② 호기심 유발
③ 주제 암시의 실마리 ④ 만도의 심리 표출
⑤ 역사적 수난 내용의 실마리
3. ㉡~㉥중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4. (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물의 심리 상태로 옳은 것은?
① 불안감 ② 기대감 ③ 공허함 ④ 만족감 ⑤ 희열감
5. (가)~(다)에서 작품의 앞뒤에 반복적으로 제시되어 우리 민족이 겪어 온 역사적 현장을 상징하고 있는 말을 찾아 쓰라.
6. (가)~(다)에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은?
① 인물의 소개 ② 배경의 제시 ③ 사건의 암시
④ 갈등의 노출 ⑤ 서술자의 시점
7. Ⓐ~Ⓔ중 상징성이 가장 큰 소재는?
① Ⓐ ② Ⓑ ③ Ⓒ ④ Ⓓ ⑤ Ⓔ
8. ㉮~㉲중 이 글의 주제 암시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9. 에 담긴 작중 화자의 심리 상태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미안함 ② 자책감 ③ 자괴감 ④ 분노감 ⑤ 침통함
10. (라)에 나타난 ‘진수’와 ‘만도’의 행동과 관련있는 한자 성어는?
① 타산지석(他山之石) ② 고진감래(苦盡甘來)
③ 지피지기(知彼知己) ④ 이구동성(異口同聲)
⑤ 역지사지(易地思之)
11. (라), (마)는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이다. 이에 대해 설명한 것 중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비극적 결말을 통한 숙명론적 세계관이 엿보인다.
② 진한 혈육애를 느끼게 한다.
③ 희망과 극복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④ 부자는 민족으로 의미가 확대된다.
⑤ 인간사를 내려다보는 자연의 정관(靜觀)이 드러나 있다.
12.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거리가 먼 것은?
① 민족의 수난을 배경으로 하였다.
② 가족사 소설의 성격을 지닌다.
③ 인간성 파괴를 고발하였다.
④ 비극적 감정을 해학적으로 처리하였다.
⑤ 장면 제시가 중심을 이룬다.
13. (라), (마)에서 서술의 시점이 변화함으로써, 자연이 인간의 비극을 정관(靜觀)하고 있는 문장을 찾아 그 첫 어절을 쓰라.
【작품 해제】
▷ 작자 : 하근찬
▷ 갈래 : 단편소설, 전후 소설
▷ 성격 : 사실적, 상징적
▷ 문체 : 간결체(토속어 사용을 통해 사실감을 높임.)
▷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 주제 : 부자가 겪은 수난을 통하여 본 현대사의 비극적 모습과 그 극복을 암시하는 부자애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한 가족의 부자(父子) 2대에 걸친 시련의 중첩을 통해서 역사와 인간의 삶의 떼어 놓을 수 없는 상호 관련성을 포착함으로써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경험인 일제 말기와 6․25의 전쟁 체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 과거와 현재를 상호 교차시키며 평행적 구성으로 역사적 수난의 과정에서 육체적 손상을 입은 부자가 비극의 상처와 고통을 서로 감싸고 도우면서 역사적 시련을 극복해 간다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역사가 주는 시련과 그 극복이란 주제의 견고함과 아울러 그런 참담한 비극을 상징과 암시라는 기법을 씀으로써 우리 현대 단편 소설의 전범이라 부를 만큼 치밀하고도 완벽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데 얼마쯤 그렇게 아늑한 졸음기 속을 헤매고 났을 때였을까. 나는 웬일인지 문득 다시 잠기가 서서히 엷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어렴풋한 선잠기 속에 ⓐ도란도란 조심스런 노인의 말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날 밤사말로 갑자기 웬 눈이 그리도 많이 내렸던지 잠을 잤으면 얼마나 잤겠느냐마는 그래도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바깥이 왼통 환한 눈 천지로구나……. 눈이 왔더라도 어쩔 수가 있더냐. 서둘러 밥 한 술씩을 끓여다가 속을 덥히고 그 눈길을 서둘러 나섰더니라…….”
(나) 그 날 밤 ― 아니 그 날 새벽 ― 아내에겐 한 번도 들려 준 일이 없는 그 날 새벽의 서글픈 동행을, 나 자신도 한사코 기억의 피안으로 사라져 가 주기를 바라오던 ㉠그 새벽의 눈길의 기억을 노인은 이제 ㉡받아 낼 길이 없는 묵은 빚 문서를 들추듯 ⓑ허무한 목소리로 되씹고 있었다.
“날은 아직 어둡고 산길은 험하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차부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시간을 대어 갈 수가 있었구나…….”
(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의 머릿속에도 마침내 그 날의 정경이 손에 닿을 듯 역력히 떠올랐다. 어린 자식놈의 처지가 너무도 딱해서였을까. 아니 어쩌면 노인 자신의 처지까지도 그 밖엔 달리 도리가 없었을 노릇이었는지도 모른다. 동구밖까지만 바래다 주겠다던 노인은 다시 마을 뒷산의 잿길까지만 나를 좀더 바래주마 우겼고, 그 잿길을 올라선 다음에는 새 신작로가 나설 때까지 산길을 함께 넘어가자 우겼다. 그럴 때마다 한 차례씩 ⓒ가벼운 실랑이를 치르고 나면 노인과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있을 수가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날이라도 좀 밝은 다음이었으면 좋았겠는데, 날이 밝기를 기다려 동네를 나서는 건 노인이나 나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어둠을 타고 마을을 나서는 것이 노인이나 나나 마음이 편했다. 노인의 말마따나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내가 미끄러지면 노인이 나를 부축해 일으키고, 노인이 넘어지면 내가 당신을 부축해 가면서, 그렇게 ⓓ말없이 신작로까지 나섰다. 그러고도 아직 그 면소 차부까지는 길이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나는 결국 그 면소 차부까지도 노인과 함께 신작로를 걸었다.
