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동안 다녀왔구요.
사파, 하노이, 후에, 호이안, 사이공에 있었어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전 사파랑 후에가 제일 좋더라구요.
사파는 공기도 깨끗하고 산도 멋지고. 트래킹도 나름대로 재미있었구요.
운이 나쁘게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되는 바람에 얼어죽는줄 알았지만, 겨울이라서 사람도 별로 없고 좋았어요.
물론 거긴 완전히 관광지가 되서 인근 고산족들(블랙몽이라던가...?)도 이미 관광지 상인(?)이 된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이렇게 쉽게 가보지 못했겠죠... 시간이 없어서 박하를 가지 못한게 아쉬웠어요.
저흰 가볍게 반나절 코스 트래킹을 했지만, 아예 1박2일 등산을 하고 고산족 집에서 민박을 하는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날씨만 좋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하노이에서는 저흰 멋모르고 신카페를 이용해 하롱베이 투어를 갔다 왔는데요. 정말 비추천입니다. 신카페에서 직접 사람을 모으는게 아니라 거기서 커미션을 받고 트레킹 투어리스트인가 뭔가(기억이 가물가물) 하는 여행사로 넘기는 거같아요. 어쨌든 투어를 가보니 다들 다른 카페에서 투어를 계약해서 왔더라구요.
근데 하롱베이에서 몇 시간이나 배가 출발을 안 해서 허송세월하고요. 이유를 물으니 물이 얕아서 배가 못 나간답니다. 물깊이야 늘 규칙적인거 아니냐고, 하롱베이투어 하루이틀 하는것도 아니고 그걸 예측 못하는 게 말이되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 다른 투어보트들은 다 가버렸는데 우리 배만 멀뚱멀뚱하게 서 있다가 거기서 밥까지(이게 무슨 seafood야...) 먹고 가이드가 사과의 뜻이라면서 음료수를 공짜로 준다고 생색을 내더군요. 투어내내 음식도 굉장히 맛없었구요. 마침 투어에 모인 사람들이 국적이 다 다른데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맛없다고 궁시렁궁시렁. 짜고 시고 달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맛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었어요.
몇 시간 동안 배에 갇혀 있다보니 정말 기분 우울해지더라구요.
어쨌든 몇 시간 후에야 다른 배로 갈아타서 출발...동굴 볼 때는 다들 다시 기분이 좋아졌지만, 동굴보고, 카약좀 타고 나니 또 허송세월....이제는 다들 구겨져서 카드나 하고 여행사에서 틀어준 장나라 공연비디오(-_-;;)나 봤죠. 어차피 저랑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들 외국애들이라 장나라가 누군지도 모르고 맹숭맹숭하게 앉아 있구요.. 거기 직원들은 저랑 친구가 한국인이니까 호의를 베푼 것 같았지만, 역시 2시간 반을 장나라 비디오(여러 방송에 출연한 것을 베트남에서 모아서 편집한 장나라 특집 비디오...)만 보니까 좀 괴롭더군요... 잠깐 성시경이 듀오로 나오긴 했지만, 2시간 반동안 연달아 장나라만 보니까 사람이 좀....직원중 장나라 왕 팬이 있었던 것 같아요...어쨌든 장나라 비디오를 주구장창 보고 나서 이제 잠자러 들어갔죠...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배에 물이 안나와서 다들 샤워도 못하고 엄청 꼬질꼬질하게 투어를 마쳤죠.(어차피 항구로 돌아오는 것 밖에 일정 없었음.)
모두들 성질 났고, 오스트레일리아 아저씨 하나는 " 욕실에 물 한방울 안 나오는 것 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면서 굉장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요. 여행사 측에서는 선장이 물을 저장하는 것을 깜박 잊어먹었다고 설명했어요.-_-;;
하여튼 황당한 투어였어요. 우리가 한 것은 당일치기로 해도 지루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별 거 없었어요.
애니웨이.....
호이안은 1박만 하기에는 좀 아쉽고요. 자전거를 빌려서 멀리 까지 돌아다니는게 좋을 것 같아요. 베트남의 시골을 볼수 있는 좋은 기회죠...거긴 음식점들이 나름대로 코스요리라고 6가지 중에 4개를 골라서 우리돈으로 4,5천원?(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정도에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는데 맛있었어요.
론리에는 다낭에서 호이안 가는 버스가 1만동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실제로는 버스차장이 바가지를 요구해서 1만동에 갈 수가 없어요. 올때도 마찬가지구요.
처음에는 5만동을 요구하더니 나중에는 3만동을 뺏어가더라구요.(손에 들고 있는걸 낚아채 갔음. -_-++) 저희보다 먼저 탄 서양애들은 6만동 냈구요. 베트남은 거의 바가지가 없던데 다낭에서는 택시도 무지하게 뺑뺑이 돌고 쯧...
참, 론리에 나오는 호이안 가는 local bus station은 말 그대로 길 곳곳에 서있는 동네 버스정류장이에요. 전 아무 생각 없이 택시에 타서 다낭가는 local bus station에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10미터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근 30분을 빙빙 돌아다니면서 역시 처음 탔던데 근처에 내려주더라구요. -_-;;; 사람을 바보로 아는지 왔던길 도로 가고, 갔던길 유턴해서 또 가고...-_-;;; 그러면서 화내니까 못알아듣는 척 하구...-_-;;
후에는 궁궐이 정말 좋았구요. 관리가 상당히 안 되 있지만 적어도 궁궐을 훼손하지는 않았어요. (인도의 카쥬라호는 정부고, 지역주민이고 간에 엄청나게 파괴를 해놓아 복구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 거기에 비하면 정말 양호한 거죠. 카쥬라호 보면서 너무 열받았었음. )
특히 강에서 멀어질 수록 풀이 무성하고 세월에 무너져 내린 성벽을 보면 예전에 이곳을 거닐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죠. 궁궐을 관광지로 만들어 깨끗하게 관리하면, 구경하기는 좋지만, 이곳이 수백년전, 수십년 전에 지금 우리처럼 사람들이 생활하던 곳이란 느낌은 받긴 어렵잖아요? 그런데 후에는 정말 옛날 궁궐에 살던 사람들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그곳이 경복궁이나 유럽의 궁전들처럼 반질반질하고 완벽하게 과거의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면 그런 아련한 기분은 느끼지 못 했을 것 같아요. 더이상 아무도 살 지 않는 집은 아무리 관리를 해도 휑한 기운이 있으니까요...차라리 자연스럽게 세월에 스러져가는 모습이 더 감동을 주는 듯...(그래도 관리는 해야 겠죠. 이대로 폐허가 되버리면 -_-;;.. 베트남 정부는 왜 관리를 안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이공은.....우선 따뜻해서 좋았죠*^^* 베트남 사람들이 들으면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호치민시티 보다는 사이공이 더 부드럽고 아련한 느낌이 들어서 전 사이공이 더 좋아요.
벤딴 시장은 생각보다 되게 작아서 좀 실망했구요.. 구찌터널투어는 좋았어요. 가이드아저씨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인데(베트콩...^^)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유머도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본인도 계속 말을 하느라 피곤할텐데 웃음을 잃지 않는 프로정신도 있었구요.
그래도 이 아저씨가 우리 큰아버지(월남전 참전했었음.)의 적이었다고 생각하니 -_-;;;;;;
전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투어를 갔다오고 나니, 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전쟁이란 것이 인간의 잔머리를 얼마나 발달시키나 하는 생각도 들고.ㅋㅋ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잼나네영.. 근디..호치민시티나..사이공이나.. 같은 곳 아닌감여..ㅎㅎ 북부인 하노이가...^^
잼나게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