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 지글러
출판: 갈라파고스
발행: 2016.03.2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기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단순히 식량 부족에서 비롯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 옆에서 식량이 넘쳐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식량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식량의 분배 방식, 즉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구조적 문제의 중심에는 경제적 불균형과 세계적인 시스템의 결함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기아 문제를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로 접근한다. 기아는 단순히 자연재해나 전쟁 같은 일시적인 요인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경제 시스템의 불공정성과 빈곤 국가의 경제적 자립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식량이 이제는 생존의 수단을 넘어 상품으로 다뤄지는 현실에서, 시장 원리에 의해 분배되는 식량은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경제적 구조의 불균형은 기아를 더욱 악화시킨다.
내가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보니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 기업’이라는 챕터 제목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 부분을 꼼꼼히 읽고 충분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이 챕터에서는 네슬레가 칠레 정부의 분유 무상 분배 제안을 거절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칠레 아옌데 정부는 빈곤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분유를 제공하려 했지만, 네슬레는 이를 거절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윤리적이라 비판했지만, 나는 단순히 네슬레의 선택을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칠레 정부는 비리와 부패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네슬레가 정부의 제안을 수락하면, “친정부 기업”으로 낙인 찍히고 국제적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또한, 부패한 칠레 정부가 분유를 적절히 분배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상 지원은 기업 이미지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무료 분유 제공은 단기적으로 기아를 완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약화시키고 의존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 바로 이 챕터였다. "기아를 악용한다"는 표현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생각 되었다. 기업의 결정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입장과 당시의 복잡한 상황을 함께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기아 문제를 단순히 도덕적이고 인도적인 문제로 다루지 않고, 세계경제의 복잡성과 연결지어 분석한 점이 인상 깊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기아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고,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경제적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나의 비전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단순한 선의에 기대기보다 경제와 사회 구조를 깊이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나가고 싶다.
나는 이 책을 경제학개론 과제와 관련하여 경제적&구조적인 측면에 집중하여 읽었지만,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대상은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읽고 기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