아직도 날이 밝기 전이었다. / 하지만 그러고 우리는 어찌 되었던가.
나는 차를 타고 떠나가버렸고, 노인은 다시 그 어둠 속의 눈길을 되돌아선 것이다.
(라) “어머님 그 때 우시지 않았어요?”
“울기만 했겄냐. 오목오목 디뎌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하게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받고 살거라……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눈물로 저 아그 앞길을 빌고 왔제…….”
노인의 이야기는 이제 거의 끝이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이제 할 말을 잊은 듯 입을 조용히 다물고 있었다.
“그런디 그 서두를 것도 없는 길이라 그렁저렁 시름없이 걸어온 발걸음이 그래도 어느 참에 동네 뒷산을 당도해 있었구나. 하지만 Ⓐ나는 그 길로는 차마 동네를 바로 들어설 수가 없어 잿등 위에 눈을 쓸고 아직도 한참이나 시간을 기다리고 앉아 있었더니라…….”
(마) “어머님도 이젠 돌아가실 거처가 없으셨던 거지요.”
한동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아내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듯 갑자기 노인을 추궁하고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울먹임 때문에 떨리고 있었다. 나 역시도 이젠 더 이상 노인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나마 노인을 가로막고 싶었다. 아내의 추궁에 대한 그 노인의 대꾸가 너무도 두려웠다. 노인의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아직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불빛 아래 눈을 뜨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사지가 마비된 듯 가라앉아 있는 때문만이 아니었다. 졸음기가 아직 아쉬워서도 아니었다. 눈꺼풀 밑으로 뜨겁게 차오르는 것을 아내와 노인 앞에 보일 수가 없었다. 그것이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바) “여보, 이젠 좀 일어나 보세요. 일어나서 당신도 말을 좀 해 보세요.”
그녀가 느닷없이 나를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그녀의 음성은 이제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뜨거운 것을 숨기기 위해 눈꺼풀을 꾹꾹 눌러 참으면서 내처 잠이 든 척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음성이 아직 흐트러지지 않고 있는 건 오히려 그 노인뿐이었다.
“가만 두거라. 아침길 나서기도 피곤할 것인디 곤하게 자고 있는 사람 뭣하러 그러냐.”
(사) 노인은 일단 아내의 행동을 말려 두고 나서 아직도 그 옛얘기를 하는 듯한 아득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당신의 남은 이야기를 끝맺어 가고 있었다.
“그런디 이것만은 네가 잘못 안 것 같구나. 그 때 내가 뒷산 잿등에서 동네를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일 말이다. 그건 내가 갈 데가 없어 그랬던 건 아니란다. 산 사람 목숨인데 설마 그 때라고 누구네 문간방 한 켠에라도 산 몸뚱이 깃들일 데 마련이 안됐겄냐. 갈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침 햇살이 너무 눈에 시리더구나. 그 때는 벌써 동네 아래까지 햇살이 활짝 퍼져 들어 있는디, 눈에 덮인 그 우리 집 지붕까지도 햇살 때문에 볼 수가 없더구나. 더구나 동네에선 아침 짓는 연기가 한참인디 그렇게 시린 눈을 해갖고는 그 햇살이 부끄러워 차마 어떻게 동네 골목을 들어설 수가 있더냐. 그놈의 말간 햇살이 부끄러워져서 그럴 엄두가 안 생겨나더구나. 시린 눈이라도 놈 가라앉히자고 그래 그러고 앉아 있었더니라…….”
- 『눈길』, 이청준
1. ⓐ~ⓔ중 작중 화자의 감정 개입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2. ㉠에서의 ‘눈길’ 이 상징하는 의미를 ① 노모 자신의 경우와 ② 자식에 대한 입장으로 나누어 각각 2음절로 쓰라.
3. (다)에 드러난 노인의 행동을 볼 때, ㉡의 의미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보상받을 수 없는 아픔
② 갚을 수 없는 신세
③ 아무도 모르는 자식에 대한 사랑
④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죽은 자식
⑤ 꿈에도 잊혀지지 않는 향수
4. (가)~(다)에서 노모의 ‘나’에 대한 사랑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는 단어를 찾아 쓰라.
5. 이 작품의 성격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서정적 ② 내면적 ③ 인간적 ④ 회상적 ⑤ 이상적
6. Ⓐ의 이유에 해당하는 단어를 이 글에서 찾아 쓰되 기본형으로 쓰라.
7. Ⓑ가 상징하는 의미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기쁨 ② 고통 ③ 화해 ④ 번뇌 ⑤ 해탈
8. (사)에 드러난 노인이 처한 상황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애련함 ② 애틋함 ③ 안타까움 ④ 분노감 ⑤ 씁쓸함
9. 이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작품의 제목 ‘눈길’은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② ‘인간적 화해’가 이 작품의 주제이다.
③ ‘나’의 이야기가 ‘나’의 시각을 통해 다루어지고 있다.
④ 화해에 이르게 하는 매개 인물로서 ‘아내’가 설정되어 있다.
⑤ ‘어머니’는 감성적 성격의 인물로 순간적인 감정 표출이 자주 드러난다.
