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죽음-
까치까치설날은 오늘이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내일이래요....
어렸을 때 부르던 동요이다. 까치는 오래전부터 우리와 친근한 새이다.
같은 까마귓과인데 까마귀가 흉조라면 까치는 길조이다.
아침에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까치가 날아와 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늘은 귀한 분께서 무슨 소식을 줄라나 하는 기대를 갖는다.
까치까치설날은 섣달그믐을 말한다.
아이들이 미리 설빔으로 갈아 입고 어른들을 찾아보고 인사를 드린다.
과세(過歲)라 부르는 묵은 세배다. 까치는 그만큼 우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까치만큼 친근한 새도 드물다.
6월 15일 화요일, 07:27분 논산 육군 창공대 체력단련장.
평소 늘 함께하는 대학 동기들과 라운딩이다.
새벽부터 뿌연 하늘이 빗방울로 변했다.
빗줄기가 옷을 적실 정도로 내린다. 비옷을 입고 라운딩은 계속된다.
1인 1 카트 1백. 캐디 없는 라운딩이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익숙지 않은 카트를 운전을 한다. 힘에 부치는 일이다.
공을 칠 때는 우산을 카트 옆에 세워두고 한다 세워둔 우산이 바람에 날려 저만치 날아갔다.
후반 인코스 4번 홀, 레귤러티 480미터 파 5 홀이다.
티샷은 IP지점 가까이 정확히 안착을 했다.
두 번째 샷, 우드 5번을 잡는다. 우드 5번은 비교적 자신있게 사용한다.
얏! 큰 기합과 함께 두번째 샷! 적당히 고도를 유지하며 힘차게 날아간다. 공은 즐겨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 1번이다.
공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페어웨이에서 놀고 있던 까치가 순간적으로 날아올랐다가 곤두박질 낙하!
당황이고 당혹스럽다. 5번 우드로 친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넓은 잔디밭-페어웨이에서 놀고 있던 까치가 맞은 것이다. 가까이 가 보니 이미 절명! 죽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날아다니는 새가 떨어지는 공을 피하지 못하고 골프공에 맞아 죽은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안쓰럽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함께 운동하던 친구가 까치를 집어 숲 속 나무 밑에 놓아주었다.
지난해.
평소보다 잘 맞은 우드 5번. 그린에서 채 나가지 않은 앞 팀 골퍼의 뒤꿈치를 내가 친 공이 굴러가 맞춰 난감환 상황을 만들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날도 전혀 생각지 못한 사고였었다. 공을 쳐도 된다는 캐디의 싸인을 받고 친 공이다.
평소보다 잘 맞은 공이 더 멀리 날아 그린에 올라가 홀아웃 직전인 앞 팀 멤버의 뒷굼치를 맞춘 것이다. 그 이후 앞 팀의 사람들이 보이면 무조건 공치는 것을 멈춘다.
안전이 제일이다.
사고는 순간이고 예기치 못한 데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까치를 맞춰 사망에 이르게 하다니....
까치의 죽음, 아픈 마음은 잠깐이다. 파 5홀 파로 마무리!
라운딩 종료 후 점심 식사를 하며 까치 사망을 얘기를 복기(復記) 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에 비록 새이지만 사고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갖게 한다는 말로 종료!
공에 맞아 죽은 까치를 생각하면 기분이 개운치가 않다.