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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여울마을 주민이 제작한 동영상 캡쳐. |
부산 영도구 흰여울마을이 유명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와 이들이 다니면서 내는 소음으로 마을 주민은 고통을 호소한다. 참다못한 주민이 흰여울마을이 관광지가 아니라는 홍보까지 하고 나섰다.
영도 흰여울마을공동체는 최근 SNS에 '흰여울마을은 관광지가 아닙니다'는 동영상을 올렸다고 17일 밝혔다. 이 동영상에는 마을에서 바라본 남항 전경을 보여주며 '흰여울마을은 관광지가 아니라 48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주민이 마을을 터전으로 일하고 생활합니다. 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지만 넘쳐나는 쓰레기와 소음으로 주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담아 가고 반갑게 인사 나눕시다. 우리는 서로 존중받아야 할 사람입니다'는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을 촬영한 장소로 외지인들에게 유명해졌다. 영화 변호인에서 영화배우 송강호 씨가 국밥집 아줌마(김영애 분)를 찾아가 밤을 새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흰여울마을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오래된 주택이 모인 조용한 마을에 방문객이 많이 몰리다 보니 탈이 났다. 동영상은 주민이 겪는 고충을 전하기 위해 흰여울마을공동체 심종석 사무장이 제작해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주민은 방문객이 마시고 버린 음료수 컵과 방문객이 데려온 반려견이 배설한 오물까지 처리해야 한다. 마을에서 만난 김모(여·64) 씨는 이날 집 앞 골목길 청소를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잠깐 들렀다 가는 사람이 버린 쓰레기는 주민이 다 치운다"며 "즐기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지자체는 관광 인프라 구축에만 열을 올리고 주민 고통은 외면했다. 영도구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도 공영주차장을 짓고 골목길을 정비하는 등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 설립에 맞췄다. 인력을 투입해 쓰레기를 치우거나 조용히 해달라는 팻말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주민이 흰여울마을공동체를 조직해 활동한다. 공동체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모여 마을회의를 열고 청소 계획을 논의한다. 심종석 사무장은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관광객이 떠나면 남는 건 주민이다"며 "방문객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