【작품 해제】
▷ 작자 : 이청준
▷ 갈래 : 단편 소설, 순수 소설, 귀향 소설
▷ 구성 : 단순 구성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배경 : 어느 해 겨울, 시골
▷ 주제 : ‘눈길’에서의 추억을 통한 인간적인 화해
▷ 출전 : 『예언자』(1977)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향에 대해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어떤 일로 인해 고향을 방문하게 되고, 고향에서의 특수한 체험을 통해 인간적 화해에 도달하게 되는 귀향형 구조로 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자수 성가했다고 자부하는 ‘나’와 집안의 불행이나 재앙을 자신의 덕없음과 박복에다 돌리는 어머니, 그리고 화해에 도달하게 하는 매개 인물로서의 ‘아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편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잠자리에서 노모와 자신의 아내가 나누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그 동안 외면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심정적으로 화해하게 되는 주제 의식을 표출시키고 있다.
* ‘눈길’의 의미
‘눈길’이 주는 이미지는 ‘나’와 ‘어머니’에게 각기 따로 작용한다. ‘나’에 있어서 ‘눈길’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쓰라린 추억과 몰락해 버린 집안과 스스로 자수 성가해야만 하는 운명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머니’에 있어서 ‘눈길’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상징물로서, 스스로 받아들어야 하는 혹독한 시련이면서도 따스한 자식에 대한 사랑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첫겨울 추운 밤은 고요히 깊어 간다. 뒷뜰 창 바깥에 지나가는 사람 소리도 끊어지고, 이따금 찬바감 부는 소리가 ‘휙―우수수’하고 바깥의 춥고 쓸쓸한 것을 알리면서 사람을 위협하는 듯하다.
“만주노 호야 호오야.”
길게 그리고도 힘없이 외치는 소리가 보지 않아도 추워서 수그리고 웅크리고 가는 듯한 사람이 몹시 처량하고 가엾어 보인다. 어린애들은 모두 잠들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눈에 졸음이 잔뜩 몰려서 입으로만 소리를 내어 글을 읽는다. ㉠나는 누워서 손만 내놓아 신문을 들고 소설을 보고, 아내는 이불을 들쓰고 어린애 저고리를 짓고 있다.
(나) “누가 우나?”
일하던 아내가 말하였다.
“아니야요. 그 절름발이가 지나가며 무슨 소리를 지껄이면서 그러나 보아요.”
공부하던 애가 말한다. 우리들은 잠시 그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으나, 다시 각각 그 하던 일을 계속하여 다시 주의도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우리는 모두 잠이 들어 버렸다.
(다) 나는 ㉡자다가 꿈결같이 ‘으으으으으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잠깐 잠이 반쯤 깨었으나 다시 잠들었다. 잠이 들려고 하다가 또 깜짝 놀라서 깨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다.
“저게 누가 울지 않소?”
“아범이구려.”
(라) 나는 벌떡 일어나서 귀를 기울였다. 과연 아범의 우는 소리다. 행랑에 있는 아범의 우는 소리다.
‘어찌하여 우는가. 사나이가 어찌하여 우는가. 자기 시골서 무슨 슬픈 ㉢상사(喪事)의 기별을 받았나? 무슨 원통한 일을 당하였나?’ 나는 생각하였다. ‘어이 어이’ 느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아범이 왜 울까?”
“글쎄요, 왜 울까요?”
(마) 그 이튿날 아침이다. 마침 일요일이기 때문에 내게는 한가한 틈이 있어서 어멈에게서 그 내용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 밤에 아범이 왜 그렇게 울었나?”
하는 아내의 말에 어멈의 대답은 대강 이러하였다.
(바) “어멈이 늘 쌀을 팔러 댕겨서 저 뒤의 쌀가게 마누라를 알지요. 그 마누라가 퍽 고맙게 굴어서 이따금 앉아서 이야기도 했어요. 때때로 ⓐ‘그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나 지내나.’ 하고 물어요. 그럴 적마다 ‘죽지 못해 살지요.’ 하고 아무 말도 아니 했어요. 그러는데 한번은 가니까 큰애를 누구를 주면 어떠냐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있다가 먹이면 먹이고 죽이면 죽이고 하지, 제 새끼를 어떻게 남을 줍니까? 그리고 워낙 못생기고 아직 철이 없어서 에미 애비나 기르다가 죽이더래도 남은 못 주어요. 남이 가져갈 게 못 됩니다. 그것을 데려가시는 댁에서는 길러 무엇합니까. ⓑ돼지면 잡아나 먹지요.’ 하고 저는 줄 생각도 아니 했어요.
(사) 그래도 그 마누라는 ‘어린 것이 다 그렇지 어떤가. 어서 좋은 댁에서 달라니 보내게. 잘 길러 시집 보내 주신다네. 그리고 젊은이들이 벌어 먹고 살아야지. 애들을 다 데리고 있다가 인제 차차 날도 추워 오는데 모두 한꺼번에 굶어 죽지 말고…….’ 하시면서 여러 말로 대구 권하셔요. 말을 들으니까 그랬으면 좋을 듯도 하기에 ‘그럼 저의 아범 보고 말을 해 보지요.’ 했지요. 그랬더니 그 마누라가 부쩍 달라붙어서 ‘내일 그 댁 마누라가 우리 집으로 오실 터이니 그 애를 데리고 오게.’ 하셔요. 해서 저는 ‘글쎄요.’ 하고 돌아왔지요. 돌아와서 그 날 밤에, 그제 밤이올시다. 그젯밤 아니라 어제 아침이올시다. 요새 저는 정신이 하나 없어요.
(아) 그래 밤에는 들어와서 반찬 없다고 밥도 안 먹고, 곤해서 쓰러져 자길래 그런 말을 못 하고, 어제 아침에야 그 이야기를 했지요. 그랬더니 ‘내가 아나, 임자 마음대로 하게그려.’, 그리고 일어서 지게를 지고 나가 버리겠지요. 그러고는 저 혼자서 온종일 이러저리 생각을 해 보았지요. 아무러나 제 자식을 남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떻게 합니까. 아씨 아시듯이 이제 새끼 또 하나 생깁니다그려. 지금도 어려운데 어떻게 둘씩 셋씩 기릅니까. 그래서 차마 발길이 안 나가는 것을 오정때가 되어서 데리고 갔지요. 짐승 같은 계집애는 아무런 것도 모르고 따라나서요. 앞서 가는 것을 뒤로 보면서 생각을 하니까 어째 마음이 안 되었어요.”
