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태극기 달기부터
6월은 영농의 달이자 호국의 달이다. 곧 생존의 달이다. 먹을거리를 생산해야 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되새기는 달이기 때문이다. 보리와 감자 마늘 등을 거두어들이고 모내기를 마쳐야 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달이다. 농번기라 해서 학교도 방학을 하고 초등학교 어린애까지 거머리에 발목을 물리며 모내기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농번기’라는 낱말은 실종되고 말았다. 대신 이런 저런 축제가 많은 축제의 달이 되었다. 여기저기 온통 축제마당이다. 농번기 철이 축제의 철로 바뀌었다고 해서 아쉬울 일은 없다. 오히려 삶의 질이 향상되어졌음을 기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종은 물론 다른 일로 묻혀서 결코 소홀히 해서도 안 될 6월의 국민적 도리만큼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현충일 전주군경묘지를 참배하고 근처 전통문화거리 전주한옥마을에 들렀다. 관광객들만 분빌 뿐 조기를 게양한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현충일은 군경묘지만의 날인 것 같다. 이튿날 신문에서 ‘외롭게 내걸린 현충일 태극기’라는 사진을 보았다. 제58회 현충일인데 수백 세대의 큰 아파트 건물에 태극기가 달랑 한 가정만 내걸려 있다. “현충일 조기가 게양되어야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도가 낮아 아파트단지나 주택에도 태극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국기게양 실종 시민의식을 꼬집었다. 자괴감마저 든다. “순국선열 호국영령의 나라사랑 희생정신 되새기자”며 각 지역마다 자치단체별로 현충일 추념식을 거행하고 군경묘지를 참배하는 기사도 실렸다. 현충일이 관계기관이나 유족들만의 추념식 날로 쇠락해진 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라 사랑은 곧 자기 사랑이다. 국가의 격은 국민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국가와 나는 결코 둘이 아니다. 현충일은 곧 나의 실체를 되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 땅에 당당히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현충일 조기게양은 곧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감사하는 의식일 수도 있다.
복지국가를 갈망하고 국가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바라면서 정작 현충일 조기게양은 할 줄 모르다니, 다 같이 자성해 볼일이다. 그 많은 사회봉사 단체들도 국기 달기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국기 달기는 더 이상 개인의 의사에만 맡길 일만은 아니다. 국기 다는 날은 현충일을 비롯하여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가가 지정해 놓은 범국민적 뜻 있는 날이다. 연중 8일밖에 안 된다. 공공질서 지키기 등과 같이 행정기관에서 의도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학교는 국민윤리교육 차원에서 철저히 지도해야 한다. 나라 사랑은 태극기 다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은종삼 도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