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영화 '7인의 사무라이'
열등감 극복하고 승리한 이야기
◇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의 한 장면
그렇다면 열등감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는 보잘것없고 가난한 산골 마을 사람들이 수확 때마다 약탈을 일삼는 도적 떼를 사무라이를 고용해서 물리치는 영화다.
마을 사람들은 비굴하지만 도적 떼에게 굴복해서 목숨을 구걸할지, 도적 떼가 약탈하고 사라진 후에나 올 것 같은 영주에게 도움을 청할지, 죽창을 들고 맞서 싸울지 고민한다.
자칫 사무라이를 상전으로 모시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으나 고민 끝에 회의에서 사무라이를 고용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모두 힘을 합쳐 마침내 도적을 물리친다.
열등한 산골 마을 사람들이 현실을 직면하고 도적 떼의 위협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이야기다. 열등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고 용기를 내서 우월한 기능의 도움을 받아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열등한 부분을 건드리는 사무라이에 양가적 감정을 지니고 있으나 그럼에도 자신들을 지휘하는 사무라이에 협조한다. 어렵고 힘들게,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도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축하한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그간 숨겨 놓은 술과 음식을 내놓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쟁을 이긴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다”라는 사무라이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구로사와 감독이 의도했거나 의식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보잘것없고 어리숙한 듯하지만 현실을 직면하고 실속을 챙기는 산골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열등한 부분이 삶의 현장에서 싸움의 승자임을 보여 준다.
열등감 콤플렉스는 누구나 열등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부적절한 행동이나 과민 반응이 열등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남보다 우월하거나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접고 부족한 대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민낯을 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열등감이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지적해도 발끈 화를 내고 부인하며 고집스럽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열등감 얘기는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계기가 있어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등한 부분에 대해서 타인의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타인의 우월한 부분이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건드리고 상처를 줄까 봐 걱정되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