하면서 어멈은 울먹울먹한다. 눈물이 핑 돈다.
“그런 것을 데리고 갔더니 참말 알지 못하는 마누라님이 앉아 계셔요. 그 마누라가 이걸 호떡이라 군밤이라 감이라 먹을 것을 사다 주면서, ‘나하고 우리 집에 가 살자. 이쁜 옷도 해 주고 맛난 밥도 먹고 좋지, 나하고 가자 가자.’ 하시니까 이것은 먹기에 미쳐서 대답도 아니 하고 앉았어요.”
-「화수분」, 전영택 -
1. 이 작품의 작자에 대한 서술이 옳지 않은 것은?
① 초기에는 자연주의적 작품을 주로 발표
② 그의 휴머니즘 사상의 근간은 기독교
③ 『문장』추천 작가로 1930년대의 작가
④ 후기에는 인도주의적 작품을 주로 발표
⑤ 대표작에 ‘화수분’, ‘흰 닭’, ‘평화의 왕’등이 있다.
2. 이 작품의 서술자의 성격은?
① 하층민을 귀찮게 여긴다.
② 따뜻한 인간애를 품고 있다.
③ 다른 사람의 일에 잘 간섭한다.
④ 사회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다.
⑤ 지식인다운 품위를 지키려고 애쓴다.
3. (가)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애틋함 ② 적막함 ③ 쓸쓸함
④ 고즈넉함 ⑤ 을씨년스러움
4. 이 소설에서 독자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이적 모멘트의 소재를 무엇인가?
① 절름발이 ② 찬바람 부는 소리
③ 만두팔이의 외침 ④ 첫겨울 추운 밤
⑤ 행랑 아범의 우는 소리
5. (가)~(라)중 사건의 발단에 해당하는 것은?
6. ㉠의 표현 의도로 거리가 먼 것은?
① 겨울 밤의 추위를 묘사함.
② 한가로운 상황을 묘사함.
③ 서술자의 계급적 위치를 드러냄.
④ 여유 있는 가정 형편을 드러냄.
⑤ 서술자의 인도주의적 성격을 드러냄.
7. ㉡의 상태에 어울리는 한자 성어를 쓰라.
8. ㉢과 같은 의미의 한자어를 쓰라.
9. (마)~(바)에서 중심이 되는 내용은?
① 어멈의 말 ② 아내의 반응
③ 화자의 회상 ④ 가게 주인의 말
⑤ 쌀가게 마누라의 권고
10. (마)~(바)에서 ‘어멈’이 직접 이야기한 시점과 ‘나’가 등장한 부분의 시점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3인칭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② 1인칭 서술자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③ 1인칭 관찰자 시점, 1인칭 서술자 시점
④ 전지적 작가 시점, 1인칭 서술자 시점
⑤ 전지적 작가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11. 이 작품에서 보이는 자연주의적인 경향과 가장 관계 깊은 것은?
① 주인공이 하층민이다.
② 제재를 현실에서 취하였다.
③ 현실 묘사를 객관적으로 하였다.
④ 비참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비극적인 하층민 주인공을 그렸다.
⑤ 인물의 묘사가 정확하며 사실적이다.
12. (마)~(바)중, 화자가 직접 개입한 것을 모두 지적하라.
13. ⓐ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건의 암시 ② 어멈의 비정함
③ 어렵고 딱한 사정 ④ 화수분 내외의 생활고
⑤ 쌀가게 마누라의 동정심
14. ⓑ에 드러난 화자의 어조로 적절한 것은?
① 자조(自嘲) ② 체념(諦念) ③ 자성(自省)
④ 저주(咀呪) ⑤ 자책(自責)
【작품 해제】
▷ 갈래 : 단편 소설, 자연주의 소설, 순수 소설, 액자 소설
▷ 시점 : 혼합 시점(1인칭 관찰자 시점 : 1,2,4,5장,
1인칭 서술자 시점 : 3장, 전지적 작가 시점 : 6장)
▷ 구성 : 5단 구성, 평면적
▷ 문체 : 사실적이고 간결한 문체
▷ 성격 : 자연주의, 인도주의(휴머니즘)
▷ 제재 : 행랑 식구들의 극한적 빈곤
▷ 주제 : 가난한 부부의 사랑과 그 부활의 의미
▷ 출전 : 『조선 문단』(1925.1)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김동인, 현진건의 작품과 함께 1920년대 한국 단편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기법상으로는 사실주의 계열에 속하며, 구성상의 특징(특히 결말)은 G. 모파상이나 A. 체홉의 소설을 방불케 한다.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은 19세기 후반 유럽의 자연주의적 사실주의 계열의 그것이 주는 충격보다 훨씬 행복한 것이다. 처참한 환경과 무참히 체온을 앗아 가고 복숨마저 위협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식지 않는 사랑의 정화(精華), 햇빛 속에 토닥거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늘봄의 인도주의 정신이 거둔 삶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동네 애들과 노는 아이를 한동네 과수 노파가 보고, 같이 저자라도 보러 가는 듯한 젊은 여인에게 무심코, 쟈 동복 뉘가 꼭 죽은 쟈 오마니 앎았디 왜, 한 말을 얼김에 들자, ⓐ아이는 동무들과 놀던 것도 잊어버리고 일어섰다. 아이는 얼핏 누이의 얼굴을 생각해 내려 하였으나, 암만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집으로 뛰면서 아이는 저도 모르게, 오마니 오마니 수없이 외었다. ㉠집 뜰에서 이복 동생을 업고 있는 누이를 발견하고, 달려가 얼굴부터 들여다보았다. (중략)
