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지 치앙마이는 이미 두 번을 가 본 곳이다. 4년 전에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5일, 2년 전에 미얀마 다녀오면서 6일을 묵었으니 이번에 5박을 추가하면 우리의 여행 역사에서 가장 많이 묵은 도시가 된다. 방콕을 예닐곱 번 들르기는 했지만 한 번에 1-2박씩만 묵었으니 9박 정도 했나? 아! 시엠립이 있구나. 3번을 갔고 도합 16박 정도 묵었으니 여기하고 공동 1위쯤 되겠다. 씨엠립은 앙코르와트 유적지 하나로도 1등을 먹을 자격이 충분한 곳, 치앙마이는 그렇게 큰 거 한방은 없지만 볼거리도 많고 할거리도 많고 숙소도 많고 맛집도 많은 곳이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못 가 본 혹은 못 해 본 리스트가 꽤 긴게 남아 있으니 여러 번 더 가게 되지 않을까. 나이트사파리, 짚라인, 도이인타논, 먼쨈, 치앙마이 캐년, 싼깜팽과 매깜퐁, 칸톡디너쇼 등등.
1월 19일
쨍시품(치앙마이 구시가지의 북동쪽 모퉁이)에 있는 마이맘홈을 예약해 두고(아고다와 구글맵을 통해 열심히 찾아 봤지만 '싸고 좋은'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평이 좋은 숙소는 방이 없기 일쑤였고 조금 저렴한 숙소들은 후기가 워낙 안 좋았다. 중국인들이 많이 오면서 치앙마이 물가가 오른 것일까? 마이맘홈은 주인할머니에 대한 평이 엇갈렸지만 실제로 가 보니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처음 체크인 할 때 노할머니가 우리 여권에 끼워져 있는 출국신고서를 복사하겠다고 잠시 고집을 부리시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부딪칠 일이 없었다. 싹싹한 두번째 할머니가 거의 모든 일을 다 처리했다. 첫 2박은 아고다에서 1560밧에 2박을 예약했고, 하룻밤 자 보고 마음에 들어서 2400밧을 주고 3일을 연장했다.) 치앙마이로 떠났다.
치앙라이와 치앙마이는 이름도 비슷하고 해서 안 가 본 사람들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꽤 멀다. 11시 버스를 탔는데 (요금은 162밧) 오후 2시 반 정도가 되어서야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내로 나가는 썽태우는 일단 인당 30밧이라고 뻥을 친다. 에이, 20밧인 거 다 알아요. 어떤 때는 100밧씩 팁을 날리면서 이럴 때는 왜 10밧에 이리 민감한 걸까? 흠, 우리는 태국에 합리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이 자리잡길 바라거든요. 외국인이라고 근거 없이 등쳐먹는 것은 단 10밧이라도 싫답니다.
(타패 앞 광장이 오늘은 쫌 한가한데?)
1월 20일
옆지기님이 치앙마이에서 제일 먼저 가 보고 싶은 곳은 몽족시장(그리고 와로롯으로 이어지는 시장 골목)이란다. 치앙마이에 올 때마다 그쪽에서 마음에 드는 쇼핑을 했던 것. 어제 사다 놓은 빵으로 아침을 때운 후에 와로롯 방향으로 걸어갔다. 중간에 들른 가게에서옷을 두어 개 사더니, 몽족시장 근처에서는 본격적으로 사들이신다. 이번 여행 중 최대의 쇼핑이다. 8500밧 정도?
점심은 근처 타패로드 길가에 있는 스파이시 인디안 레스토랑에서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닭카레 생선카레 부리야니 난 파라따 라씨 주스, 모두 합해서 460밧.
오후 일정은 내가 좋아하는 착시 미술관. 한글로 된 여행 정보는 없었지만 우연히 구글맵에서 발견했다. 야시장 거리 남쪽에 있는 아트인파라다이스라는 착시 미술관인데 입장료는 400밧이다. 제법 비싼데? 그러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미술관이다.
