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고양시 지축동의 외딴 폐가에서 구조한 말티즈 은동이가 하니동물병원에서 미용과 목욕,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어제 뚱아저씨 집에 잠시 왔습니다. 오늘부터는 고양시 행신동의 피피님 댁에서 입양갈 때까지 따뜻한 돌봄을 받으며 임보할 예정입니다.
은동이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구조 강아지들에 대해서도 따로 감정을 자제하고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은동이의 경우는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제 병원 검진 결과를 말씀드리며 심장사상충이나 전염성 질병은 없고 빈혈끼가 있긴 하지만 건강한 상태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잘먹이고 편안히 쉬게 해주면 다 낫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지요. 지금도 그 결과에는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미용을 하기 전까지 적어도 몇 개월은 방치한 거친 털속에 묻혀있던 은동이의 피부와 얼굴이 드러나면서 참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예전에 함바집 뒷켠에 방치해놓은 코돌이, 코순이 때도 그랬지만 몸에서 개진드기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코돌이, 코순이 구조할 때는 여름이었지만, 이번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개진드기가 몸에서 수십마리 나오는 것을 일일이 다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굴의 코끝은 마치 표백한 것처럼 까만 코가 하얗게 되었고, 눈동자 안에는 안충이라는 벌레가 십여마리나 있어서 그것을 일일이 핀셋으로 다 뽑아내어 치료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 은동이의 얼굴이 바로 이 모습입니다.
미용을 하고 안충까지 제거하고 난 은동이의 가여운 얼굴
은동이는 그 추운 날 아무도 없는 그 외진 곳에서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이 아마도 내린 눈을 먹으며 혹여라도 지나가던 사람이 던져 준 뭔가라도 먹으며 겨우겨우 버텼던 것 같습니다. 왜 이 여린 강아지를 그렇게 방치하고, 하물며 줄에 묶어놔서 어딜 도망가지도 못하게 해놓았는지 정말 얼마나 화가나는지 모릅니다.
은동이는 너무도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어제 병원에서 나와 뚱아저씨 집으로 가려고 차에 태워서 데리고 오는데 차안에서도 내내 운전하는 뚱아저씨의 허벅지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으려고만 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스킨쉽이 하고 싶었을까요?
차안에서도 운전하는 뚱아저씨에 내내 안겨있으려고 하는 은동이
집에 와서도 한시도 제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치 엄마품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어린 아이가 다시는 엄마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듯 했습니다. 은동이는 그래야만 안심이 되었나봅니다.
집에 와서도 뚱아저씨 허벅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계속 안겨있는 은동이
오늘 아침에 팅커벨 카페에 보고할 몇 가지 문서를 작업하고 있는데도 이 녀석이 제 발 밑에서 벗어나질 않고 있는 겁니다. 비록 방안은 따뜻하지만 그래도 딱딱한 바닥에 앉아있는 은동이를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서 발밑에 강아지 침대를 놓아주었더니 바로 방석에 앉아 저를 말꼼히 쳐다보며 있습니다. 아마 제가 어디라도 도망갈까봐 걱정되었나봅니다.
작업하는 동안 발밑에 방석을 두었더니 거기서 편안히 뚱아저씨를 쳐다보는 은동이
팅커벨 카페 회원 여러분,
우리들은 이 강아지들이 하나 하나 모두 감정이 있고,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이 그냥 '그까짓 강아지 한 마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오늘 내 발밑에서 처연하게 쳐다보는 은동이를 보면서 참 우리가 할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우리가 힘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우리 힘만으로 어림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팅커벨 카페의 회원들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이 가여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팅커벨 카페가 회칙을 확정하고 각 지역모임도 활성화되고, 이후 비영리 민간단체 혹은 비영리사단법인 형태로 발전되어 나가면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힘닿는대로 풀어나가겠습니다. 우리 함께 최선을 다해봅시다.
가여운 은동이는 오늘 오후에 피피님 댁으로 가서 맛잇는 것 많이 먹고 사랑 듬뿍 받으며 입양갈 때까지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겁니다. 그 때까지 우리 은동이를 팅커벨 회원 여러분들 모두 다 관심을 가지고 잘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은동이는 이제부터는 행복해야만하는 강아지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지켜줘야할 은동이입니다.
반려방에 올라온 사연보고 안타까웠었는데 구조에서 임보까지 감사해요 임보해주시는 피피님도 감사드리구요 ..은동이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