(나) 아이는 누이가 꼭 어머니 같다고 한 동네 과수 노파를 찾아, 자기 집에서 왼편 쪽으로 마주 난 골목 막다른 집으로 갔다. 마침 노파는 새로 지은 저고리 동정에 인두질을 하고 있었다. 늘 남에게 삯바느질을 시켜 말쑥한 옷만 입고 다녀 동네에서 이름난 과수 노파가 제 손으로 인두질을 하다니 웬일일까. 그러나 아이를 보자 과수 노파는 아이보다도 더 의아스러운 듯한 눈치를 하면서 인두를 화로에 꽂는다. ㉡아이는 곧 노파에게, 아니 우리 오마니하구 우리 뉘하구 같이 생겠단 말은 거짓말이디요? 했다. 노파는 더욱 수상하다는 듯이 아이를 바라보다가, 그러나 남의 일에는 흥미 없다는 얼굴로, 왜 닮았디, 했다. ㉢아이는 떨리는 입술로 다시, 아니 우리 오마니 입하구 뉘 입하구 다르게 생기디 않아시요? 하고 열심히 물었다. 노파는 이번에는 화로에 꽂았던 인두를 뽑아 자기 입술 가까이 갖다 대어 보고 나서, 반만큼 세운 왼쪽 무릎 치마에 문대고는 일감을 잡으면서 그저, 그러고 보믄 다르든 것 같기두 하군, 했다. 아이는 인두질하는 과수 노파의 손 가까이로 다가서며 퍼뜩 과수 노파의 손이 나이보다는 젊고 고와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오마니 잇몸은 우리 뉘 잇몸처럼 검디만 않고 이뻤디요? 했다. 과수 노파는 아이가 가까이 다가와 어둡다는 듯이 갑자기 인두 든 손으로 아이를 물러나라고 손짓하고 나서, 한결같이 흥 없이, 그래앤, 했다. 그러나 아이만은 여기서 만족하여 과수 노파의 집을 나서 그 달음으로 자기 집까지 뛰어오면서 ㉤그러면 그렇지, 우리 오마니가 뉘처럼 미워서야 될 말이냐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다) 누이는 시내 어떤 실업가의 막내아들이라는 작달막한 키에 얼굴이 둥근, 누이의 한 반 동무의 오빠라는 청년과는 비슷도 안한 남자와 아무 불평 없이 혼약을 맺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안 되어 결혼하는 날, 누이는 가마 앞에서 의붓어머니의 팔을 붙잡고는 무던히나 슬프게 울었다. 아이는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누이는 동네 아낙네들이 떼어 놓는 대로 가마에 오르기 전에 젖은 얼굴을 들었다. 자기를 찾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는 그냥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누이가 시집 간 지 또 얼마 안 되는 어떤 날, ㉮별나게도 빨간 놀이 진 늦저녁 때 아이는 누이의 부고를 받았다. 아이는 언뜻 누이의 얼굴을 생각해 내려 하였으나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는 지난날 누이가 자기에게 만들어 주었던, 뒤에 과수 노파가 사는 골목 안에 묻어 버린 Ⓐ인형의 얼굴이 떠오를 듯함을 느꼈다. 아이는 골목으로 뛰어갔다. 거기서 아이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어 인형 묻었던 자리라고 생각키우는 곳을 팠다. 없었다. 짐작되는 곳을 모두 파 보았으나 없었다. 벌써 썩어 흙과 분간치 못하게 된 지가 오래리라. 도로 골목을 나오는데 전처럼 당나귀가 매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처럼 당나귀가 아이를 차지는 않았다. 아이는 달구지 채에 올라서지도 않고 전보다 쉽사리 당나귀 등에 올라탔다. 당나귀가 전처럼 제 꼬리를 물려는 듯이 돌다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는 당나귀에게나처럼, Ⓑ우리 뉠 왜 쥑엔! 왜 쥑엔! 하고 소리 질렀다. 당나귀가 더 날뛰었다. 당나귀가 더 날뛸수록 아이의, 왜 쥑엔! 왜 쥑엔! 하는 지름 소리가 더 커 갔다. Ⓒ그러다가 아이는 문득 골목 밖에서 누이의, 데런! 하는 부르짖음을 들은 거로 착각하면서, ㉯부러 당나귀 등에서 떨어져 굴렀다. 이번에는 어느 쪽 다리도 삐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그제야 눈물이 괴었다.
(라) 어느 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고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쪽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쪽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
① 향토색 짙은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
②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고 있다.
③ 생략과 암시, 심리적인 묘사가 나타나 있다.
④ 주인공의 정신적인 결핍의 요소가 제시되어 있다.
⑤ 서정성 짙고 함축성 있는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2. 이 글의 뒷부분에서 소년은 다음과 같이,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의 갈등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은 갈등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구절을 찾아 쓰라.
누이가 비단 헝겊을 모아 만들어 준 예쁜 각시 인형이었다. (중략) 곧 아이는 인형을 내다 버려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걸 품고 밖으로 나섰다. (중략) 칼 끝으로 굳은 땅을 겨우 파 가지고 거기에다 품 속의 인형을 묻었다.
3. (나)의 아이와 노파의 대화에 나타난 아이의 심리와 관계 깊은 한자 성어는?