1월 21일
숙소에서 와로롯까지 걸어가서 버쌍 가는 썽태우를 탔다. 10킬로가 넘는 거리인데 차비가 20밧이다. 노선 썽태우 즉 대중교통 시스템이란 얘기다. 그나저나 오늘 우리가 버쌍을 간 것은 대박 사건이다. 그냥 우산 마을이라는 말만 듣고 갔는데 마침 축제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축제는 매년 1월 중순 경에(아마도 주말 끼워서?) 3일 동안 열린다고 한다. 덕분에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어두워진 다음에 어렵사리 타패로 돌아와 보니 (축제 여파로 교통이 통제되는 탓일까, 치앙마이로 귀환하는 썽태우를 찾을 수 없었다. 갈 때는 언제 어디서 타는지 미리 알아 두지 못한 우리 잘못이겠지. 잡아 놓은 썽태우를 중국인들에게 뺏기기도 하면서 한참을 헤매고 다니다가 겨우 뚝뚝을 잡아타고 돌아왔다.) 선데이 마켓이 한창이다. 두 번이나 와 본 곳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인파에 휘말리면서도 전진 또 전진, 조그만 악세사리도 사고 군것질도 하면서 왓판타오 근처까지 구경하고 우회전해서 숙소로 향했다.
1월 22일
오늘은 쇼핑하는 날? 몽족 시장과 와로롯 시장을 또 찾아가서 옷과 쿠션, 태국 양념, 건망고(500그램 150밧), 건두리안(500그램 700밧) 등을 구입했다.
저녁 식사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 The House에서 비싸게 먹었다. 여행 막바지니까 한번 쯤 호사를? 똠얌꿍 뿌팟퐁까리 나시고랭 카우써이 (사실은 카우쑤어이 즉 맨밥을 시켰는데 소통 실패로 국수가 나옴) 합쳐서 1360밧(4만5천원)이 나왔으니 아주 고급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가?
1월 23일
오늘도 쇼핑? 숙소에서 골목길을 더듬어 가다가 작은 가게에서 예쁜 목걸이도 사고 깟쑤언깨우까지 걸어가서 그리고 다시 마야몰까지 걸어가서 구경은 많이 했는데 정작 산 것은 치약뿐이다. 그럼 아이쇼핑 하는 날인가?
저녁을 먹으러 타패로드의 스파이시 인도 식당까지 일부러 찾아감. 싸면서도 맛있으니까.
(근처에서 500밧짜리 가방을 구입)
1월 24일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았다.
근처에 괜찮은 조식 식당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놓고도 한 번도 가지 못한 게 생각이 나서 찾아 보았다. 블루 다이아몬드라는 식당인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괜찮고 흠잡을 데는 없지만 그렇다고 골목의 허름한 로컬 식당들보다 특별히 당기지는 않는 곳이다. 비싸서일까? 많이 비싼 것도 아닌데...... 뮤즐리 볶음밥이 100밧 정도 했던 것 같다.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12시쯤 내려와 체크아웃을 했다. 택시나 뚝뚝을 불러 달라고 했더니 두번째 할머니가 여기저기 전화를 거신다. 뚝뚝은 연결이 안 되었고 자가용 승용차가 왔다. 공항까지 200밧이란다. 길에 나가서 썽태우를 타면 좀 더 싼 줄은 알지만 여행 막바지니까~~ 편하게~~
치앙마이 오자마자 방콕행 비엣젯 비행기표를(2명 16만원) 사 놓았었는데 이름이 CHAR로 되어 있는 걸 며칠 전에 발견하였다. 설마 CHAE에서 한 글자 오타난 걸 문제삼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조금 찜찜해서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그랬는데, 체크인카운터에 아무 말 없이 여권을 내밀었더니 역시 아무 말 없이 보딩패쓰를 내준다. 받아 보니 이름을 제대로 고쳐 놓고서 괄호 안에 고객의 요청에 따라 수정했다고 (corrected by customer's request) 적어 놓았다. 흠. 속으로만 요청했는데 어떻게마음 속까지 알아냈을까, 시비할 꺼리만 있으면 돈을 뜯어내려는 항공사도 있다던데 비엣젯은 괜찮은 항공사인 모양이다.
방콕 수완나폼에서 서너 시간을 기다렸다가 밤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그리고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집으로.
50일 간의 즐거웠던 태국 여행을 마무리하고 (그런데 여행일기 완성은 왜 매년 점점 늦어지는 것이야? 1월에 끝난 여행을 5월에야 마무리하다니)
다음 여행을 꿈꾸면서 다시 즐거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