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왜 사촌이 땅을 샀는데 배가 아플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관 기능이 반응하는
것이다. 이 이유를 현대 의학에서 밝혔다. 바로 '뇌-장기 축'(Brain-Gut axis)이다.
예전에는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곳이 주로 '뇌'
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의학계는 식도에서 장에 이르기까지 소화기 통로 전부(위장관)를
감싼 얇은 막이 '5억 개'의 신경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화계의 벽에 숨어 있는 이런 시스템을 과학자는 '장 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
라고 부른다. 내장 신경계의 세포 작동으로 장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 중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95%,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 도파민은 50%가량이
장에서 분비된다. 인간의 감정에 깊이 관여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 장의 기여도가 커서
소화기 중 특히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기로 한다. 장 신경계는 자율적으로 작동하여
먹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내장 운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영리함을 갖춘 장기이다.
한편, 장 신경계는 뇌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소화기관의 신호가 뇌에 영향을
미치고 뇌의 신호가 소화기 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앞서 언급한
'뇌-장기 축'이다. '뇌장기 축'에 의해 뇌 안에 "감정이나 인지를 담당하는 부위와 위장관 내의
감각, 운동을 나타내는 부위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능은 동양의학의 정수인
「동의보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소화가 되지 않으면 복잡한 생각 자체가 귀찮아진다. 여기서 복잡하다고 느끼는
생각들은 개념과 실재 전체를 포괄하고 감정을 이성적으로 해석하는 종합적인 생각이다.
소화불량이 생기면 이런 생각들이 귀찮아진다. 감정은 이성을 개념은 실재를 벗어나 길을
잃게 된다. 물론 그 반대도 인정된다. 감정이 오해와 망상의 드라마를 끝없이 만들고 현실을
만나지 못한 공허한 신념이 지속되면 음식을 먹어도 잘 소화되지 않을 것이다.'
- (안도군,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 이여민 저, ‘동네병원 인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