① 견강부회(牽强附會) ② 오비이락(烏飛梨落)
③ 측은지심(惻隱之心) ④ 우유부단(優柔不斷)
⑤ 각골난망(刻骨難忘)
4. 아이의 긴장된 심리가 해소되었음을 말해 주는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5. ⓐ에 나타난 아이의 심리 상태로 알맞은 것은?
① 친근함 ② 복수심 ③ 의구심 ④ 적대감 ⑤ 허탈감
6. (다), (라)에서 소년의 누이에 대한 마음의 대리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물을 찾아 쓰라.
7. (다), (라)에서 누이의 역할을 이 작품이 성장 소설이라는 점과 연관시켜 간단히 쓰라.
8. (라)에 나타난 ‘별’이 소년에게 갖는 의미와 관계 없는 것은?
① 그리움의 매개체 ② 구원의 인간상
③ 아름다움의 대상 ④ 죽은 어머니
⑤ 슬픔의 이미지
9. ㉮의 배경이 주는 효과와 관련이 깊은 사건을 찾아 쓰라.
10.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타당한 것은?
① 누이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을 기대하면서 취한 생동이다.
② 당나귀의 날뜀에 어쩔 수 없이 굴러 떨어진 것이다.
③ 추한 누이에 대한 상념을 지워 버리려고 취한 행동이다.
④ 전에 나귀에서 떨어진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다.
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잊기 위해 취한 행동이다.
11. Ⓐ~Ⓔ 중, 누이에 대한 짙은 회한의 정을 나타내는 부분은?
① Ⓐ ② Ⓑ ③ Ⓒ ④ Ⓓ ⑤ Ⓔ
【작품 해제】
▷ 갈래 : 단편 소설,
성장 소설(통과 제의적 성장의 과정을 형상화함.)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시간 - 가을, 공간 - 대동강변의 어느 마을
▷ 성격 : 동화적, 신비적
▷ 특징 : 소년의 내적 체험을 생락과 암시, 심리주의적 수법으로 묘사하였다.
▷ 의의 : 인간 내면의 성장 과정을 사실적 수법으로 그려 내었다.
▷ 제재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주제 : 자아 성숙의 과정
▷ 출전 : 인문 평론(1941)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죽은 어머니의 이미지를 찾아 에매는 한 소년의 마음의 편력(遍歷)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그래서 추하게 생긴 누이와는 달리, 어머니는 매우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년은 현실 속에서 어머니의 영상을 찾으려는 강한 집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환상 속의 아름다운 이미지의 어머니와 현실 속의 추한 누이의 모습이 대비될수록 누이를 더욱더 미워한다. 그런데 그 누이가 죽자 말할 수 없는 회한에 젖게 된다. 가까이에 있었던 누이의 참사랑을 누이가 죽어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은 정신적 성숙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소설을 ‘성장 소설’이라고 한다.
누이에 대한 미음과 이에 다른 모든 행위는 현실적으로 결핍된 모성(母性)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역보상 심리로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년에게는 같은 의미를 지닌 두 개의 별이 생기지만,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내저으며 누이의 별을 지워 버린다. 곧, 그 별은 소년의 영원한 그리움이고, 또 소년을 성숙하게 하는 아름다운 상처이기도 한 것이다.
정답 및 해설
[1] 『수난 이대』- 하근찬
1. ⑤
→ ⓔ는 습관적인 행위이다.
2. ①
→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하는 부분으로 발단에서의 주제 암시를 위한 실마리이다.
3. ④
→ 병원에서 나온다는 것은 불구로 돌아옴을 암시함.
4. ①
5. 외나무다리
6. ④
7. ①
8. ①
→ ㉯~㉲는 두 사람의 신체적 불구가 극복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비해, ㉮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취하는 행동에 머물러 있다.
9. ④
10. ⑤
11. ①
→ 이 작품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비극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지, 수난의 역사속에 함몰되는 인간사를 그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12. ③
13. 눈앞에
→ 용머리재가 인간의 비극을 정관하고 있다.
[2] 『눈길』- 이청준
1. ②
→ 감정적 표현 상태를 드러낸 것을 찾는다.
2. ① 숙명(운명), ② 사랑
3. ③
→ 떠나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안타까움이 (다)에 드러나 있다.
4. 동행
→ 떠나는 자식의 길을 함께 간 심정을 유추
5. ⑤
6. 부끄럽다.
7. ③
8. ⑤
→ 자식을 떠나 보내고 부끄러워서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인의 상황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9. ③
[3] 『화수분』 - 전영택
1. ③
→ 전영택은 주요한, 김동인과 함께 『창조』를 발간했다.
2. ②
3. ⑤
4. ⑤
→ 행랑아범의 울음은 독자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5. (나)
→ 사건의 발단은 ‘울음’으로서 이는 비극적 사건의 복선 구실을 한다.
6. ⑤
7. 비몽사몽(非夢似夢)
8. 부고(訃告)
→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 부고=부보(訃報), 부음(訃音), 휘음(諱音)
9. ①
10. ②
11. ④
→ 자연주의의 특성은 무신론(無神論), 유전 법칙, 환경 결정론 등이다. ①~③은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공통 특질이다.
12. (마), (아)
→ (마) : 내게는 한가한 틈이 있어서
(아) : ‘눈물이 핑 돈다’
13. ②
14. ①
→ ① 자조(自嘲) : 스스로 자기를 비웃음 / ② 체념(諦念) : 희망을 버림 / ③ 자성(自省) : 제 잘못을 반성함 / ④ 저주(咀呪) /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며 바람./ ⑤ 자책(自責) / 스스로 자기를 꾸짖음.
[4] 『별』- 황순원
1. ②
2. 쟈 동복 뉘가 꼭 죽은 쟈 오마니 닮았디 왜
→ 인형은 소녕의 감정 전이의 대상물이다. 소년이 이러한 인형을 땅에 묻어 버리게 된 원인을 생각해 본다.
3. ①
→ (나)에서 아이는 노파로 하여금 억지로 자신의 생각에 좇도록 하고 있다.
4. ⑤
→ 죽은 어머니와 누이가 닮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의 생각을 찾는다.
5. ③
→ 누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노파의 말을 얼김에 듣고 느낀 감정이다.
6. 당나귀
→ 당나귀를 타는 행위는 누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다.
7. 소년의 내면을 성장(성숙)시킴
→ 소년으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8. ⑤
→ 소년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인 동시에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오게 한다.
9. 누이의 부고(누이의 죽음)
10. ①
→ 전에 당나귀에서 떨어졌을 때 누이가 나타났었다.
11. ④
→ ‘그제야 눈물이 괴었다’는 데서 혈육에 대한 정이 솟구치는 것을 알 수 있다.
[5] 『어머니』 - 김동명
[6] 『모송론(母頌論)』 - 김진섭
[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타박타박 타박녀야! / 너 어디로 울며 가늬?
내 나이 어렸을 제,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혹은 ‘코쿨’ 앞에 마주앉아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말하면, 달 속의 계수나무와 옥토끼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은하수 가의 견우 직녀 이야기, 천태산(天台山) 마구[麻姑] 할멈 이야기, 구미호 이야기, 장사 이야기, 신선 이야기, 그리고 ‘유충렬전(劉忠烈傳)’, ‘조웅전(趙雄傳)’, ‘장화 홍련전’, ‘심청전’ 등 고담책(古談冊) 이야기며, 이 밖에도 이루 들 수 없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마는, 그 가운데서도 슬프기로는 타박녀의 이야기가 으뜸이었다.
영영 가 버린 어머니를 찾아 , /슬피 울며 타박타박 걸어가는 타박녀!
어디선가, 타박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귓가에 들리는 듯하면, 타박타박 걸어가는 타박녀의 뒷모습이 눈앞에 서언하여, 나는 이 슬픈 환상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아, 타박녀의 울음소리, / 타박녀의 뒷모습!
이것은 바로 내 눈물의 옛 고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도 어느 사이에 어머니를 잃은 ‘타박녀’가 되었구나. 더욱이 나는 어머니와 함께 눈물도 동심도 잃어버린, 세상에서 가엾은 고아가 되고 말았구나!
(나) 내 나이 어렸을 제, 우리들이 타관에 나와 단칸방 셋방살이로 돌아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떤 날 나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내가 이다암에 커서 무엇이 되기를 바라나?” /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반말을 썼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다소의 과대망상증을 가진 나는 자못 자신만만하다는 듯이, 어머니의 소원을 물었다. 순간 어머니의 눈은 빛나셨다. 내 신념에 움직이신 듯 ― 그리고 은근하신 어조로,
“강릉 군수가 되어 주렴.”
이것은 어머니의 향수. 고향으로 돌아가시고 싶은 간절한 심정이 시리라. 그러나 비단옷이 아니고는 돌아가시기를 원치 않으신다는 슬픈 결심이기도 하다.
(다) 언젠가, 어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쓸쓸히 웃으시며,
“암만해도 너는 좀 못생겼어.”
이것은 내 어머니의 무서운 야심이신가. 또한, 그 냉엄하신 비평 정신의 편린이시기도 하리라. / 나는 수염을 깎고 새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설 때면, 가끔 어머니의 말씀을 회상하고 고미소(苦微笑)를 흘리는 버릇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거리가 먼 것은?
① 진부해지기 쉬운 소재의 한계를 지은이의 독특한 문체의 개성으로 극복하고 있다.
② 간결한 문장을 구사해 내용의 전개가 빠르다.
③ 해학적 문체를 동원하여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④ 회고의 기법으로 현실과 과거를 연결시켜 정서를 강화시킨다.
⑤ 옛 민요와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에 제시한 다음,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주제로 화제를 옮기고 있다.
2. 이 글의 정서와 가장 거리가 먼 작품은?
①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아라.
②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③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④ 형님! / 부르는 목소리를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되어/ 다시 만나자는 길임 을 알게 하네.
3. (가)에서 지은이가 타박녀 이야기를 내세운 이유를 간략히 쓰라.
4. (나)에 나타난 지은이의 심정을 한자 성어로 나타낼 때 가장 적당한 것은?
① 麥秀之嘆 ② 結梢報恩 ③ 風樹之嘆
④ 孟母三遷 ⑤ 亡羊之歎
【작품 해제】
▷ 갈래 : 경수필, 서정적 수필
▷ 성격 : 어머니에 대한 회고와 그리움을 해학적 필치로 진솔하게 표현
▷ 문체 : 간결체, 우유체
▷ 표현 : ① 간결한 문장으로 빠르게 내용을 전개함
② 유머, 위트를 섞어 자신의 심정을 표현함.
③ 대화와 서술을 적절히 구사하여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제시함.
▷ 주제 :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 출전 : ‘어머니’는 1946년에 발표되었고, 한국 대표 수필 문학 전집 권 3에 수록되어 있음.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크게 두 단락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단락[(가),(나)]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타박네 이야기와 강릉 군수를 둘러싼 에피소드로, 두 번째 단락[(다)]은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비록 배움은 없었지만 자식에 대해 큰 포부를 갖고 사신 어머니의 모습은, 곧 대범하고 꼿꼿한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회상의 형식을 빌려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어머니의 모습을 미화한다기보다 담담하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고 직설적이고 주관적인 수필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와 서술의 적절한 구사, 위트와 유머를 섞어 서술한 진솔한 표현, 이야기의 빠른 전개, 옛 민요인 ‘타박네 이야기’의 도입부 삽입 등으로 표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생이 ㉠얼마나 불행한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어머니를 가질 수 있다는 점만은 행복한 일입니다.
(나) 이 세상에 생을 받은 우리의 찬송은,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첫째 우리들의 어머니 위에 지향되지 아니하면 안 될 것입니다. 어려서 이미 어머니를 잃고, 클수록 커지는 동경(憧憬)의 마음을 채울 수 없는 아들의 신세가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는 큰 불행이라면, 어려서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커서는 어머니의 덕을 받들어 모자(母子)가 한 가지로 늙는 사람의 필자는, 이 세상에서는 다시 구할 수 없는 큰 행복일 것입니다.
(다) 생각만이라도 해 보십시오. 만일에 어머니라 하는 이 아름답고 친절한 종족이 없다면, 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나 되어 갈까요? 이 괴로운 세상을 찬란하게까지 장식하고 있는 모든 감정, 가령 말하자면 저 ㉡망아적(忘我的) 애정, 저 심각한 자비, 저 최대한의 동정, 끝이 없이 긴밀한 연민(憐憫), 저 절대적 관념 ― 이 모든 것은 이 곳에서 사라져 버리고야 말 터이지요.
(라) 그리하여, 이 때 이 세상이 돌연히 한없이도 어두워지고 우울해지고, 고달파질 터이지요. 참으로 어머니와 아들의 결합과 같이 힘차며, 순수하며, 또 신비로운 결합은 어떠한 인간 관계 속에서도 찾아 낼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고향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새로 생긴 자에 대해 그에게 영양을 제공하고, 그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어머니야말로 참된 향토(鄕土)가 아닐까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성장하여 가는 아동에 있어서도 어머니는 영원히 그들의 괴로워할 때의 좋은 피난소이며, 그들의 즐거워할 때의 좋은 동감자입니다.
(마) 어린 아이가 어찌하여야 할 바를 모를 때, 그는 반드시 어머니를 향해 웁니다. 아프고 괴로워 위안이 필요할 때, 그는 바삐 어머니의 무릎 위로 기어갑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의 신뢰는 참으로 한이 없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도움이 있을 것을, 어머니에게는 귀의심(歸依心)이 있고 이해력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사실에 있어서 어머니의 손이 한번 가기만 하면 모든 장애물은 가벼웁게 무너지고, 모든 것은 좋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성인의 어머니에게 대한 신빙이 이에 못할 수 없겠지요.
- 『모송론』, 김진섭
1. 이 글의 성격을 가장 잘 지적한 것은?
① 찬송적, 강요적 ② 찬송적, 설득적
③ 설득적, 이념적 ④ 이념적, 찬송적
⑤ 찬송적, 회의적
2. (다) 이하의 내용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① 어머니라는 존재가 없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② 어머니는 자식들의 참된 향토요, 좋은 피난소이며 좋은 동감자이다.
③ 어머니에 대한 자식들의 신뢰는 한이 없다.
④ 성인들의 어머니에 대한 믿음은 두렵다.
⑤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에게 의지한다.
3. ㉠을 문맥이 자연스럽도록 3음절의 단어로 바꾸러 쓰라.
4. ㉡은 결국 무엇으로 귀결되는가?
① 가족애 ② 모성애 ③ 인생관 ④ 가치관 ⑤ 보호본능
【작품 해제】
▷ 갈래 : 중수필
▷ 성격 : 교훈적, 설득적
▷ 제재 : 어머니
▷ 주제 : 어머니에 대한 찬송
▷ 의의 : 개성적 사고의 심오함을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담 아 낸 김진섭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출전 : 인생 예찬(1947)
【작품의 이해와 감상】
김진섭의 ‘모송론’은 어머니에 대한 찬송의 글이다. 인생에 있어서 어머니가 계심은 큰 행복이다. 전체 요지는 ‘어머니의 망아적 애정, 심각한 자비, 최대한의 동정, 끝이 없는 긴밀한 연민 등이 모성의 특질이 된다.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으로 인한 모자 관계의 결속은 끊임이 없으며 모성은 항상 신성하게 유지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표현상의 특질로는 경어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독자에 대한 권면을 전제로 한 강연문과 같은 유사한 느낌을 준다. 대조와 비유법이 많이 사용된 것도 이 글의 특색이다. 여기에 인용한 부분은 글의 서두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글의 주된 요지가 천명된다. 즉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행복감과 그러한 어머니에 대한 찬송이 있어야 할 기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문장의 구성은 ‘불행’, ‘행복’ 등 대립에 의한 대조의 논리를 주된 축으로 해서 전개되고 있다.
[5] 『어머니』 - 김동명
1. ③
→ 해학적인 문체이긴 하나, 현실 비판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2. ②
→ ① 정인보, ‘자모사(慈母思)’, ② 이병기, ‘비Ⅱ’, ③ 김소월, ‘초혼(招魂), ④ 박목월, ’하관(下棺)‘, ⑤ 도종환, ’옥수수 발 옆에 당신을 묻고‘
①, ③~⑤가 사별한 혈육이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의 시인 데 비해 ②는 단순히 여인간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노래했다.
3. 어머니를 잃은 타박녀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유사하므로
4. ③
→ ① 나라 잃은 슬픔, ②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 ③ 부모 잃은 슬픔, ④ 자식 교육에의 정성, ⑤ 학문의 어려움
[6] 『모송론(母頌論)』 - 김진섭
1. ②
→ 어머니를 찬송하는 마음을 독자와 공유하려는 글이다.
2. ②
→ 어머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3. 아무리
4. ②
→ 모성애의 특징을 하나하나 나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